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궐선거로 분명해졌다. 오세훈이 젠더특보를 없애자 젊은 남성들은 환호했고 여성주의자는 침묵했다. 남성인 오세훈이 젠더특보를 없애도 여성주의자들은 여전히 오세훈을 지지했고, 젊은 남성들은 압도적으로 그런 오세훈을 지지했다. 즉 더 여성주의 정책을 펼치더라도 여성주의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일이 없고, 더 여성주의 정책을 펼치면 아예 영영 젊은 남성들은 민주당에 등돌릴 것이다. 선택의 시간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성주의일 것인가.

 

권인숙이니 여성신문이니 여성주의자들이 느닷없이 조국을 욕하고 박원순을 욕하며 책임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인 것이다. 강선우가 아예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유다. 아니면 여성주의에 책임이 돌아갈 테니까. 시작은 여성주의였고 원인도 여성주의였고 결과도 여성주의다. 여성주의자들이 실수한 것이다. 여성주의에 가장 우호적이던 40대 남성들마저 등돌리게 만들었다. 저들에게 자신들은 단지 무시하고 배제해야 할 적에 지나지 않는다.

 

조국 하나만 욕하고 버티면 여성주의를 지킬 수 있다. 박원순에 모든 책임을 돌리면 민주당에서 여성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 아는 것이다. 결과로써 확인한 것이다. 더이상 민주당이 여성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민주당에 여성주의는 단지 짐이고 심지어 적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주의를 끌어안고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여성주의와 거리를 두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것인가.

 

박주민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여성주의를 상징하는 것은 여전히 박주민이었을 테니. 이 역시 여성주의자들이 실수한 부분이다. 하필 박주민을 내로남불이라며 공격하는 바람에 박주민의 여성주의자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틀어막고 말았다. 박주민이 더 큰 꿈을 꾸려면 지금 당장은 여성주의와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상징성을 이용해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럴 만한 깜냥이 되는가. 아니라면 거기까지인 것이고. 생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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