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준석이 처음 세대포위론을 들고 나왔을 때 이준석이 국민의힘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2030 남성들이 전부였었다. 6070들이야 이미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었으니 상관없었고, 정작 2030세대 가운데 여성들은 붕 뜨게 되는 것이었다. 이들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면 세대포위는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과연 2030 여성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가? 당연하게 이들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이준석이 2030 남성들을 대변하게 된 계기인 반페미가 걸렸다. 그래서 나선 것이 바로 정의당이었다.
2030 여성들이 이재명 지지로 돌아섰을 때 누가 가장 패닉에 빠졌었는가를 떠올려보면 분명해진다. 류호정이 아주 발작을 하고 있었다. 발악하듯 정의당은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아닌 여성을 위한 정당이라며 여성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어째서 당시 류호정은 그렇게 절박하게 여성유권자들의 지지를 되돌리고자 노력했던 것일까? 바로 이전 한겨레가 4050 남성들을 박멸하자며 내보낸 기사가 그 단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사에 호응하듯 이후 정의당도 자기들은 민주화세대와 상관없다며 단절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원래 이전부터 젊은 여성들은 진보정당 지지세가 강했다. 투표는 민주당에 하더라도 정당지지율 조사를 보면 2030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높게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았었다. 2030 남성들이 돌아섰다 했을 때 민주당은 물론 지지자들까지 당황한 이유였다. 2030 여성들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성평등에 대한 인식만 가졌을 뿐 같은 정당을 지지한다는 연대의식 같은 것은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2030 젊은 남성들이 민주당의 주지지층이었을 텐데 그들이 돌아섰다니 큰 일 아닌가.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젊은 여성들까지 포함헤서 페미들에 대한 과격한 발언들도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젊은 여성들 또한 이후 여러 이슈들까지 더해지며 그런 민주당에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러니까 어차피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던 젊은 여성들인데, 여러 성추문들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진 만큼 직접 한 발언도 있고 하니 정의당이 진보 쪽에서 2030 여성유권자들을 붙잡아 포위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정의당이 국민의힘 2중대를 넘어서 아예 한몸이었었다는 증거다. 정의당이 없으면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후 진보언론과 진보지식인들이 그렇게 이준석을 빨아대며 그에 동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어디서 이것이 어그러졌는가? 대선 막판에 지지율에서 계속해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으니 고무된 것인지 이준석이 들떠서 젊은 여성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해서 내뱉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2030 남성들이 이준석을 자신들의 대변인으로 여기게 된 것인지 모른다. 조금만 상황이 유리해지면 금방 오만해져서는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떠들다가 불리해지면 자기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소심하게 말을 돌리기 바쁘다. 한동훈도 비슷한 과일 것이다. 그것을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것이라 착각한다. 그래서 긁히다 긁히다 참지 못한 젊은 여성들이 차라리 국민의힘과 한 편인 듯한 정의당을 버리고 이재명을 지지하기로 결심하고 돌아섰던 것이었다. 그 시발이 바로 더쿠였었고.
오죽하면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당황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어, 저 사람들이 왜? 아니 더쿠에서 왜? 뭔 일이래? 페미 욕하면서 젊은 여성들까지 욕하던 반페미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그때 꽤나 패닉에 빠졌을 것이었다. 그리고 젊은 여성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실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재명 악마화의 진실을 알게 되고 민주당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때 젊은 여성들이 돌아서지 않았으면 이재명이든 민주당이든 지지자든 어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그들에 대한 고마움은 절대 지울 수 없다. 군가산점 폐지 이후 그동안 줄곧 지켜온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마저 포기하기로 결심했을 정도로. 아, 물론 나이먹은 여성주의자들은 지금도 싫다. 늙은 여성주의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다음에. 그런 점에서 이준석이 진짜 이재명과 민주당의 은인이라고나 할까?
이준석은 갈라치기 한 적 없다는 어느 2030 남성의 말에 삘받아 한 번 써 본다. 이준석은 그저 자기들 젊은 남성들을 위했을 뿐 딱히 여성을 적대한 적이 없었다. 여성의 반감을 살만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남성을 대변하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겼을 뿐이다. 어쩌면 지지자도 정치인을 그리 닮아가는 것인지. 그런데도 젊은 여성 가운데 호감도가 0이 나올까? 진짜 막판에 이준석의 개짓거리 아니었으면 참 많이 곤란했을 뻔한 터라 뭐 아주 나쁘지는 않다. 덕분에 정의당은 쫄딱 망했고. 정의당이 왜 망했냐고? 여성에 올인했는데 그 여성들이 모두 민주당으로 왔으니까. 민주당이 더욱 젊은 여성들에게 잘해야 하는 이유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해주는 젊은 여성들인 것이고.
그때의 당황과 혼란이 새삼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진짜 에잉?이었다. 새삼 이준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그 사실을 수박들과 특히 윤석열에게도 전하고 싶어진다. 여러분, 이준석이 이재명 살렸어요! 재미있는 역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