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도 비호감도 조사가 있었는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시 민주당 예비 대선후보 가운데 정동영이 아마 전국민적인 비호감도 자체는 가장 낮았을 것이란 점이다. 심지어 같은 민주당 지지지들로부터도 비호감도가 아마 가장 낮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이해찬과 유시민은 그야말로 욕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어차피 이명박이 이기는 선거이기는 했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이 처참무인지경이었던데다가, 심지어 당 지지율 낮다고 대통령 내쫓고는 아예 열린우리당 해체하고 민주당과 합당하는 병신짓까지 저지르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자기들은 실패한 정당이다. 실패한 정권이고 실패한 정치인들이다. 아예 그러고 스스로가 인정하고 들어갔는데 누가 그런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겠는가? 그럼에도 그동안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얻어 왔던 최소한의 득표조차 못하고 처참하게 박살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동안 민주당 후보에 표를 주던 이들 가운데 다수가 아예 투표장에를 가지 않았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이낙연은 당연하게 보수 유권자들로부터도 비토가 가장 적었던 당대표였다. 그리고 박영선 역시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울시장 후보였었다. 문제는 그토록 중도층과 보수층이 좋아 죽으려 했던 이낙연의 민주당 아래에서 정작 민주당 지지자들이 제대로 결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질 선거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더욱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던 결과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에서까지 참패하는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동네에서 참패한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원래 지지자들이 돌아섰거나, 아니면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했거나. 비슷한 결과가 2022년 지선에서도 나왔었다. 비호감도 높은 이재명이 뒤로 빠지고, 기존의 지도부가 물러난 상태에서 그 좋아하는 중도적인 인사들이 주도한 선거였었다. 그토록 민주당에서 다양성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하는 그놈들이 당권 잡고서 치른 선거의 결과는 또 어떠했을까?

 

김대중도 김대중만은 안된다는 유권자가 최소 과반은 넘었었다. 노무현 때도 노무현은 안된다는 유권자가 역시 최소 과반에 육박하고 있었다. 문재인도 2012년과 2017년 대선 초반 낮은 지지율로 꽤나 고생을 해야 했었다. 문재인의 경우는 비호감이 적은 대신 지지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다. 특히 2012년에는 어지간히 정치고관여층이 아닌 이상 문재인이라는 인물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은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을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된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그들을 위해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었다. 2찍 진보들이 그리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위해서 그동안의 교차투표까지 포기하고 민주당에 그야말로 몰표를 주었었다. 당시까지는 아직 유시민이 정의당 당적을 가지고 있어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았을 때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정몽준의 지지철회가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케 하면서 막판 집중투표로 아슬아슬한 신승을 가능케 했었다.

 

2022년 이재명이 선거에서 진 이유도 그래서 명확하다. 정작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비토가 심했었다. 아예 이재명만은 안된다며 상대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놈들이 최소 수 만은 나왔었다. 이놈들만 아니었어도 질 선거까지는 아니었었다. 다만 너무도 다행하게도 그놈들 나가고 나서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면서 이제는 그 빈자리를 거의 채우고 있는 상태다. 뭔 말인가? 더이상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민주당 후보는 안된다는 당원이나 지지자, 혹은 정치인들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 정치인이 자기당 후보의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손 놓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당원과 지지자들 모아서 상대당 지지하고 나서는 꼬라지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똥파리들 자신을 제외하더라도 그놈들의 난장으로 인해 등돌린 중도층까지 포함하면 이건 분명 이득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유권자들로부터 비토를 덜 받는, 비호감도가 낮은 정치인이 아니다. 아니 정치인 자신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도와 정치적인 지지도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사람은 참 좋은데, 평소 하는 말이나 내놓는 정책들은 꽤 괜찮아 보이는데,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지지하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거나 애매하다. 정치적인 지지라는 것이 반드시 상대에 대한 호감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닌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고관여층이 보기에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정치인은 물론 인간으로서도 흠결이 많은 것 같은 인사들이 연이어 선거에서 당선되는 경우도 보이고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한 지역구를 대표한다는 것은, 지자체장으로서 하나의 지역을 책임진다는 것은, 나아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맡긴다는 것은 인간적인 호감 그 이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우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층의 존재다. 반드시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강한 결집이 실제 그들의 지지가 투표로 이어지게 만들고 중도층도 끌어오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오히려 싫어하는 정치인이라도 다수의 유권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강하게 지지하고 있으면 그리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2022년 대선이 끝나고 그 결과에 당황한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려 10% 이상 계속해서 이기고 있다고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었는데 정작 결과는 0.7%라는, 자기만 다른 선택을 했어도 뒤집힐 수 있었던 수준이었다. 그래서 당시 여론조사가 선거에 악용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던 것이었다.

 

이미 4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 40%의 지지자 가운데 거의 절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당대표이기도 하다. 그런 이재명을 낙마시킨다고 민주당 지지층이 그를 중심으로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인가?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대선후보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데 과연 중도층은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저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김동연은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만큼도 급이 안 되는 인물이다. 중앙정치에 한 번도 나서 본 적 없는 주변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인물의 급을 따졌을 때도 과연 민주당에서 그를 대신할 만한... 아, 있구나. 추미애. 음, 추미애가 있었다. 국민의힘 곡소리 나는 이름일 것이다. 사실 이 정도 말고는 없다. 그래서 이재명이 비호감도 높다고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 할 이유가 민주당이나 지지자들에게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어차피 정치를 한다는 것은 비호감도를 쌓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모든 이들로부터 칭찬받는 이는 절대 선한 사람일 수 없고, 진정 선한 사람이라면 악한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마련이다. 정치를 하면서 자신의 이념을 선명하게 드러낼수록, 자신의 가치나 지향을 분명하게 보여줄수록, 그가 정치인으로서 보이는 행보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고, 당연히 모두가 하나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는 이상 그로 인한 비호감도는 쌓여가게 마련이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나 법안은 잊더라도 자기에게 불이익을 준 정책이나 법안은 절대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들이 말년에 가면 지지율이 급락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동안 해 온 일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이다. 더구나 한국 사람들은 원래 정치라는 자체를 혐오한다. 정치인이 정치하는 자체를 혐오하는 경우가 중도층일수록 오히려 더 많다. 그래서 정치인이 아니었던 안철수나 윤석열을 적극 지지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과연 이재명만이 아닌 다른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호감도와 비호감도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그래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 가운데 이재명보다 비호감도가 낮은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있기는 할 것인가?

 

의미없다는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비토가 존재하므로 이재명은 안된다. 그러면 그 대안은? 이준석은 무려 비호감도가 80%넘어가는 전국구 후보다. 지지자들이야 이정도로 비호감도가 높은 것도 능력이라며 좋아하며 지지하겠지만 그 비호감도는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유승민은 어떨까? 홍준표는? 요즘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김문수에 대한 비호감도는 어떨까? 그리고 당장 그리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번 만큼은 이재명에게 표를 주어야겠다. 이재명을 대통령에 당선시켜야겠다. 2심 결과와 상관없이 이재명에게 표를 주어 그에게 기회를 주어야겠다. 그게 실제 유권자들의 투표심리란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엄중한 만큼 판단 역시 개인의 호불호와 별개로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이 바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아니면 누구를 지지하려고? 원래 이낙연이면 좋겠다던 놈들이 바라는 수준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맞춰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싫으면 김문수 찍던가. 하긴 그러려고 그리 떠들어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김동연이 주의해서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삐끗 여론조사 결과를 오독하면 김두관 꼬라지 나고 만다. 자기가 민주당에서 비주류인 것을 인정하고 조금 더 인내하면서 기회를 노려봐야 한다. 진정으로 대통령까지 바라보고 있다면 비주류로써 어떻게 민주당 주류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기회를 보며 고민해 봐야 한다. 나는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경제관료로써 아주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의 성향에 자신을 맞출 수 있다면 또 하나의 대안으로서 충분히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명 이후가 불확실한 지금이라면 더 그렇다. 하여튼 별 병신같은 소리들 때문에 다시 이런 긴 글을 쓰고야 말았다. 비호감도 따지면 역대 민주당 후보 가운데 김대중이 최고였겠지. 다음이 노무현. 그러고보니 평가도 비례하는 것 같다. 어차피 민주당은 지지하지도 않는 놈들의 그냥 헛소리들이다. 가치도 없다.

김대중이 김종필과 단일화하고 사실상 연정을 꾸렸던 이유는 하나였다. 김대중 혼자서는 중도까지 아우를만한 확장성이 없다. 그러므로 보수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김종필과 손을 잡아야만 중도적인 충청의 민심과 더불어 김대중이 가지는 이념적 편향성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이 좌파였던가? 아무튼 김대중은 빨갱이라 믿는 사람이 그리 많았던 터라 김종필과의 연대는 당시 거의 필연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노무현 가지고는 안된다. 김민석이 김민새가 되어야 했던 이유였다. 확장성이 없고 오히려 대선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노무현으로는 더이상 안될 것 같으니 2002년 월드컵의 성공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으면서 재벌가 출신으로 보수층에서도 이미지가 좋은 정몽준을 영입해서 후보를 교체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단일화라도 해야만 한다. 그게 김민석 혼자 생각만도 아니었고, 당시 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말 좀 한다는 인간들은 거의 떠들던 이야기였다. 참고로 정몽준과 단일화해서 대통령후보가 되자마자 그렇게 단일화해야 한다던 놈들이 재벌친화적이네 뭐네 바로 태세를 전환하더라. 그러고보니 그때 정몽준이 지금 김동연 포지션 비슷했을 것이다. 노무현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니 중도적인 정몽준이면 좋겠다. 

 

2012년에도 문재인으로는 확장성이 없다고 중도층에서 지지도가 높은 안철수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해서 대선 바로 직전까지 단일화한다고 시간끌다가 그것 때문에 선거운동에 많은 차질을 빚었었다. 그렇게 단일화 조건을 뭐로 할까로 줄다리기를 하다가 멘탈 약한 거 티낸다고 안철수가 나 안할래 철수하는 바람에 단일화효과는 전혀 누리지 못하고 지지층 사이에 감정만 더 나빠졌었다. 그래서 2017년에도 문재인은 도저히 못 찍겠다고 안철수로 돌아선 자칭 중도층이나 민주당 지지자가 꽤 되었었다. 역시나 문재인 정부 내내 뭐만 하면 문재인 악마화하던 걸 내가 다 보고 기억하는데 이제와서 문재인은 괜찮았다며 빨아주는 것 보면 많이 어색하다. 문재인은 인간적으로 깔만한 부분이 없었는데 이재명은 아니었다? 문재인 때문에 실망해서 윤석열 찍었다지 않았었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특히 지지한 세월이 오래되었을수록 가장 싫어하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거의 확장성 아니면 중도층을 고를 것이다. 그놈의 이념적인 편향성이라는 언론의 프레임에 갇혀서 그 지랄같은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 좀 가져보려고 얼마나 오만 생쇼들을 했었는지. 민주당은 틀렸고, 따라서 민주당 지지자들만을 바라보고 하는 정치는 틀린 것이다. 그러므로 중도층을 보고 그들을 만족시켜야 옳은 정치가 되는 것이다. 하긴 당시까지 민주당 지지율은 30%가 채 안 될 때가 더 많았으니까. 심지어 김한길류가 당권을 잡았을 때는 20%도 안나오는 때도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째서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40%를 넘나드는 지지를 받았던 것이었을까? 그 답을 중도층이라 봤던 것이고, 그러므로 중도층에 더 손을 내밀어야 지지율도 오르고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사실이었는가?

 

그래서 가장 이념적으로도 편향되고, 혹은 경직되어 있고, 개인에 대한 불호도 심해서 확장성이 없다는 이재명 당대표 체제 아래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0%를 넘나들며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라서는 거의 50%에 육박하는 결과도 나온다. 그래서 여기서 더 확장해야 하는 중도층이 어디에 얼마나 더 남아 있다는 것인가? 그놈의 불호만 따지면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더 심각한 수준일 텐데도 정작 확장성을 말하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뿐이다. 그래서 진짜 김동연이 후보로 나오면 찍을 것인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그놈들도 알고 나도 알고 지켜보는 모두가 안다. 그동안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거쳐왔던 과정들이 바로 그 증거다.

 

김대중도 확장성이 없었고, 노무현도 지지층에 갇혀 있었고, 문재인도 중도층에 어필하게 힘든 인물이었었다. 그나마 중도층에게 가장 먹힐 만한, 나아가 보수층까지 끌어들일만한 인물이 이낙연이었을 텐데... 모두가 아는 바대로. 그래서 안철수랑 합당해서 대표로 세워놨었더니 역시나 모두가 아는 바대로. 아마 민주당 지지한 지 10년 이내라면 모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런 말들이 심각하게 다가올지 모르겠는데 누가 오든 똑같다. 민주당 정치인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련이라 보면 된다. 주호영이 더 전세금을 많이 올려 받았는데도 한겨레까지 나서서 주호영은 괜찮다며 박주민만 욕하던 것을 보라. 정의연 사정을 모르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정의당과 한겨레가 앞장서서 윤미향을 물어뜯었었다. 이제는 그런 외부의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병신들도 모두 떨궈 냈으니 더 신경쓸 일도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가치없는 헛소리들이란 것이다. 늘 써 오던 레파토리를 다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째서 김문수에 대해서는 확장성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이재명만 이야기하는가? 비호감도가 무려 80%를 넘어가는 이준석은 가만 놔두면서 이재명의 편향성만을 이야기하는가? 그래서 윤석열은 확장성있는 중도적이고 상식적인 후보라서 지지했던 것인가? 그래서 그 말이 바로 정답인 것이다. 윤석열따위 찍은 놈들이 하는 주장따위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 병신은 병신일 뿐. 버러지는 버러지인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너무 분명하다.

이번에 한총련 출신들 PTSD 오지게 왔을 듯하다. 공수처가 1차 시도에서 체포에 실패한 이유는 별 것 아니다. 손자병법에도 나온다. 아침에는 날카롭고, 점심에는 둔해지고, 저녁에는 흩어진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가장 기세가 왕성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흐트러지다가 나중에는 아예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영장 받자마자 냅다 체포하겠다고 들이받았으니 그만큼 윤석열도 완강히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 경찰이 학생운동을 진압하는 방법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이면 때려잡고, 뭉치면 때려잡고, 나오면 때려잡는다. 그냥 보이는 족족 잡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학생들의 저항도 완강하고, 바로 흩어져서 도망치기도 용이했으며, 잡더라도 조직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완전히 상황이 종료되었다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아예 대규모로 모이도록 유도하고는, 연세대학교로 몰아넣고, 완전히 힘이 빠질 때까지 포위만 하고서 어차피 정권이 뒤에 있으니 여론전만 하면서 압박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영상 보면 알겠지만 덕분에 한총련은 제대로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몰이사냥당하듯 일방적으로 내몰리다가 아예 자멸하듯 무너지고 말았었다. 괜히 한총련 출신들 가운데 선배 운동권들을 원망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까지 내몰렸는데 정작 제도권으로 들어갔던 운동권 선배들 가운데 자신들을 도운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원래는 그렇게 대학생과 경찰이 대치하면 민주화 원로들이든 누구든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나와서 경찰도 압박하고 거리에 들어누우면서 여론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거든. 딱 국민의힘과 전광훈이 관저 밖에서 하던 짓거리가 그것이었었다. 하지만 당시 연세대와 달리 윤석열은 그래도 대통령이라 관저 말고 도망칠 곳도 없으니 크게 의미는 없었다. 탈출할 수 없는 이상 안에서 말라죽는 수밖에.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었다. 일 마치고 돌아와서 집안일하고, 운동하고, 게임 조금 하다가, 자고 일어나면 그때 쯤 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냥 다 열렸더만. 일마치고 돌아와서 찌개 앉히고 설거기 좀 하고 나니까 벌써 협상 중이란다. 그래서 운동 마치고 났더니 자진출석 운운운운... 이쯤 됐으면 끝난 것이다. 전국시대 일본이었으면 이 단계에서 이미 배부터 가르고 보았었다. 경호처도 처장이 아예 자진해서 출두할 정도로 조직이 와해될 정도로 의욕이 없었고, 그를 막겠다고 나섰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나 전광훈이 동원한 지지자들도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었다. 이래서 연세대에서 한총련이 그냥 말 그대로 박살이 났던 거구나. 아예 학생운동의 뿌리가 뽑히고 말았던 것이구나. 아마 파업 좀 세게 해 봤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이들이 있을 것이다. 협상을 빌미로 노조 힘빼는 경찰의 전술은 진짜 악랄 그 자체였었으니. 그리고 끝. 돼지잡았다.

 

오늘을 기대하고 돼지고기 삶아 먹으려고 파김치까지 애써 새로 담가 놓았었다. 돼지고기 삶을 때는 맥주가 최고다. 돼지를 잡았으니 먹어야지. 참 힘들었다. 원래 친위쿠데타가 이렇게 막는 것부터가 너무 어렵다. 이미 권력기관 전체를 장악한 상태에서 자신의 지배를 공고히하고자 일으키는 것이라 그를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실패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더 어렵다. 지켜보는 입장에서야 당장 나가서 싸우지 않는 게 답답하고 화가 나겠지만 그러나 일선 지휘관들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에 역할을 넘기겠다 한 판다는 적확했다. 이 분야에서는 경찰이 프로다.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게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돼지를 잡았다. 만세!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켜서 자기 친형제인 안평대군을 죽이고 세종 때부터 조정을 지켜온 원로대신들을 그 가족까지 몰살했을 때 이후 사육신이 되었던 성삼문, 박팽년 등 집현전의 학자들이 적극 지지하고 나섰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왕권마저 침범하는 듯 보였던 당시 원로대신들의 모습이 흡사 권신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유학자로서 학식과 경륜과 품성에 있어 모자란 것이 없었던 자신들이 국정에서 배제되고 있던 현실에 불만이 쌓여 있기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심지어 왕위까지 넘보는 것 같은 안평대군을 비롯한 단종 주위의 권신들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자신들이 대신하여 왕과 나라를 위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말하자면 밥그릇 문제였었다.

 

조선 성리학의 이념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사대부여야 하는 것이었다. 물러나서는 초야에 묻혀 농사를 지으며 학식을 닦은 선비로 돌아가고, 나아가서는 조정에서 국정을 논하며 경륜을 펼치는 대신이 된다. 그래서 사대부다. 그런데 아예 조정에 눌러앉아서 국록이나 탐하는 늙은 대신들이란 유학자로서의 소양이 무엇보다 중요한 선비의 그것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자신들과 같은 유학자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조선이 비로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육신의 이념을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낸 이들이 바로 이른바 사림이라 불리던 이들이었다. 이후 사육신에 대한 대부분 신원은 이들 사림들이 조정에서 실권을 잡으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국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계유정난과 같은 무도한 폭거조차 긍정하며 지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제발 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을 자신들이 견제하고 통제하여 주문공과 같은 인물이 될 수 있기만을 바라면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에 대해 2찍 진보들이 뜻밖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문재인 때는 뭐만 하면 앞장서서 지랄하던 새끼들이 정작 초유의 나란사태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다지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무능과 폭거를 비판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오죽하면 김용현이나 권성동이나 MBC와 JTBC 기자의 질문은 거절해도 한겨레 기자가 질문하는 것까지는 거절하지 않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윤석열 탄핵을 위해서라도 이재명이 결단을 내려 대통령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 일찌감치 주장하고 있던 언론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공산주의 혁명이론에서 말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엄말히 엘리트 독재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프롤레타리아를 대신할 수 있는 엘리트들이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위해 브루주아를 배제하고 강제적인 독재를 펼치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혁명 이후 볼셰비키의 소피에트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긴 공산주의 이론에도 해박하면서 현실의 문제들에도 적절히 대처하면서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역량을 가진 이들이 중심에 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기는 할 것이다. 더욱 아직 공산주의를, 사회주의를, 진보적인 가치와 이념에 익숙지 못한 대중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더욱 자신들 엘리트들이 앞장서서 그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만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진보주의자들과 논쟁하다 보면 가장 모욕적으로 돌아오는 말 중에 하나가 대중을 쫓아간다는 것이었다. 일반 대중들이 하는 소리와 닮아 있다. 일반 대중 가운데 하나를 보는 것 같다. 

 

전에도 말했지만 바로 이것이 그동안 자칭 진보들이 근본없는 민주당, 그 가운데서도 더 근본없는 친노와 친문을 배제하고 보수정당하고만 직접 소통하려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자신들과 격이 맞는 상대와만 대화하겠다. 자랑할 것이라고는 학벌 좋은 것 하나 밖에 없는 놈들이니 당연하게 부산에서 그것도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변호사질 하던 노무현이 곱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노무현은 그래서 문재인과 다르게 적대한다기보다는 조롱하고 경멸하던 대상이었었다.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2찍 진보들로부터 정권타도 목소리가 터져나왔던 이유였다. 심지어 노무현은 따르는 이들마저 자신들과 격이 맞지 않는 출신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오죽하면 유시민이 그래도 서울대 나와서 사람들이 인정하고 알아주는 자신이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노무현에 대한 비토가 덜할 것이라면서 공개적으로 지지선언까지 했었겠는가. 그때 영상도 아마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자신들은 저따위 근본없는 노무현 문재인 따위와 다르다. 하물며 그런 근본없는 놈들을 따르는 주변의 인물들이나 지지자들과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념적으로 거리가 한참 멀더라도, 아니 아예 반대편에 있더라도 민주당에서 주류와, 그보다는 더 자격이 있는 보수정당과 직접 소통하며 결과를 내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검찰총장 시절부터도 서울대 출신에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윤석열을 정통성있는 인물로써 대통령 당선까지 모든 것을 바쳐가며 지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대한민국을 이끌 자격이 있다.

 

그러니까 정난을 일으키고 나서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할 것인가는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먼저 자신들이 나서서 권신들을 배제하고 국정의 중심에 서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내란을 일으켜서 독재를 하거나 말거나 그 전에 먼저 자격이 있는 자신들 엘리트들이 국정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자격없는 부정한 세력인 민주당과 부당하게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명부터 타도해야만 한다. 일단 안평대군과 김종서와 황보인부터 죽이고 난 다음에 그 뒤의 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과 우원식과 김용민과 박주민과 나아가 여성이면서 감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개딸들과 자신들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 MBC와 같은 언론들과 언론을 참칭하는 김어준 무리들과 사회적으로 마땅히 배제해야 하는 4050 기득권 남성들을 먼저 제거하고 나서 그 다음에 자신들이 진보의 주인으로써 새로운 권력과 경쟁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엘리트 독재의 진실이다. 자신들은 일반 대중과 다르고, 따라서 자신들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 역시 달라야만 한다. 그래서 저들은 오히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더 악랄해지고 더 집요해지고 더 저렴해지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에 일어났으니.

 

역시나 맞았다. 2찍 진보새끼들인 것 같았는데 지껄이는 소리를 보니 확실히 2찍 진보가 맞다. 재미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전혀 이념적으로나 성향적으로 반대편에 있을 텐데도 정작 하는 소리는 이렇게나 닮아 있다. 바로 그 이유인 것이다. 지금의 보수와 진보를 지탱하고 있는 사상적 논리적 기반이다. 그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지점인 것이다. 이 사회를 그동안 이끌어 왔던 정당한 주류 엘리트들로써 진보도 보수도 모든 가치와 질서는 자신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대중은 그저 따라올 뿐.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이제는 민주당 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더 솔직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2찍 진보인 것일 테고. 그런 놈들인 걸 알았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원래 공성전은 대부분 내부의 배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높고 단단한 성벽을 부수고 넘는다고 하는 자체가 대포가 발명되기 전에는 너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굳게 지키기만 하면 10배, 그 이상의 병력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이라는 물건이었다. 당태종이 멍청해서 안시성에서 막히고, 제갈량이 무능에서 진창에서 돌아간 것이 아니란 뜻이다. 유라시아대륙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했던 몽골군도 양양성을 넘는데는 무려 40년이란 세월이 걸렸었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도 공성전은 최하책이라며 일단 직접 공격하기보다 포위부터 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했었다. 결국 공성전에서 최선은 말려죽이는 것이고, 그러면 알아서 안에서 배반하여 문을 여는 이가 나오게 된다.

 

윤석열의 관저를 지키는 성벽이란 곧 아직 국민에 의해 뽑힌 대통령이라고 하는 법적인 지위와 권위, 그리고 그가 가지는 정치적인 상징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경찰이 들어가서 체포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그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를 지켜서 명분을 쌓아가며 문제가 없도록 엄정하게 체포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것이 경호처의 총기사용 가능성에 놀라서 체포 직전 포기하고 물러나야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마 만일 거기서 무리하게 힘으로 체포를 시도하려 했다면 그로 인해 보수가 더 결집하면서 공수처와 경찰에도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었을 것이다. MBC와 JTBC를 제외한 다른 언론들은 절대 내란에 비판적이지 않다. 오히려 윤석열의 입장을 대변할 때가 더 많다. 그러면 어떻게 그 정치적인 명분의 성벽을 넘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오히려 처음 체포시도가 실패한 것이 윤석열 입장에서는 독이 되었을 것이었다. 관저를 지키기 위한 경호처의 계획을 모두 까발린 것이나 다름없으니. 윤석열은 아마도 그 한 번의 승리에 크게 고무되었을 테지만 일단 한 번 포위가 이루어지면 성에 갇힌 입장에서 새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반면 포위한 입장에서는 그 모든 가능성들을 차단할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바로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보다 밖에서 하나씩 내부의 결속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작업들을 그동안 민주당이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해 왔던 것이었다. 체포를 방해하는 주체들을 특정하고, 그에 대한 처벌가능성을 명시하고, 또한 그러면서도 공수처를 압박하면서 체포에 대한 의지를 보다 강하게 다진다. 이미 윤석열 탄핵이 기정사실인 것을 확인시켜주고 그에 동조하는 이들을 공범으로 처벌할 것을 확실하게 하면서 체포에 저항하는 이들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당사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칫 자신의 가족이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족들마저 나서면서 그들은 더 이상 처음같은 일치된 단합력 같은 것은 보여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나 포위전에서 흔히 쓰이는 심리전인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사실들이었기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아마 체포영장이 다시 발부되었을 때 바로 밀고 들어갔으면 처음처럼 더 격렬한 저항 앞에 꽤나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했을 테지만 오히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전력을 강화하여 지속적으로 압박한 탓에 심리적으로 더이상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것이었다. 이것을 이전에 어디서 썼느냐면 한총련사태 당시 연세대에 모였던 대학생들을 체포할 때도 쓰고 있던 전략이었다. 그때도 한총련 대학생들을 연세대에 몰아넣고 전경들로 포위한 뒤 여러 날 동안 모든 언론과 가족들을 동원해서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더이상 저항할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고 있었다. 한총련사태 이후 대학가의 운동권이 거의 일소되다시피 한 이유가 바로 그런 영향인 것이다. 확실히 공수처장의 말이 맞다. 이런 작전은 오히려 경찰이 검찰이나 공수처따위보다 훨씬 더 낫다. 해 본 가닥이 있으니 이런 때도 잘 써먹는다.

 

공성전이 오래 이어지면 몸도 고단하고 마음도 피로해지면서 정신적으로 먼저 와해되기 시작한다. 차라리 죽어라 공격할 때는 못 느끼다가 잠시의 간격에 그런 것들이 더 크게 느껴지면서 그런 와중에 누군가 더이상 못견디고 성문부터 열고 마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 대단하다는 조인마저 번성을 버리고 도망칠 생각까지 했었겠는가. 그렇다고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우기에는 이미 포위된 상황부터가 싸워서 실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스스로 포위망을 뚫지 못하면 밖에서 같이 뚫어 주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할 만한 놈이 하필 전광훈 같은 부류다. 민주당이 언론의 압박에도 국민의힘과 타협하지 않는다면 안에서 윤석열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예정된 결과를 향해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흘러가는 것 뿐.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대로 같이 죽을 것인가? 아니면 나라도 살 것인가? 아니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차라리 배신자가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민주당을 믿고 아무말도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굳이 무리해서 저들에게 빌미를 줄 필요따윈 없다. 어차피 공수처장은 그런 정치적인 부담을 기꺼이 짊어지고 행동에 나설만한 깜냥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넓고 크게 본다. 전장을 크게 쓸 줄 안다. 그리고 그 결과 윤석열은 관저라는 성벽 안에서 스스로 알아서 말라죽어가는 것이다. 윤석열이 하다못해 학소나 조인 정도만 되었어도 어떻게 버텨볼만했을 텐데 역경에 갇힌 공손찬보다도 못한 주제라 결과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아마도 역대 가장 강한 민주당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저쪽 지지자들이 이재명만 아니었으면 하는 것일 테고. 이재명만 아니면 민주당은 다시 이전처럼 사분오열되고 말 것이다. 과연... 아무튼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거의 끝났다. 마무리만 남았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정치적인 주장이나 시도들도 민주주의를 이루는 다양성의 하나로써 관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 순수한 민주주의의 원리와 원칙을 지키려 했다가 망한 것이 바로 바이마르 공화국이라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완전한 민주주의 헌법을 가지고 있던 바이마르 공화국은 그러나 정작 그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시도를 강제로 보다 강하게 거부하고 배제하지 못한 결과 독일 국민 자신의 선택에 의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결과를 맞고 말았었다. 그래서 이후 민주주의 국가들은 한결같이 불관용에는 관용이 없다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타협의 원칙을 세우게 되었던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의도와 시도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차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생겨난 것이었다.

 

민주주의라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최우선의 가치이고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만 한다면 따라서 당연히 그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모든 시도들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하게 거부하고 배제하는 행동도 필요한 것이다. 구성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민주주의를 강요하고 강제하며 그를 위해서는 억압적인 조치들 역시 동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에게 주어진 권리와 함께 따라오는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민주주의 시민들은 당연하게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시민의 권리따위 인정되지 않는다. 아니 그 전에 그런 행위를 하는 당사자들까지 민주주의 시민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민주주의라고 하는 현재의 질서와 가치를, 그 체제를 파괴하려 하는 반역자들인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런 인간들이 오히려 다수를 이룬다면 미국에서처럼 선거결과를 부정하고 폭동까지 일으키는 인간들이 긍정될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 전까지는 그들도 엄격하게 처벌을 받았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와도 맞는다는 뜻이다.

 

원래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던 보수지지자들이야 전에도 썼듯이 그런 놈들이니 따로 말하지 않겠다. 이미 말한 것처럼 그들은 철저히 민주화를 강제당한 피정복국민으로 여기고 대하는 것이 옳다.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았음에도 민주주의를 강제당했기에 그를 되돌리고자 나름의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니 다른 정복국가에서 그러는 것처럼 체제를 부정하는 피정복민에게 하듯 하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고 자기 민족의 독립을 추구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은 매우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민주주의라는 질서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전의 체제를 유지하겠다 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를테면 대구에서는 오로지 군인출신의 시장만을 뽑으며, 모든 시정도 군사독재에 준해서 이루어지도록 조례도 정하겠다.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전체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결국 민주주의라고 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한 강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도 자신들이 옳다 여기기에 감수하겠다면 그 또한 존중해주어야 할 부분일 테고.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그들은 현체제에 반하는 반역자인 것이다.

 

더 웃기는 건 이런 상황에조차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그들에게도 다양성과 관용을 주장하고 있는 2찍 진보들일 터다. 코로나 때도 그랬었다. 과연 그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해서 그런 주장들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놈들이라 그런 주장들을 펴는 것인가 굳이 판단하지 않겠다. 그러나 항상 좋은 학벌 만큼 자신들의 높은 지적 수준을 과시하던 그놈들과 달리 너무 한심할 정도로 허술하고 저급한 수준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과연 국민이 곧 주권자인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파괴하려 시도하는, 그런 행위를 지지하는 그러한 주장과 행동들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이기에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것인가. 당연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이기에 존중하고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하긴 그러니까 그동안 과거로 퇴행하려는 보수정당들과 잘도 연대하면서 민주당의 불완전함을 비난해 왔던 것일 테지만.

 

기자놈들 무식한 거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마 내가 기자가 지식인이던 시절은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 2010년 전이었을 것이다. 연예인과 관련해서 너무 어처구니없는 질문이 기자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했던 말이었는데 이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기자에 대한 인식이었다. 아마 자기만의 전문분야가 있는 사람이면 거의 공감할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기사 수준이 내가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그것과 너무나 터무니없이 차이가 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공부하지 않는다. 취재도 하지 않는다. 그냥 피상적인 현상에 대해서만 자기 머릿속에서 배설하듯 주장들을 만들어 펴는 경우가 더 많을 지경이다. 그래서 내란에 동조하고 오히려 선동하기까지 하는 주장들마저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가? 그런 주장들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행위들마저 표현의 자유로써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런 수준의 지식도 없으면 기사같은 건 쓰면 안되는 것이다. 기자놈들 무식한 것 모르는 인간들이나 거기에 넘어가는 것이다. 내란선동에 대한 제보를 받아서 고발하는 것이 과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인가?

 

기레기 새끼들은 자기들 망상대로 떠들고 또 그것 좋다고 받아서 필요한 놈들은 읊어대고, 딱 그게 내란은 선전하고 선동하는 그놈들이 하는 짓거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윤석열이 돌아와서 또다시 더 치밀하고 철저하게 쿠데타를 기획해서 실행하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긴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김대중이 군사독재정권에 영합하면서 아주 잘나가기는 했을 것이다. 읊어대는 새끼들도 병신같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교육이 문제인 것일까? 어떻게 좋은 학교 나왔을수록 이렇게 대가리에 이상이 있는 병신새끼들이 많은 것인가? 절망스러운 수준이다.

내가 2030 남성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욕하는 논리에 학을 떼는 이유는 사실 다른 것 없다. 그 자체도 비겁하고 비열하고 비루한 너무나 저열한 수준의 비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누군가와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바로 2찍 진보들이다. 이전에는 자칭 진보라 불렀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놈들이 민주당을 욕하고 보수정당과 손잡으며 내세웠던 논리란 언제나 같았다. 민주당은 도덕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실천에 있어서도 완전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완전한 자신들이 나서서 국민의힘과 타협하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민주당이 완전하지 못한데 그게 왜 보수정당과 손잡을 이유가 되는가? 진보의 이념이나 정책, 법안들이 불완전하기에, 도덕적으로도 그 수준이 완전하지 못하기에, 차라리 그보다 훨씬 못하고 더 반대쪽에 있는 보수정당과 손잡고 민주당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인데 이해가 된다면 그게 더 부러울 것이다.

 

그동안 진보정당이나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논리라는 게 언제나 한결같았다.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니 무능하고 위선적이고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수정당도 같은 논리로 공격하느냐면 어차피 보수정당은 그런 놈들이라 아예 거론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거론할 가치도 없는 놈들하고만 항상 손을 잡는 거냐고.

 

그나마 진보정당이 제도권에 발을 딛였던 2000년대 이후 진보정당들이 정치적으로 연대한 정당은 언제나 보수정당들이었다. 주사파라며 그리 욕을 해대던 통진당을 제외하고 주류PL계 진보정당들은 언제나 민주당과 거리를 두면서 보수정당과만 연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진보정당들이 보수정당과 연대하지 않는 경우는 단 하나, 어차피 보수정당이 다수고 우위에 있어서 딱히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였다. 그러니까 과거 당권파로써 민주당의 중심에 있었던 이종걸이나 운동권세대인 이인영과 같은 인사들도 나서서 진보정당이 자기들을 도와준 적이 없었다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똥통을 같이 구르는 것과 같다고까지 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만큼 당한 것이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탄핵을 두고서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다시 여기저기서 2찍 진보놈들이 준동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사실 2찍 진보와 2030 남성과 원래 보수적인 지지자들을 하는 말만 가지고 구분하기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개중에서도 보다 더 원리적이고 보다 더 순수할 정도로 도덕과 명분을 따지는 꽤나 섬세한 편에 속하는 논리들이 주로 2찍 진보들에게서 온다고 보면 된다. 그에 비해 2030남성들이나 보수적인 지지자들은 조금 더 논리가 거칠 편이다. 감정도 강하게 섞인다. 이를테면 코로나 시국에서 같이 집회의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주장하는 방식이 서로 사뭇 달랐던 것이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윤석열 탄핵은 보다 더 도덕적으로도 절차적으로 완벽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도덕적으로도 명분적으로도 실제 실행의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도 조금의 흠결도 없이 완벽해야 했다. 그러지 못해서 윤석열 지지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니까 국민의힘 지지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먼저 민주당이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동안의 잘못들을 철회하라.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는, 국정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모든 시도들을 포기하라. 그래야 더 완전해질 수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은 다 민주당 때문이다. 이재명 때문이다. 확실히 구분하기 어렵겠지? 그런데 거의 몇 십 년 동안 2찍 진보들과 키배를 뜨다 보면 느끼게 되는 지점이라는 게 있다. 아, 이 새끼 보수가 아니라 진보다. 그러니까 자기는 진보로써 더 순수한데 어째서 하는 소리가 보수지지자들과 다른 게 없는 거냐고?

 

세월호 때도 그랬었다. 정작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방해한 것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었었는데 정작 진보언론인 한겨레나 자칭 진보지식인들은 민주당의 무능을 욕하기에 바빴었다. 그나마 그때는 유시민이 정의당에서도 한 자리 하고 있을 때라 대놓고 민주당을 욕하지는 않았던 때였다. 유시민이 민주당과 후보단일화해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가 김문수에게 지고 낙선한 뒤라 더 그럴만한 명분이 없었기도 했었다. 그때 한겨레와 자칭 진보지식인들이 여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욕했을 것 같은가? 그래서 유시민도 그리 말한 적이 있었다. 민주당이 한창 보수정당과 싸울 때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언론까지 등에 업은 보수정당과의 싸움에서 지고 나면 점잖게 훈계만 하려 한다. 훈계만 하면 좋게? 오만 비난을 다 쏟으며 정작 보수정당의 입장을 옹호하는 기사까지 내놓는다. 민주당 늬들이 졌다고.

 

하긴 정의당 대표라는 인간이 이재명의 대통령당선을 막아야 하기에 윤석열 탄핵도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까지 했던 터였다. 윤석열 탄핵하려면 이재명 너부터 시민으로서의 권리도 포기하고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쪽의 논리였으니 당연하기도 할 터였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2찍 진보와 보수는 진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최소한 민주당에 대해서는 하는 소리들이 같다. 그래서 항상 손을 잡는 것일까? 지난 대선에서도 정의당은 앞장서서 김건희에 대한 모든 의혹을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도매급으로 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주장을 해도 어쨌거나 보수와 진보가 아주 같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인정해주어야 한다. 보수와 같은 주장을 하는 진보가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 그런 소리를 하면 국민의힘 지지자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신도 꽤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선의를 십분 인정하는 편이다. 민주당이 더 완전하게 진보적이지 못하기에 차라리 보수정당과 손을 잡아왔던 것이 그들 2찍 진보들이었을 테니. 결국에 자신들도 윤석열의 편에 서겠다는 선언인지 모르겠다. 그런 놈들이라 새삼 아무 생각도 없다. 병신들이 또 병신짓한다. 그게 진보다.

고대 로마가 기독교를 인정한 것을 넘어 유일의 종교로 삼았던 이유는 다름아닌 로마의 팽창으로 인한 사회의 다양성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로마에 그동안 정복지에서 들어온 신과 신전이 넘쳐나다 보니 그 수많은 신전들의 서로 다른 교리에 의해 혼란스럽기만 했던 당시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하나의 진리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여러 신전들 가운데서도 가장 보편적이고 배타적이었던 기독교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던 것이었다.

 

실제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진리로 가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기존의 가치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진리를 발견했다는 식으로. 여전히 이전의 로마가 추구해 왔던 관용에 기댄 다양한 가치와 가능성을 믿고 있던 이들에 대해 이제 기독교 이외의 다른 정의와 진리는 필요없다며 배제하며 나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를 통해 로마라는 사회는 기독교를 통해서 하나로 통합될 수 있었고, 나아가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유럽은 기독교를 통해 로마를 계승할 수 있었다. 사실상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에는 로마의 가톨릭교회가 로마제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보면 좋을 것이다. 그로써 로마는 사라지지 않고 유럽을 통해 현대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지금 미국이 트럼프라고 하는 미치광이 광대같은 인물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이유가 아마 그것일 것이다. 미국이라고 하는 하나의 나라를 정의할 수 있는 가치관은 있었지면 그 실체라고 할 수 있는 정체까지는 아직 없었다. 과거에는 주로 영국 출신의 백인 이민자들이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이민자들이 있었고,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와 아일랜드에서도 백인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그 이미지는 희석되고 있었다. 여기에 노예로 끌려왔던 흑인들마저 미국의 구성원으로 합류하고 있었고, 남쪽 다른 아메리카 대륙의 나라들로부터도 히스패닉들이 몰려와 큰 흐름을 만들었다. 아직 수는 적지만 아시아계 이민자들 역시 미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과연 미국이라는 나라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 보니 여전히 백인들의 나라인 미국을 추억하고 있는 백인들 사이에서 반PC가 대세처럼 떠오른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여전히 자신들 백인들만의 나라고 다른 놈들은 이방인 떨거지들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말하는 것이다. 위대한 미국.

 

미국을 중심으로 국경을 맞댄 캐나다도 51번째 주로 만들고, 원래 미국이 관리하던 파나마 운하도 다시 돌려받고, 미국에게 필요한 그린란드도 미국의 땅으로 만들자. 전형적으로 외환을 통해 내부의 결속을 추구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을 적으로 돌리고, 미국의 문을 걸어잠궈 지금의 미국만으로 한정지음으로써 그를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 있는 시민권자들만이 미국인이고, 그는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 차별되는 더 우월한 존재라는 의미인 것이다. 유럽의 민족주의가 제국주의와 함께 성장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이방의 존재들과 접촉하며 그들은 자신들만의 민족적 정체성을 강화해가고 있었다. 지금 미국에게도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다. 미국은 미국인들만의 나라다. 역사상 많은 나라들이 거쳐온 과정이기도 했다. 고려에서 신라출신이니 백제출신이니 하는 구분이 사라진 것이 몽골침략 이후였었던 것처럼. 

 

트럼프가 그냥 미치광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어쩌면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선거에 나오면서 외쳤던 '아메리카 퍼스트'야 말로 그를 정의하는 정체성이 아니었을까. 그는 진심으로 미국인으로서 미국이 가장 위대하고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그것은 미국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미국인을 가장 미국인답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PC를 부정한 것이다.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다양성이 그같은 미국의 결집과 단결을 저해한다 여긴 것일 게다. 과거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 과연 트럼프는 미국을 고대 로마처럼 하나의 제국으로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결국 미국인의 선택에 달린 것일 터다. 그래서 하나의 단일한 미국을 원하는가?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무한히 다양하고 자유로운 미국을 추구할 것인가? 분기다. 세계제국으로서의 미국과 단일한 제국으로서 미국으로의. 재미있는 건 그러면서도 이스라엘만큼은 예외로 최우선으로 취급한다는 것. 이스라엘은 52번째주로 합병하지 않을 것인가. 이스라엘이 지금 하는 것들로만 보면 미국보다 상국으로 보일 정도이니. 그 또한 미국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그냥 미친 놈이라 떠드는 소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역사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제국들이 보여 왔었던.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했었던. 과연... 내 살아서 그 결과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부분이기는 하다.

문재인 정부가 2030 남성들을 위해 해 준 것이 무언가?

 

"월급 올려주고, 복무기간 줄여주고, 목돈 마련하게 해주고, 부대에서 핸드폰 쓰게 해주었다. 그래서 난 좋았다."

 

징집대상인 현역, 예비역들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리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징집은 결국 안하지 않았는가?"

 

바로 이게 2030 남성이다.

 

민주당이 2030 남성들을 위해 해 준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어느 30대 남성이 대답한다.

 

"주 52시간제로 퇴근도 일찍하고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나는 도움이 되었다."

"청년채움공제로 전세금 마련이 더 쉬워져서 좋았다."

"청년임대주택 입주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여가 올라 여유가 생겼다."

 

당연히 이들은 2030 남성이라기보다는 그냥 청년노동자들일 것이다. 내가 일해서 내가 먹고사는 노동자들로서 남녀의 문제보다 당장 내 생활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리 반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봐야 결국 여성들까지 좋은 정책들 아닌가. 남성들만을 위한 정책을 말하라."

 

그래서 2030 남성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추운 날씨에 한남동에 나가 있는 많은 남성과 여성들 역시 다르지 않다.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젊은 여성지지자들이 대단하다는 것이 자기들끼리는 어떨지 몰라도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할 때는 절대 여성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으로서가 아닌, 그래서 여성을 위해서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와 그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위해 행동할 때 그들은 더 크게 뭉치고 강하게 나선다. 사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2030 여성이라기보다는 그냥 시민들이다.

 

역시나 이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가서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는 대부분 젊은 남성들 또한 다르지 않다. 그 순간 그들은 남성과 여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젠더니 페미니 하는 것은 당연히 후순위로 밀린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성으로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유권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려 하는 것 뿐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여성주의 정책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마저 그 순간만은 그런 것들은 그냥 따위로 전락한다. 남성이 어떻고 여성이 어떻고 그래서 자기들에게 어떤 혐의가 씌워지고, 그보다는 더 우선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한다. 결국 이들 또한 그냥 청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고 유권자고 민주주의 시민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또 당연하게 젠더를 말하고 페미를 말하고 남성과 여성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민주당 누가 어쨌다더라. 민주당을 지지하는 누가 무어라 말했다더라. 탄핵에 찬성하는 누가 어떤 행동을 보였다더라. 계엄에 반대하던 누가 자기들을 어떻게 취급했다더라. 오로지 2030 남성이라는 정체성 위에서 그런 자신들의 감정을 위해서만 가장 우선해서 행동에 나선다. 그런 식으로 하면 탄핵에 반대하겠다. 아니 나아가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이 걱정되어 탄핵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못하겠다. 반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면 이들을 무어라 정의해야 하겠는가?

 

전에도 말했지만 회사에도 입만 열면 페미페미 떠드는 젊은 직원이 있다. 아니 아주 많다. 그들에게는 자기의 급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최저임금도 내가 알 바가 아니고, 근로시간 연장도 자기와 상관없는 일들일 뿐이다. 오히려 해고를 더 쉽게 하는 것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는 단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계엄을 다시 해야 한다거나, 계엄에 성공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 하는 노동자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분명 노동자가 아닌 여성과 여성주의에 분노하는 2030 남성들에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원래 성향이 보수라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냥 보수유권자들이다. 그들은 페미니 여성이니 하는 말 굳이 입밖에 내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반중, 반북이고, 반공산주의, 반사회주의이고,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의지주의의 이상이다. 다만 이들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할 때 항상 반페미, 반PC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어째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가? 자신들이 원래 보수적인 성향이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못해서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걸고 넘어지는 것이 아니나다를까 여성주의와 반남성주의다. 그래서 이들도 싸잡아 2030 남성이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우스운 것이다. 민주당이 2030 남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기에 자신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2030 남성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을까? 그토록 장담하던 여가부폐지도 없던 일이 됐고 아예 예산마저 더 늘려 놓았는데?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에서 그나마 추진했던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을 대부분 폐기했을 때 오히려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무어라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민주당이 못해서 지지한다면 국민의힘이 뭐라도 나아야 하는데 정작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니 하다못해 그렇게 2030 남성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지지한다면 그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이준석과 개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국민의힘보다 더 높았어야 하는데 아마 거의 지지율이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2030 남성들인가?

 

그러니까 말하는 것이다. 2030 남성들이라 자신들을 지칭하는 그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굳이 애써 변명할 필요 없이 그냥 늬들이 보수적이라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못해서가 아니라 못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이고, 그것은 결국 국민의힘이 그들과 더 맞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위선보다는 악이 낫다. 세상에 악을 위선보다 더 좋아하는 경우란 중2병 어린애들 빼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악이 위선보다 더 선하고 정의롭다 여기기에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악이라 말하지만 자기가 보기에 그들이 선이고 정의다. 그래서 악이다. 악이라 정의하는 그것에 숨은 사람들이 모르는 선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결국 이른바, 혹은 자칭 2030 남성들이 주장하는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란 오롯이 자신들만을 위한 정책들이라는 것이다. 여성까지 모두 좋아지는 것은 안된다. 자기들 아닌 군대에 있는 젊은 남성들이나, 혹은 고용의 안정을 바라는 비정규직 젊은 남성들을 위한 정책들 역시 안된다. 4050 늙다리들 쉽게 해고해서 자기들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여성들보다 자신들만을 우대해서 남성들만을 위한 정책들도 만들어주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자기들 이외의 대상들에게 고통이라는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정책을 과연 민주당이 추진할 수 있을까? 그런 건 국민의힘도 못하는 것들이다. 재미있는 건 그럼에도 그들은 정작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2030 남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비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지 부동산으로 코인으로 돈을 벌게 해 주니 좋다. 여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좋다. 그런 것을 민주당에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수는 그런 민주당을 바라지 않을 테니.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청년정책들과 법안들로 인해 혜택을 입었다 여기는 젊은 남성의 비율이 대략 40% 조금 안되는 정도일 것이다. 사실 이 정도도 무척 많다. 그리고 대부분 원래부터 같은 이유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이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대부분은 딱히 자신을 2030 남성이라 특정짓지 않고, 여성주의에 대한 입장과 별개로 2030 남성으로서 자신을 정의하거나 정체성을 규정짓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이 현실에 널려 있으니까. 사실 게임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런 것들보다 당장 이번에 나올 게임의 최적화가 거 중요한 이슈가 아니겠는가. 거기서까지 굳이 PC를 찾아 비난부터 하는 놈들이 과연 게이머일까? 

 

같은 4050 안에서도 한동훈 같은 인간도 있고, 김민전 같은 부류가 있다.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어도 조국과 진중권처럼 명확히 갈리는 이들이 있다. 6070이라지만 호남의 6070과 영남의 6070 사이에도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한국 개신교 가운데도 전광훈 같은 극단적인 인간들만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러나 결국 개신교라고 할 때는 그를 앞세워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대표적인 존재들을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저 묵묵히 자기 신앙에만 열심인 이들은 그래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대표적으로 개신교라는 종교가 가지는 이미지가 그런 것을? 불교는 안으로 파고들만 그리 악취가 풍길 수 없는데도 드러나는 이미지만 쓸데없이 좋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서부터는 자기들 안에서 투쟁해서 바꿔나갈 부분들인 것이다. 한동훈과 김민전 같은 부류를 앞세워 4050 어쩌고 하면 얼마나 억울할까. 아, 김민전은 이제 60대 들어섰으려나? 그러나 그런 놈들이 대세가 되어 나서서 설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4050 남성들이 기득권이라는데 나는 여전히 최저임금협상에 울고웃는 가련한 처지거든. 그나마 정년이 보장되어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슬금슬금 그동안 한 걸음 물러나서 보고만 있던 청년 남성들이 논쟁에 가세하는 것이 요즘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2030 남성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느냐 했을 때 그에 대해 내가 반박하는 것과 그들 세대에서 반박이 나오는 것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페미도 싫고 여성주의자도 싫고 민주당의 여성정책도 싫은데 내란만큼은 용납하지 못하겠어서 일단 민주당부터 지지하고 보겠다 했을 때는 남자다! 감탄부터 했었다. 쉰내나는 정치병자와 쿨내나는 정치혐오자 사이에 또다른 이들이 논쟁에 가세하면서 더이상 논쟁이 전처럼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인터넷에서 키보드로 정의질하는 놈들에 비해 대부분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하루하루가 고되거든. 매일이 바쁘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2030 남성이란 자신을 2030 남성이라 정의하는, 2030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우는, 그래서 2030 남성이라고밖에 달리 부를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것이다. 이미 했던 말인데 다시 반복하는 것도 우습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것이 새삼 다시 확인해주어야 할 정도로 그 세력이 많이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더이상 인터넷에서도 저들이 2030 남성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들은 2030 남성들인 것이다. 직장인도 아닌, 생활인도 아닌, 누군가의 가족도, 민주주의 시민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도 아닌 그냥 2030 남성들이다. 여전히 그 말 밖에 그들을 정의할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경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원래 지지하던 정당이라 투표했는데 그 당의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내 의사와 상관없는 인물이 당의 대표가 되어 국가의 수반으로 올라서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각제 국가에서는 가끔 뜬금없이 전혀 생소한 인물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다수당의 대표가 되고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도 보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거의 대부분 그나마 인정할만한 거물정치인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압도적이다.

 

괜히 70살을 훌쩍 넘겨서 치매 이야기까지 나오는 바이든이 대선후보로 나와서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대통령을 할 만한 거물정치인이 바이든 정도더라. 공화당에서 여기저기 뒤져보니까 그래도 나라를 맡겨볼만한 거물정치인이 트럼프 정도더라. 그러면 힐러리는 왜 안 되었을까? 여자잖은가? 그리고 빌 클린턴의 아내였었고. 그리고 노출된 기간도 너무 길었다. 그만큼 부정적인 인식도 쌓일 만큼 쌓였었다. 그리고 오바마든 트럼프든 인지도에서는 뒤질지 몰라도 나름 입지가 있는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래도 어디 주지사거나, 혹은 상원의원이었거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그래도 대선후보도 되고 대통령에 당선도 되는 것이다. 3당의 바람이 결국 바람으로 끝나는 이유도 역시 그래서다. 그래도 거대정당을 이끄는 인물이어야지 고만고만한 정당의 후보에게 나라를 맡기기에는 불안감이 크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무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랑 맞짱뜨고 있었다. 자기 상관인 법무부장관을 무시하고 대통령마저 자기 마음대로 수사하고 있기까지 했었다. 당시 언론의 보도만 보면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동급이거나 아예 한 급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언론은 그를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 여겼었고, 민주당에 대항할 유력한 대선후보로 지지하고 있기까지 했었다. 그에 비해 이재명은 어떤가? 국회의원도 한 번 해 보지 않은, 그야말로 중앙정치에는 한 번도 발을 딛어 보지 못한 주변부인생이지 않던가. 심지어 경선으로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는데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지자들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더라. 여기에 내내 10% 이상 압도적으로 이기는 여론조사결과가 불을 붙였다. 이재명은 윤석열에 비해 급이 아니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지지성향 다 빼고 이재명과 김문수 가운데 누구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싶을 것인가. 혹시라도 지지정당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면 김문수와 이준석을 나란히 놓고 판단해 보자. 홍준표와 이준석은 어떨까? 유승민과 이준석은? 혹은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였었던 국민의힘 김예지나 김성욱과 이준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자. 물론 당적은 같다. 민주당에서도 이재명과 김용민, 혹은 이재명과 박주민, 이재명과 김동연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자. 일단 김동연은 그 이름부터 확 와닿지 않는다. 경기도민이 아니면 누구냐는 반응부터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서 큰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될 새로운 비전을 내놓는 것이 후보자 자신의 정치인으로서 급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내가 이만한 급이 된다. 그러니까 국민의힘도 악착같이 이재명을 거꾸러뜨리려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인 게다. 이재명만 아니면 가능성이 있다. 일단 전국민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은 지금 현재로서 국민의힘에 더 많다. 민주당은 하도 물갈이를 지독하게 해 놔서 딱히 다선으로 내세울만한 정치인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가야 하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인 것이다. 특히 중도층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개인의 도덕성보다 결국은 나라를 맡길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인가 하는 것이다. 얼마나 그 사람이 크고, 그 주위에도 사람이 많이 있는가. 그래서 지지선언도 하고 선거캠프에 합류한다고 기자회견도 하고 하는 것이다. 누가 그 사람을 지지하는가. 어느 정도 인물이 그 주위에 모여 있는가.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런 점을 어필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싫으면 대안은 누가 있는가? 물어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어지간하면 질색할 것이다. 오세훈이 그나마 위협적이라는 이유가 그래서인 것이다. 이준석은 말할 가치도 없고. 그래서 저리 이재명은 안된다 발악중인 것일 테고.

 

이재명 때문에 대선에서 민주당이 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놈들이 한결같이 찾는 인물들이 이낙연 금태섭 조응천 김동연이다. 그래서 까놓고 물어본다. 그래서 그런 정치인들이 나오면 투표할 것인가? 정작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다지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텐데. 그래서 될 놈 될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시름이 깊은 것이고. 도무지 대통령으로 밀 만한 후보가 너무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다 늙은 노인들이 나와서 치매경쟁이나 하고 앉았다. 이재명이 당선될 경우 주어질 숙제이기도 하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실패했지만 이재명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지키고 급을 올려 주어야 한다. 과연 누가 될까? 역시 그 또한 시대가 결정해 줄 것이다. 보이는 인물들은 많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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