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요청에 대한 트럼프의 대답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지난 정부에서 미국의 태도가 어떠했는가 돌이켜보면 이마저도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일관계에서 일본을 우선해 왔었다. 심지어 북미대화에 있어서도 일본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친일은 미국 정부의 일관된 기조였었다. 하지만 이번 한일무역분쟁에 있어서는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 왜?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욕심도 물론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비핵화야 말로 트럼프가 외교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업적이다시피 하다. 비핵화가 순조로우려면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크게 넓게 미국의 전략이라는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어느새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여 대양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이 바다로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중국의 연안에 위치한 한국, 일본, 대만 등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그냥 중국 엿먹이려는 - 아니 엿먹이겠다는 의도가 맞을 것이다. 대만을 무장시켜서 중국의 코앞에 확실하게 비수를 박아 놓겠다. 그러면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군사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그나마 한국과 일본 정도가 전부다. 대만을 무장시켜봐야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미 기존의 전력으로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국인 두 나라가 장차 군비를 강화해서 미국과 연합한다면 중국이 아무리 군사경제적으로 성장해도 대양으로의 진출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한국 해군이 원자력 잠수함을 도입하려 한다, 혹은 오늘 언론에서 나온 항공모함을 보유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미국의 요구다. 더이상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 아닌 미국과 함께 공동의 전략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동반자로 올라서야 한다. 실제 얼마전 미국의 발표해서도 한국을 인도태평양전략에 있어 중요한 축으로 일본과 같은 급으로 격상해 언급하고 있었다.

 

더이상 일본만이 아닌 한국의 역할도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다가 자칫 한국 국민의 감정이 상하게 된다면 미국에도 좋을 것이 없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도 한국의 위상 자체는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당시도 여전히 세계적인 경제대국에 군사강국이었고 따라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이 병신이라. 그같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이해하고 함께 할만한 지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었다. 한국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가에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이기도 했었다. 1990년대 같았으면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을 중국에게나 미국에게나 한국의 전략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함부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개입하지 않겠다. 일방적으로 미국 자신의 입장을 두 나라에 강요하지 않겠다. 위안부 합의를 강요하며 한일관계정상화를 강제했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태도와 달라진 부분이다. 한국은 더이상 미국이 함부로 대해도 좋은 나라가 아니다. 원래 그만한 위상은 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통령과 만났다. 호르무즈에도 한국 해군이 함께 출진해 달라. 좋은 기회다. 기왕에 미국과 동맹이고자 한다면 확실하게 그 고리를 단단히 조여 둘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전략적인 목표를 함께 하는 동반자다.

 

미국의 입장도 일본의 입장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중재자의 역할이 될 것이다. 두 나라 사이를 중재하되 결론을 임의로 정하고 몰아가지 않는다. 다음은 우리의 몫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의 중재 아래 얼마나 우리의 입장과 이익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인가. 예상대로 참의원 선거가 끝나자 중재는 시작된 듯하고 우리의 역할도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모르는 사람만 욕한다. 중립조차 우리에게는 큰 성장이자 인정이다. 

가만 보면 정작 해 본 사람들은 별로라는데 안 해 본 사람들이 괜히 하고 싶어 안달인 경우들이 있다. 정작 해보면 귀찮고 성가시고 돈도 시간도 수고도 많이 들어 별로인데 해보지 못했으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이끌리고 만다. 아마 지금 아베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정상국가 -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란 것도 바로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원래 일본의 평화헌법은 2차세계대전의 결과 승전국인 미국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본은 앞으로 영원히 다른 나라에 군사행동을 할 수 없으며 당연히 그 수단인 군대도 가질 수 없다. 그나마 자위대라는 것도 중국이 공산화되고 소련과의 냉전이 본격화되며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할 교두보로서 가치가 커지자 미국의 용인 아래 군대 아닌 자위대라는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만들어지게 된 준군사조직이었다. 즉 파병도 할 수 없고 선제적으로 전투도 치를 수 없지만 공산주의 팽창만큼은 전수방위로 막아낼 수 있다. 그것을 바꾸겠다. 마음대로 일본의 국익을 위해 군대도 파견하고 전쟁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 과연 평화헌법을 강제한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

우습게도 정작 평화헌법 개정을 벌써부터 암암리에 혹은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도 전같이 않은데 중국이 점점 그 존재감을 키워가자 위기감에 동맹이랄 수 있는 일본의 재무장의 필요성을 전보다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보무임승차론이 그래서 나왔고 그래서 일본더러 다시 재무장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태평양진출을 막는 첨병이 될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동안도 태평양에서 미국의 전력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한국군은 지상군을 일본군은 육해군을 각각 집중적으로 강화해 왔는데 앞으로는 미국 혼자서는 힘에 부치니 일본도 주도적으로 함께 하라. 하긴 전부터도 한국은 지상군만이 아닌 해양전력이나 공군전력에서도 상당한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면 왜 미국은 이제 와서 일본의 재무장을 요구하게 된 것일까? 벌써 같은 문단 안에 답이 있다. 이제 미국 혼자서는 너무 버겁다.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통일만 되면 지금처럼 국방에 막대한 예산을 쓰지 않아도 된다. 굳이 징병으로 젊은이들을 끌고 갈 필요도 없이 모병만으로도 충분히 최소한의 군사력을 유지하며 그 예산을 모두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벌써 수 십 년 전부터 한국인들은 북한과 대치하며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던 과도한 국방예산지출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국방예산만 줄여도 각종 복지며 교육이며 국민의 삶 자체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어떻게든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의 기여를 늘려야지만 효과적으로 중국을 억압하면서도 국방에 들어가는 예산도 아낄 수 있다. 내가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정상국가화 주장을 비웃는 이유다. 냉전이 해체되고 유럽국가들이 가장 먼저 한 것도 그래서 군비의 축소였었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하지만 쓰지 않아도 된다면 바로 당장 빼서 줄여써야 한다.

국방예산이야 말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그야말로 소모성 지출일 것이다. 심지어 미국조차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막대한 재정지출로 곤란을 겪은 바 있었다. 그나마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조차 그렇다. 하물며 그나마 전쟁도 않는 동안 병사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훈련시키는 비용은 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병사들을 무장시킬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고 운용유지하는 비용들은 어떻게 생산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까? 물론 병사들도 급여를 받고 무기를 생산한 기업들도 판매로 이익을 얻는다. 병영 주위에는 군사를 보조하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존재한다. 그 또한 하나의 경제단위가 된다.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더이상 효용이 사라진 무기나 장비는 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웃긴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의 국가채무가 무려 250%다.

징병을 해서 병력을 늘릴까? 전투기나 군함을 더 도입해서 군의 규모를 더 키울 것인가? 어차피 일본군이란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전략에 종속되어 있을 텐데 그렇게 늘려서 일본에게 돌아올 이익이란 무엇일 것인가? 괜히 국가채무도 위험한 수준인데 재정지출만 늘려 정부의 재정만 압박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으로 연금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 다시 국방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 아니면 진짜 군대로 돌을 벌어 보시려고? 일본이 군대로 돌을 벌려면 대상은 우리 뿐일 텐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군대가 일본에 그렇게 수월하게 당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모르겠다. 군 지휘부 가운데 자유한국당이나 보수언론에 더 가까운 인간들이 많아서 전쟁 시작하자마자 군을 들어 항복하는 경우가 나온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이외에 어떤 실익도 없는 행동인 것이다. 1990년대라면 또 모른다. 그때였다면 국가채무비율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으니 재정에서 군사비를 지출할 여력 또한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대중국전선에서 총알받이 하는 이상 어떤 이익과 효용이 일본 국민들 자신에 있을 것인가. 그런데도 자유무역의 가치와 국제분업의 구조마저 훼손시켜가며 개헌선 확보에 매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고 있는 이유다. 지금 아베 정부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 보면 안다. 국방예산이란 얼마 생기는 것 없는 낭비인지. 그로 인해 국가재정이나 국가의 사회경제에 가해지는 압력이 얼마나 성가신 것인지. 그래서 통일했으면 한다. 국방에 대한 부담이 더 적어졌으면 한다. 더 적은 병력과 더 적은 첨단 장비로 최소한의 국방력만 유지하며 그 만큼의 부담과 소요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으면. 이렇게 다르다. 하긴 아베 자신은 물론 일본 정치인 다수가 군대와는 거리가 먼 이들일 것이다. 군대도 모르고 전쟁도 모르고 그러니까 군대도 가지고 싶고 전쟁도 치르고 싶고.

아마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때쯤 미국도 개입하려 하지 않을까. 미국이 더 바라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재무장하게 한 뒤 중국과의 전선에서 알뜰하게 써먹겠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써먹히는 중이다. 그래서 더 잘 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고마운 아베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베 정부를 지지하는 일본 국민들에 경멸을.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 차라리 자민당 막부가 어떨까? 흥미롭단 것이다. 열받긴 해도.
국회의원에게 회의란 의무일까? 권리일까? 국회의원이란 국회를 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이들을 뜻하는 것일까? 국회를 열고 일해야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것일까? 노래야 자기 하고 싶을 때 부르는 것이지만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를 가수라 말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공인이란 공적인 책임을 지는 이들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과연 가수가 공인일까? 국회의원이 공인일까?

매일 소극장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한 가수가 있다. 그렇게 계약서까지 쓰고 돈까지 꼬박꼬박 받아가는데 정작 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아예 노래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국회의원이 선거에 나가 유세를 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유권자를 대신해서 국회에서 일하겠다고 하는 선언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국회에서 이런 일들을 할 테니 나를 뽑아달라.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이 아예 국회조차 열지 않는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바로 한국 보수의 민낯이다. 아니 한국 기득권의 민낯이다. 모든 것을 사유화하려 한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사유화하고, 기업들은 주주들을 무시하 채 창업주의 혈족을 중심으로 세습하려 한다. 심지어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사법부마저 대법원장과 소수 법관들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국회를 열고 법안과 예산을 심사하는 것은 국회의원 자신들이기에 그것을 무기삼아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어야겠다.

국정조사와 추경은 별개일 것이다. 장관경질과 본회의 개회 역시 전혀 별개인 것이다. 국정조사를 하든 안하든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살펴야 하고, 장관을 경질하든 말든 법이 정한 회기 안에 입법부로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국정조사와 장관경질은 그와 상관없는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을 위해 그마저 볼모잡는 것은 과연 민주주의의 원칙이 맞는가. 하지만 기왕 주어진 권한이니까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알뜰하게 사용하겠다.

그래서 지지율이 30%나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이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용할 것은 철저히 이용한다. 이용해서 목적을 달성한다. 추경이 반드시 필요하고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면 자유당 없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저와 같은 자유한국당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속셈은 아닌가. 추경심사에 조건을 달고, 본회의 개회에도 조건을 앞세운다. 자신들이 국회를 열어 일하고 말고는 자신들의 권한이지 의무나 책임은 아니다. 누구도 강제할 수 없고 강요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자유인들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인 모양이다.

벌써 몇 달이나 지난 강원도의 화재는 사소해 보일 정도로 국가적인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인 것이다. 당장 얼마나 큰 피해가 한국 경제와 사회에 미칠 지 모르는 지금 한가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건을 내걸고 거래부터 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왜 문제이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생각할 머리마저 없는 모양이다. 누가 저들을 저곳에 데려다 놓았을까? 누가 저들을 저만한 막중한 책임이 지워진 자리에 올려놓은 것일까?

조선중기 당쟁이 극심하던 동안이도 정작 전란이 닥치고 기근이 생기면 일단 조정은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한 뒤 싸워도 싸웠던 것이었다. 저 유명한 예송논쟁 역시 대기근이 발생한 와중에 구휼할 것 하고 대책 세울 것 세우며 병행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긴 워낙 가진 컨텐츠가 없으니 그렇게 마냥 우기며 반대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존재감이 있다.

그냥 한심한 것이다. 화도 나지 않는다. 민주당의 무능을 탓하기에는 바른미래당을 믿을 수 없다. 바른미래당이 확실하게 협력해야 자유한국당 없이 뭐든 처리할 수 있다. 결국은 사람좋은 얼굴을 한 공범자라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느냐면 국민의 선의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민주주의란 것이라. 그래서 나경원은 뻔뻔할 수 있다. 날도 더운데 찬물도 뜨겁기만 하다. 정치혐오가 아닌 한국 보수에 대한 혐오다. 당연한 감정이다.

한국정부가 침체된 경제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선택했다면 일본의 아베정부는 전통적인 수출주도경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추진하고 있었다.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아예 헐 정도로 아베정부의 치적을 찬양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정부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아베정부의 성공을 보면서 한국도 그렇게 가야 한다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의 경제상황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물론 덕분에 수출도 늘고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상당히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에서도 여전히 노동자의 임금만은 정체된 상태라 심지어 30년 전과 비교해서도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할 지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말로는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하면서도 정작 한국정부가 한 것처럼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거나 아니면 각종 재정적 보조를 통해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정책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소비세를 올리고, 연금의 수령연령이나 금액을 후퇴시키는 등 사실상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써왔었다. 그래야지만 기업들에게도 세금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늘면 아베노믹스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 그 결과 지금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까지 오르면서 일본국민들의 소비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괜히 일본에서 실버산업이 인기인 것이 아니란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계층은 그동안 저축한 재산이 상당한 노인들 뿐이다. 청장년세대에서는 아예 저축은 엄두도 내비 못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저축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겨우 소득 안에서 소비를 하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자랑하던 것이 두터운 중산층으로 인한 막강한 내수시장이었는데 그것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즉 일본이 난데없이 관광객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소비할 주체로서 자국민 이외에 외국인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전까지 자국민만으로도 충분히 유지되던 내수가 더이상 그러기 힘들어지면서 외국인관광객들의 소비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해가 가는가. 왜 관광객의 감소가 일본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인지가?

 

전에도 썼지만 사업 망하는데는 굳이 매출이 몇 십%나 줄어들고 할 필요가 없다. 고작 5%, 아니 단지 1%의 매출이 주는 것만으로 경계에 있는 사업은 바로 적자로 돌아서며 망하게 되는 것이다. 매출 가운데 모든 비용을 제한 나머지가 순이익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비용은 고정되어 있는데 매출만 줄어들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매출규모가 상당해서 순이익 규모도 그만한 대형사업장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 경우 단지 10% 남짓의 매출이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쇄적으로 일본의 경제와 사회에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 마디로 내수로 먹고 살던 나라가 내수는 신경쓰지 않고 수출에만 올인했다 망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렸더니 수출이 느는 대신 수입물가가 오른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수입물가가 오르며 소비는 위축되고 물가마저 정체된다. 내수는 더이상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만다. 그런데다 중국의 성장에 더해 미중무역전쟁으로 국제무역 자체가 줄어들자 수출마저 줄어들며 경제는 더욱 악순환에 빠진다. 그런데 수 십, 심지어 그 이상 단위의 관광객이 줄어들면 과연 내수에 기대던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될까?

 

반면교사라 해야 할 것이다.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현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적 방향은 무엇인가? 그래서 저축도 못하고 소비도 겨우 하며 갈수록 안으로 위축되어가는 일본이 한국의 미래일 것인가? 그래서 관광불매인 것이다. 일본경제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그동안 일본경제를 지탱하던 내수가 관광객의 소비에 의지해 돌아간다. 바로 그 부분을 찌른다. 치명적일 수 있다. 최소한의 고통은 줄 수 있다. 당장 가능한.

그나마 고종에 대해 평가할만한 부분이 어차피 망할 나라 저항없이 순순이 넘긴 덕분에 희생이라도 줄일 수 있었던 점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래도 나라를 지켜보겠다고 일어섰던 의병들의 희생을 무시했을 때 가능한 말이다. 나라와 임금인 자신을 지켜보겠다고 목숨걸고 나섰던 그들을 고종은 외면했고 폭도로 몰았고 토벌명령까지 직접 내렸었다. 수많은 의병과 인근의 백성들의 죽음마저 철저히 개죽음으로 내몰아가면서까지 지켜야 했던 희생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결국 조선에 돌아온 것은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무단통치였었다. 만만했을 테니까. 우스워 보였을 테니까. 나라 하나를 집어삼키는데 이렇다 할 싸움 한 번 없이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아무런 희생도 피해도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 조선의 지배층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의 지배에 협력하며 나서고 있었다. 조선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 조선인들은 그냥 내키는대로 자기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 그런 일본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 3.1운동을 겪고 나서부터였다. 이대로 마음대로 하다가는 진짜 더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한 번은 힘으로 눌렀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면 당시 일본의 힘으로 조선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기란 어려워진다. 그래서 바뀐 것이 바로 문화통치였었다.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전혀 두렵지 않은 상대를 이유없이 먼저 알아서 존중해주는 경우란 없다고 봐야 한다. 동정이나 연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신기함과도 역시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역사상 중국의 여러 왕조들은 항상 한반도의 왕조를 두려워했었다. 남북조를 통일한 수와 당이, 심지어 수나라의 경우는 아예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왕조가 망해버린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원의 송을 두렵게 만들던 거란의 요가 고려를 침략했다가 아예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그래서 명초기에는 혹시라도 고려가 요동을 침략해 올까봐 긴장했던 흔적마저 남아있을 정도다.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도우려 출전했던 장수와 병사들을 통해 조선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명의 조선에 대한 태도는 완전 표변해 버린다. 조선은 자신들이 긴장할만큼 대단한 나라가 아니다.

 

사실 일제강점기 말 일본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민족말살정책도 조선인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상당히 순치된 상태였음에도 조선인들이 만에 하나 미국과 전쟁중인 자신들의 뒤에서 3.1운동 당시와 같은 봉기를 일으킬 것을 두려워했다. 모든 전력이 미국과의 전선에 가 있는데 과연 그런 경우 조선에 주둔중인 병력만으로 조선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아예 조선인들을 일본인으로 만든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선인과 일본인은 인종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이기에 어떻게 해도 서로 같아질 수 없다. 조선인이 일본인처럼 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여기에 넘어간 이들이 이른바 민족개조론을 부르짖던 조선인 지식인들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라. 대세를 거스르지 마라. 그래서 한 번 싸우지 않고 나라를 일본에 넘겨준 것이 구한말 지배층들이었다. 일본에 맞서려는 이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을 넘어 일본의 힘을 빌려 짓밟고 있었다. 그렇게 얻은 일본의 자비가 강제병탄이었고, 무단통치였었다. 그리고 그런 일본을 바꾼 것은 역시 되도 않을 3.1운동이라는 봉기였었다. 그때도 이완용은 말했었다.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그래서 과연 어땠는가.

 

그냥 100년 전 떠들어대던 말들의 판박이다. 그때도 그랬었다. 구한말,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은 강하고 우리는 약하다. 일본은 열강이고 우리는 아직 근대화도 이루지 못한 약소민족이다. 그러니 일본을 거스르기보다 참고 인내하며 힘을 기르자. 그래서 결국 이르게 된 결론이 일본인이 되자. 그때 그렇게 주장하던 이들의 후예가 지금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일본은 우월하고 우리는 열등하다. 그러므로 절대 일본을 거슬러서는 안된다. 한국정부는 그리 마음대로 비판하더나 혹시라도 일본의 심기를 거스를까 조심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상이란.

 

우리가 일본을 함부로 적대해서 나라를 빼앗겼다? 대세를 모르고 함부로 강자와 적대하다가 나라를 잃고 말았다?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들이 그리 떠드니 그냥 그대로 믿어 버리는 사람도 나온다. 그래도 싸웠으니 열강들이 조선을 독립시킬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오키나와와 함께 패전한 일본이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던 것이 조선인데 열강의 힘으로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누가 진짜 어리석은가. 역사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것인가. 덥기만 한 요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정치와 개인은 별개다. 정부와 국민 또한 전혀 별개다. 북한이라면 이해가 된다. 아니 개인의 권리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북한조차 희생을 각오한다면 주민들이 정권을 뒤엎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최소한 저항하고 투쟁하고 마침내 합리적인 정상적인 정권이 들어설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고염무도 말하지 않았는가.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데는 한낱 필부라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하물며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의 의지인가? 박근혜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고, 이명박은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저질렀던 것일까? 그냥 나는 투표만 했을 뿐이니까. 나는 그저 투표만 했을 뿐 잘못은 대통령들이 저지른 것이니까. 그런데 그동안 걸어온 행보나 해 온 일들이나 공약들 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지 않던가. 하긴 이명박 대통령되고 바로 커뮤니티에 그런 글을 올라오더라. 그런 공약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일단 찍어주고 반대하면 되지 않겠는가. 지금 다들 어디서 뭣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일본 국민과 일본 정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일본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일본 국민들에게까지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 그러면 지금 일본 정부는 어떻게 그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는가. 어떻게 같은 1세계에 속한 국가로서 그동안의 신뢰를 깨뜨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인가. 누가 아베를 총리로 만들었고 자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을까? 지금 이 순간도 아베와 자민당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한 호응까지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아베와 자민당에 투표하고 그들 정부를 지지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지지하는 그들은 별개의 국민들인가?

 

개인은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 순수한 개인이라면 정치와 분리되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가 노동자에 우호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잘못, 환경단체가 환경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정당과 손잡는 것도 문제, 억울한 일이 있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는 정당의 편에서 행동하는 것도 중립을 벗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는 정치, 개인은 개인. 정부는 정부, 국민은 국민. 그래서 일본 정치가 저따위인 것이다. 투표는 별개 정책에 대한 지지도 별개 자신의 삶 또한 별개다. 그래서 정책과 상관없이 관성으로 지지하고, 지지하는 관성으로 정책까지 지지한다. 참 정치하기 쉬운 나라다. 바로 얼마전 박근혜 정부까지 한국 보수가 추구하던 것이었다.

 

개인은 정치와 관여되어서 안된다.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서는 더 안된다. 시민단체 등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행동해서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떠들어왔었다. 언론도, 정치권도, 심지어 학교에서도. 학교에서는 더 오래되었다. 군사독재정권 당시야 그건 상식이었다. 정치는 권력자들이 한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한다. 개인들은 그저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심 끊고 자기 일상들에 대해서만 최선을 다하라. 그러니까 정부가 뭔 짓을 하든 국민은 상관없다. 정치권이 어떤 짓거리를 하든 그 지지자들은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과연 지금 일본의 명백한 경제도발과 일본의 평범한 국민들은 아예 무관한가? 그러면서 그런 아베 정권을 지지하며 그들에게 개헌선까지 의석을 몰아주려는 행동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전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과반 넘게 지지하고 있다. 일본인 개인은 한국인에게 친절하다? 일제강점기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인에 친절했다. 그래서 그 친절한 일본인들이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에도 반대하고 있었는가?

 

일본국민 개인에게 돌아가게 될 피해에 굳이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당장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것은 한국 국민 개인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에 피해가 돌아오면 당연히 그 영향은 노동자와 그 가족, 혹은 주변의 관계자들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그들은 또한 별개의 개인들이란 것인가. 정치는 정치 개인은 개인, 도대체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 것인지. 민주주의의 기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상식일 터다.

미국이 -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아베 정부에 가장 강력하게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국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일본의 재무장이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서 미국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버겁고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일본은 지금 평화헌법에 매여 있어 정작 필요한 때 군사력의 투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등한 국가관계라면 미국이 일본을 위해 싸우는 만큼 일본도 미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

 

아베도 계산했을 것이다. 아마 그렇게 트럼프도 설득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한국을 때리면 지지율이 오르고 선거에서 승리해서 평화헌법도 바꿀 수 있게 된다. 개헌을 통해 숙원하던 정상국가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아예 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기적으로 한국정부를 곤란케 만들어 정치적 목적도 이루고 선거에서도 승리하겠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도 트럼프 역시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어느 쪽이 미국과 자신의 이익에 더 큰 도움이 될 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결국 지금 미국 정부가 자꾸 군불을 지피는 것도 중간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면서 한 편으로 지금 당장은 개입할 수 없는 사정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어찌되었던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태평양전략에서 중요한 두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지만, 그러나 지금 당장 개입하기에는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개입해서 중재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단지 말로써 변죽말 올리겠다. 그러면 그 걸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G20 전 트럼프가 일본정부를 향해 했던 말과 아베의 목적을 떠올리면 무리없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그토록 아베와 일본의 극우들이 염원하던 정상국가라는 것이 지금의 일본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니 아예 해악이 될 수도 있다. 군사력이란 끊임없이 돈을 빨아들이는 괴물과 같은 것이다. 병력을 증강하고, 첨단무기를 확충하고, 그를 유지 관리하는 한편 실전적인 훈련까지 치러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과 함께 전장에라도 투입되는 날에는 예산의 소모는 겉잡을 수 없어진다. 저 미국조차 전비로 인한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제가 주저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국가채무비율이 250%를 넘어가는 일본이 과연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병력을 확충하기 위해 징병제라도 시도했다가는 젊은 층의 표는 다 날려버리는 것이다. 병력을 늘리면 월급이라도 잘 챙겨주어야 할 텐데 그 인건비는 어찌할까? 기존의 무기들도 너무 비싸고 성능이 불만족스러워서 난감해 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돈을 더 쓰겠다. 사람을 더 동원하겠다. 누구를? 혹은 무엇을 위해서? 무엇보다 과연 거기에 일본이란 나라의 이익이 있기는 한 것인가. 역시나 뒤는 생각지 않는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것이다.

 

당분간 미국이 직접 나서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지 모르겠다. 다만 아베가 너무 시간을 끌면 미국으로서도 도저히 어쩔 수 없다. 단기전은 허락하지만 장기전은 사정이 다르다. 그 전에 원하는 정상국가로 만들고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이라는 걸 않는다. 아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모르는 것은 일본 국민들 뿐이다. 언론이 쓰레기임을 새삼 느낀다.

민주화 이후 가장 가혹하게 노조를 탄압했던 것은 어느 정부였을까? 학생운동의 뿌리를 아예 말려버린 것은 누구보다 학생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운동권 출신들이 포함된 김영삼 정부였었다.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에도 몸담았던 과거 민주화인사들이 정부와 여당으로 들어가며 아예 노조의 씨를 말리기 시작한 것이 김대중 정부였었다.

 

명분은 좋았다. IMF로 나라경제가 당장 망할 상황이니 노조가 좀 양보하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노조에 대한 탄압과 와해공작은 정말 집요하고 악랄할 정도였다. 그 가운데서도 역시 가장 지독했던 것이 바로 손배소로 노조의 경제적 기반 자체를 말려버린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서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기업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으로 수많은 노조가 와해되고 대부분 노동자들이 아예 노조를 만들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까지 되었다. 언론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비판도 끊임없이 이루어졌지만 정부와 여당은 철저히 노조가 와해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노회찬이 생전 팟캐스트에서 노조들이 모두 순치되어 더이상 기업과 싸울 힘이 없다 하소연했겠는가.

 

몇몇 강성노조들만 눈에 뜨이는 이들은 사실상 그들이 노동자의 편에서 싸우는 마지막 남은 몇 안 되는 노조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사용자와의 타협을 통해 사용자의 용인 아래 유지되는 어용노조들이다.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더욱 노조들을 과격하게 만들고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노조들은 모두가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강성들 뿐이다. 아니면 벌써 다 사용자에 의해 흩어지고 사라졌을 테니까. 그만한 힘이 있으니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노조들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노조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민주당 정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이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을 더 증오하고 혐오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도 김영삼 정부까지 성장일로를 걷던 노조가 김대중 정부를 맞으며 철퇴를 맞고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왔었다. 노조조직률도 낮고, 노조가 있어도 협상력은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나마 강성으로 알려졌던 몇몇 노조들도 이제는 혼자서 사용자와 맞서기에는 힘에 부친다. 그 원흉이 바로 민주당이고, 김대중이고, 노무현이었던 것이다. 문재인이 과거 노동전문변호사이기도 했다는 점도 그래서 저들은 절대 믿지 않는다. 그만큼이나 노동자의 편에서 함께 싸웠던 노무현 역시 끝내는 자신들을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았던 것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 나는 민주노총이 현정부를 적대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럴 만하다. 충분한 명분과 이유가 있다. 아무리 자유한국당이 반노동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도 오히려 미운 것은 자신들을 배신했던 - 그 전에 자신들을 버리고 양지를 찾아 떠났던 민주당내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던 정치인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의당에 남은 이들보다 더 과격하게 강성으로 운동하다가 어느새 돌아서서는 번듯한 양복 차려입고 그럴싸한 말들만 읊어댄다.

 

현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현정부를 반대하는 정도도 아닌 혐오의 감정까지 갖는 민주노총에 호의적일 수 없고, 더구나 일본의 경제도발에 맞춰 파업을 하려는 의도 역시 그리 좋게 볼 수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다. 원죄라 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 정부에서 노동자에게 해 준 것은 자유한국당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 그나마도 김영삼 정보보다도 더 악랄하고 교묘했던 탄압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다. 어째서 민주노총은 민주당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에도 오히려 적대적인 행동으로만 일관하는가. 단 한 번도 민주당 정부와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냥 일관되다 보면 된다. 자유한국당도 다르지 않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도발을 정의한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그렇다. 보복이 아닌 도전인 것이다. 반일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이 아닌 성장하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도전인 것이다.

여기에 쓸까 하다가 다른 블로그에 올린 글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과거와 다르다. 일본에 주눅들어 지내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전혀 다른 세대의 전혀 다른 저항 아닌 싸움이다. 이전 세대들이야 미국의 지위까지 넘보던 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을 기억한다. 우리는 겨우 가난을 벗어나려 하는데 일본은 벌써 저만치 앞서 아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과격했던 것이었다. 싫은 것이 아니었다. 미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무서운 것이었다. 그래서 사납게 으르렁거렸던 것이었다. 일장기를 불태우고 자기 배를 가르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일본이 쳐들어와 한국을 집어삼킬지 모른다. 한국을 자기 식민지로 만들지 모른다. 그래서 거의 발악하듯 일본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한 편으로 한참 우위에 있던 일본의 기술과 문화에 대한 동경은 암암리에 그것들을 향유하게끔 만들었다. 아예 일본의 문화와 제품들을 사용한다는 자체만으로 다른 이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마저 있었다. 당연한 것이 일본의 것들을 누리려면 상당한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야 했으니까. 일본 학용품을 쓰고, 일본 음악을 듣고, 일본의 옷을 입고. 그래서 한 편으로 그런 일본을 거부하고자 악착같이 일본에 반대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2천년대 초까지의 이야기이고 이제는 더이상 일본에서 뭐한다고 거리로 쏟아져나와 난리치는 경우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이 좋아서? 아니면 일본의 주장을 인정해서? 당시 일본이 한국인들의 반일시위에 무심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라 보면 된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에서 혐한시위를 하고 한국에서는 그냥 무심하게 일본을 대하고 일본의 상품과 문화를 소비한다. 혐한류라는 만화가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이 불과 십 수 년 전일 텐데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자신감이다. 이제는 일본이 어쩌든 우리가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온 세대들이 있다. 일본을 아예 자기집 안방처럼, 그것도 싼 맛에 찾아 즐기는 이들이다. 그런 세대들에게 지금의 불매운동은 반일도 무엇도 아닌 그냥 괘씸하다 여기는 대상에 대한 거부이고 응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이나 일본이나 이제 그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일본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 일본으로도 여행을 가지 않겠다. 예전처럼 일본의 제품들이 너무 좋아서 대체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불매를 하고 싶어도 일상에 쓰이는 일본제품이 그다지 많지 않아 결국 유니클로나 자동차 등 특정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일본이란 고작 그런 정도 위치이고 그런 정도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납게 외치지 않는다. 모여서 안타깝게 부르짖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의 감정과 이성이 시키는대로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다. 나는 일본이 싫고, 일본 정부가 싫다. 그래서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반일이 아닌 것이다. 당연히 혐일도 아니다. 아마 그 가운데 대부분은 여전히 일본 문화를 즐기고, 일본 음식을 즐기며, 일본사람들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굳이 일본 전체를 반대하거나 거스르는 것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동에 반발해서 솔직한 자신의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런 세대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란 과연 보복일까? 도발일가? 아니면 도전일까? 오히려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며 우리는 지금의 위기 또한 극복해서 한 걸음 더 나가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지금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 어디 있을까?

일본이 오판한 이유다. 한국 보수가 오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에 주눅들어 지내던 한국인만을 떠올렸다. 어차피 어찌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보이는 말과 행동만 과격했던 비루한 모습들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같을 것이다. 조금 겁주고 조금 얼러주면 알아서 금새 굽히고 들어올 것이다. 한국인들은 결코 일본의 제품을 거부할 수 없다. 일본제 제품들의 현재 한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보라. 현실을 모르는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불매운동은 결코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떠올리는 감정은 당연히 '감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대상에게 모욕당하면 당연히 되갚아주지 않으면 안된다. 유니클로가 큰 일을 했다. 제대로 그렇지 않아도 일본정부의 행동에 분노해 있던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버렸다. 그것도 유니클로의 주고객이던 젊은 층의 감정을 건드려 버렸다. 이제까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뿌듯한 감정마저 느끼는 이유다. 한국이 벌써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진정 과거사의 청산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거스르는 것도 아닌, 그에 대한 보복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닌, 점점 더 강해지는 우리를 질투하여 일본이 도전하며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째야 하겠는가. 어느때보다 국민들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높다. 한일관계를 새롭게 써나가는 기점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든다. 반드시 이기자.
하다하다 18일에 총파업한다네. 이 달 18일에 어떤 일이 예정되었는지 아예 뉴스를 보지 않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 쯤 되면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아베가 저런 무모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었는가 얼추 답이 나온다. 수율이 문제일 뿐, 더구나 다른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불량률에 대한 데이터가 문제가 되는 정도인 불화수소를 무슨 트웰브나인이니 뭐니 일본만 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알고 보니 중국에서도 생산 가능하고, 국산제품도 벌써 테스트 마치고 생산에 적용중이다. 아무 의도 없이 이런 기사를 냈을까?

일단 민주노총 지도부 계좌부터 뒤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그동안 통화내역이던가. 일본 자민당 아니면 자유한국당과 뭔가 커넥션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무리 최저임금 인상폭이 마음에 안 든다고 딱 그 날을 집어서 총파업하겠다 나설 수 없다. 일본과 경제전쟁중인 정부를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아 운신의 폭을 좁히겠다.

원래 민주노총의 목표는 하나였다. 민주당의 집권저지였고, 지금은 민주당 정권의 타도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이라도 약속받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어디 뒷돈이라도 챙겼거나 자식 취업약속이라도 받았거나. 근거? 없다. 하필 그 날이라는 점에 한 번 상상의 나래를 펴 봤을 뿐.

다른 때였으면 나도 최저임금 인상폭에 실망한 터라 그냥 지지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일본과 짝을 맞춰 정부를 포위하는 모양새가 정말 악랄하다. 임진왜란 당시도 그리 양반이며 관리들이 싫어서 일본군의 편에서 싸운 조선인들이 적지 않았었다더만.

눈앞에 총파업하는 것 보이면 계란이나 던져주련다. 항상 말하지만 나는 연대를 중요시한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연대는 전쟁중인 국가라는 연대다. 별 게 다 짜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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