아마 어느 소설의 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강대국에서 압도적인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니 약소국의 지휘관이 결사대를 이끌고 게릴라전을 벌여 그를 저지하려 한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 신출귀몰하며 각지에서 적의 대군을 괴롭히는데 지휘관은 동요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래봐야 아직 자기들이 더 크고 더 강하니 이대로 계속 밀어붙여 왕도를 함락하면 저들의 저항도 끝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야전에서 싸웠다가 약소국이 패망했다던가 어쨌던가.

 

백제의 명운을 건 황산벌에서의 마지막 저항이 그랬었다. 5만의 신라군을 상대로 5천의 백제군은 10번을 싸워 10번을 다 이기는 선전을 벌였지만 결국 역부족으로 한 번의 싸움에 패하며 그대로 전멸하고 말았었다. 2차세계대전 직전 핀란드와 소련 사이에 벌어진 겨울전쟁에서도 역시 핀란드군은 소련보다도 더 혹독한 겨울을 이용해서 상당한 선전을 펼치며 소련군에 큰 피해를 입혔지만 결국 소련과의 국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굴욕적인 정전협정에 서명해야 했었다. 태평양전쟁에서도 일본군이 아무리 많은 미군의 군함과 전투기들을 파괴해 봐야 그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양을 계속해서 생산해서 그야말로 쏟아내는 상황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강대국과 약소국의 차이인 것이다.

 

약소국이 강대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우연이 따라주어야 한다. 다른 말로 운이라 부르기도 한다.  만주족의 청이 명을 멸망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하필 산해관에서 북경까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의심이 많아서 스스로 도망도 못치고, 황태자를 미리 대피시켜 훗날도 기약하지 못한 채 이자성군에 모든 것을 내주고 스스로 목을 매달고 말았으니 이후 명을 계승하겠다고 일어난 세력들조차 정통성도 명분도 없이 지리멸렬하고 말 뿐이었다.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기회를 노리다가 틈이 보인다 싶을 때 바로 달려들어 급소를 확실하게 찌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약자에게도 강자를 이길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아니라면 결국 혼자서 힘만 빼다가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이기면 뭣하는가? 워낙 약자라 크게 피해도 주지 못하는 것을.

 

바로 문무일과 윤석열의 차이인 것이다. 문무일이 검찰총장 시절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봐야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다. 그만큼 무색무취했다. 그런데 그런 주제에 적절하게 때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검찰개혁의 김을 빼는데는 누구보다 탁월했다. 임기초부터 검찰개혁을 최우선과제로 여기며 추진해 왔던 현정부가 정작 문무일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별반 성과도 없이 시간만 끌고 있었던 이유였다. 정부에서 하자면 다 하겠다고 한다. 정부에서 하라고 하면 다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정작 해놓은 것을 보면 이리 빼고 저리 비틀고 본질이란 간 데 없이 그냥 시늉만 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일단은 다 들어주니까. 어찌되었거나 하려는 시늉은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답답해서 윽박지르고 밀어붙여 보려 해도 그만한 빌미도 명분도 거의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당시 정부에서 지금 추미애 장관이 하는 식으로 검찰개혁을 힘으로 밀어붙여 이뤄내려 했다면 지지자 사이에서까지 반발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무려 2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끌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윤설열은 어떤가.

 

분명 모르긴 몰라도 문무일 또한 현정부의 숨통을 끊을 마지막 한 수 정도는 준비해 두고 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조국 전장관과 관련한 대부분 의혹들은 검찰이 스스로 내사를 통해 확보한 것들이었다. 이보경의 SNS에서도 볼 수 있듯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한 내용들을 검찰은 확보하여 가공까지 마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터뜨리지 않았었다. 왜? 아직 때가 아니라 여겼을 테니까.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고 힘이 어느 정도 빠졌을 때, 혹은 그 전이라도 총선 직전에 터뜨려서 정부에 치명상을 입히고 다시는 검찰개혁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만든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윤석열이 작년 8월에 일찌감치 조국 전장관의 의혹과 심지어 울산시장선거까지 다 터뜨려 버리는 바람에 정작 총선을 앞두고는 쓸만한 카드가 몇 남지 않게 되었었다. 윤석열도 생각했을 것이다. 이 정도 사안들이면 정부와 여당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상대는 정부란 것이다. 검찰은 행정부의 외청이다.

 

그래서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도 급하게 새로운 사건들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었다. 그러다 터져나온 것이 채널A의 검언유착이고, 이번 김봉현의 폭로이고, N번방의 오발탄인 것이었다. 한겨레 기자에게 N번방 사건을 보도하도록 사주하여 판을 짜놓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김어준이 그 의도를 꿰뚫고 멍청한 미래통합당이 받으면서 바로 어그러지고 말았었다. 김어준이 참 큰 일을 한 것이다. 그보다는 너무 성급해서 그림들이 허술했다. 이동재가 이철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어설펐고, 이미 174석에 40%가 넘는 지지율의 여당과 정부를 상대로는 사기꾼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힘이 빠졌으면 역공의 차례다. 그동안 측근들도 다 인사조치되고 혼자 남은 상태에서 그나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강직한 검사로서의 이미지까지 완전히 부정될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러니 검찰개혁은 더욱 필요하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래서 문무일이 윤석열보다 더 위험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앉힌 이유였을 것이다. 어차피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저항은 있을 것이다. 단지 그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떻게든 개혁을 늦추고 저지하려 수작을 부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적당하겠는가. 머리가 너무 좋아서도 안되고, 인품이 너무 훌륭해서도 안된다. 설마 윤석열 가족과 관련한 의혹들을 정부나 여당에서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른 후보들도 거의 비슷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이 성급하게 날뛰기 시작한다면 더 빨리 기회는 열리지 않겠는가. 다만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를 것이고 대통령과 정부 역시 작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검찰개혁만 이루어낼 수 있다면. 조국 전장관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겨레와 경향을 비롯해 모든 언론이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음에도 살아남아 오히려 따박따박 되갚아주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고비만 잘 버티고 넘어가면 반드시 검찰개혁은 이루어진다.

 

한명숙 전총리의 일도, 윤석열 가족과 관련한 의혹도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언유착이 불거지고 검찰이 명분을 상당히 잃은 상황에 인사로 힘까지 다 빼놓자 바로 정부와 여당이 꺼내든 카드가 윤석열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이었다. 김봉현은 사실 얻어걸린 것이다. 그래서 강기정을 칭찬하는 것이다. 강기정이 혹시라도 지인이라고 청와대 밖에서 사적으로 만났으면 없었을 기회다. 그리고 역공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역공이 아니다. 응징이다. 원래 천자의 군대는 침략이 아닌 응징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정벌이라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행사인데 그걸 싸움으로 보는 것부터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인 것이다.

 

자칭 진보들 피눈물 흘리는 것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자칭 보수는 어차피 윤석열에게 그만한 의리가 없다. 오히려 이명박과 박근혜를 수사해서 잡아 쳐넣은 당사자가 윤석열이었다. 자칭 진보 가운데 배라도 갈라 순절하려는 놈들이 한둘은 나오려나. 대통령을 우습게 봤다. 정확히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40%가 넘는 국민들을 너무 하찮게 여겼다. 그래서 지금도 모욕하는 것이겠지만. 세상에 언론이 국민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정도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그 문빠가 국민 전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다.

 

문재인식 싸움법이란 것이다. 자잘한 꼼수따위 필요없다. 원칙대로 가도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정부는 승리한다. 개혁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이 여전히 자신들을 지켜보는 한 정부는 실패할 수 없다. 그러니까 유권자만 천만이 훨씬 넘는 거대한 힘이 문재인 대통령의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땐 그냥 정공만 써도 된다. 아니 정공도 필요없이 그냥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기만 해도 된다. 추미애는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렇게 무모할 정도로 앞만 보며 한 길로 달려가는 캐릭터도 그리 흔치 않다. 자기가 그 힘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누군가 그 힘을 가지고 뒤를 받쳐준다면 누구보다 용맹하고 지혜로울 수 있다.

 

상대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그보다는 사시 9수가 학생운동 할 것 다 하고 옥중에서 합격한 사람과 맞서려 한 자체가 주제넘는 것이었다. 수가 다르다. 그동안 견뎌 온 세월이 다르다. 특수통으로 누릴 것 다 누리며 살아온 사람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부러 인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의 삶이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와서 윤석열이라 다행이라고나 할까. 조국 전장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 가족들에게도. 희생 없이 전진은 없다. 참 긴 시간이었다. 끝이 보인다.

공직자가 펀드에 투자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란 해당 펀드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큰 이익을 보았을 경우 정도다. 아니면 펀드는 손해봤는데 특정 공직자만 원금 이상의 돈을 돌려받았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옵티머스 라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운용사가 거짓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운용도 멋대로 해서 정작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상황 때문이지 않은가. 그래서 해당 펀드들에 투자한 여권 인사들이 이익을 보았는가? 손해를 보았는가?

 

물론 검찰이 펀드에 투자만 해도 범죄자취급하는 이유야 충분히 이해한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돈 찔러주는데 투자는 왜 하는가? 더구나 자기들 주머니에 돈 찔러주는 놈들이 보니까 대부분 펀드운용자더라.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사가 부동산 광고만 하는 게 아니다. 펀드광고도 한다. 그래도 기자라고 펀드운용사에서 접대도 곧잘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가. 그러니까 그런 놈들 믿고 돈 맡기는 놈들은 또 얼마나 문제있는 병신들일 것인가. 그런 편견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지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어떤 내용들에서도 여권 관계자가 펀드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거나, 혹은 펀드운용에 관여했다는 정황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그랬다면 일단 펀드 자체가 사기가 아니게 된다. 그래도 여권 유력인사가 직접 개입해서 뒤를 봐주는데 어떻게 펀드가 손해가 날 수 있겠는가. 손해가 나도 다 보전될 수 있게 손을 써서 움직이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라고 펀드가입도 하는 것일 텐데? 그런데 손실났지. 그래서 돈도 돌려받지 못하지. 뭐가 문제?

 

지금 KBS는 기계적 중립 앞세워서는 추미애 법무부와 윤석열 대검을 같은 선상에 놓고 대결구도 만들고 있는 중이더만. 언제부터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하고 같이 놀았게? 더구나 김봉현씨의 폭로는 검찰의 비위에 대한 것 아니던가. 법무부의 감찰은 윤석열 총장이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정황을 담고 있다. 언론이 쓰레기라는 것이다. 어쩌면 검찰도 그런 언론에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머리만 조금 쓰면 그 모순이 바로 드러난다. 뇌가 문제다.

MBC 이보경기자는 굳이 분류하자면 김세의나 이현경보다는 성재호나 정연욱 류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냥 진중권, 홍세화, 임미리, 정의당 류와 하나로 묶으면 되겠다. 일단 정부를 까자. 정부를 까는게 정의고 사명이다.

 

몇 번이나 말했다. 사실 나는 KBS 파업할 때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았었다. 저 새끼들이 바뀔 리 없다. KBS가 바뀌는 일은 KBS가 문닫기 전에는 절대 없다. 내 예상대로였다. KBS 정상화 돕겠다고 거리로 나갔던 사람들이 그래서 얼마나 불쌍하던지. 지금 그 사람들도 자신들의 행위를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그때는 내가 오히려 더 욕을 먹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파업이 끝나고 아마 성재호였을 텐데 일성이 재미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까서 파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

 

언론이면 당연히 권력을 까야 하는 것이다. 지식인이면 당연히 권력과 불편한 관계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깐다. 그래서 욕한다. 비유하자면 타진요로 인해 타블로 욕하는 게 아예 유행처럼 되었을 때 너도나도 타블로 욕한다고 오버하느라 곧잘 선을 넘던 상황과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뭐든 이슈가 터질 때마다 너도나도 특정한 대상을 비난하면 나도 따라서 더 세게 비난해야 한다는 강박에 무리수를 던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기자인데. 그래도 내가 지식인일 텐데. 그러면 어떻게든 남들 알아보게 권력도 비판하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아무도 안 알아주니까. 그래서 결정적인 속내까지 드러내고 마는 것이다. 문재인을 죽여야겠다. 사실 모두가 그러고 싶어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던 말일 것이다. 그래서 총대를 맨다. 임미리가 민주당 빼고 투표하자 했으니 자기는 노무현처럼 문재인을 죽여야 한다 말하겠다. 물리적 어쩌고 하는 수식은 의미가 없다. 기호적으로 거의 아무 의미없는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죽여야 하는데 너무 나갔다 싶으니 괜한 변명으로 할 말 만 만들어 놓은 것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는 아예 애꾸라는 표현까지 사용해서 조국 전장관을 모욕했네.

 

기자는 엘리트다. 검찰과 동급이다. 검찰이 옳다면 옳다. 검찰이 정의라면 정의다. 기자가 그런 검찰과 함께 하고 있다. 성재호나 정연욱 나부랭이들이 주장하던 KBS의 정상화도 그런 것 아니었던가. 검찰을 위해서 인터뷰도 왜곡하고, 자진해서 오보도 내주고. 그러니까 9시뉴스 앵커자리도 꿰찼겠지. 그냥 준 건 아닐 것이다. 아님 말고.

 

이보경 뿐만 아니라 아마 MBC 내부에서 아나운서 하나도 비슷하게 떠들다 잠깐 이슈가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MBC는 기자 개인의 일탈이지만 KBS는 아예 조직적이다. 한동훈에게는 바로 즉시 다음날 사과하고 김경록PB는 오히려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중이다. '댓읽기'는 요즘 아예 KBS의 보도에 대해 반성도 사과도 않고 있더라. 구독자들이 우쭈쭈해주니 그냥 뭉개고 지나가도 상관없다 여기는 거겠지. SBS와 JTBC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보경이 특별한가? MBC가 이상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조직적인 어떤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MBC에서 지금 위기를 타개할 오보가 나오는 것일까? 사람은 이상한데 조직이 멀쩡하다는 게 말이 되지 않으니.

 

이상할 것 없는 언론의 정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엘리트인 연 하는 놈들의 본모습이기도 할 것이고. 도대체 고소할 놈들이 왜 이리 많은 것이냐? 뿌리까지 썩어 있다. 망한 언론이 좋은 언론이다. 새삼 확인한다.

대부에서 돈 꼴레오네는 아들 마이클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가장 먼저 휴전을 제안하는 놈이 배신자다!"

 

말 그대로. 도대체 지금 와서 김대중의 JP연합과 노무현의 대연정을 끄집어내는 이유가 무얼까?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는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너무 소수여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자칭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라도 도왔으면 모르겠는데 참여정부 망하고 노무현 죽으라고 오로지 한나라당과 손잡고 전방위에서 공세만 폈던 것이 바로 민주노동당이었다. 전방위라는 말은 모든 일을 사사건건 다 반대했다는 뜻이다. 지금과 똑같다. 이명박근혜시절에도 이렇게 악착같이 반대만 하지는 않았었다. 김대중의 새천년국민회의는 당연히 원내에서도 소수였고, 노무현은 열린우리당까지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대한 국정과제를 원활히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권력을 나누고 손을 잡아야겠다 결심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뭐라? 민주노동당 찌꺼기인 박용진이 이제와서 뭐?

 

지금은 여당인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이다. 국민의힘의 도움따위 없이도 민주당 혼자서 대부분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킬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야당이고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지지하는 정당이니 인내하며 기대려주는 것이지 지금 당장에라도 거의 모든 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하려면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협치는 하고 있다. 답답할 정도로 아주 질릴 정도로 협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뭘 어쩌라는 것일까? 대통령 자리라도 넘겨줄까? 아예 정권을 국민의힘에 넘겨줘? 국민의힘이 원하는대로 공수처도 포기하고, 공정경제 3법도 포기하고 다 포기할까? 그러면 만족하려나? 자기가 추진하던 유치원 3법을 가장 앞장서서 격렬하게 반대한 정당이 어딘가를 떠올려보라. 협치하자고? 자기가 추진한 법안 통과되었으니 얻을 건 얻었고 나머지는 상관없다?

 

대부분 박용진이 어떻게 지역구에 공천받았고 국회의원까지 되었는가를 잘 알고 있다. 김종인 라인이었다. 원래 민주노동당 출신이다가 유시민 따라다니다가 이해찬 쫓아서 민주당 와서는 끈떨어진 연 신세가 되니 김종인 붙잡고 공천 받아 국회의원까지 되었다. 말하자면 민주당 내에 몇 안 되는 김종인 라인이라는 것이다. 누구에게 충성해야겠는가? 어차피 민주당따위 없어도 자기는 얼마든지 혼자 힘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으리란 자신감까지 있다. 표차가 얼마나 압도적이었었는가. 평소 당내에서 입바른 소리를 해왔던 이미지도 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며 민주당이며 망해라. 민주노동당 종자들은 그래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유시민이 진짜 제대로 똥을 싸갈기고 말았다.

 

상황이 다르다. 사정이 다르다. 필요가 다르다.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당시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절박한 사정에 따라 그리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누구를 위한 연정이고 연대고 협치인가? 민주노동당, 아니 자칭진보는 실제 누구와 더 가까운가? 한겨레TV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비판하더라도 애정이, 민주당에 대해서는 철저한 경멸과 혐오와 증오, 그리고 의심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 그놈들이 그런 놈들이다.

 

아무리 그래도 금태섭 정도 말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국민의힘에 모든 걸 넘겨주라 주장한 놈이 없었다. 국민의힘은 지금 양보를 원하는 게 아니다. 타협을 원하는 게 아니다. 다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 내주자.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래야 문재인정부가 망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 그때 쯤 박용진은 국민의힘에 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김종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으면. 하필 타이밍도 김봉현 폭로로 국민의힘 곤란해진 상황이다. 과연 우연인가.

 

벌건 대낮부터 별 되도 않는 헛소리를 듣게 된다. 깜이 안되는 인간이 줄 잘 타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나니 눈에 봬는 게 없는 것이다. 삼성만 때리면 진보가 된다. 진보가 참 저렴해졌다. 미친 놈이 미친데도 이유가 있다. 빌어먹을 것이다.

내가 한겨레나 경향의 경영진이었다면 지금이 기회라고 나경원을 아주 가루가 되도록 까댔을 것이다. 친검언론이라고 비난을 듣지 않았는가. 조국 까고, 문재인 무시하고, 추미애 욕했다고 보수진영과 붙어먹는 언론이라고 원래 자신들의 독자층이었을 민주진영으로부터 오만 비난을 듣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니다. 그냥 자신들이 추구하던 진보적 가치를 위한 것이었다. 이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잘못이 있으니 비판한 것이다. 그러니 보라. 자기들이 어떻게 유사한 사안에 대해 다른 정파의 인물들 역시 가리지 않고 비판하고 있는지. 알리바이다. 그런데 어떤가?

 

한겨레와 경향, 아니 자칭 진보 전체가 국민을 개돼지 이하로 여기는 것이야 아주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모를 수 없다. 타인의 대학을 가지고 조롱하고, 가난을 가지고 집단으로 비웃는 놈들이 바로 자칭 진보들이라는 것이다. 서민이 공부 운운하며 대통령을 조롱했을 때 그래서 그다지 새삼스럽단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자기들 만큼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자신들처럼 교양있고 품위있는 환경에서 제대로 배우며 자란 것도 아니다. 더욱 자기들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영향력도 없다. 진중권도 무시당하는 동네라니까. 서울대면서 하필 미학과라고 한 번 무시당하고, 진보진영에서 활동가로서 이렇다 할 내세울 것이 없다는 사실로 무시당한다. 너같은 놈이 뭘 알고 뭘 하겠는가. 진짜 대놓고 무시하더라. 듣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내가 때로 진중권을 동정하게 되는 이유다. 진보진영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다. 누구를 비판할 것인가는 자신들이 정한다. 어떤 기준으로 비판할 것인가도 자기들이 정하는 것이다. 거기다 대고 뭐라 한 마디 하는 자체가 감히 '무엄'한 것이다. 더구나 기자다. 고작 신문사 편집국장 나부랭이가 아예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에게 협박까지 하지 않는가. 일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쉴 새 없이 전화를 걸며 아주 신경질까지 부린다. 장관도 우습다. 대통령인들 아닐까. 그러니까 뭐든 내 마음대로 하겠다. 늬들 뭐라든 신경도 쓰지 않겠다. 그러므로 나경원은 거른다. 국민의힘 인사들도 모두 거른다. 자기들은 오로지 한 놈 만 팬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만을 집요하게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서 공격해서 마침내 거꾸러뜨릴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 광복절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개천절과 한글날 광화문 광장을 막았다고 지랄하는 중이란 것이다. 지난 2월 한겨레와 경향 등 자칭 진보언론들의 기사를 돌아보자. 신나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가니까 오히려 신나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제 민주당은 망했다. 문재인 정권은 끝났다. 그래서 심상정도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입에 올렸던 것 아니던가.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래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국민들은 절망속에 신음하고,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타격받는 상황을. 그러니까 보수진영에서 원하는대로 광장을 열어 코로나19를 더욱 확산시킬 계기를 만들라.

 

타이밍이 늦었는데 검찰로부터 받은 그대로 확실하지도 않은 옵티머스와 라임을 권력형 게이트로 아예 확정짓는 듯한 내용까지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SBS 이름만 나왔다고 SBS만 있는 게 아니란 것이다. 조국 때는 안 그랬는가? 그래서 혹시라도 사람들이 눈치챌까 알리바이를 위해서라도 나경원도 조국과 같은 기준으로 비판했으면 어땠을까? 가오가 떨어지지 않는가? 저따위 개돼지들 보라고 감히 국민의당 소속의 전국회의원인 나경원을 정면으로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가 박덕흠 관련 기사를 낸 것도 윤석열이 시켜서 그런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한겨레가 진짜 정의감으로 그같은 사실들을 직접 취재해서 보도했다면 어째서 나경원에 대해서는 아닌 것인가. 

 

사람들이 뭐라 하든 자기들은 조국만 욕하겠다. 조국만 까겠다. 정의연만 욕하고 추미애만 비난하고 강경화만 트집잡겠다. 물론 윤석열이 시키면 가끔 박덕흠 정도는 까발릴 수도 있다. 나경원에 대한 보도를 보면 그래서 어이없어 웃음만 나온다. 원래 그런 놈들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노골적일 수 있을까. 반에 반만, 아니 10분의 1, 100분의 1만 비판하는 기사를 냈어도, 강도도 딱 그 정도만 내 주었어도 이렇게 의심하는 일은 없을 텐데. 물론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기는 했다. 그래서 똥걸레다. 견향인 것이고.

 

참여정부 시절 내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머리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본능처럼 몸에 배고 말았다. 가장 위험한 놈들이 정의로운 놈들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자기만 정의로운 놈들이다. 다른 말로 확신범이라 부른다. 조선일보보다 더 나쁘다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자기들의 이해가 걸려 있으니 그런다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어째서 그런 선택을 번번히 하는 것일까? 아주 질낮은 농담일 것이라 생각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죽고 한겨레 편집국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니길 바라지만. 경향이야 뭐 평소에도 죽을 사람 죽었다고 당당히 말하는 놈들이라. 너무 뻔하다.

언론에 대한 기대야 오래전에 접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정도가 더 심한 사안임에도 나경원 하는 소리 다 받아쓰며 변명까지 대신해주는 모습을 보면 저놈들이 주장하던 공정과 정의라는 게 대체 뭐였을가? 역시나 나경원에 대해서는 전혀 분노하지 않는 자칭 청년들이며 지식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다시 없을 악인이고 부패한 인물로 조국 전장관은 몰아가더니 나경원은 뭐라? 모성애? 

 

이러니 조국사태야 말로 한국 사회의 바닥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진짜 바닥이지 않은가. 저들의 공정과 정의와 합리라는 것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안진걸 소장이 아주 큰 일을 했다. 입시와 관련해서 유사하면서도 명백한 불법이었던 나경원과 불법이라고는 사실상 없었던 정경심에 대한 검찰과 언론과 지식인과 청년들의 다른 태도를 보며 깨닫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저것들은 그냥 쓰레기다. 버러지다. 폐기물이다.

 

그 정의롭다던 한겨레 경향마저 지금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중이다. KBS도 결국 사회부장의 압력이었는데 나경원 캐다가 접고서는 열심히 나경원 떠드는 소리만 받아서 같이 떠들고 있는 중이다. 나경원 취재하던 그 기자가 사회부 소속이었다던가? 바로 김경록PB 인터뷰 왜곡하고도 잘했다 큰소리치던 그 인간이 부장으로 있는 곳이다. 문재인 정권 무너뜨려 파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그 인간이기도 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좋은 기자는 다 죽었다. 죽은 기자만이 좋은 기자다. 망한 언론사만이 좋은 언론사다. 언론은 쓰레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평생을 믿어 온 신념을 바꿔 버렸다. 언론의 자유? 후쿠시마에나 던져 버리라. 기자에게 인권이란 없다. 그럴 자격조차 없다. 진보? 세상에 진보가 어디있게? 새삼 분노하는 것도 내가 아직 미숙한 증거다. 분노할 거리도 안된다. 원래 그런 것들인 것을.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사실 지식인에게 있어 어용이란 궁극적 목표이자 이상일 것이다. 정확히 어용이라기보다는 권력 자체가 되기를 대부분 바랄 것이다. 그래야지만 평소 자기가 생각하고 주장하던 것들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해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냥 주장만 하고 말 것이면 뭣하러 그 노력을 들여가며 배우고 궁리하고 논쟁까지 하겠는가.

 

권력에 초연한 듯 보였지만 그럼에도 진중권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얼마나 열심히 정치권 주위를 얼씬거리고 있었는가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슨 자리라도 맡기겠다 하면 좋아라 달려가서 덜컥 맡는 것이 일상이었다. 다만 어기까지였다. 진중권이 진보정당과 감정이 틀어진 이유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게 서울대 미학과는 서울대에서도 듣보잡이거든. 그래도 진보쪽에서 한 자리 하려면 서울대에서도 함부를 따져보지 않으면 안된다. 아니면 현장에서 활동가로써 쌓아 온 실적이 있었거나. 즉 학벌도 안되고, 그렇다고 실적도 경력도 없고, 그걸 누가 써주겠는가.

 

그래서 항상 진보정당 주위를 맴돌기만 했었다. 자기는 권력에 관심이 없다. 정치는 생각이 없다. 당직이며 공천이며 줘도 안 받는다. 그런데 줘 본 적이 없거든. 무슨 비대위 비슷한 거 하면 한 자리 챙겨주기는 하는데 정작 실제 뭔가를 할 만한 자리는 아예 제안조차 가 본 적이 없었다. 요즘 진중권이 신나 있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까닭이다. 생전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자기가 주목받고 인정받고 대우받는 시절은. 심지어 거대양당 가운데 한 정당에서 자신을 직접 거론하며 당을 이끄는 비대위장까지 자기와 직접 만나고 있지 않은가. 여기라면 조금 다를까.

 

전부터 느끼기는 했다. 원래 진중권은 욕을 해도 아주 찰지게 욕한다. 조롱하고 비아냥거려도 아주 자연스럽게 매끄럽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논객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난들을 보면 일부러 만들어 비난한다는 느낌을 어쩔 수 없이 받게 된다. 이렇게해야 사람들이 다시 자기를 주목해주고 인정해주고 대우해주지 않을까. 딱 지금 정의당이 보이는 행보 그대로다.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쓴 글을 받아써줄 누군가를.

 

요즘 기분이 많이 좋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잘만 하면 국민의힘에서도 한 자리 맡게 될 지 모른다. 무언가 자기가 주장하는 것들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될 지 모른다. 나라도 신나겠다. 지식인으로서 그런 위치에 오른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던가. 더 이상 들어가면 인신공격이 되므로 여기서 커트.

 

역사상 많았다. 한 자리 얻기 위해 의리도 인정도 신념도 도의도 다 버리고 실리를 쫓아가던 이들이. 삼국지에서도 그래서 서로 목숨걸고 싸웠던 이들이 처삼촌이고 조카이고 뭐 어쩌고저쩌고 친척관계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회가 있으면 잡아야지. 진심을 알고 나니 욕하기가 그렇다. 그 길이 그 쪽에 있다면야. 버려지지만 마라. 응원해 본다.

정권이 부패했다는 것은 정권의 권력이 부정하게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우연히 친구 부인과 눈맞아서 바람이 났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그냥 눈살찌푸려지는 부도덕한 사생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개인이 부도덕한 것이지 정권이 부도덕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에서도 아무리 권력자라도 개인의 사생활과 공적인 영역은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같은 부정하고 부당한 행위를 하는데 있어 정권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권력을 부정하게 부당하게 사용했던 것인가. 자신의 권력을 수단삼아 부정하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 했던 것인가. 이를테면 펀드에 투자하고는 자기가 투자한 펀드가 수익을 내도록 관계부처에 압력을 행사했는가. 혹은 관계공무원에게 청탁을 넣었었는가. 그도 아니면 자기가 직접 편의를 봐주었는가. 그도 아니고 단지 사기로 결론이 난 펀드에 수익자로 가입해 있었다. 뭘 어쩌라고?

 

하물며 아직 공직에 나가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대부분 사인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문제가 되더라도 작게 문책받고 끝날 정도의 사안이다. 사실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이미 법적인 처벌도 다 끝났다면 더이상 문제삼아서 안되는 것이다. 법적인 처벌이라는 게 그런 의미다. 그래서 보호감호란 제도가 문제가 되었던 것이었고. 처벌을 받고 나서 크게 반성하여 오히려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면 과거의 죄를 근거로 그를 비난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무튼 권력이 주어지기도 전에 권력과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에 대해 부정과 비리의 굴레를 씌우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모씨의 사생활에 대해 사람들이 이미 알면서도 크게 거론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말 그대로 사생활이었으니까. 평소 하는 짓거리가 어떻든 개인의 사생활은 별개의 영역일 테니까. 그게 바로 공사의 구분이라는 것이다. 서로 정치적으로 죽어라 싸우는 사이더라도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그 사생활 문제를 들추기 시작했는가. 지금 그 모씨가 공사를 가리지 않고 타인을 음해하고 비난하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직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저지른 행위들에 대해서는 모성애, 아직 그저 일개 대학교수에 불과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무슨 엄마찬스네 공정성이네 무려 수백만 건의 기사가 쏟아진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것인가? 안다. 나경원은 그래도 된다. 그러나 조국은 그래서는 안된다. 누가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나경원이 그러는 건 권리고 조국이 그러는 건 월권이다.

 

정권이 부패했는가? 그래서 어디서 어떤 권력이 그렇게 부정하게 부당하게 쓰였다는 것인가. 사기펀드에 수익자로 이름이 올라갔다? 그래서 원금 돌려받지 못하면 그냥 똑같은 사기피해자인 것이다. 사기꾼의 말만 믿고는 돈을 받았다 기사를 냈다가 이번에는 사기꾼의 말이니까 믿을 수 없다며 폭로에는 귀를 닫는다. 모씨에 대해서는 그냥 원래 자칭 진보란 그런 놈들이란 말로 가름하려 한다. 별 병신같은 프레임이다. 의도가 많이 성공한 것 같기는 하다.

이건 사실 지능의 문제다. 누군가 부산항에 배가 들어오면 갚겠다고 돈을 빌려갔다. 돈을 빌려준 자체가 인천항에 들어올 배가 있다고 인정하고 믿고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누군가가 묻는다.

 

"그 배는 지금 어디 있죠?"

"지금 부산항까지 사흘 거리에 있다네요."

 

그래서 그 배는 반드시 그 곳에 존재하는 것일까? 배가 그곳에 실제 있다면 돈은 채무와 채권이 되는 것이고, 배가 없다면 사기가 된다. 더구나 결국 사기인 것이 밝혀졌을 경우 배가 어디 있다던 피해자의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SBS가 김한석씨의 주장을 보도한 자체가 전혀 아무 의미도 없는, 조금만 보도의 매커니즘을 알아도 바로 악의라 느낄 수밖에 없는 행위라는 이유다. 그러면 사실취재를 해야지. 김한석이 이러이러한 말을 펀드사로부터 들었다는데 과연 사실인가.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 속아서 당했는지 모르는데 그 주장을 그대로 다 믿고 보도하나? 바보야?

 

자기가 정부관계자나 정권의 실세를 직접 보고서 그리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펀드에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리 전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다더라. 높은 사람 팔고 사기치는 건 사기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사진 한 장 찍고서 - 아니 아예 그 사진까지 조작해서 내가 이런 사람과 안다고 구라를 친다. 그런데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다.

 

이목희가 참 좋은 말을 했다. SBS는 좀 탄압당해도 된다. 그렇지 않은 언론이 몇이나 되겠냐만. 딱 10년만 언론 특정으로 언론이 그토록 좋아하는 박정희처럼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명박근혜처럼만 해도 된다. 버러지들.

비유하자면 인근에서 마약이 갑자기 유통되기 시작했는데 나를 붙잡아놓고는 마약제조범으로 몰아가는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학교 다닐 때 화학 배웠지? 실험도구들 대충 쓸 줄 알지? 인터넷으로 화학과 관련한 사이트를 많이 검색했네? 그러니까 너 유죄! 그래서 내가 항변하지. 그래도 난 마약 만드는 법 같은 거 몰라요. 그러자 검사가 자신있게 나선다.

 

"봐라,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렇게 해서 이렇게 섞으면 마약이 만들어지지 않느냐? 만들 수 있지? 그러니까 너 유죄!"

 

개소리인 것 다 알겠지? 그러니까 거기에 쓰인 재료들을 내가 어떻게 준비했느냐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그런 재료들을 확보했고 남은 것이 있으면 지금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약을 만들었다는 것이며 그에 대한 확실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상관없다. 검사가 무려 법정에서 마약합성을 시연했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마약을 만들 수 있으므로 나는 유죄. 이딴 게 언론이란 것들이에요.

 

다른 것 다 떠나서 MS워드를 쓸 줄 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것이다. 그냥 MS워드로 텍스트입력과 수정이나 하는 정도로도 MS워드를 쓸 줄 안다고 말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아니 엑셀 가지고 별 짓을 다하던 직장 여직원이 정작 내가 아는 것을 몰라서 신기해 한 기억마저 있었을 정도다. 당연히 그 밖의 기능들에 대해서는 내가 그 여직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엑셀을 못 쓰느냐. 그냥 기본적인 것 정도는 아직 가능하다니까. 무엇보다 누가 문서편집하면서 이미지파일까지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해서 편집해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그림판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고보니 파일 잘라서 붙이는 거라면 그림판이 MS워드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다. 그러니까 앞서 말한 여직원의 경우처럼 MS워드 가지고 별 짓을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되었다는 뜻인가.

 

사실 거기서부터가 문제다. MS워드에 그런 기능이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걸 쓸 줄 아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당연히 화학물질과 화학물질을 합치면 화학반응이 일어날 테고 마약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화학물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아는 것과 전혀 별개인 것이다. 무엇보다 MS워드로 한 작업 이전과 이후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한 작업들이 또 추가되어야 한다. 한글이야 그런데도 전혀 아예 다루지 못한다 했었고, 그 밖에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들은 아예 컴퓨터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컴퓨터가 동양대에서 쓰이던 시점에 정경심 교수는 서울에 있었다. 그런데 다 무시하고 시연에 성공했다더라. 30초 걸렸다더라.

 

아쉬운 건 저 가운데 대부분은 윤석열을 위해 총대를 맬 만한 급이 못된다는 것이다. 역시 후보는 JTBC와 MBC 둘 중 하나일 듯하다. 추미애 장관 아파트에서 뻗치기 하는 것 얼굴 찍어 공개했다고 그 생난리를 치던 언론들이 검찰총장 인터뷰하겠다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 언론사 기자들이 송치된 사실에는 철저히 침묵한다. 기자협회장이 한겨레 출신이었지. 이번에 덕분에 바닥을 보게 된 언론이 많이 있다. 좀 되는 것 가지고 몰아가야지. 너무하잖은가?

 

검사가 MS워드로 어디까지 할 수 있다와 실제 당사자가 그것을 그대로 할 수 있다는 별개란 것이다.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검사가 재판정에서 마약 합성했다고 내가 진짜 마약제조범이냐는 것이다. 버러지 새끼들은 진짜 반성이라는 게 없다. 역시 기자는 탄압밖에 답이 없다. 좋은 언론은 죽은 언론 뿐이다. 유일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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