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총련 출신들 PTSD 오지게 왔을 듯하다. 공수처가 1차 시도에서 체포에 실패한 이유는 별 것 아니다. 손자병법에도 나온다. 아침에는 날카롭고, 점심에는 둔해지고, 저녁에는 흩어진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가장 기세가 왕성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흐트러지다가 나중에는 아예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영장 받자마자 냅다 체포하겠다고 들이받았으니 그만큼 윤석열도 완강히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 경찰이 학생운동을 진압하는 방법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이면 때려잡고, 뭉치면 때려잡고, 나오면 때려잡는다. 그냥 보이는 족족 잡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학생들의 저항도 완강하고, 바로 흩어져서 도망치기도 용이했으며, 잡더라도 조직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완전히 상황이 종료되었다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아예 대규모로 모이도록 유도하고는, 연세대학교로 몰아넣고, 완전히 힘이 빠질 때까지 포위만 하고서 어차피 정권이 뒤에 있으니 여론전만 하면서 압박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영상 보면 알겠지만 덕분에 한총련은 제대로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몰이사냥당하듯 일방적으로 내몰리다가 아예 자멸하듯 무너지고 말았었다. 괜히 한총련 출신들 가운데 선배 운동권들을 원망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까지 내몰렸는데 정작 제도권으로 들어갔던 운동권 선배들 가운데 자신들을 도운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원래는 그렇게 대학생과 경찰이 대치하면 민주화 원로들이든 누구든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나와서 경찰도 압박하고 거리에 들어누우면서 여론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거든. 딱 국민의힘과 전광훈이 관저 밖에서 하던 짓거리가 그것이었었다. 하지만 당시 연세대와 달리 윤석열은 그래도 대통령이라 관저 말고 도망칠 곳도 없으니 크게 의미는 없었다. 탈출할 수 없는 이상 안에서 말라죽는 수밖에.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었다. 일 마치고 돌아와서 집안일하고, 운동하고, 게임 조금 하다가, 자고 일어나면 그때 쯤 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냥 다 열렸더만. 일마치고 돌아와서 찌개 앉히고 설거기 좀 하고 나니까 벌써 협상 중이란다. 그래서 운동 마치고 났더니 자진출석 운운운운... 이쯤 됐으면 끝난 것이다. 전국시대 일본이었으면 이 단계에서 이미 배부터 가르고 보았었다. 경호처도 처장이 아예 자진해서 출두할 정도로 조직이 와해될 정도로 의욕이 없었고, 그를 막겠다고 나섰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나 전광훈이 동원한 지지자들도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었다. 이래서 연세대에서 한총련이 그냥 말 그대로 박살이 났던 거구나. 아예 학생운동의 뿌리가 뽑히고 말았던 것이구나. 아마 파업 좀 세게 해 봤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이들이 있을 것이다. 협상을 빌미로 노조 힘빼는 경찰의 전술은 진짜 악랄 그 자체였었으니. 그리고 끝. 돼지잡았다.
오늘을 기대하고 돼지고기 삶아 먹으려고 파김치까지 애써 새로 담가 놓았었다. 돼지고기 삶을 때는 맥주가 최고다. 돼지를 잡았으니 먹어야지. 참 힘들었다. 원래 친위쿠데타가 이렇게 막는 것부터가 너무 어렵다. 이미 권력기관 전체를 장악한 상태에서 자신의 지배를 공고히하고자 일으키는 것이라 그를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실패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더 어렵다. 지켜보는 입장에서야 당장 나가서 싸우지 않는 게 답답하고 화가 나겠지만 그러나 일선 지휘관들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에 역할을 넘기겠다 한 판다는 적확했다. 이 분야에서는 경찰이 프로다.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게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돼지를 잡았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