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궐선거로 분명해졌다. 오세훈이 젠더특보를 없애자 젊은 남성들은 환호했고 여성주의자는 침묵했다. 남성인 오세훈이 젠더특보를 없애도 여성주의자들은 여전히 오세훈을 지지했고, 젊은 남성들은 압도적으로 그런 오세훈을 지지했다. 즉 더 여성주의 정책을 펼치더라도 여성주의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일이 없고, 더 여성주의 정책을 펼치면 아예 영영 젊은 남성들은 민주당에 등돌릴 것이다. 선택의 시간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성주의일 것인가.

 

권인숙이니 여성신문이니 여성주의자들이 느닷없이 조국을 욕하고 박원순을 욕하며 책임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인 것이다. 강선우가 아예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유다. 아니면 여성주의에 책임이 돌아갈 테니까. 시작은 여성주의였고 원인도 여성주의였고 결과도 여성주의다. 여성주의자들이 실수한 것이다. 여성주의에 가장 우호적이던 40대 남성들마저 등돌리게 만들었다. 저들에게 자신들은 단지 무시하고 배제해야 할 적에 지나지 않는다.

 

조국 하나만 욕하고 버티면 여성주의를 지킬 수 있다. 박원순에 모든 책임을 돌리면 민주당에서 여성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 아는 것이다. 결과로써 확인한 것이다. 더이상 민주당이 여성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민주당에 여성주의는 단지 짐이고 심지어 적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주의를 끌어안고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여성주의와 거리를 두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것인가.

 

박주민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여성주의를 상징하는 것은 여전히 박주민이었을 테니. 이 역시 여성주의자들이 실수한 부분이다. 하필 박주민을 내로남불이라며 공격하는 바람에 박주민의 여성주의자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틀어막고 말았다. 박주민이 더 큰 꿈을 꾸려면 지금 당장은 여성주의와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상징성을 이용해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럴 만한 깜냥이 되는가. 아니라면 거기까지인 것이고. 생각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 직후 유시민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했던 것은 김영춘이었다. 아마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선거국면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영향력있는 스피커였을 텐데, 언론이 완전히 돌아선 상태에서 뭔가 하나 내놓으려 해도 이슈화하는데 거의 절망과 같은 현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지만 정작 유시민으로 하여금 정치평론을 그만두게 만든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민주당 전당대표 이낙연이었었다. 유시민을 공격하는 면면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챘었다. 유시민의 영향력을 꺼려한다. 유시민이란 존재가 민주당에 드리운 그림자를 불편해한다. 민주당은 온전한 자신의 당이었으면 한다. 이낙연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민주당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유시민을 민주당으로부터 도려낼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상관없는 자기만의 정당 민주당에 대한 이낙연의 집착은. 그래서 이소영과 오영환 나부랭이들을 부추겨 그런 되도 않는 기자회견까지 했던 것이었다. 첫째는 언론에 대한 항복선언이자 기사구걸이었으며, 둘째는 민주당의 선거패배에 대한 자기책임의 희석이었다. 당연하게 민주당이 선거에서 졌다면 그동안 민주당을 책임진 최고 지도부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이낙연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중인가.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와중에 미리 대선출마를 위해 당대표를 사임했다고 꽃놀이중이다. 그런 상황에 민주당 패배의 책임이 전 대표였던 이낙연에게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민주당을 탈당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지만 이낙연의 방식에 동의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하고 나 또한 지지하고 있기에 그동안 우호적으로 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결론이 결국 이소영의 배신이 아니었던가. 대통령도 부정하고 지지자도 부정하고 딱 오래전 민주당의 방식이다.

 

이소영의 배후에 이낙연이 있다는 것은 이낙연 주위에 포진한 인물들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재명은 쓸 수 없는 수다. 오래전부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 관여해 온 놈들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지지자를 민주당과 분리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튼 이낙연이나 그를 따르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금 매우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김어준만으로는 안되었다. 그래도 역시 유시민이 있어야 했다. 이 또한 이낙연의 성급함이며 아집이었다. 그때 벌써 대선후보감은 아니구나 여겼어야 했는데. 올초까지 이낙연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내 잘못이다. 탈당도 해서는 안됐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하긴 군사독재에만 책임을 묻기에는 일제강점기나 그 이전 조선과 고려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반 백성이 정치에 대해 자기만의 지향이나 주장을 가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먹고 사는 일에나 충실하며 나라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따르는 것이 백성의 본분인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그런 백성이 임금의 정치를 비판하고 그를 바로잡겠다고 직접 나서기까지 한다면 그를 여전히 평범한 백성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인가.

 

말하자면 언론에서 말하는 순수한 국민이란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민주당의 정책이 옳다 여기기에 민주당 장적을 가지고 직접적인 활동도 한다. 그래서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정당활동을 하고 있으니 대학생이 아닌 것인가? 평소 정치적인 주장들을 많이 해 왔으니 평범한 국민은 아닌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그래서 유가족으로서의 평범성과 일반성과 무엇보다 순수성에 대한 공격에 수도 없이 시달려야 했었다. 아니 심지어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를 추모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더이상 국민을 넘어 인간으로서 순수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진정 중립적이라면 세월호에 대해서도 자기 주장을 가져서는 안된다.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이 아닌 이유인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도 독립운동가들은, 아니 독립운동은 커녕 그냥 일본제국주의의 지배에 불만을 가진 조선인들조차도 불령선인이라 하여 비국민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민주화운동가들을 좌경용공이니 운동권이니 하며 일반 국민들과 분리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지금 정의당이나 한겨레 같은 자칭 진보들이 과거 운동권들을 자신들로부터 배제하려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들은 남성이고 기득권이며 정치적이고 불순한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적 의사는 명백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므로 가치가 없다. 아무런 정치적 의도를 가지지 않는 이들만이 순수한 시민이며 그들이 목표로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노동자라도 정의당이 보기에 나는 순수한 노동자가 아니다.

 

그런 인식은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과거 가지고 있었다. 순수한 국민과 구별되는 또다른 존재로서 표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닥 달갑지 않은 대상으로 지지자들은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 국민이란 자신들의 지지자들과 다른 순수한 아무런 정치적 의도도 목적도 없는 이들을 가리킨다. 자신들을 지지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국민이 아니다. 과거 민주당이 아예 의도적으로 지지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정하고 배척해 온 이유이기도 했었다. 국민이 아닌 지지자들의 말을 들으면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래서 지지자들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 2008년 선거의 결과가 어떠했었는가?

 

이소영과 오영환 나부랭이들의 지지자와 국민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그런 연장에 있는 것이다. 뒤에 코치한 배후가 있을 것이라 단정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을 거치며 지지자와 국민의 뜻이 어떻게 합치하는지, 지난 촛불정국을 통해서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진 국민의 존재에 대해 직접 겪었을 이들이 새삼 지지자와 국민을 분리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지지자와 나머지를 분리하여 그 나머지의 편에 서고 싶은 것이다. 언론이 바라고 야당이 바라고 자신들이 바라는 바다. 저 지지자들로 인해 금태섭이 공천도 받지 못했고 많은 현역들이 재선에 도전조차 못하고 말았다. 내가 그런 꼴을 당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늬들은 표만 주라. 우리는 진정한 국민을 위해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겠다. 그런 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비슷한 개소리를 올 초 새해벽두부터 들었던 적이 있었다. 운동권은 국민이 아니다. 민주화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면 더이상 순수한 국민이라 할 수 없다. 세월호참사를 추모해도, 윤석열을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지지해도, 심지어 나 자신을 위해 최저임금인상을 지지해도. 그래서 내 비판따위 아무렇지 않게 씹어 버린다.

 

끝난 게 아니다. 안철수가 다 데려간 게 아니었다. 남은 놈들이 있었다. 그 놈들이 비슷한 부류의 초선들을 부추겨 대통령을 끝장내자 언론에 타협을 제시한다. 정확히 항복을 선언한다. 문재인이든 조국이든 추미애든 다 죽여서 목을 내줄테니 우리만 살려달라. 지지자따위 죄다 죽이든 노예로 팔아버리든 상관없으니 우리만 배지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 잘도 그렇게 해주겠다. 2008년에도 살아남은 놈들이면 생각이 다르겠지만. 벌레새끼들이다. 역겹게도.

예상대로다. 너무 뻔해서 오히려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이소영이니 장성태니 하는 나부랭이들이 사과한 대상은 국민이 아니었다. 언론이었다. 당연하다. 대부분 국민들에게 조국이든 추미애든 이미 지난 이야기란 것이다. 조국사태가 있고서도 민주당은 작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었고, 추미애는 오히려 조국에 비하면 여론이 일방적이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언론만이 일방적이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이소영 장성태 오영환 나부랭이들은 굳이 기자회견까지 해가며 사과씩이나 해야 했던 것일까? 말하지 않았는가. 오로지 언론만 일방적이었다고.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언론의 힘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언론이 묻으려 하면 어떤 사실도 진실도 다 묻을 수 있고 비틀고 바꿀 수 있다. 언론의 도움이 없이는 이제 어떤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정확히 자신들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제물을 건네고 용서를 구하는 항복선언을 할 것이다. 국민들에 사과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 항복선언을 한 것이다. 누가? 그러니까 이런 논란이 일 것이 분명한 행위를 과연 초선나부랭이들이 아무와 상의도 않고 독단으로 저질렀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안에 언론과의 휴전, 아니 언론에 굴복하여 그 자비를 구하고 싶은 놈들이 초선 나부랭이들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지 굳이 콕 짚어 말하지 않겠다. 이번에 새삼 언론의 사악함을 깨달은 듯한 발언을 했으며, 그러면서도 그런 언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과거 열린우리당을 망친 주역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다시 정확히 이소영 나부랭이들이 언론에 항복선언을 하며 건넨 제물은 조국, 추미애 등만은 아니란 것이다. 조국 추미애를 누가 장관에 임명했는가? 조국과 추미애가 누구를 대신해서 윤석열과 피를 흘려가며 싸워야 했었는가. 마지막에 초선나부랭이들은 민주당 지지자는 비국민이라며 지지자의 말이 아닌 국민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예전 민주당에서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던 놈들이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과정을 거치며 그들은 결국 노무현을 제물로 바치고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이어간 바 있었다.

 

이소영 나부랭이들이 항복선언을 통해 약속한 것은 기회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도 기꺼이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대통령 지지율도 빠지는 것 같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전만 못하니 나라도 살기 위해서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과 민주당을 제물로 협상을 시도하겠다. 한 부류는 어차피 민주당 없이도 국회의원 배지 정도는 계속 달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넘치는 놈들이고, 하나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는 놈들이다. 그러면 그동안 초선 나부랭이들은 누구와 소통하고 있었을까?

 

더이상 지지자들의 말따위 듣지 않겠다. 대통령도 상관없고 오로지 언론의 말만 듣겠다. 재미있는 건 그러다가 금태섭이 어떻게 지지자들로부터 거부당하고 민주당에서 내쫓기듯 나가게 되었는지 모르는 놈들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 그렇게 되더라도 자신있다는 것이다. 당권에 가까이 있는 인간일 테고, 어차피 지지자들과 상관없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망할 것이란 확신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최선이다. 이 비슷한 짓거리를 얼마전에 했던 인간이 있다. 그래서 이해한다. 그 인간이 아니면 이런 일을 벌일 놈이 없다.

 

중도층이고 나발이고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버리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항복선언도 이런 굴욕적인 항복선언이 없다. 그러니 언론이 자기 좀 잘 봐 달라. 자기에 대해 기사 좀 잘 써달라. 하긴 아쉽기는 무지 아쉬울 것이다. 한때 꿈에 거의 가까이 다가갔다가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로 정치생명이 아예 끊길 지경에 내몰렸으니. 누군지 알 필요도 없다.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일단 저 새끼들은 다시 볼 일 없기를 바라면서. 국민의힘으로 갔으면 배지는 커녕 밥심부름도 못했을 한심한 물건들인 것이다. 역겨울 따름이다.

벌써 몇 년 전 방영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어린 이방원은 홍인방에게 선과 정의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선은 악도 포용하는 것이지만 정의는 악을 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증오하고 배제하려 한다.

 

공자의 말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면 과연 좋은 사람인가? 진정 좋은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들로부터는 칭찬을 들을 것이고 나쁜 사람들로부터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나쁜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듣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는 진정 좋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원만하고 유순하고 다감한 좋은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그는 단지 악을 용인하고 타협하는 또다른 악인에 지나지 않는다.

 

송양공이 강국인 초나라 군대와 싸우면서 적군인 초나라 병사들에게도 어짐을 베푼 결과 결국 자기 백성인 송나라 군사들만 큼 피해를 입고 자기가 다스리는 나라에도 큰 피해를 입히고 말았었다. 중국 명나라 건문제도 절대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싸움에서 삼촌을 죽였다는 오명을 듣지 않겠다며 영락제를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결과 자신을 지키려 했던 공신들만 일족까지 씨몰살당하는 결과를 맞고 말았었다. 반면 영락제의 손자였던 선덕제는 감히 자신의 왕위를 노리고 반역을 일으킨 삼촌 주고후를 유폐하고 나중에는 항아리를 달궈 죽이고 말았다. 그러니 선덕제의 후손들이 이후 명나라 황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적에게 가혹해야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지킬 수 있고, 적에게 잔인해야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몫도 챙겨 줄 수 있다. 그런 게 정치다. 그래서 정치란 정의다. 내가 정의여야 한다. 정확히 우리가 정의여야 한다. 그저 선하기만 하다면 정의로운 적에게 자신의 몫을, 자신을 지지하고 따르던 이들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뺐기고 국회마저 내주었을 때 민주당을 지지하던 이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한나라당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들이 정의롭다고 여기는 지지자들이 악이라 생각하는 행위들을 그냥 손놓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었다. 다시 그런 상황을 반복해야 하는가. 

 

흔히 말하는 중도층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리멸렬하자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행동에 옮기는 것들을 정의라 여기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었다. 진정 민주당이 추구하는 것이 정의라면 그것을 국민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래서 정의다. 이래서 민주당이 정의인 것이다. 이래서 민주당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에 반대하는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민주당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다르지 않다. 크게 차별되지 않는다. 그래서야 사람들이 민주당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난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다시 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당의 정의부터 바로세워야 한다. 정의란 곧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악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난도 달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언론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은가? 그러면 처음부터 선택을 잘못했다.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해야만 했었다. 박용진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국민의힘에 가면 유치원 3법이나 삼성문제를 지금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지지자들로부터 욕먹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고,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욕먹는 것은 그리 아프다. 다행히 그런 놈들 상당수가 지난 총선을 거치며 걸러지기는 했다. 그런데 아직도 남아 있다. 민주당에서 오래 정치한 놈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국민의힘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동업자고 국민은 손님일 뿐이다. 지지자도 남일 뿐이다. 그러니 지지자들이 등돌리는 것이다. 저따위 정당 지지해봐야 내게 도움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가 의미하는 바인 것이다. 한결같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하던 40% 넘는 지지가 한순간에 빠져 버렸다. 중도층이 떠나간 것이 아니다. 지지자가 떠나간 것이다.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중도층만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찌된 것인가? 언론의 눈치나 보며 야당이 보기에 좋은 정치나 하겠다는 놈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겠는가?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망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낙연의 민주당은 바로 그 열린우리당의 또다른 재현이었다. 내부갈등은 없었지만 언론을 두려워하며 야당의 눈치나 보느라 오히려 국민의힘이 180석 거대야당인 줄 착각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면 무엇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위선보다 더 나쁜 게 무능이다. 유능한 자의 오만은 자신감이지만 무능한 자의 자신감은 단지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유능한 자가 일으킨 혼란은 변화지만 무능한 자의 변화는 단지 혼란에 지나지 않는다.

 

2030이 민주당에 등돌린 이유를 이해한다. 나라도 지금 민주당 보면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 것이다. 말만 요란하지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한다더니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언론개혁한다고 변죽만 울렸지 해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 공정과 원칙을 강조하고서 의사들에게는 매번 밀리기만 할 뿐이다. 저 새끼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놈들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감한다. 지금 민주당은 의석만 많이 차지한 밥버러지들일 뿐이다.

 

지금 내가 화난 이유는 그럼에도 여전히 지지자들을 탓하며 중도층만 바라보려는 그 무책임에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재명이 바닥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까지 올라설 수 있었는가. 이재명이  개인적으로 약점이 많은 인물임을 과연 몰라서였을까? 이재명의 인성이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해서였을까? 누구를 화나게 만들고 누구에게 비난을 들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반면 누구로부터도 비난을 듣지 않던 이낙연은 결국 누구로부터도 칭찬조차 듣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낙연의 길을 갈 것인가? 이재명의 길을 갈 것인가?

 

그나마 이번 보궐선거로 사실상 이낙연의 대선후보로서의 생명이 다한 것이 민주당에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재명이 유력 대선후보로 드러나면 민주당도 그에 맞춰 가는 수밖에 없다. 정권을 잃으면 공당으로서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런 절박함이라도 가졌을 때의 일이겠지만.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 봐서 인내하며 지켜봤었는데 그것도 한계가 오고 말았다.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안된다. 그런 위기감이 있어야 한다. 때로 미친 놈처럼 몰아칠 수 있는 그런 과감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정의이고 필요하다면 악과의 싸움도 피하지 않겠다. 그 과정에서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겠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자세다. 아무도 욕먹으려 하지 않는다. 누구도 비난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싸우려 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 정당은 필요없다. 싸우지 않을 것이면 그냥 계모임 정도로도 충분하다. 절실하다.

까놓고 말해보자. 그동안 민주당은 지지자와 중도층 가운데 누구의 눈치를 더 보고 누구를 더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해 왔었는가?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준 뒤에도 민주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항상 국민의힘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중도층이었다. 그 중도층을 거스를 수 없으니 말도 행동도 입법도 정책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그동안 민주당은 사실상 180석 의석으로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검찰개혁도 언론개혁도 아직 모두 말 뿐이다. 결과가 없다. 그런데도 선거에 지니까 한다는 소리가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듣느라 중도층을 소홀히했다. 그러니까 지지자들 때문에 졌다. 그동안 지지자 목소리는 듣지도 않던 새끼들이 선거에 지니까 지지자 탓하며 그 지지자를 버려야 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민주당에 표를 주었던 지지자들마저 중도층이 되고 비토층이 되었는가. 다른 것 없다. 지지한 보람이 없다. 지지한 의미가 없다. 하는 것이 없다. 내가 행사한 한 표의 의미를 저 새끼들이 다 중도층에 말아 쳐 드셨다. 남아있는 지지자들이 대단한 것이다. 아니 과연 남아있는 지지자 가운데 민주당이 좋아서 끝까지 지지하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열린우리당이 망한 이유다. 중도층 잡겠다고 지지층을 버렸다. 또 같은 짓 반복한다면 2008년 민주당을 재현하고 말 뿐이다. 과연 몇이나 지금 민주당에서 자기 의석을 지킬 수 있을까? 그나마 사쿠라새끼들을 지난 총선 거치며 많이 걸러냈었는데도 이 모양이니.

 

그동안 민주당에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어째서 민주당에 등돌렸는가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원래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던 중도층이 아니라 민주당에 이미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더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게 된 이유다. 그런 지능이 있다면 다시 이번 같은 패배는 겪지 않겠지만. 이낙연 이 새끼가 당대표에서 물러난 게 지금으로선 다행이랄까.

 

다시 말하지만 정당이 지지자 탓을 하며 책임을 돌리는 순간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나마 남은 지지자들마저 죄다 버리겠다는 소리일 테니. 먼저 지지자를 잡고서 그 위에 중도층을 잡는 것이다. 지지자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중도층을 잡겠다? 그래서 민주당이 민주당이었던 것이다. 정신들 차리라!

두 친구가 있다. 한 놈은 뻑하면 사기치고 협박해서 돈을 뜯어가서는 있는대로 사치를 부리며 나를 비웃는다. 그리고 또 한 놈은 반드시 갚겠다고 돈 빌려가서는 허구헌날 돈 없다고 사기로 한 밥도 사지 않는다. 당연히 그렇게 빌린 돈으로 무려 통장에 180억이나 꾹꾹 쟁여져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 누가 더 열받는가.

 

사기치고 협박하던 놈은 이미 한 번 본때를 보인 뒤라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가 싶어서 다른 놈에게 돈도 빌려주고 했는데 뻔히 받은 돈이 있는데도 돈 없다며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 바로 민주당이다. 무려 180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지고서도 매일 힘없다며 지지자들과 약속한 개혁을 미루는 놈들이다. 지지자들과만 약속했는가? 바로 민주당을 저버린 중도층에게도 약속했었을 것이다. 반드시 개혁을 이루어내겠다. 그런데 말만 요란했지 정작 그동안 이루어진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180석이라는 의석을 가지고서도 매일 공갈만 치고 다닌 것이다. 심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국회를 보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180석 의석을 가진 양 보일 정도다. 오히려 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것은 국민의힘이고 주눅들어서 눈치나 보는 것은 180석 의석의 민주당인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 시장자리 두 개 더해준다고 뭐가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차라리 나빠지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최악은 최선만은 못해도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는 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뭐라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수 있을 테니까. 

 

이낙연이 해 온 짓거리다. 최대한 인내하며 좋게 해석하려 노력해 왔었지만 이제 그마저 한계에 이르고 말았다. 180석으로 그동안 약속한 개혁 가운데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지치고 힘빠진 뒤에야 겨우 한계에 내몰려 하나씩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런 민주당에 더 힘을 실어주면 뭐가 더 나아지는데?

 

리더의 역할이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에 있지 않다. 더 나아지게 하는 것에 있다. 새로운 길로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의 존재란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자연스레 사람들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 그런 건 굳이 리더따위 필요없이도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거든.

 

나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 나빠져 보는 것도 더 나아지기 위한 또하나 방법일 것이다. 민주당이 아니면 또 어떤가? 2030의 분노를 이해한다. 나 역시 40대 되기 전까지 민주당이라면 이를 갈았었다. 딱 지금 민주당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조금은 나아진 줄 알았더니만.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해서 민심이 등돌린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등돌린 것이다. 힘있는 자의 무책임은 무능력이고, 무능력이 곧 무책임이다. 결과만이 실력이고 책임이고 윤리고 도덕인 것이다. 결과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들에 지지를 호소할 자격이 있는 정당일 것인가.

 

욕먹지 않으려면 정치따위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어떤 비난도 듣지 않으려면 그냥 선거자금 쓸 돈으로 여행이나 다니면 되는 것이다. 대선에서 지고 정권마저 놓치면 지금의 의석이나마 지켜질 것인가. 박용진의 다음 당적이 어디일지 벌써 그려지는 바다. 조응천은 절대 국민의힘에서 받지 못할 카드다. 버러지 새끼들이다. 하나같이.

자칭 진보 이상형 월드컵

 

이명박 vs 노무현

 

김학의 vs 박원순

 

오세훈 vs 노회찬

 

박형준 vs 조국

 

주호영 vs 박주민

 

그래서 자칭 진보들은 과연 이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전두환 vs 문재인

 

해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연 진보인가?

 

용산참사는 철거민들의 폭력성 때문에 일어났다. 자칭 진보가 인정한 결론이다.

한 마디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정책은 아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나뉠 필요 없이 서로 각자 주장하고 그 중간만 차지하면 되는 정도면 아무나 정치해도 되는 수준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민주당이어야 하는가. 어째서 민주당이어야 하는가. 민주당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정책이 가진 장점과 이점은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할 것 아닌가. 어째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다른 것인가.

 

그게 리더다. 대중이 원한다고 쫓아가기만 하는 것은 하인이고 노예다. 리더는 대중이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그래서 감히 요구하지 못한 바를 먼저 밝히고 제시할 수 있는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정치인이란 기본적으로 그런 리더에 속하는 이들이다. 중도층이 지금 주장하는 중간지점이 아닌 중도층이 미래에 추구할 수 있는 가치와 이해를 목표로써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낙연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함을 신중함으로 바꾸어 앞장서 온 결과가 이번 선거인데 또 그 이도저도 아닌 길을 다시 가자고?

 

더 선명해져야 한다. 더 명확해져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민주당이라는 정당에 대해 알고 그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효능감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똑같은 놈들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민주당의 개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다시금 국민들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다시 중도층이라? 중도층이 바라는 게 진정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가?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망했는가 다시 돌아볼 일이다. 열린우리당이 망한 과정을 다시 밟겠다는 소리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하나다. 민주당이 민주당으로서 자신들의 효능감을 국민들에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낙연이 욕먹는 것이기도 하고. 민주당은 어째서 국민의힘과 다른가.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만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중도 좋아하다 진짜 망한다. 이낙연의 대선은 이제 끝이다. 한심하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것은 선거의 승패가 아닌 선거에 임하는 자칭 진보의 태도였다. 하필 국민의힘이 앞세운 후보가 박형준과 오세훈이라 기회도 아주 좋았다. 박형준이 주도한 이명박정권에서의 민간인사찰과 수많은 의혹들이나 오세훈이 시장이던 시절 일어났던 용산참사에 대한 자칭 진보의 태도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리고 확신을 얻었다. 대한민국에 더이상 진보라 불리울만한 정치집단은 남아 있지 않다. 언론도 지식인도 아예 씨가 마른 상태다. 용산참사에 대해 오세훈이 참담한 발언을 했던 당시 자칭 진보는 과연 무엇에 더 분노하고 있었던가? 박주민이 월세 9% 올린 것 가지고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논평을 내던 것이 바로 자칭 진보들이란 것이다. 그나마도 주호영이 23% 올린 것은 직접 지면까지 할애해가며 변명하는 기사를 내주고 있었다. 이놈들이 과연 진보이긴 한 것인가?

 

이번 선거의 결론인 것이다. 여영국이 스스로 선언하듯 말했을 것이다. 반문재인 반민주당이야 말로 진보의 정체다. 김용민은 틀렸다. 저들은 국민의힘에 반대하는 동지가 아니었다. 원래 민주당과 문재인에 반대하기 위해 국민의힘과 손잡으려던 놈들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탈원전도 김학의도 원래의 신념과 다르게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주호영이 전세를 올린 것은 이웃을 위한 배려이고, 박주민이 월세를 올린 것은 파렴치한 내로남불이다. 오세훈의 용산참사 발언보다 더 분노해야 할 죄악이다. 무상급식도 폐지하고, 재개발의 주민동의제도 폐지하고, 그런 주장들을 보면서도 오세훈을 지지한다. 그게 바로 저들 자칭진보들이다. 화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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