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조정을 뜨겁게 달구었던 예송논쟁은 사실 왕의 존재와 정체에 대한 것이었다. 왕은 사대부 가운데 하나인가? 아니면 사대부와 다른 특별한 존재인가? 그러므로 왕은 사대부와 같은 예법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사대부와는 다른 왕만의 예법을 따르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경종과 영조에 이르러서는 왕마저 같은 당론을 따르는 당여로 여기는 인식마저 나타난다. 영조 때 노론은 경종에게 군신의 예가 없다며 능앞을 지나치면서도 말에서 내리지 않았던 어느 사대부가 그 한 예일 것이다. 반대로 소론 역시 마지막까지 영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반란까지 일으켰다가 영남유림이 아예 박살이 나기도 했었다. 보리문디가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고대에 왕이란 곧 신이었고 신의 자식이었다. 보통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였다. 그래서 천자였다. 그냥 하늘 그 자체라는 뜻이다. 하지만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던 진승과 오광의 외침처럼 역사를 통해, 아니 당장의 현실을 통해 황제라고 처음부터 존엄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이미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황제의 존엄은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거기서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황제를 받들고 돕고 따르는 이들이 황제를 존귀하게 만든다. 그것은 백성일 수 있고 대신일 수 있고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황제의 권력이란 그런 모두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아주 원시적인 단계의 주권재민일 것이다.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 백성을 평안케 하고 나라를 부강케 하는 것은 지극이 당연하고 옳은 것이며 그것은 사대부가 마땅히 지켜야 할 책무였다. 황제 또한 천하를 위한 존재라면 따라서 마땅히 사대부와 마찬가지로 성인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황제 또한 사대부여야 한다. 당연히 중국에서는 이따위 소리 했다가는 자신은 물론 처가와 외가까지 구족이 죄다 몰살당할 중죄로 취급되었다. 그래서 유교의 발상지라지만 중국에서는 명청대까지도 황제는 일반 사대부와 다른 예법을 따르고 지켰었다. 황제는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지 어딘가에 속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중국보다 더 유교의 원리에 충실하고자 했던 조선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성리학적인 이상국가를 추구하며 왕에게도 성리학의 원리를 강요하던 조선이었기에 왕을 성리학의 원리에 종속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전혀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성리학적인 원리에 종속된 존재라면 따라서 왕은 사대부일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한 인식이 조선후기 예송논쟁으로 표면화된 것인데 당연하게 현종이 막 즉위했을 때는 통했다가 현종이 나이도 먹고 경륜도 쌓이고 나서는 예외없이 죄다 귀양엔딩을 맞고 말았었다.
전근대시대의 왕에 대한 인식도 이러했다는 것이다. 왕이란 다른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존재인가, 아니면 같은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특정 집단의 이해와 주장에 종속된 일부인가. 이를테면 중세 유럽에서 왕이란 또한 기사이기도 했었다. 그러므로 왕이란 누구보다 기사로서의 덕목에 충실해야 하는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이 왕이란 가장 뛰어난 기사여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점차 왕권이 강화되면서 왕이란 다른 기사들과도 귀족들과도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했었가. 그리고 나폴레옹전쟁을 치르면서 국민국가라는 것이 자리잡기 시작하자 왕이란 그러한 국민을 대표하는 가장 존엄한 시민이 되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 대통령이란 어떤 존재인가? 모든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존재인가? 아니면 주권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 특정한 이해와 지향과 주장을 대변하는 존재일 것인가?
이재명이 기자간담회에서 지껄인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현대 민주주의와 전혀 맞지 않는 그의 오만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말하고 싶은 이유인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모여 비슷한 정치적 견해와 이해와 지향을 가지는 정당이라는 결사를 만든다. 하나의 정당 안에서 모든 당원들은 대등한 존재로써 동지적인 연대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특정한 인물이 대표가 되어 다른 동지들을 대신하여 현실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고자 선거에 출마하여 공직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나의 정당을 대표하여 당원들의 의사를 대신하기 위해 출마하고 동지인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고 공직에 나서게 된 정치인에게 가장 우선해 지켜야 할 가치란 무엇일 것인가.
정치인이 당선되는 순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면 바로 당적부터 버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 이상 같은 정치적인 목표와 지향을 공유하며 실천하는 존재가 아닌 그와 상관없는 다른 국민들까지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면 오히려 이전의 당적이라는 것은 방해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거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서 당선되었다고 당적을 버리는 경우란 아예 없다시피 하다. 모르겠다. 그런 경우가 어딘가에는 실제 있는지.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정치인은 당선되고 나서도 당적을 유지하고 당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재명이 당원으로서 민주당 전당대회에 똥싸라 뒹굴어라 문대라 지랄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당원으로서 당적을 유지하면서 정작 당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더 이상 자신은 당원들과 대등한 동지적 관계가 아니고 당원을 초월한 국가적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 자기에게 당론을 강요하지 말라.
더 웃기는 건 자기는 더이상 정당에 구속된 존재가 아니니 당론을 강요하지 말라면서 자기의 달라진 입장을 정당에 강요하고자 당대표경선에까지 직접 개입하고 있었던 모순된 행동일 것이다. 자기는 당론에 구속되지 않는데 정당은 자신의 의사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는 당과 상관없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이게 뭐와 같느냐면 에도 막부가 들어서고 3대 쇼군인 이에미츠가 다이묘들을 불러놓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너희와 친구였고 동료였지만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쇼군가의 후계자였으니 더이상 그리 예우하지 않겠다며 한 번 덤빌테면 덤벼보라 으름장놓던 상황과 닮아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대통령이 되었으니 너희와 같은 신분이 아니다. 유시민도, 최강욱도, 최배근도 한결같이 증언하는 바일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 태도가 달라졌다. 그들 뿐만 아니라 일반 당원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더 이상 자기에게 필요가 없는 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절반의 당원을 버리고 갈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대하고 있다.
바로 이게 핵심이다. 원래 자기를 지지해서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어준 당원이고 지지자고 동지들일 텐데 그 가운데 일부를 자기 마음대로 선별해서 함께할 이들과 버리고 갈 이들을 구분하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과 동등한 동지로써 그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자기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마음대로 그들을 판단하고 구분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자기가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상대를 여기고 있었다면 그들에 대해 임의로 판단하고 버리고 갈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재명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당원과 지지자들을 따로 구분하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을 분리한 뒤 그들에 대한 린치까지 배후에서 지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버리고서 자기는 중도와 합리적인 보수의 지지를 받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그게 배신인데 배신이라는 생각조차 없다는 자체가 그의 현재 사고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는 왕이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자기는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존재다.
계몽주의 시대 유럽의 왕들이 말한 '국민의 공복'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이 국민적인 존재라는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었다. 자기는 귀족도, 부루주아도 아니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존재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그는 그런 모든 것들을 초월한 국민 앞에서만 존재한다. 아니 그 전에 계몽주의라고 하는 자체가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보내 온 유교경전들을 유럽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국민을 지배하는 이전과 다른 절대군주로써 왕의 존재를 재정의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차르가 러시아 인민의 어버이가 된 이유기도 했다. 모두의 대통령이란 그런 의미다. 대등한 관계로서의 당원을 무시한, 심지어 그를 선별할 수 있는 절대권력이다. 하긴 정작 모두의 대통령이라면서 그 안에 자신이 선별하여 버리고자 하는 이전의 동지들은 포함되지 않는 자체부터 그런 모순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선별하여 버릴 수 있는 권력이 민주주의 국가에 존재할 리 없다.
진짜 험한 것이 올라왔다. 안동에서 너무 험한 것이 성남으로 올라오더니 민주당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유시민과 김어준은 반성해야 한다. 내가 안철수가 사짜인 것도 바로 꿰뚫어 보았는데 이재명은 유시민과 김어준이 앞장서서 떠들어댄 통에 그만 판단을 위임해 버리고 말았다. 이래서 자아의탁은 안 좋다. 나랑 비슷한 과라면 내가 몰라볼 수 없었을 텐데. 그동안 쌔한 장면이 몇 번 있었음에도 특히 유시민의 안목과 판단을 믿고 호의적인 쪽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병신새끼다. 판단은 남에게 맡기는 게 아니다. 씨발 개좆같은 상황이다. 염병니미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