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경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원래 지지하던 정당이라 투표했는데 그 당의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 내 의사와 상관없는 인물이 당의 대표가 되어 국가의 수반으로 올라서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각제 국가에서는 가끔 뜬금없이 전혀 생소한 인물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다수당의 대표가 되고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도 보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거의 대부분 그나마 인정할만한 거물정치인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가 거의 압도적이다.

 

괜히 70살을 훌쩍 넘겨서 치매 이야기까지 나오는 바이든이 대선후보로 나와서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대통령을 할 만한 거물정치인이 바이든 정도더라. 공화당에서 여기저기 뒤져보니까 그래도 나라를 맡겨볼만한 거물정치인이 트럼프 정도더라. 그러면 힐러리는 왜 안 되었을까? 여자잖은가? 그리고 빌 클린턴의 아내였었고. 그리고 노출된 기간도 너무 길었다. 그만큼 부정적인 인식도 쌓일 만큼 쌓였었다. 그리고 오바마든 트럼프든 인지도에서는 뒤질지 몰라도 나름 입지가 있는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래도 어디 주지사거나, 혹은 상원의원이었거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그래도 대선후보도 되고 대통령에 당선도 되는 것이다. 3당의 바람이 결국 바람으로 끝나는 이유도 역시 그래서다. 그래도 거대정당을 이끄는 인물이어야지 고만고만한 정당의 후보에게 나라를 맡기기에는 불안감이 크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무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랑 맞짱뜨고 있었다. 자기 상관인 법무부장관을 무시하고 대통령마저 자기 마음대로 수사하고 있기까지 했었다. 당시 언론의 보도만 보면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동급이거나 아예 한 급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언론은 그를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로 여겼었고, 민주당에 대항할 유력한 대선후보로 지지하고 있기까지 했었다. 그에 비해 이재명은 어떤가? 국회의원도 한 번 해 보지 않은, 그야말로 중앙정치에는 한 번도 발을 딛어 보지 못한 주변부인생이지 않던가. 심지어 경선으로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는데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지자들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더라. 여기에 내내 10% 이상 압도적으로 이기는 여론조사결과가 불을 붙였다. 이재명은 윤석열에 비해 급이 아니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지지성향 다 빼고 이재명과 김문수 가운데 누구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싶을 것인가. 혹시라도 지지정당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면 김문수와 이준석을 나란히 놓고 판단해 보자. 홍준표와 이준석은 어떨까? 유승민과 이준석은? 혹은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였었던 국민의힘 김예지나 김성욱과 이준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자. 물론 당적은 같다. 민주당에서도 이재명과 김용민, 혹은 이재명과 박주민, 이재명과 김동연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자. 일단 김동연은 그 이름부터 확 와닿지 않는다. 경기도민이 아니면 누구냐는 반응부터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서 큰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될 새로운 비전을 내놓는 것이 후보자 자신의 정치인으로서 급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되는 것이다. 내가 이만한 급이 된다. 그러니까 국민의힘도 악착같이 이재명을 거꾸러뜨리려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인 게다. 이재명만 아니면 가능성이 있다. 일단 전국민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은 지금 현재로서 국민의힘에 더 많다. 민주당은 하도 물갈이를 지독하게 해 놔서 딱히 다선으로 내세울만한 정치인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가야 하고 대통령에 당선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인 것이다. 특히 중도층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개인의 도덕성보다 결국은 나라를 맡길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인가 하는 것이다. 얼마나 그 사람이 크고, 그 주위에도 사람이 많이 있는가. 그래서 지지선언도 하고 선거캠프에 합류한다고 기자회견도 하고 하는 것이다. 누가 그 사람을 지지하는가. 어느 정도 인물이 그 주위에 모여 있는가.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런 점을 어필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싫으면 대안은 누가 있는가? 물어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어지간하면 질색할 것이다. 오세훈이 그나마 위협적이라는 이유가 그래서인 것이다. 이준석은 말할 가치도 없고. 그래서 저리 이재명은 안된다 발악중인 것일 테고.

 

이재명 때문에 대선에서 민주당이 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놈들이 한결같이 찾는 인물들이 이낙연 금태섭 조응천 김동연이다. 그래서 까놓고 물어본다. 그래서 그런 정치인들이 나오면 투표할 것인가? 정작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다지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텐데. 그래서 될 놈 될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시름이 깊은 것이고. 도무지 대통령으로 밀 만한 후보가 너무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다 늙은 노인들이 나와서 치매경쟁이나 하고 앉았다. 이재명이 당선될 경우 주어질 숙제이기도 하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실패했지만 이재명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지키고 급을 올려 주어야 한다. 과연 누가 될까? 역시 그 또한 시대가 결정해 줄 것이다. 보이는 인물들은 많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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