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 남성들이 진짜 신기하다는 것이 내가 20대 때는 절대 사법부같은 것 믿지 않았었다. 경찰도 검찰도 믿지 않았었다. 당연히 언론은 더 믿지 않았었다. 그나마 신뢰를 가졌던 것이 손석희같은 언론인 개인이나 그래도 진보언론이라고 한겨레와 경향을 조금 더 주의깊게 살피는 정도였었는데 그 결과야 모두가 아는 바 그대로다. 그러니까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20대 때 김문수의 민중당을 지지했던 것이고 이후로도 오히려 민노당보다 왼쪽에 있던 소수정당들에 표를 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20대 남성들 보면 어떻게 된 것이 내가 그리 믿지 못해 하던 것들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가.
언론이 보도했으니 사실일 것이다. 검찰이 수사해서 기소했으니 사실일 것이다. 재판부가 판결을 내렸으니 사실일 것이다. 일 것이다가 아니라 그냥 이다다. 언론이 보도했고 검찰이 기소했고 재판부거 판결했으면 그냥 사실이다. 그러니 언론도 손대서는 안되고 검찰도 개혁해서는 안되고 재판부도 견제받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저 인기만으로 선거에서 당선돼서 권력을 쥔 국회를 대통령이 해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원래 20대 때는 반기득권적인 정서가 강하기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이준석의 영향인가 지금 대한민국 20대 남성들은 오히려 기득권에 더 친화적이다. 재벌개혁도 안된다, 노동자를 위해 무언가 하는 것도 안된다, 최저임금도 올려서는 안되고, 근로시간도 줄여서는 안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도 안된다.
사는 게 우울하면 오히려 더 기득권에 대해 반감을 가져야 하는데 정작 그 반감을 가지는 대상이 그 기득권을 그나마 바꿔보고자 하는 4050이라는 게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4050이 기득권이라고 6070과 연대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야 2찍 진보들도 똑같으니 뭐라 하기는 그렇지만 그들의 세대포위란 것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가정교육의 부재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재용은 그렇게 빨아대면서 자기 회사 부장, 과장, 혹은 업소 사장등은 그리 미워하는 걸 뭐라 말해야 하는가. 그래서 이준석이 더 싫은 것이다. 그런 감정에 물꼬를 내 버렸다. 제도권에서 공식화해 버렸다.
아무튼 특히 20대 남성들과 대화하다 보면 신기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대한민국의 모든 시스템에 대해서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일까. 재벌도,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무엇도 문제가 아니고 그냥 민주당이 문제다. 문재인과 이재명만 문제다. 4050과 2030 여성들만 문제다. 개인의 문제다. 민주당만 아니고 4050이 없고 여성만 없으면 대한민국은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 이준석 사퇴하면 아마 지금 40% 넘는 지지율 가운데 절반 넘게는 김문수에게 가지 않을까. 그들의 공정과 상식,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웹소설 보고 있으면 이런 것이구나 싶기는 한데... 확실히 다르다. 세대가 다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