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이른 새벽에 모텔이 있는 거리를 지나가다 직장동료가 상사와 함께 있는 것을 봤다. 출근하자마자 동료들에게 그 이야기를 퍼뜨린다.

 

"누가 누구와 불륜 중이래!"

 

모텔에서 같이 나오는 것을 본 것도 아니고, 같은 방을 쓴 것을 확인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모텔에 같이 들어가기는 했었는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편적인 정황만으로 불륜으로 단정짓고 이야기까지 퍼뜨렸다. 과연 당사자들이 고소라도 하게 되면 얼마나 사실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 형량부터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사실이 아닌 허위를 가지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을 했다면 무사하기 힘들다. 심지어 기자들조차 솜방망이나마 처벌받을 사유가 된다.

 

알면 알수록 근무 개판섰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요일 휴가복귀자가 일요일에도 복귀하지 않은 채라면 당연히 보고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당직실 상황판에도 적혀 있었을 것이다. 아니더라도 당직근무를 교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수인계하며 묻게 되는 것이다. 지금 총원 가운데 휴가자는 몇 명이고, 외출외박은 몇 명이며, 그 밖에 나머지 인원은 모두 병영 안에 있는가. 혹시라도 비는 인원이 있다면 무엇 때문인가? 언제까지 복귀하여 원위치할 것인가. 그래야 나중에라도 인원파악 할 때 혼란이 없다. 그러니까 근무하다 말고 인원점검을 하는데 없는 사람이 있다고 무작정 전화부터 걸어서 복귀를 종용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바로 전화부터 걸어서 복귀를 종용한 것도 내내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레 사람이 비는 것이 보이니 당황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휴가가 연장되었다 장교가 통보하니 부정이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뭘 근거로?

 

휴가복귀일 당직도 아니었고 더구나 같은 중대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 더이상 휴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주장을 할 만한 근거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알 수 있는 주제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후 한 번이라도 소속중대의 다른 병사들을 통해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않고 있었다. 그렇게 속속들이 휴가내역에 대해서까지 알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면 휴가연장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떻게 된 것인가 그 중대 병사들에게 물었어야 정상인 것이다. 묻지 않았다는 자체가 그냥 남이었다는 또 하나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휴가복귀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가도 알 수 없었고, 이후로도 알려 하지 않았다. 설사 알더라도 일요일 당시의 상황 뿐이었다. 그래서 그 주장에 어떤 신빙성이 있다는 것인가. 그를 근거로 청탁여부를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정당성이 있었던 것인가. 그마저도 일요일 실제 전화를 걸었을 경우에 한정한 가능성이다. 전화통화마저 없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자놈들이랑 어울려 다니더니 그만 자기도 기자들과 같다고 여겨버린 것일까? 아니면 누가 뒤를 봐주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던 것일까? 확실치도 않은 사실로, 더구나 사실을 알 수 없는 위치와 상황에 있었으면서도, 그를 근거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주장을 줄곧 해 왔었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마땅히 져야만 하는 것 아니던가. 하긴 그러려면 현모씨 뿐만 아니라 기자들 대부분이 바로 광화문 광장에서 목부터 매달아야 했을 것이다. 개개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다 모으면 목숨으로도 다 갚지 못할 만큼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으니. 

 

일요일 전화를 걸었는가 여부는 여기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자체가 사실을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전화걸기 전에 어째서 해당 중대에 먼저 확인하지 않았을까? 인수인계할 때 미복귀자가 있다는 사실을 어째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때 확인했다면 벌써 보고부터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고서도 자기가 어떻게 무마해주겠다며 전화까지 걸고 있었다. 월권이다. 당직사병 나부랭이에게 그럴 권한 따위 주어져 있지 않다. 제대했으니 망정이지 아직 복무중이었다면 오히려 자기가 처벌받은 사안이다.

 

뒤에 누가 없다면 크게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있어도 진짜 못할 짓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주장을 사실이라 인정할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미필 기레기들에게나 중요한 근거로 여겨질 뿐. 기자를 믿으면 안된다. 정치인도. 하태경은 요즘 다른 일에 열심이더만. 승냥이같은 것들이다.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한겨레가 왜 저러지? 저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단체로 태극기집회 나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뇌가 썩어버린 건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한겨레가 감히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의 비리를 취재해서 보도하다니.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직접 취재까지 해가며 국민의힘에 해가 될 행동을 하다니. 정의당은 지금 국민의힘이 차마 입밖에 내서 하지 못할 말들을 애써 앞장서서 대신 해주고 있는 중인데.

 

그런데 떠올랐다. 정의당을 욕하려면 민주당 2중대라 하면 되고, 칭찬할 때는 국민의힘 3중대라 불러주면 된다. 민주당 2중대라는 말에 대해서는 당 전체가 반응할 정도로 중대하게 여기는데, 정작 국민의힘 3중대라 할 때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국민의힘이 대놓고 하지 못할 말을 대신하는데 열심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겨레에게 민주당 어용이라 하면 반발하지만 검찰따까리라 부르면 현실을 모른다 투덜대고 마는 정도다. 김어준이 검언유착을 비판했다고 김완이 자기네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거론하며 욕하는 것을 보라. 검언유착은 현실이고 한겨레가 검찰의 똥이나 빠는 것은 당연한 정의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명숙 전총리의 경우도 한겨레는 잘못한 것 없이 절대 옳다.

 

윤석열이 요즘 많이 어렵다. 특수부 출신 측근들은 거의 잘려나가고, 그나마 새롭게 주위를 채우고 있는 검사들조차 그래도 총장이니 최소한의 예우 정도나 해 줄 뿐 인사권도 없는데 굳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심지어 그동안 측근들만 챙기느라 홀대하고 적대하기까지 했던 검사들이 요직에 앉으면서 바로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벼르고 있는 중이다. 장모와 아내와 관련한 의혹들은 물론 자신이 연루되었을 가능성까지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에 압도적인 다수의석을 가진 여당과 장관이 수사를 압박하니 핑계도 아주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유력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보수진영에서 그런 자신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당근과 채찍은 어떤 대상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길들이는데 있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쓰여온 유구한 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찰개혁법안들이 아무일없이 통과되자 검찰은 징벌 차원에서 끝까지 막아내지 못했던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을 선별해 기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앞으로 잘 하라. 자기들이 울산시장선거를 가지고 다시 판을 만들어 줄 테니 이번에는 제대로 해서 한 번 대통령도 탄핵해 보자. 신라젠과 라임까지 더해서 아예 민주당과 주변인사들을 박살내 놓을 테니 자유한국당도 열심히 잘 해서 대통령 쫓아내고 자기들이 정권을 잡아보자. 물론 그 정권을 잡는 주체는 그 모든 것을 주도한 윤석열 자신이 될 것이다. 과연 그동안 최대한 검찰총장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보수진영을 봐주고 있었는데 보수진영이 자신의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윤석열의 선택은 무엇일 것인가. 더구나 아직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으로서 그동안 국민의힘을 도우며 지켜주고 있었지만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3선 국회의원도 날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잘 모시라. 자신을 잘 지키라. 자신이 사라지면 자신이 아닌 검찰조직 전체가 국민의힘을 겨냥하게 될 지도 모른다. 더이상 지금까지처럼 민주당을 상대로 검찰의 힘을 빌어 공작을 꾸밀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가 선택된 것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해 기꺼이 오보도 내고, 무릎꿇고 사과도 할 수 있는, 차라리 이명박근혜 시절이 더 나았다 말해 줄 수 있는 한겨레가 그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었다. 설마 한겨레가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쓰거나 했겠는가. 설사 취재했어도 조선일보와 검찰의 허락 없이는 단 한 줄도 낼 수 없는 것이 바로 한겨레란 것이다. 익성이 코링크PE를 실소유했을 것이라 자기들이 먼저 기사를 내고는 검찰이 입장을 정하자 재판결과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 한겨레다. 과연 한겨레의 기사에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인가.

 

n번방 사건 보도를 돌이켜 보자. 한겨레가 n번방 사건을 보도하고 바로 당시 미래통합당에서 그를 이용해서 민주당 유력인사를 엮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사건이 보도되고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모든 준비를 마치고 터뜨릴 때만 고르고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지 않고서는 그렇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모든 단계가 딱딱 맞아떨어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필 n번방 보도가 나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까지 이어지면 얼마나 파급력이 컸었겠는가. 김어준이 그때는 진짜 큰 일을 했었다.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 당시 미래통합당과 직접 소통했다기보다는 이 모든 그림을 짰던 다른 주체의 의도가 개입되었다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 마디로 윤석열은 아직 대권의 꿈을 접지 않았다. 한겨레 역시 윤석열 대권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고하는 것이다. 고립무원의 처지로 정부와 여당의 압박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진 윤석열을 위해서 국민의힘이 움직이라. 그런데 국민의힘이 보기에도 더이상 윤석열은 이용가치가 없거든. 지금의 윤석열은 자기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설사 구해낸대고 대선후보가 되어서 진짜 대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너무 회의적이다. 한겨레 놈들만 지금 현실을 모르고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경향을 벌써 김종인으로 갈아탄 지 오래다. 서민과 김경율의 행보를 보라. 아마 유희곤도 더이상 윤석열의 전화는 차단해 놓지 않았을까. 경향에서 검찰발 단독이 많이 드물어졌다.

 

아무튼 아직까지 한겨레는 정상이란 것이다. 새삼스런 정의감 때문이 아니다. 박덕흠의 불의에 분노해서가 아닌 것이다. 원래 그런 놈들이 아니었다. 표창장이 중요하고 휴가연장이 더 중요했을 놈들이었다. 민주당 좋으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좋으라는 게 아니다. 아니 국민을 위한 것이기는 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신념이다. 자존심이기도 하다. 병신이란 뜻이다. 한겨레는 버러지의 다른 말이다. 

저들이 조국 전장관을 저토록 혐오하고 증오하는 이유인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감히 서울대를 나와서 고졸 대통령 밑에 있으려 한다. 서울대 교수씩이나 되어서 경희대 출신 대통령을 끼고 돌고 있다. 배신자다. 농담이 아닌게 사실 유시민이 창당까지 해가며 정치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한 이유가 자기라도 곁에 있어야 함부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들은 바 있었다. 무식한 놈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다. 아마 지금은 정의당도 쁘띠라고 녹색당 지지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 출신이면 서울대를 지지해야지. 서울대를 나왔으면 서울대와 함께 해야지. 그리고 당시 대부분 서울대 출신, 이른바 엘리트라 불리는 이들은 한나라당에 있거나 아니면 자칭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니까 차라리 엘리트답게 한나라당에 가 있거나, 아니면 그래도 배운 티 내며 다니는 자칭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배신이다. 그래서 조국 전장관이 저토록 잔인하게 아군 하나 없이 찢기고 짓이겨져야 했던 것이었다. 그동안 인간적인 교류나 유대가 전혀 없지 않았을 것임에도 자칭진보 가운데 누구도 조국 전장관이 편에 서지 않았었다. 그에 비해 나경원은 어떤가. 나경원이야 말로 저들이 바라는 서울대다운, 엘리트다운을 정석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자칭 진보라면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검찰의 똥을 빨아야 하는 것이다.

 

그토록 여성이라면 입에 거품을 무는 여성주의자들이 현정부의 여성장관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냉소와 적개심만 보이는 이유도 같은 것이다. 말했지 않은가. 한국 여성주의는 엘리트들의 유희라고. 엘리트가 아니더라도 엘리트답게 해야지만 여성주의의 주류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엘리트란 역시 나경원이다. 서울대 출신에, 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판사를 역임하고, 주류정치인으로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도 역시 혈통부터 남다른 박근혜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민주당은 어떤가. 그런 오물구덩이에 몸담고 있으니 권인숙조차 하찮게 여겨지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듯 여겨지면 계약직 방송인도, 여전히 가부장적 남성주의가 지배하는 검찰에서 어렵게 싸워나가는 현직검사도 모두 여성을 배신한 반역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들이, 심지어 자칭 진보들조차 여성문제에 있어 민주당에 대해 편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민주당에 몸담은 순간 여성은 더이상 여성이 아니다. 생물학적인 여성일 수 있어도 사회적인 여성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수정도 당당히 국민의힘에 몸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여성이라면, 더구나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여성 엘리트라면 걸맞는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윤미향 의원의 재산이 수 천억 쯤 되었다면 과연 저들은 윤미향 의원을 저토록 악랄하게 공격했을 것인가. 판사출신이었고 변호사 출신이었어도 저리 악의적으로 짓밟으려 들었겠는가.

 

그래서 류호정이나 장혜영 등 정의당 자칭 진보 자칭 여성주의자들의 행보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저들 자신은 엘리트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거든. 말하자면 우연히 선비들과 함께 어울리게 된 노비들과 비슷한 것이다. 에도 말고 사무라이 한 번 되어 보겠다고 정작 사무라이들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된 셋부쿠를 당연하게 하던 정치깡패집단 신센구미가 그와 닮아 있었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진정한 주류고 엘리트는 누구일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를 통해 이 사회를 이해하고 지배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괜히 서울대라는 타이틀 앞세우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민주당 인사들이 눈엣 가시인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가 친일파를 대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일 터다. 저것들은 바로 총으로 쏴서 죽여야 하는 월북자와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한기호 의원의 강경화 장관의 부부생활까지 언급하며 모욕한 발언은 분명 강경화 장관이 여성임을 겨냥한 것이었다. 남성인 남편이 같이 살아주고 있다. 여성인 장관이 장관이란 신분으로 일병이라는 격이 떨어지는 남성과 살게 되었으니 문제다. 장관의 남편이라면 장군 쯤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 마디도 없었다. 저 미쳐 날뛰는 여성주의자들이 정작 그런 발언에는 한 마디 비판조차 않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다. 추미애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조선일보 기자가 당당히 서민, 김경율에 국민의힘 영입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같은 편이다. 같은 부류들이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면 펄쩍 뛰다가도 국민의힘 3중대라 하면 조용해지는 이유인 것이다. 한겨레가 친민주성향의 어용이라 하면 미친 듯 날뛰다가 검찰의 따까리라 하면 또 조용해지는 이유인 것이다. 차라리 영광이다. 감히 검찰의 따까리라니. 엘리트거든. 대한민국의 주류들인 것이다. 서울대 나왔고, 검사라는 인정받는 신분을 가지고 있고, 막강한 권력까지 휘두르고 있다. 저들과 닮아야지 저들과 적대해서는 자신은 그저 민주당 같은 주변에 머물 뿐이다. 용납하지 못한다. 20년 집권이 필요한 이유다. 과연 지금 이 사회의 주류는 누구인가. 솔직해진 것이다. 버러지들이.

조선일보가 국민의힘 돕겠다고 서민과 김경율에게 영입을 제안했다. 그리고 아마 처음에는 김경율도 응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니까 김경율이 국민의힘으로 간다는 기사도 나왔던 것일 게다. 아직 이용가치가 다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엇갈리는 보도로 혼선을 빚게 되면 당사자나 언론이나 좋을 일이 없는 것이다. 아예 보도된 것처럼 국민의힘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들어가네 마네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만으로도 진보정부를 비판하는 진보인사라는 그들의 가치는 훼손되고 마는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반응이 영 좋지 않으니 바로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물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아예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라면 정치인도 아니고, 당직자는 더욱 아닐 기자가, 정치적 성향이야 누구나 아는 바였을 테지만 그렇다고 특정 정당을 위하겠다고 대뜸 영입제안부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 정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고 아예 기자가 특정 정당을 위해 영입활동까지 하는 것이 어찌되었든 그래도 지식인들인데 좋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만일 진짜 그랬다면 둘 중 하나다. 이런 일들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할 머리가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거나, 이런 정도를 문제로 여길 만큼 양심 따위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거나. 실제 둘 다였다. 아무리 자기 살자고 변명을 하는데 기자가 영입제안을 한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고 있었다. 그 기자가 무서워서 제대로 거절하지 못한 탓에 기사가 그런 식으로 나갔다는 말까지. 진짜 모르는 사이였던 것일까? 그러면 그것도 웃기는 건데. 제대로 얕보였다는 뜻 아닌가. 얕보인대로 행동했다는 것이고.

 

아무튼 상식적으로 초면인데 대뜸 그것도 기자가 영입제안부터 한다는 것은 서민이나 김경률 정도 지적 수준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점에서 평소 교류가 있었다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직접 친분관계를 맺었든, 아니면 간접적으로 다른 형태로 교류를 해왔든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서민, 김경율은 경향일보나 한겨레일보 같은 자칭 진보언론들과도 교류가 깊다. 자칭 진보지식인들과도 아주 교류가 없지 않다. 이들 언론들과 지식인들은 다시 정의당과 이어진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움직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평소 국민의힘과 강하게 유착되어 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와 서민과 경향일보와 정의당으로 이어지는. 수구와 진보의 카르텔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이 사회의 엘리트라 여기게 만드는 학벌이었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서울대 출신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따로 어울리고는 했었다. 노회찬과 유시민은 그것을 그리 같잖게 보고 있었지만. 아마 서울대 출신으로 그 모임을 거부한 것은 유시민 정도가 고작이었었다. 서울대 뿐만 아니다. 어찌되었거나 대부분 좋은 대학 나와서 학벌 만큼은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무리들이란 것이다. 그에 비하면 확실히 이전의 민주당은 학벌이란 면에서 그리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었다. 경희대 대통령을 끌어내리자. 예전부터 알음아름 듣던 이야기다. 고졸 출신이 대통령 되니 나라가 이 꼬라지다. 아마 지금 녹색당 지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의당도 쁘띠라고. 

 

결국 내 말이 다 맞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조선일보와 유착한 것이야 모두가 이미 아는 사실일 것이고, 아무리 그대로 조선일보와 저들 자칭 진보가 저렇게까지 유착되어 있었는가. 그렇다고 저들이 자칭 진보와 아예 단절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정의당의 행보 또한 그래서 아주 무관하다 여기기 힘들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차마 하지 못할 말을 정반대편에 있는 진보정당이기에 더 당당하게 대신 해주는 역할을 자임하는 듯 보일 정도다. 진짜 우연이겠는가. 그냥 우연히 서민과 김경율에게 제안했고, 우연히 정의당은 국민의힘이 하고픈 말만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인가.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된다. 저놈들은 원래 하나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고보니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국경이라는 개념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단한 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을 누군가 넘으려 한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로부터 어떤 허락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으로 국경을 넘으려다가 그만 국경을 경계하던 미국 경찰에 의해 사살당하고 말았다. 그러면 과연 멕시코 정부는 자국 국민을 사살한 미국 정부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국경을 무단으로 넘다가 걸린 밀입국자에 대해 사살도 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고지하고 있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것이 바로 주권이라는 것이다. 국경 너머는 상대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아무리 자국 국민이라도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을 벗어나 있기에 정부의 역할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양국의 국력 차이가 너무 크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멕시코 정부에서 자국 국경을 넘는 미국 국민은 모두 사살하겠다 선언했다면 미국 정부로서도 선택은 두 가지 뿐인 것이다. 멕시코 정부의 주권을 부정하거나,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전자의 선택이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바로 침략이고 전쟁인 것이다. 자국 국민을 살해하려는 너희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기에 너희 영토 안에서 우리가 의도하는 바를 강제로라도 이루겠다.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넘어왔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북한 군인이 판문점을 통해 넘어 올 때도 바로 앞에서 총격을 하던 북한 군인들이 해당 병사가 분계선을 넘는 순간 바로 철수하는 모습도 보인 바 있었다. 아무리 탈영병이고 조국의 배신자라도 분계선을 넘었는데 계속해서 총격을 가하다가는 자칫 한국 정부를 상대로 총격을 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 안이기에 그 안에서 군사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과연 북한군이 배신자를 잡겠다고 한국 영토 안에서까지 총격을 한다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 행위를 용납한다면 그건 더이상 주권국가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연평도 포격 당시 전시작전권이 없었음에도 북한군을 상대로 대응사격을 하는 것은 자위권 차원에서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누구도 북한을 상대로 포격을 가하고 상당한 피해를 입힌 한국군의 행위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월북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월북이라면 의도를 가지고 북한의 국경을 침범한 것이지만 표류라면 단지 사고인 것이다. 아무 의도 없이 자신과 상관없는 우연한 사고나 재해에 의해 북한 영토까지 떠밀려 온 이른바 난민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지배영역에서 재난을 당한 사람을 발견할 경우 인도적으로 구조하여 보호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국적인 규약에 따른 당사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의 의사가 아닌 속아서 넘어왔다는 류경식당 종업원들에 대해서만은 북한 정부가 아직도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국경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했던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속아서 남한으로 넘어 오게 된 경우란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북한으로 돌려보낼 의무가 있다. 물론 역시나 남북한간의 특수한 사정이 그런 인도적인 규약 따위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테지만 말이다. 그동안 의도하지 않은 표류를 월남이나 남파로 몰아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지 북한군과 마주한 상황이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워서 모면해보고자 급조해서 월북을 말했다는 것도 그래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표류했다고 말하는 순간 어찌되었거나 북한 당국에게는 피해자를 구조하여 보호한 뒤 절차를 밟아 남한 정부에 인계해야 할 인도적 의무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아무리 막나가는 북한 군부라도 표류자를 함부로 사살해야겠다 결정할 수 없었다. 최소한 더 위쪽에 먼저 물어보고 판단을 들은 뒤 그에 따르지 않으면 자칫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해상에서 발견한 불상자의 입에서 월북의사가 나왔고 따라서 의도하여 국경을 넘은 것이 확실해진 이상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북한 당국의 결정에 넘겨지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 북한 정부에 망명의사를 밝힌 것인데 받아들이든 말든 거기에 한국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인이 한국 정부에 망명을 요청해 왔는데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중국정부가 군대를 보내서 강제로 되찾아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설사 거짓이었어도 월북의사를 밝힌 이상 따라서 더욱 한국 정부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사라지는 것이다. 송환요청도 하지 못한다. 당사자가 북한으로 넘어가고 싶다는데 의사에 반해서 송환요청을 하는 것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어렵다.

 

워낙 오랜동안 상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차라리 총을 쏴서라도 말리려 했으면서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탓에. 당연히 넘어갔으면 환영해 주겠거니. 넘어왔으니 환영해 주겠거니. 그런데 중국인 밀항자들에게도 그러는가? 러시아인 밀항자들에게까지 그렇게 적극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히는가? 그나마 대한민국 정부가 온건한 편이라 아무일없이 추방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행하고 혹시 감염되었을지 모르는 중국인이 몰래 국경을 넘다가 발각되었으면 또 모르는 것이다. 자칫 접촉이라도 했다가 감염될 수 있으면 권한을 가진 선에서 판단하고 처리한 뒤 보고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중국이 항의하려면 한국 정부의 방침이 그렇다 말하면 된다. 단, 그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는 경우에만. 아닌 경우라면 김정은처럼 납죽 엎드려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한다.

 

아무튼 그래서 재미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군대 있을 때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통제를 시도하고 안되면 바로 쏴 버리라고 선임이나 지휘관으로부터 교육받았던 세대다. 당연하게 월북자 가족이면 연좌되어 차별받아야 하고, 월북자의 작품이면 어느것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여기며 자랐던 세대인 것이다. 하물며 월북자의 가족이 자기 가족 죽었다고 정부를 탓하며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경우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언론이 그런 월북자의 편을 들어주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가 월북자의 편에서 월북자도 국민이라며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월북을 시도하던 어느 국민은 군인의 총에 맞어 포상휴가와 기념비가 되어 사라졌다.

 

일단 월북자라는 점에서 동정심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고, 그런데도 오히려 정부탓을 하면서 정치권과 언론을 등에 업으려는 모습에서 다시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언론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하루 먼저 알아서 다 보도하고 있었다. 언론이 먼저 받아보고 그 다음에 대통령에게 전해진다. 월북의 증거가 있느냐? 자기들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당시 상황이 그래서 거짓말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의미없다. 거짓말이었어도 이미 한국 정부의 보호를 거부하고 북한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이상 처분의 권한은 북한에게로 넘어간다. 인도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 책임을 묻기란 많이 곤란하다. 더구나 당사자도 아닌 한국 정부임에야.

 

북한 정부의 책임은 하나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 북한 영토로 멋대로 들어오려 할 경우 자칫 사살당할지 모른다. 더욱 엄격하게 국경을 관리하여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월경자를 사살할 수도 있다. 아마 그랬다면 월북의 의사가 있어도 한 번 더 망설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말 없다가 느닷없이 월북자라 하니 마음놓고 쏴 죽였다면, 더구나 시신까지 훼손했다면 피해자 입장에서 너무 억울한 것이다. 죽을 줄 알고 간 것이 아니라 살려고 국경을 넘었던 것이었다. 딱 거기까지.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는 입장이면 또 이해가 다를 수 있다. 

역시나 경향일보까지 가세했다. 이 새끼들은 진짜 속이 너무 훤히 보여 귀엽기까지 하다. 정부의 대응이 부족했다. 하필 조선일보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이 썼다며 편지를 공개한 시점이다. 규탄하고, 진상규명 요구하고, 공동조사까지 요청했다. 해역에서 시신수색까지 벌이고 있는 중이다. 더 뭘 어쩔까? 정의당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경비정 격파하고, 편지에서 주장한 것처럼 군대라도 보냈어야 하는 것일까?

 

나라만 망할 수 있으면 뭔 짓이든 할 수 있다. 정권을 바꾸려면 일단 나라가 망해야 하고, 나라가 망하려면 코로나든 전쟁이든 뭐든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경비정 격파하고, 군대 보내서 월북자 데려왔으면 잘했다 칭찬했을 것인가? 그러면 또 그때는 평화의 수호자가 되어 무모한 모험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었겠지. 혹시라도 그로 인해 교전이라도 벌어졌으면 탄핵해야 한다 쌩난리를 쳤을 것이다. 광화문집회 역시 정부가 그냥 다 허락해서 집회가 크게 열리고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었다면 모든 비난은 정부를 향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자고 주장하는 거니까.

 

말했잖은가. 정의당과 진중권을 따로 봐서는 안된다고. 여전히 경향일보는 서민 등의 주장을 충실히 실어주고 있는 언론인 것이다. 그 경향이 정의당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중이다. 심상정이나 경향이나 한겨레나 진중권이나 서민이나 홍세화나. 그동안 평화로 코스프레하던 것마저 거침없이 내던진 채 오로지 정부 망하라는 한 가지 목적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민주정부 망하는 것이 곧 진보정치의 실현이다. 달라지지 않았다. 버러지새끼들이다.

그러고보니 예전 일할 때 기억이 떠오른다. 점심시간이었다. 휴게시간이라 당연히 사용자의 지시와 통제로부터 벗어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더운 여름이라 작업복까지 벗고서 당당히 회사 안을 활보했다. 과장이 부르더라.

 

"윗 사람들 보기 안 좋으니 쉬는 시간에도 복장은 제대로 갖추기 바란다."

 

그러니까 점심시간이었다고. 사용자가 지시와 통제를 할 수 없는 고용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나 자신으로 돌아간 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재계약은 언제나 소중했으니까. 계약직이 계약연장이 안되면 그 날로 바로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냥 그때 들이받고 그만둔 뒤 다른 일을 알아보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데. 그래서 바로 잘못했다고 말하고 다시는 안그러겠다 약속까지 했다. 그래서 과연 내가 뭘 얼마나 잘못한 것인가.

 

뉴스에도 나온 적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쉬는 시간에 경비실에서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그것을 입주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태클거는 바람에 시설도 열악한 휴게실에서 강제로 쉬거나, 아니면 경비실 밖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도 이번에 알았는데 아파트 경비원들은 쉬는 시간에도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못하더라. 휴게시간인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아파트 단지 안에서 쉬도록 강제당한다. 그리고 휴게시간인데 입주민이 와서 뭔가를 요구하거나 시키면 또 따라야만 한다. 그래서 휴게시간이니 내 권리 챙기겠다고 하면 바로 한 마디 돌아온다. 관리비에서 월급 나가는 건데 고용주인 입주민을 대하는 자세가 잘못되었다.

 

결국은 태도 논란이다. 추석에 고향에 가는 것도 자제해 달라고 정부에서 권고한 것은 자칫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괜히 한 자리메 모였다가 감염이 크게 확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이 추석이라고 고향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배아파서가 아니란 것이다. 어디 놀러가는 게 싫어서 여행도 자제하라 한 것이 아니라 괜히 여행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돌아올 경우 또다른 감염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이다. 설마 개신교가 싫어서 대면예배를 금지하고, 어차피 그동안도 마음대로 모여서 하고 싶은대로 다 떠들던 태극기집회가 갑자기 불편해져서 하지 말라 아예 광장까지 틀어막았겠는가. 그런데 아무도 없이 혼자서, 더구나 미국으로 가서 요트를 구매하고 동해안을 항해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배 안에 거의 혼자 머무느라 자체적으로 자가격리까지 하게 될 것인데다, 무엇보다 그러는 동안 국내에 돌아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뒤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으로 요트사러 가서 항해까지 하는 그 어디에 코로나19의 방역과 직접 관계가 될 부분이 있는가.

 

그래서 집 팔고, 차 팔고, 대출까지 받아서 산 요트값 2억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일 게다. 어떻게 2억이란 돈을 마련했는가는 빼놓은 채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꽤 많은 액수일 2억을 전면에 내세워 위화감을 조성한다. 그런데 이일병씨가 돈을 마련한 방식대로면 나 역시 2억까지는 무리더라도 그 반절 정도 되는 요트는 한 대 살 수 있을 법하다. 다 팔고 다 비우고 오로지 오랜 꿈을 위해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해외로 나가 바라던 요트를 사려 한다. 항상 이런 식이다. 정의연 때도, 조국 전장관 때도, 추미애 장관 때도, 결국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게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만 떼어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인 것 마냥 부풀려 기사를 쏟아낸다. 그래서 뭐가 범죄고, 뭐가 부정이고 비리며, 뭐가 부도덕이고 비윤리인가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그냥 감정적으로 보기 안좋으니까. 감정적으로 내가 싫으니까. 어쩌면 솔직할 것이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서 참언론인을 목표로한다던 강병수 기레기가 했던 말처럼,

 

"정부는 무조건 틀렸을 것이다. 무조건 잘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까발려야 한다."

 

그러니까 하다하다 공관 4천 평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공관 부지 4천평을 강경화 장관 혼자서 다 쓰는가? 공관 400평을 강경화 장관의 가족이 다 쓰고 있는가 말이다. 더구나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한다면 저 넓은 바다에 비하면 4천 평은 너무나 좁은 것이다. 때로 오토바이를 타고, 때로 차를 타고, 그리고 이제는 요트를 타고 저 넓은 세상을 누비던 사람에게 4천 평이 그리 넓은 평수일까? 무엇보다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기 집도 아닐 텐데 평수가 갑자기 앞에 나온다. 그냥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내가 진중권, 김경률, 서민, 혹은 심상정 나부랭이들은 더이상 지식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나마 감정은 낫다. 감정은 이성의 결론이다.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한 뒤 그를 행동으로 옮길 때는 감정의 에너지를 빌린다. 어째서 시민들은 박근혜가 밉고 싫다고 그 추운 거리로 쏟아져 나가 촛불을 들었었는가. 그래서 무엇이 그토록 그를 미워하고 싫어하게끔 만든 것인가. 논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인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보편적인 어떤 규범과 이해를 침해했기에 마땅히 그에 대해 분노하고 단죄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막연하게 싫다. 막연하게 밉다. 그래서 박근혜 동정론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알고 보니 박근혜도 불쌍하더라. 박근혜도 억울하더라. 제대로 사고하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그저 남들이 싫다 밉다 하니 나도 덩달아 싫고 밉다.

 

그래서 지인을 통해 자식 좋은 대학 보내겠다고 인턴 좀 한 것이 뭐가 문제란 것인가. 그 과정에서 부정이나 비리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냥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라고 인턴 좀 도와달라 했다면 그게 그리 큰 잘못일 수는 없는 것이다. 군 규정에 휴가를 더 연장해 써야 할 이유가 있다면 자기 휴가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90년대 군대에서도 굳이 복귀할 수 없는 사유가 있으면 부대장에게 사전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으면 되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아들이니까. 당연히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니다. 아무나 무릎수술을 받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복귀날까지 회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나쁜 경우도 드물고, 그런 때 부모 말고 믿고 부탁할 보좌관씩이나 있는 경우는 더 없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결혼하고 다섯 번 집 산 것도 문제란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 주고서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쉼터 관리하게 한 것도 잘못이란다. 왜? 이유는 없다. 내가 보기에 안 좋다. 남들 보기에도 안좋다. 그렇게 만들고야 말겠다.

 

그래서 박덕흠의 3천억 이해충돌보다 요트사러 미국 간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보기 안 좋으니까. 수십억 재산을 속이고 신고한 것보다 아들 휴가연장 규정대로 한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보기 불편하니까. 그 이상 아무것도 없다. 너는 못했지? 너는 안해봤지? 그러니까 분노하라. 그러니까 증오하고 원망하라. 여행금지가 아니다. 지금도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다만 현지에서, 그리고 돌아와서 자가격리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그것까지 감당하기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그리 녹록치 않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다 감수하겠다고. 달리 특혜를 누린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주어진 권리 그대로를 그런 모든 것까지 감수하며 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고 너는 할 수 없다. 딱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정의감이라 생각한다. 어째서 노인이 앞에 있는데 젊은 놈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가. 내가 이후로도 노인들에게 어지간해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이유다.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서 조퇴하고 집에 가는 중인데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식은 땀 뻘뻘 흘리는 어린 학생을 그런 식으로 윽박질러 일어서게 한다. 비틀거리는데 어린 놈이라고 또 한 마디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딱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어딜 감히 내 돈으로 월급 받는 아파트 경비원 주제에 쉬는 시간에 보기 불편하게 의자에 편히 늘어져 있는가. 에어컨도 못참겠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면 내가 싫으니까. 내가 불편하니까.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미국으로 요트사러 간 행위가 방역에 어떤 피해를 주었다는 것일까? 그리고 이미 성인인 남편이 공인이 아님을 스스로 선언하고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그것이 장관인 아내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그래도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언론이 좋아라 저 지랄들인 것이다. 진짜 정의감에서 그러고 있다면 진심으로 한국 공교육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한국의 가정교육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잘못 가르친 탓이다. 아니 제대로 가르친 결과인지 모르겠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지 마라. 남 잘 되는 건 절대 참아서 안된다. 작년 그리 조국 전장관을 비난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대학생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댓기자' 같은 물타기 채널 보고 괜한 기대 같은 거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정부는 잘못하고 있다. 민주정부가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틀렸을 것이다. 그런 예단이 논리가 되고 정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를 위해 끼워맞추려 결국에 여행자제권고마저 강제로 금지하는 법적 규제가 되어 버린다. 4천 평 공관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너희는 틀렸고 잘못했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부역하는 놈들이 바로 자칭진보들인 것이고.

 

아무튼 KBS가 크게 한 건 했다. 윤석열이 오랜만에 힘 좀 썼다. KBS 기자들 한동훈이 민사소송 걸었다더니만 한겨레 하어영 때 그랬던 것처럼 아무일없이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진짜 한국 공교육의 문제인 것일까? 가정교육 전반의 문제인 것일까? 되도 않는 일로 다시 언론이 총발기한 상태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문제를 만들려 어떻게든 이유들을 끼워다 붙인다. 민주당이 잘못했다. 너무 인정이 빨랐다. 똥같은 상황이다. 빌어먹을 것이다.

지난 총선 직전부터 심상정의 목표는 한결같았다. 문재인을 탄핵하고 민주당 정권을 거꾸러뜨리는데 앞장섬으로써 언론과 보수정권으로부터 인정받고 진보정치의 지분을 자기들이 가져가겠다. 그래서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부당한 공격이었음을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정의연 공격에까지 동참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정책에 협력했던 김재련과 연대하여 박원순의 삶 자체를 말살하려 들었었다. 그래야지만 보수가 장악하고 있던 여성주의 진영으로부터도 정의당이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 심상정만의 생각은 아닌 것이 예전부터도 그랬었다. 민주당이 원래 자신들의 것이었어야 할 진보의 지분까지 부당하게 빼앗아 가 버렸다. 민주당이 진보의 지분까지 차지하고 있는 탓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말았다. 무엇보다 민주당으로 인해 민주당 2중대라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함께 언론의 공격까지 받게 되었다. 원래 진보진영 대부분이 학벌도 좋은 엘리트들인데, 정작 그 엘리트집단으로부터 민주당의 아류라며 경멸과 조소까지 사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민주당부터 박살내야 한다. 민주당 정부부터 거꾸러뜨려야 한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내내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과 손잡고 있었고,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도 심상정은 집요하게 노무현 전대통령을 공격했던 것이었다. 그래야지만 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언론과 보수진영에서 자신들을 보아주고 인정해 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그만 그런 심상정의 계산이 코로나19로 인해 박살나고 말았다. 계산대로라면 대구에서 신천지로 인해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박살나야 했을 텐데 오히려 자기들만 박살나고 만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현정부와 민주당을 인정하고 물러나야만 하는가.

 

그래서 지난 개천절집회부터 정의당이 필사적으로 집회의 자유까지 들먹이며 집회를 허락해야 한다 주장했던 것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일 것을 알고, 그 가운데 코로나19의 확산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난 광화문집회 당시 보수진영과 언론이 노렸던 그대로 정의당 역시 개천절집회를 전면허용하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러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니 드라이브스루 집회는 괜찮지 않겠는가.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러니까 개천절집회는 이렇게 흐지부지 끝났으니 다음 한글날집회에서 제대로 승부를 봐야겠다. 그리고 그런 정의당의 입장에 호응이라도 하듯 바로 직전 KBS에서 강경화 장관 남편이 미국으로 요트사러 떠난 사실을 단독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개천절집회는 막으면서 어째서 장관 가족은 이 시국에 해외로 요트사러 나갈 수 있는가. 심상정의 논평이 전에 없이 지독하다.

 

결국 이 모두가 하나라는 것이다. 법원이 허락했음에도 경찰이 광화문광장을 아예 차단한 탓에 의도했던대로 충분히 코로나19를 재확산시킬 수 없게 되었다. 수 만의 사람이 모여서 아예 당국에서 추적할 수 없도록 더 악랄하게 코로나19를 재확산시켰어야 했는데 그 의도가 좌절되고 말았다. 그래서 명분부터 만든다.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집회와 개인적인 여행이 절대 같을 수 없음에도 같은 것으로 만든다. 일인시위가 일인시위가 아닌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수 만의 군중이 집단으로 하려는 일인시위와 연관지어 이야기하려 한다. 그러니까 한글날집회는 허락하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광화문 광장을 열라. 그래야 국민이 죽고 나라가 망하고 정부를 거꾸러뜨린다. 그래야지만 더이상 민주당 2중대소리를 듣지 않고 원래 같은 부류였던 주류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자신들의 진보정치도 할 수 있게 된다. 

 

심상정의 발언이 힌트였다. 그리고 여러곳에서 굳이 강경화 장관 남편의 경우를 개천절집회와 결부지으며 한글날집회로까지 논리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KBS가 총대를 맸던 것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뒤에 검찰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검찰이 원하면 얼마든지 인터뷰도 왜곡할 수 있고, 오보를 내고 바로 인정하며 사과할 수도 있다. 그러려고 파업했던 것이었다. KBS에서 정상화를 외치며 파업하던 놈들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적폐의 연대다. 검찰과 보수야당과 언론과 그리고 자칭진보들. 한글날 집회를 통해 반드시 이번 겨울에는 이 나라를 끝장내자. 국민을 끝장내자. 그래야 문재인을 탄핵하고 민주당을 거꾸러뜨릴 수 있다. 아니면 180석 의석의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모든 개혁들이 이루어진다. 박병석도 아마 들은 것이 있지 않을까. 민주당 내부에도 그렇게만 되면 개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기대하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박용진과 김남국 같은.

 

어째서 하필 이 시점이었을까. 굳이 개인의 사생활을 그렇게 부풀려 보도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무엇보다 금지가 아닌 자제권고를 금지처럼 과장해서 보도한 부분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금지했는데 나갔다. 국민의 권리인데 집회를 원천봉쇄했다. 두 가지 사실을 대비한다. 그리고 비스한 무렵 다른 언론도 다 보도하는 보수야당과 검찰에 불리할 수 있는 보도를 KBS는 전혀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정의당이 어디로 가려 하고 있는가. 나라가 망해야 저들이 산다. 코로나19가 만든 절박한 상황이다. 아니길 바랄 뿐이지만.

내 행동은 내가 판단해서 결정한다. 누가 그러라고 해서가 아니다. 누가 그런 행동을 보여서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결국 판단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보니 불편하다. 사회적 모범이라? 나는 아이가 아닌데? 그 사람은 내 부모도 선생도 아닐 텐데? 나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위도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없도록 나 스스로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외부활동도 줄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접촉도 최소화해야겠다. 내 판단이다. 내 결정이다. 나 스스로가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좋다고 이익이 된다고 여긴다. 정부든 언론이든 단지 그 판단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이나 할 뿐이다.

 

혹은 그럼에도 나는 여행을 가야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반드시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봐야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는 때려죽여도 마스크는 쓰지 못하겠다. 그냥 코로나19 걸리고 말지 죽는 게 무섭다고 집안에 움츠려만 있지는 못하겠다. 그런데도 정히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그때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니 2.5단계니 하는 것들이다. 그 가운데는 법으로 금지하는 행동도 있고, 금지까지는 않지만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권고나 주의도 명령으로 바뀌게 된다. 강제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당국에서 충분한 정보와 주의를 준 위에서 자기가 알아서 판단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관 남편이라 뭐라고? 국회의원은 다르다. 장관도 역시 다르다. 그들은 공직자다. 공적인 역할과 그를 위해 위임된 권한 만큼 상당한 공적 책임과 의무가 지워지는 자리인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공적인 지위에 있는 만큼 당연히 감당해야 할 대가인 것이다. 아내가 장관이고 남편이 국회의원이라고 그들이 뭐 다른 존재라도 된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신분사회였을까?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시민과 다른 역할과 책임과 의무를 강요받는다. 더 엄격한 역할과 책임과 의무가 강제되어야 한다. 정상이라 여기는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도 그래서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딱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공직자는 공직자로서, 유명인은 유명인으로서, 그냥 개인이라면 개인으로서. 가족까지 공직자는 아니란 것이다. 장관 가족이 장관이 아니고, 국회의원 가족이 국회의원이 아니다. 도지사 가족은 도지사와 별개여야 한다. 그러니까 나더러 장관 남편 하는 것 보고서 열심히 모범삼아 따라하라는 것인가?

 

그냥 아내가 장관인 것이다. 혹은 남편이 국회의원인 것이다. 다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가족 문제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를테면 홍정욱의 경우 딸이 마약을 밀반입한 만큼 다른 마약사범들과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남들처럼 엄격하게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았어도 여전히 비판이 가해지고 있을까? 그래서 아내가 장관이라고 어떤 특권을 사용했다는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에 지도층이란 없다. 권력을 위임받은 똑같은 시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대통령이 나보다 위가 아니다. 내가 장관의 아래가 아니다. 위임된 권한을 배제한 상태에서 그들과 나는 똑같은 대한민국의 구성원이고 시민일 뿐이다. 하물며 가족이야. 외교부 장관 남편이 나에게 뭐라고?

 

언론 기사 쓰는 게 우습다. 민주당에서 논평 내는 것도 같잖다. 언제부터 늬들이 그렇게 대단한 특별한 신분의 인간들이었는데? 다시 말하지만 그냥 아내가 장관인 평범한 은퇴한 시민이다. 뭐 대단하다고. 지랄들이다.

정의당 박원석이 제대로 짚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을 한 번 까보자는 것이겠지만, 결국 그것이 심지어 국민의힘조차 적극적으로 이 이슈를 쟁점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남편과 아내는 다르다.

 

처음 KBS가 보도하고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보인 반응이었다. 남편이 그러겠다는 걸 어찌 말리는가. 남자는 남자 입장에서, 여자는 또 여자 입장에서, 그렇게 아내의 사정따위 아랑곳않는 어쩌면 철없어 보이는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원래 남자가 다 그렇지.

 

박원석의 지적처럼 아직 한국사회에는 가부장적 가치와 질서가 강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아내는 남편에 귀속된 반면 남편은 아내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를 소유하고 지배하며 통제하는 위치에 있다 여긴다. 특히 여성이 공직에 나서는 경우 굳이 남편까지 걸고 넘어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아내라면 남편의 책임이지만 남편을 아내에게 책임지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아내의 행동은 남편에게 귀속되지만 남편의 행동은 아내와 별개다. 그러니까 공직자의 아내가 이런 시국에 해외에 나가 쇼핑을 하겠다 하면 오만 비난이 쏟아지지만 은퇴한 남편이 해외에 나가 평소 소원하던 요트를 사려 한다면 철없구나 비웃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남편의 나이도 문제다. 평생 교수를 하다가 은퇴한 뒤라는 것이다.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래서 뭘 할까? 어느 집 남편들처럼 돈 벌어보겠다고 경비원을 할까? 아니면 파고다공원에 나가 또래들과 장기나 두고 있을까? 어디 가서 친구들과 술추렴하며 시간을 보내겠는가? 학자 출신이라고 허구헌날 책만 보며 지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소원하던 요트를 사서 여행이나 하겠다는데 그걸 또 어떻게 말리나?

 

정서적인 문제가 그래서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국에 하필 장관의 가족이 해외에 요트를 사러 나가는가.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남편이 그러겠다는데 아내가 어찌 말리는가. 또 평생 일하다 은퇴했으면 그 정도 소원을 즐기는 것은 용인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언론만 미친 듯 떠들어대는 것이다. 기사 쓴 놈 아직 은퇴한 이후까지 생각할 정도로 - 아 그럴 필요도 없이 강남에 아파트 몇 채 물려받을 게 있으려나?

 

내가 요트구입을 위한 미국행에 바로 공감해버린 이유였다. 나도 그러고 싶다. 내가 못하는 것 한다고 질투하고 그러는 것 없다. 오래전부터 자기 능력껏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못하면 못하는 거라는 사고가 뿌리부터 박혀 있다. 그런 건 불공정도 불평등도 아니다. 그냥 서로가 선 위치가 다른 것이다. 내가 저들처럼 될 필요가 없고 저들도 나처럼 살 이유가 없다. 그런 서로 다른 위치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라는 것이다. 나도 나이먹으면 저렇게 살고 싶다. 그런데 무리겠지? 남이 산 요트에 슬쩍 낑겨서 일본이라도 갔다 왔으면. 구질한 바람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강경하고 국민의힘이 소극적이다. 당연하다. 이건 물어봐야 남는 게 없는 이슈인 탓이다.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민경국이 미국에 있고 황교안도 미국에 가려는 중이다. 물론 언론은 절대 보도하지 않을 것이다. 민경욱이 미국에서 하는 짓거리보다 요트가 더 문제라는 게 KBS의 태도이니.

 

한편으로 이 또한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남편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내도 남편과 상관없이 자기 행동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또 내조라는 게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에 기대는 것이다 보니. 안타까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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