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악화가 양화보다 싸기 때문이다. 금이 절반 섞인 금화가 금이 90% 섞인 금화보다 당연히 더 싸다. 어차피 둘 다 똑같은 금화 하나의 가치라면 금이 절반만 섞인 금화를 화폐로 쓰고 90%짜리는 녹여서 다른 데 쓰는 것이 훨씬 이익인 것이다. 하다못해 90%짜리 금화를 녹여서 새로 절반짜리 금화를 만들어도 그 두 배 가까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통용되는 가치가 같다면 더 싼 쪽이 사용자 입장에서 더 이익인데 악화가 아닌 양화를 일부러 쓰는 쪽이 오히려 더 이상할 지경인 것이다.
전투에서 져서 50보 도망간 병사가 있고 100보 도망간 병사가 있다. 그래서 다 똑같은 놈이라고 둘 다 처벌했다. 그러면 다음에 혹시라도 전투에서 지게 되면 병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당연히 어차피 벌받는 것은 같은데 그냥 모두 100보 도망치고 마는 것이다. 50보 도망쳐도 100보 도망친 것이나 처벌받는 정도가 같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50보 더 도망치는 것이 병사 자신을 위해서도 이익인 것이다. 그래서 명나라 말 후금과의 최전선에 있던 무장들 다수가 전투에서 패하면 처벌이 두려워서 아예 항복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명으로 돌아가봐야 싸움에서 졌다고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 텐데 차라리 항복을 하는 쪽이 목숨도 구하고 잘하면 영화도 누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었던 때문이었다. 특히 후금을 막는데 큰 공을 세웠던 원숭환이 아예 저자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한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똑같이 썩은 놈들이다. 똑같이 기득권이고 가진자의 편이다. 그래서 2찍 진보들이 윤석열의 집권을 방관한 결과가 과연 어떠했던가. 혹시라도 이재명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 윤석열의 반노동자, 반소수자, 반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문제성 발언들에 대해 철저히 침묵한 결과가 과연 무엇이었는가. 하긴 민주노총이 간첩몰이 당하는 상황에서도 심지어 민주노총 자신조차 대놓고 윤석열 정부를 적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상관없는 이야기이기는 할 것이다. 정의당도 한겨레도 그 말많던 자칭 진보 지식인과 논객들도 그 상황에 철저히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국민의힘도 문제지만 민주당도 완전무결하지 않으니 이놈이자 저놈이나 그래서 투표를 포기하겠다. 혹은 그냥 아무나 찍겠다. 그래서 실제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재미있는 것은 그런 주장을 하는 인간들치고 자기가 윤석열에 투표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을 지지한 것은 후회하고 반성하는데 윤석열에 대해서는 절대 그런 것이 없다. 자기가 윤석열을 지지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민주당이 잘못한 것이다. 민주당이 자기로 하여금 윤석열을 지지하게 만들었으니 그 모든 것은 민주당의 책임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민주당이 싫어서 이준석을 지지한다. 주권자가 아니다. 자기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 그냥 떠밀려서 그리 된 것이다. 자신마저 대상으로 객체로 만든다. 결국은 현실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서의 자신이 현실에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권리는 행사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 그 권리라는 것도 구체적인 무언가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인상과 감정을 위한 것이다. 그냥 비겁한 것이다. 책임지기 싫으니 다른 무언가에 그 책임을 돌리려 한다.
아무튼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에서 완전무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완전하게 선하고 무결하게 정의롭고 고고하게 도덕적인 존재란 인간세상에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설사 존재하더라도 그런 사람이 정치따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른바 성인이라 불리우는 부처나 공자, 예수와 같은 이들만 봐도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사정따위 전혀 고려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오롯이 곧고 올바른 하나의 진리와 정의만을 추구하는 이들이었기에 그렇지 못한 타자에 대해 한결같이 가차없는 모습을 보였었다. 당연히 그런 이들에게 정치를 맡긴다고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는 것이다.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적당히 추악하고 적당히 탐욕스럽고 적당히 저열하고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야비하고 적당히 음험한 현실의 존재들을 긍정하지 않고서는 정치따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가운데서도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최선을 주장하는 것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타협 가능한 최선의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주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합격점은 줄 수 없다. 어차피 똑같은 낙제더라도 상대평가에서 조금 더 낫다면 그쪽이 더 나을 수 있다.
진화에 있어서도 하나의 형질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비율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주 오래전 아시아인의 조상이 시베리아의 설원에 갇혔을 당시 구성원 가운데 유전적 형질의 차이는 그냥 외모에서 각자 조금씩 차이가 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그런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한 유전자가 있었기에 그 조금의 차이가 수 백, 수 천, 수 만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예 지배적인 형질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101대 99의 차이가 결국에 199대 1의 차이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차이라 해도 그 작은 선을 무시했을 때 선은 자랄 수 없고, 아주 작은 악이라 해서 그 악을 방치했을 때 악을 막는 것도 어려워진다. 기껏해야 100 가운데 1, 아니 1000 가운데 1이라 해도 더 선한 쪽에 힘을 실어주었을 때 사회는 더 선해지는 것이고 더 악한 쪽을 방치했을 때 사회는 더 악해지고 마는 것이다. 둘 다 똑같으니 누구도 선택하지 않겠다. 그것은 그냥 더 악한 쪽이 날뛰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에고다. 세상이 어떻게 되도 자신의 고집과 신념만 지키겠다. 자신만 고고하겠다. 그렇다고 딱히 더 선한 쪽을 선택하느냐면 어차피 그쪽도 똑같은 놈들이라는 것이다.
거대 양당이 둘 다 썩었으니 개혁신당을 선택하겠다. 이재명과 김문수 모두 문제가 있으니 이준석을 선택하겠다. 그래서 개혁신당과 이준석이 완전무결한 존재인가?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이념과 정체성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선이고 정의일 수 있을 것인가? 이놈도 저놈도 같다면 어차피 그놈들도 같은 놈들이다. 심지어 선거에서 당선되어서 무언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말한 그대로 에고다. 그래서 그들 다수에게서는 자기들 아닌 타인에 대한 무시와 혐오와 경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준석에게서 느껴지는 바로 그것들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는 에고. 그래서 이준석인 것일까? 아마 맞을 것이다. 같은 부류들이 만난다.
정확히 그게 맞다. 그냥 개혁신당과 이준석이 맞는 것이다. 자기가 민주당을 지지했었다, 자기가 문재인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지금 지지하는 것은 개혁신당과 이준석이다. 왜? 개혁신당과 이준석이 자기에게 더 맞기 때문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지향과 이념이 자신들의 그것과 일치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원래 민주당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맞지 않으니 불만을 가지게 되고 자신과 맞는 누군가를 찾아서 그를 대신해서 선택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들이 그렇게 실망하고 돌아서게 되었음에도 오히려 지지율이 오르고 당원도 늘고 있는 민주당의 현재가 그 근거가 되어 주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들이 민주당과 맞지 않았다. 차라리 개혁신당과 이준석과 더 맞았다. 그러니까 윤석열도 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기 싫으니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전력을 들어 그 책임까지 씌우려 하는 것이다. 비겁한 것이다.
결론은 무언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없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지겹기만 한 진부한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러면 아예 아무것도 선택하지 말던가. 그런데 결국 선택해 놓고 다른 누군가를 탓한다. 다른 무언가에 책임을 돌린다. 그래봐야 지금 선택한 그놈이 그들의 수준과 지향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념과 성향과 정체성을 바로 한 눈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은 그저 합리적인 중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준석이 중도면 트럼프도 히틀러도 스탈린도 전두환도 박저희도 모두 중도가 된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진짜 극좌가 될지도 모르겠다. 웃기지도 않는 것이다. 하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