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근대 이전에는 동성애나 양성애, 혹은 성정체성혼란등이 없었을 것이라 믿고 있는 병신들이 의외로 많다. 당연히 그 대부분은 개독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일 테지만 아닌 놈들도 상당하다. 심지어 어떤 놈들은 민주당이 정체성정치를 하면서 원래 없던 것들을 실제로 믿게 된 결과 성소수자가 생겨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진짜 어떤 놈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근세 이전인 중세, 즉 판타지세계에선은 성소수자란 존재하지 않았었는가?

 

그런데 이게 진짜 웃간다는 게 오히려 고대로 넘어가면 성소수자라고 하는 구분 자체가 의미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대놓고 남성이 같은 남성을 사랑하고, 여성이 같은 여성을 사랑하면서, 때로 여장을 즐기는 남성이나 남장을 즐기는 여성의 경우도 실제 역사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신분도 높고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인사가 자기 취향에 따라 동성을 사랑하거나 혹은 이성의 행동을 따라하는 정도는 그냥 그놈들 하는 짓거리라고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당시에는 더 많았다는 것이다. 하긴 에도시대 일본만 해도 중도라 해서 동성인 애인을 두는 것을 꽤나 특별한 취미처럼 여기고 있기도 했었다. 그같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남창을 공공연히 운영하기도 했고, 그래서 바로 이 중도의 일본발음인 나카마에서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속이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넷카마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이것들이 실제 동성애자라서 동성과 사랑을 나누는 것인지 그냥 취향이 그래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거기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리스의 도시국가 중 하나인 테베의 경우 신성부대라고 동성애자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운영하기도 했었다. 각자가 전우애보다 더 끈끈한 애정으로 묶인 사이이다 보니 그 어느 부대보다도 단결력도 좋고 전투력도 훌륭했다 전해진다. 굳이 테베의 신성부대가 아니더라도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미 성인이 된 남성이 미성년인 동성을 애인으로 두고 그를 후원하고 훈육하는 역할을 맡는 전통이 있어 왔었다. 심지어 인간적으로 미숙한 여성보다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훨씬 우월한 같은 남성과 나누는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 주장한 철학자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러고보면 중세 가톨릭 교회에서 동성애를 그토록 엄격하게 금기시한 이유부터가 그만큼 동성애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는 뜻도 될 것이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면 굳이 신의 이름을 빌려가면서까지 금지할 이유가 없었을 테니. 

 

중세에 들어 많은 문화권에서 동성애를 금기시하기 시작한 첫째 이유는 역시 문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생산과 상관없는 생식행위라는 점이 가장 컸을 것이다. 당장 집안을 물려받아야 할 자식이 동성애자라서 다른 이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면 바로 대가 끊기게 되는 것인데 가문이 더욱 중요해지던 중세 이후 그런 행위를 용납할 부모나 그를 신하로 거느려야 할 군주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에도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이성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상태에서 동성을 상대로 외도를 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토픽으로 보도되고는 했었다. 그런 점에서 가문을 물려받을 장남 이외에는 사실상 잉여로 여겼던 에도시대 일본에서 동성애에 대해 관대했던 것도 크게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한국이나 설사 집안은 물려받지 못했더라도 차남 이하에서도 더욱 많은 자손을 낳아 후손을 늘리는 것은 가문을 번창시키는 것으로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 뿐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가문의 일원을 늘리고 공동체와 국가에 있어서도 구성원을 늘려 집단을 번창시켜야 한다. 그런데 아이도 낳지 못하는 동성과 사랑을 한다? 이건 천륜을 어기는 행동인 것이다.

 

둘째는 앞서서 언급한 고대사회에서 이같은 소수성애들이 고귀한 신분들이 저지르는 사치스런 향락이나 일탈 정도로 여겨지고 있던 점도 이후 이를 도덕적으로 금기시하는 또 하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이른바 반PC들이 성소수자를 개인의 취향 정도로 여기면서 혐오감을 드러내는 그 원천일 것이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회에서 동성애가 나오고 성정체성의 혼란이 나타난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며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자가 남장을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은 그런 게 아닌데 그런 행위들을 저지르는 것부터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이니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런 경우가 끊이지 않았었기에 중세사회에서도 그를 단죄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나게 된다. 중세에 동성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었는데 열심히 때려잡아서 없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실제로 근세의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프리드리히 2세부터 동성애자로서 결국 결혼도 않고 후손도 없이 죽고 난 뒤 왕위를 조카에게 물려주고 있었다. 역사상 후손을 남기지 못한 유명인 가운데는 그래서 의심받는 이들이 제법 된다. 그래서 철저히 사회로부터 탄압당해 왔으니 중세사회에 동성애는 없었다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튼 그래서 웃기는 것이다. 어떻게 판타지 세계에 바이섹슈얼이 존재할 수 있는가? 어떻게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한 게임에 동성애자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단언한다. 중세유럽에는 동성애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러니까 성소수자라는 것도 결국 근대가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 있는 것을 미국 민주당이 괜히 PC한다고 만들어낸 것이다. 오바마가 흑백간의 인종갈등을 만들어낸 것처럼 민주당의 정체성정치가 실재하지도 않는 성소수자를 현실에 존재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추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주장들이 과연 사실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엄연히 궁녀와 사랑에 빠져 폐서인되었던 세자빈이 존재하는데. 성소수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어떻게 나타나게 된 것일까? 뭐 이유가 필요해서는 아닐 것이다. 혐오에는 이유가 필요없다. 웃기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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