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같은 작품이라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다르다. 요즘 넷플릭스로 '사조영웅전 2017'을 보고 있는데, 곽정과 양강에 대한 생각이 전과 전혀 달라졌다. 어째서인지 곽정보다 양강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진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중국에서 미래도 불확실한 어린 아이를 데려다가 열심히 춤 가르치고 노래 가르치고 스타일까지 멋지게 꾸며서 아이돌로 데뷔시켜 놓았다. 데뷔만 시킨 것이 아니라 철저한 관리와 운영으로 세계적인 스타로까지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좋다고 멋대로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과 소속사와 멤버들을 등지고 말았다. 달리 생각하면 곽정 역시 노예로 팔려온 그와 어머니를 칭기즈칸이 말 그대로 가족처럼 보살피고 챙겨주었던 것이었다. 화쟁과는 명백한 거절 없이 혼약까지 맺었었다. 그런데 그는 안다를 맺은 툴루이와 약혼자인 화쟁까지 모두 저버렸다. 반면 양강은 끝내 자신이 아버지로 여기고 자랐던 완안홍렬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학대받고 천대받던 천민이 나라를 배반하고 적의 편에 서는 것을 딱히 비난하거나 하는 편이 아니란 것이다. 고려 중기 무신정권 아래에서 거란이 쳐들어왔을 때 고려의 천민 가운데 일부는 거란의 편에 서서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었다. 임진왜란 때에도 전쟁준비한다고 노역에 징발에 고생고생하다가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차라리 일본군의 편에 선 백성들이 적지 않았다. 나에게 은혜롭게 하는 곳이 나의 조국이다. 내가 친일파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다수가 기득권들이었기 때문이지 친일 그 자체가 문제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해방 이후 별 볼 일 없는 출신인 노덕술의 말로를 보더라도 충분히 미루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진짜 기득권은 일제강점기 전에도 해방된 후에도 여전히 기득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강점기에도 일제에 붙어 백성들의 수탈과 핍박에 일조하고 있었다.

 

아무튼 사조영웅전에도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장춘진인 구처기가 칭기즈칸을 조언하는 역할로 그 곁에 있었다 해서 매국노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오히려 목숨을 구한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로써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선택을 했는가는 부수적인 것이다. 양강이 완안홍렬에게 돌아가서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한 것을 탓하는 것은 따라서 무의미하다. 무려 18년이란 긴 세월을 친아버지로 알고 따르던 사람이 아닌가. 그의 자아는 그렇게 완안홍렬이 아들로써 성장하고 만들어졌다.

 

확실히 그토록 재미있게 보았던 절대쌍교조차 소어아가 꼴보기 싫어 중간에 때려쳤을 정도이니. 강남칠괴도 하는 꼬라지 보면 참 가관도 아니다. 하긴 그런게 바로 무협의 협인 것이다. 강남칠괴의 그 꼬라지를 강호에서는 협의라 부르고 높이 추켜준다. 무협소설을 보면 가끔 중국인의 사고를 이해하는 단초를 보기도 한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영 곽정 보기가 편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양강의 복잡한 내면은 어떻게 이해가 되는데 이눔 자식은... 아마도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신조협려가 더 인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양과가 그래서 더 매력있다.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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