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박정희조차 유신 이전까지 자신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겠다고 대학 경내까지 군과 경찰을 밀어넣는 걸 주저하고 있었다. 대학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이 대학인 이유는 바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까지의 중등교육과 대학 이사의 고등교육이 구분되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의 통제와 관리 아래 이루어지는 중등교육과 달리 고등교육은 주체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선택과 판단과 규율 아래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대학은 항상 자유로웠고, 바로 그 자유를 통해 대학들은 학문을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그를 위해서 이미 초창기 대학들부터 학생과 교수의 길드가 만들어지고, 대학 스스로가 세속 및 종교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강력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경우 그러한 대학의 권위와 자율성을 직접 침해하는 것은 상당한 금기로 여겨져서 어지간하면 지켜지고 있었다. 하물며 자유와 개인을 중요시하는 근대의 민주국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대학에서 교수와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학문적인 견해와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따라서 대부분 시대에 대부분 정상적인 국가들에서 당연하게 용인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학이 현실의 권력자의 미움을 사서 신변에 위협을 받는 저명한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한 경우도 적지 않았었다. 그러면 또 대학의 보호를 받는 반체제인사들에 대해서도 자유를 중요시여기는 특히 서구의 국가들은 그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근대 인류의 지성과 양심과 사상과 철학은 인류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와 체제까지 바꾸는 변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게 대학은 그 중심에 있었고 그것을 알기에 더욱 현대의 정상적인 국가들 대부분은 그러한 대학의 권위와 자율성을 적극 보호하는 편이다. 교육의 내용이나 방식에 대해 공적인 관리와 조율이 가해지는 중등교육과 달리 온전히 대학에 모든 교육을 맡기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다. 그러므로 대학은 자유롭고 오로지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니까 박정희부터 대학 경내에 군과 경찰을 밀어넣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알고 있으면서도 저지른 것이었다. 그것이 박정희와 전두환이 독재자라는 이유일 것이고.
미국이 내세울 수 있는 수출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교육일 것이었다. 워낙 자유를 중요시여기는 나라인 탓에 미국의 대학교육은 세계에서도 감히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자유롭고 그때문에 수준 또한 매우 높다. 그래서 세계에서 현대에 최첨단을 달리는 지식과 정보를 배우기 위해 미국의 대학들로 몰려드는 것이다. 그들이 미국의 대학들에서 등록금으로 지불하는 돈과 미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지출하는 돈만 생각해도 미국 경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미국의 대학에 들어간 유학생들을 단지 정부가 보기에 불편한 주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내쫓는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받을 권리 자체를 박탈한다. 그들은 이미 미국의 교육서비스를 돈을 내고 이용하는 소비자들일 텐데. 무엇보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대학에 대해 단지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강제이고 억압이다.
더 웃기는 건 그럼에도 그런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짓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대한민국의 현역 대학생이거나 대학교육을 마친 청년들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긴 지금 2030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박정희와 전두환의 독재를 그리워하고 있기는 하다. 4050 운동권세대들이 쓸데없이 대한민국을 민주화시켰다며 분노와 반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화라는 말이 조롱의 뜻으로 쓰인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대학도 공권력의 통제 아래에 놓여야 한다. 대학생들도 정부가 허락하는 주장만을 해야 한다. 내가 가장 어이없어 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납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6070 늙다리들을 제외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그를 옹호하고 최소한 침묵했던 세대가 누구였는가 떠올리면 바로 답이 나온다. 그런데도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가 공정과 자유라는 것이 어이없을 따름이다.
아무튼 흥미롭다.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시위라는 행동을 통해 표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얼마든지 억압할 수 있는데 야동을 보는 것을 억압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적표현물에 대해서까지 무제한적인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문득 1970년대 말 일본에서 포르노를 성인비디오라는 이름으로 허용한 배경을 떠올리게 된다. 1980년대 한국에서도 에로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지던 이유이기도 했다. 얼마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인가.
민주주의란 얼마나 취약한 제도인가. 하나의 체제와 구조가 근본부터 무너지는데는 아주 작은 그러면서 너무나 적은 노력과 시도만이 필요할 뿐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저런 병신짓거리를... 아, 스위치2 가격 비싸진 것 보고 분노하는 놈들이 보이기는 하더라. 딱 그 정도 수준이다. 민주주의란 그런 점에서 인간과 아주 맞는 제도는 아닐 것이다. 병신들이 너무 많다. 한숨만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