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군사독재에만 책임을 묻기에는 일제강점기나 그 이전 조선과 고려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반 백성이 정치에 대해 자기만의 지향이나 주장을 가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먹고 사는 일에나 충실하며 나라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따르는 것이 백성의 본분인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그런 백성이 임금의 정치를 비판하고 그를 바로잡겠다고 직접 나서기까지 한다면 그를 여전히 평범한 백성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인가.

 

말하자면 언론에서 말하는 순수한 국민이란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민주당의 정책이 옳다 여기기에 민주당 장적을 가지고 직접적인 활동도 한다. 그래서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정당활동을 하고 있으니 대학생이 아닌 것인가? 평소 정치적인 주장들을 많이 해 왔으니 평범한 국민은 아닌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그래서 유가족으로서의 평범성과 일반성과 무엇보다 순수성에 대한 공격에 수도 없이 시달려야 했었다. 아니 심지어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를 추모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더이상 국민을 넘어 인간으로서 순수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진정 중립적이라면 세월호에 대해서도 자기 주장을 가져서는 안된다.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이 아닌 이유인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도 독립운동가들은, 아니 독립운동은 커녕 그냥 일본제국주의의 지배에 불만을 가진 조선인들조차도 불령선인이라 하여 비국민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민주화운동가들을 좌경용공이니 운동권이니 하며 일반 국민들과 분리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지금 정의당이나 한겨레 같은 자칭 진보들이 과거 운동권들을 자신들로부터 배제하려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들은 남성이고 기득권이며 정치적이고 불순한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적 의사는 명백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므로 가치가 없다. 아무런 정치적 의도를 가지지 않는 이들만이 순수한 시민이며 그들이 목표로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노동자라도 정의당이 보기에 나는 순수한 노동자가 아니다.

 

그런 인식은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과거 가지고 있었다. 순수한 국민과 구별되는 또다른 존재로서 표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닥 달갑지 않은 대상으로 지지자들은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 국민이란 자신들의 지지자들과 다른 순수한 아무런 정치적 의도도 목적도 없는 이들을 가리킨다. 자신들을 지지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국민이 아니다. 과거 민주당이 아예 의도적으로 지지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부정하고 배척해 온 이유이기도 했었다. 국민이 아닌 지지자들의 말을 들으면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래서 지지자들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 2008년 선거의 결과가 어떠했었는가?

 

이소영과 오영환 나부랭이들의 지지자와 국민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그런 연장에 있는 것이다. 뒤에 코치한 배후가 있을 것이라 단정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을 거치며 지지자와 국민의 뜻이 어떻게 합치하는지, 지난 촛불정국을 통해서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진 국민의 존재에 대해 직접 겪었을 이들이 새삼 지지자와 국민을 분리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지지자와 나머지를 분리하여 그 나머지의 편에 서고 싶은 것이다. 언론이 바라고 야당이 바라고 자신들이 바라는 바다. 저 지지자들로 인해 금태섭이 공천도 받지 못했고 많은 현역들이 재선에 도전조차 못하고 말았다. 내가 그런 꼴을 당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늬들은 표만 주라. 우리는 진정한 국민을 위해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겠다. 그런 선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비슷한 개소리를 올 초 새해벽두부터 들었던 적이 있었다. 운동권은 국민이 아니다. 민주화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면 더이상 순수한 국민이라 할 수 없다. 세월호참사를 추모해도, 윤석열을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지지해도, 심지어 나 자신을 위해 최저임금인상을 지지해도. 그래서 내 비판따위 아무렇지 않게 씹어 버린다.

 

끝난 게 아니다. 안철수가 다 데려간 게 아니었다. 남은 놈들이 있었다. 그 놈들이 비슷한 부류의 초선들을 부추겨 대통령을 끝장내자 언론에 타협을 제시한다. 정확히 항복을 선언한다. 문재인이든 조국이든 추미애든 다 죽여서 목을 내줄테니 우리만 살려달라. 지지자따위 죄다 죽이든 노예로 팔아버리든 상관없으니 우리만 배지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 잘도 그렇게 해주겠다. 2008년에도 살아남은 놈들이면 생각이 다르겠지만. 벌레새끼들이다. 역겹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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