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사법부가 독립되어 있었던 것은 김대중 노무현 10년과 문재인 정부 현재 3년 남짓 말고는 없었다. 대부분 기간 동안 사법부는 철저히 행정부에 종속되어 있었다. 권력자의 의지가 검찰을 통해 재판부로 전달되면 그대로 주문으로 읊어주는 역할이나 하던 것이 바로 사법부였던 것이다. 그런 사법부에게 행정부 외청이 판사들을 사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겠는가.

 

민주화운동을 했으면 판사가 못됐고, 판사가 되었으면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민주화에 개미 손톱만큼도 기여한 바 없으며 오로지 민주화의 과실을 받아먹기만 한 주제들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을 가져다 준 민주화세력을 자기들도 기득권이라고 빨갱이라 욕하는 것이 바로 판사란 무리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검찰과 닮았다. 민주화의 과실은 있는대로 누리면서 정작 민주화진영을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것. 그런 놈들을 그토록 빨아대는 자칭진보란 생각할수록 이해불가의 괴물들이다.

 

아무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이유도 그런 점에서 명확한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그걸 직접 입밖에 꺼내 말했다가는 돌아올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다. 검찰은 얼마든지 판사를 사찰할 수 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검찰이 그런 것은 사찰이라 할 수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검찰은 그럴 자격이 되는 존재다. 차라리 그때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굳이 머리굴려 생각해 판결할 필요 없이 정권이 원하는대로 글만 써주면 되던 그 시절이 그들에게는 더 낫지 않았겠는가.

 

이것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토록 강조하던 사법부 독립인가. 아니 김명수 대법원장만이겠는가. 오히려 검찰의 사찰이 아무 문제없다고 대신 항변해주는 당사자마저 있을 정도이니. 원래부터 그런 무리들이 판사가 되는 것인지도. 그러길래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들에게 법복부터 입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송이가 자기들끼리만 갇혀 지내면 머리만 커진 어린애가 되고 만다. 양승태가 그런 부류. 답이 없다. 윤석열로 인해 참 많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확실히 요즘 정의당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걱정한 것 취소다. 굳이 류호정이 대선후보로 나설 필요도 없다. 그냥 홍준표든 오세훈이든 김종인이든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면 된다.

 

그냥 국민의힘의 전위부대가 되어 있다. 윤석열 직무배제되었을 때 정의당의 가장 먼저 한 말이 대통령더러 입장을 밝히란 것이었다. 입장밝혀서 뭘 어쩌자고? 검찰문제 가지고 다시 한 번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드잡이질하라고? 윤석열의 급을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대통령의 격을 그만큼 낮추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뒤이어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요구를 한다. 우연도 반복되면 필연이다.

 

국민의힘이 직접 나서기 뭣한 주제에 대해 뭐든 대신 나서서 주장해준다. 이를테면 광화문 집회 허용문제라든가, 가덕도 신공항문제라던가, 이번 윤석열 직무배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나섰으면 의도가 훤히 보였을 텐데 그래도 진보정당이 대신 앞장서 주니 모양새가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 와중에 또 한겨레가 나서서 양정철이 윤석열을 추천했다고 판을 깔아주는 것을 보니 의도가 읽힌다. 양정철이 비선실세고, 결국 비선실세의 농간에 문재인이 인사를 개판으로 했다는 의미 아닌가.

 

즉 이후 윤석열의 문제들이 실제로 드러나게 되었을 경우 그것을 대통령의 인사실패 및 비선실세로까지 이어가서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어째 한겨레가 최근 윤석열을 비판하는 척 하며 밑밥을 깔더라. 그런데 그런 데 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양정철이 비선실세고, 알고 보니 김어준과 주진우도 연루되어 있고, 이거 완전 박근혜 시즌2네? 벌써 여기에 넘어가 부화뇌동하는 지지자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냥 입 좀 쳐 닫으시던가.

 

하여튼 그 뿌리가 어디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었다. 민주당 2중대는 싫어도 보수당 전위부대는 좋다. 정의당 움직이는 방향에 국민의힘이 있다. 그리고 다수 자칭 진보 지식인들이 그에 동참한다. 웃긴다.

두 사람이 만나서 협상을 하는데 한 사람이 품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심지어 협상하는 도중 칼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기까지 한다.

 

"위협하려는 건 아니고 일상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거야. 해치려는 건 아니니까 마음놓으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어제도 말했지만 사찰이 사찰인 이유는 그것이 위력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원치 않는 행위를 강요당하거나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이 되기에 직접적인 협박 없이도 굴복하게 된다. 말로 직접 해야만 협박이 아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듣고 따르면 협박이 된다.

 

판사 프로필 정리라는 언론의 아이돌도 있는 모양인데, 그렇더라도 판사 프로필을 왜 검사들이 정리하는가. 검찰은 그러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다. 행정부다. 사법부와 별개의 기관이다. 따라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협력관계에 있지 않다. 더구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까지 가지고 있다.

 

사찰이라는 개념마저 오염시키려 한다. 이러다가 진짜 서로 아무나 막 뒷조사해서 정리해 놔도 프로필정리라며 넘어가는 시절이 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정의당과 자칭진보들이 바라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프로필 자체를 검사 개인도 아닌 검찰 조직차원에서 작성하고 관리한 자체가 문제란 것이다. 심지어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 내밀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었더만. 말을 오염시키는 놈들이 제일 더러운 놈들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지겹도록 떠들었으면서. 어쩌면 판사들에게 이번 검찰의 사찰이란 크게 문제가 안 될 지 모르겠다. 그럴만한 자격을 가진 주체니까.

 

자격이란 힘이다. 권력이다. 재산이고 권위다.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으면 그래도 된다. 어째서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나경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는가. 박덕흠은 어느새 기억마저 희미해져 버렸다. 그에 반해 민주진영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어째서 그런 일들이 가능한 것인가. 그만한 자격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이다.

 

양승태의 사법농단도 검찰이 수사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격있는 집단이니까. 마찬가지로 판사들을 사찰했어도 검찰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격있는 집단이니까. 그러므로 판사들도 그렇게 하면 된다. 자기들도 자격이 있으니까. 결론은? 우리는 그래도 되는 신분들이다. 그게 바로 한국 보수의 실체다. 참고로 진보는 그런 보수를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놈들을 뜻한다.

 

김명수가 침묵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고 판사사찰이 아무 문제없다 말하기에는 사법부 독립 어쩌고 떠든 면이 서지 않고, 그렇다고 문제있다 이야기하기에는 검찰과 척지는 게 싫은 것이다. 그동안 자기들끼리 잘 지내왔는데. 그래도 되는 자기들 아닌가.

 

몇몇 이름을 내걸고 반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까지 문드러져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아님 말고. 그런데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건 무엇때문일까? 누구 때문이지? 내 탓은 아니다.

원래 야당에서 차기를 노릴만한 거물이 등장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면서 그것을 차기를 위한 새로운 아젠다로 이어갈 때인 것이다. 즉 자기 논리와 주장으로 정부를 비판하면서 한 편으로 그 비판을 새로운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이어갈 수 있을 때 그는 차기를 노릴만한 인물로 대중들에 각인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가.

 

윤석열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지지까지 다 빨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그동안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장 악랄하게 치명적이고 효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 온 것은 다름아닌 윤석열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저 편하게 그런 윤석열의 난동에 편승했을 뿐이었다. 윤석열이 검찰과 언론을 이용해서 한바탕 정부와 여당을 휘저어주면 그보다 한 발 늦게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내놓는다. 그래서 어떤가. 지금 야권 대선후보 가운데 윤석열을 제외하고 주목받는 사람이 비슷하게라도 보이기는 하는가.

 

그래서 곤란한 것이다. 일단 윤석열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이념이나 강령에 동의하는 존재가 아니란 뜻이다. 지금은 반문재인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잡고 있지만 윤석열은 국민의힘이 아닌 오로지 검찰이라는 조직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검찰주의자다. 자칫 윤석열이 대선후보가 되거나 하면 국민의힘은 검찰에 완전히 먹혀 버릴 수 있다.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검찰을 어르고 달래느라 얼마나 힘을 쏟았었는데. 그렇다고 윤석열 빼고 국민의힘에서 대선후보를 찾으려니 사람이 없다. 사람이 있어도 대중이 알지 못한다. 심지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보수언론마저 반문재인을 위해 윤석열에 올인하는 상황이니 어떻게 해도 답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국민의힘의 딜레마일 것이다. 최선은 대선정국이 시작될 때 쯤 윤석열이 자연스럽게 빠져주는 것일 터다. 그런데 그 전에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강고한 40%대의 지지율을 더 흔들기 위해서는 윤석열이 더 설쳐주어야 한다. 추미애 장관의 직무정지 처분에 국민의힘의 반응이 상당히 뜨뜻미지근한 이유인 것이다.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썩 윤석열을 싸고 도는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필사적이라면 정의당일 것이다. 정의당은 윤석열 하나 바라보고 반문재인 코인을 탔다고 봐야 할 텐데 윤석열 나가리 되면 류호정을 대선후보로 내보내야 할 상황이다.

 

아무튼 당의 역량이 아닌 외부의 인사에 기댄 반정부활동의 결과인 것이다. 당의 역량을 강화해서 실력으로 정부와 겨루려 하기보다 정부에 반대하는 외부의 역량에 너무 기대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차라리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영입하는 것이 아닌 윤석열이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그림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황교안이 장외투쟁에 맛들려 자유한국당의 재정을 고갈시킨 덕분이란 것이다. 돈이 없으니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으니 실력도 안되고 그런데 윤석열이 나서주니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게 결국 자기들에게 독이 될 줄도 모르고.

 

더구나 어찌되었거나 윤석열이 국민의힘을 흡수하든 어찌됐든 대선후보로 나온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가. 안철수가 가지고 있던 딜레마 가운데 하나다. 중도층 중에는 민주당도 싫지만 보수당은 더 싫은 사람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민주당 하는 꼴 보기는 싫은데 보수당은 더 싫은 사람들이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을 습관적으로 지지해 온 것이다. 과연 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다는 이유로 윤석열을 지지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나오는 것도 용인할 것인가.

 

그나마 지금 국민의힘에서 머리 좀 쓴다는 사람은 김종인 한 사람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지금 국민의힘 안에서도 윤석열 편에서 발언하는 놈들은 원래 친검인사들이었고. 그래도 보수당이면 엘리트집단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능력도 없고, 비전도 없고, 자존심도, 당에 대한 자부심도 찾아볼 수 없다. 애잔하기조차 하다.

사찰이 사찰인 이유는 위력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부당하게 인신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그것을 사찰이라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사찰은 반드시 권력을 동반한다. 권력 없이 아무리 다른 사람의 정보를 모아봐야 사찰도 뭣도 아니다. 

 

더구나 사찰이라고 반드시 남들이 모르는 사생활의 비밀스런 부분들을 헤집고 다니는 게 아니다. 사찰이라면 대부분 은밀하게 이루어질텐데 그 정도 정보를 알아내려면 결국 그 동안 어디선가 사실이 새어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의 통제와 지배 아래 있는 범위에서 공개되었지만 유용하다 생각되는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대부분 사찰은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그런 정도 정보로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이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찰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찰을 하는 것은 그것을 이용할 의도와 그럴 수 있는 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없는 죄도 만들어 재판에 넘길 수 있고 있는 죄도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다수 판사들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있던 검찰이었기에 그들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판사들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냥 간단히 보면 된다. 언론들이 지금 검찰을 무서워하는가? 대통령을 무서워하는가? 윤석열을 더 어렵게 여기는가? 민주당을 더 어렵게 여기는가? 그 자존심만 있던 한겨레조차 검찰총장의 위세 앞에 아예 오체투지하며 살려달라 애걸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 검찰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논란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변호사가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판사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다. 검사 개인이 그러는 것도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검찰총장의 지시 아래 검찰조직이 나서서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심지어 반부패수사부에 넘기기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차직하면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액션이 아니겠는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변호사가 판사를 찾아가 개인적으로 협박을 하겠는가. 검사 개인이 판사를 찾아가 위협을 하겠는가. 다만 배후에 살아있는 권력 검찰총장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를 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판사가 스스로 자기들은 버러지고 검찰의 하수인이라 여기고 있을 경우 이번의 판사 사찰건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아니 검찰이 하는 일이면 모두 옳다고 검찰의 다른 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사찰을 정당하다고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양승태나 김명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판사들이라고 제정신 박힌 경우가 매우 드무니까. 과연 판사들은 이번 일을 검찰과의 관계에서 수세에 몰려 있던 자신들의 상활을 역전시킬 계기로 생각할 것인지. 판사들 자신이 괜찮다고 하면 그처럼 골때려지는 상황도 없을 테니까.

 

하다하다 변호사 로펌에서 판사들 세평 수집하는 것까지 갖다대며 윤석열의 판사사찰을 옹호하는 논리로 쓰고 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검찰인사를 위해서 경찰에서 인사대상자의 세평을 수집한 것을 두고 위법한 사찰이라며 기소까지 한 상태다. 하여튼 웃기는 짜장들이다. 며칠째 설사로 힘도 없는데 웃기도 힘들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는가. 윤석열은 때려죽여도 추미애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더구나 정치에 발을 딛는 순간 지역구만 5선의 정치인이 어떤 존재인가를 제대로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렸다. 윤석열이 정치에 대한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유력 대선주자로서 대중의 앞에 서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을. 바로 그동안 정권타도를 위해 공동전선을 펼쳐 왔던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연대가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다.

 

추미애가 그동안 계속해서 윤석열을 자극해 온 이유였다. 윤석열을 정권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줄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검찰총장 자리에 앉아 있도록 내버려 둘 생각도 없었다. 기회를 본 것이다. 윤석열이 자기 입으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 선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이 선언만 하면 언론들은 하나가 되어 윤석열을 띄울 것이고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의 지지는 윤석열에게로 쏠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기 대선을 노리는 국민의힘 내부의 인사들이 동요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차기 대권에 아주 욕심이 많은 인물이 지금 국민의힘의 얼굴이 되어 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의힘과의 고리만 약해지면 윤석열을 쳐내더라도 반발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더불어 그동안 윤석열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며 언론과 하나가 되어 밀고 왔던 조국 전장관 가족 재판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조국이든 정경심이든 아무거로라도 형량이야 어떻든 유죄판결만 받으면 그래도 윤석열로서도 할 말이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들이 잘못 수사한 것이 아니다. 무리한 수사를 했던 것이 아니다. 손혜원 재판에서도 보았듯 1심 판결이 수사든 보도든 그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추미애 장관은 바로 그 시점에 윤석열이 사법부를 사찰한 사실을 공개하며 윤석열과의 고리를 끊는 한편 경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은 끝났다. 윤석열의 협박을 받았거나, 혹은 처음부터 손잡고 있었거나 어찌되었든 지금부터 생각을 잘 해야만 한다. 재판의 결과가 윤석열의 기대와 다르면 그 순간 윤석열은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의 징계사유로 제기한 6가지 가운데 이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다. 윤석열이 검찰을 이용해 사법부를 사찰했다. 그리고 윤석열이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중립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치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묻는 것이다. 하나는 사법부에, 하나는 국민의힘에. 그래도 윤석열을 믿고 윤석열의 편에 설 것인가. 그냥 윤석열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것인가. 대통령이 못되더라도 당내경선을 통해 차기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는 것은 홍준표가 그랬던 것처럼 대선 이후 상당기간 당의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심이 없을까? 그리고 그 머리좋다는 판사들이 윤석열 끈떨어진 연 신세 된 것을 눈치채지 못할까?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는지 모른다. 윤석열을 때리면 때릴수록 궁지에 몰리는 만큼 야권의 지지율이 윤석열에게로 모이게 될 것이다. 윤석열을 조금씩 함정에 빠뜨레 궁지로 내몰면 살기 위해서라도 무모하게 정치선언을 하게 될 지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이 윤석열의 마지막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런 윤석열을 부추겨서 지금 상황까지 몰고 왔으니. 과연 지금 궁지에 몰린 윤석열을 누가 목숨바쳐 구해줄 것인가. 한동훈이 아쉬울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다.

윤석열 대망론의 실체는 한 마디로 야당실망론이다. 야당에 희망이 없다. 야당에 대안이 없다. 참여정부시절처럼 야당인 국민의힘이 정부와 여당을 거세게 몰아치고 그래서 때때로 승리도 거두고 궁지에도 몰고 했다면 윤석열 대망론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대놓고 정치질하는 것을 두고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소재로 삼았어야 했다. 오죽하면 법무부 외청인 검찰의 수장따위에 정권 전체가 휘둘리고 있는 것인가. 정권만 휘둘리는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혼란과 반목이 심해지고 있다. 보수정부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진짜? 

 

문제는 야당이 제대로 정부와 여당을 공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전혀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검찰이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수사를 하면 거기에 기대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소재로 삼고 있을 정도다. 당장 눈에 띄는 쓸만한 정치인도 없고, 야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할만한 새로운 아젠다도 내놓지 못하고,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의 실정을 아프게 지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서 정부와 여당이 곤란해 할 만한 수사를 실제 진행 중에 있다. 차라리 윤석열에게 기대를 걸어볼까?

 

언론이 윤석열 대망론을 적극 퍼뜨리고 있는 실제 이유인 것이다. 전에도 말한 적 있다. 야권에서 윤석열을 차기 대선후보로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 작년 조국사태에서도 드러났었을 것이다. 실제 당시 자신들이 어떤 의도로 기사를 쓰고 있었는가를 후회와 함께 토로하듯 기자의 이름으로 SNS에 얼마전 올라온 바도 있었다. 조국을 죽였어야 했다. 조국이 죽었어야 했다. 조국을 노무현처럼 만들겠다. 그러면 조국 뿐이겠는가? 저들이 진정 죽이고 싶어한 것이 조국 한 사람 뿐이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한겨레 기자 하나가 그렇게 울분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덤벼라 문빠들아! 진짜 한겨레와 경향이 죽이고 싶었던 것은 누구였을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은 이명박 정부의 탈원전과 같다. 실제 한겨레 기자가 올린 워딩 그대로다. 조국은 우병우고, 정경심은 최순실이고, 울산시장선거는 박근혜의 선거개입이었고, 또 뭐가 있더라? 그래서 국민의힘이 노동존중의 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여성존중의 언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의당이며 자칭 진보언론들이 그냥 아무일없이 보수정권을 지지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 명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그들은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하려 할까? 조중동이야 당연하고 자칭 진보들이 저토록 필사적으로 보수의 정권탈환을 위해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저들의 진짜 목적이다. 이번에야 말로 문재인을 죽여서 친노친문의 지긋지긋한 싹을 뿌리까지 뽑아버리겠다. 아마 문재인 이후로 예상되는 사람들까지 이번에는 진짜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그래서 윤석열인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도 그런 언론의 기대에 부응하려 열심히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자신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 한 언론은 오로지 자신의 편에 서 줄 것이다. 자신의 편에서 모든 사실과 진실을 감추고 왜곡해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보도해 줄 것이다. 자기가 문재인을 죽이려 하고 죽일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언론은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그를 위한 합작품이다. 윤석열은 문재인을 공격하고, 언론은 윤석열을 차기 대선후보로 띄워준다.

 

말하자면 윤석열 대망론이란 문재인 대통령과 친노친문의 뿌리까지 뽑아 버리고 싶은 언론의 열망의 반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만 될 수 있으면. 윤석열이 검찰을 장악한 채 차기 대권까지 가져갈 수 있다면. 한 번 피맛을 본 놈들이란 것이다. 작년 조국 사태 당시도 그 피맛을 못잊어 날뛰던 놈들이란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로 윤석열을 지지하는 놈들이 정신차려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문재인을 죽이고 민주당에서 친노친문의 흔적조차 모두 지워 버리고 말겠다. 저들의 목표다. 조중동, 국문세, 매경한경, 한경오, 프레시안 등등등등등... 얼마나 기쁜가. 그런 윤석열이 양자대결에서 이낙연을 이기는 여론조사결과까지 나왔으니.

 

정신들 좀 차리란 것이다. 이낙연이네 이재명이네 싸우는 건 좋은데 민주당 자체를 공격하여 상처입히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민주당을 갈라치기해서 네 편 내 편 나누며 증오를 내보이는 것이 과연 진짜 누구를 위한 일일 것인가. 저들은 이쪽을 죄다 죽일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 자기들끼리 싸우기만 바쁘다. 자칭진보가 탈원전과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다시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것이다. 적은 안에 있지 않고 오로지 밖에 있다. 한심한 것이다. 저들의 살기는 진짜다. 실제인 것이다.

현재 자칭 진보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은 방송인 박지희씨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단지 방송에서 자신들과 다른 자기 생각을 - 그것도 법을 어기지도 일반의 상식과 통념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닌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같은 여성인 계약직 방송인이 실직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다. 여성이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다.

 

박지희씨 뿐만 아니다. 진혜원 검사에 대해서도 검찰 상층부를 움직여 징계하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해서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강요하며 그녀가 겪은 성범죄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 했었다. 유시민 이사장이 하필 알릴레오 시즌3의 첫주제로 '자유론'을 들고 나온 이유인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은 생각 그 자체로 자유롭게 내버려두라. 강제하고 강요하고 그를 검증한 뒤 심판하려 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정의당이 굳이 국민의힘에 노동존중이란 찬사를 바친 이유였다. 그리고 그 찬사를 바치기 위해 류호정은 굳이 대통령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예상했었다. 국민의힘과 이미 사전교감을 가지고 저딴 짓을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류호정은 조선일보 행사에 쪼르르 달려가 자신의 충성심을 인증해 보이고 있었다. 저들에게 노동이란 어떤 가치인가. 과연 노동이 무언지 알기는 하는 것인가.

 

내가 자칭 진보의 노동관에 대해 비웃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말했다시피 나는 노동자다. 그것도 육체노동자다. 그런데 그런 나를 가르치려 한다. 노동이 뭐고, 노동의 현실은 어떻고, 씨발 내가 늬들보다 더 잘 안다. 임대인의 삶 또한 내가 너희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 편으로 이해한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개미'를 보면 개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잔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배신감을 느껴 개미를 증오하게 된 인물이 나온다. 노동은 망상이다. 노동자란 이상의 존재다. 그래서 현실의 노동자를 견뎌하지 못한다. 너희가 어딜 감히. 민주당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이해와 상관없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너희들이 진정으로 위해야 하는 국민이란 것이다.

 

같은 노동자라도 여성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여성이라도 자신들의 여성주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고, 그래서 그 여성주의를 위해서 여성존중과 노동존중의 보수와도 기꺼이 손잡을 수 있다. 역시 말했잖은가. 미투란 박근혜 탄핵으로 체면을 구긴 여성주의자들의 반격의 수단이었다고. 여성주의란 다시금 자칭 진보와 자칭 보수가 연대하기 위한 고리였다. 여성이라는 명분이 있기에 자칭 진보는 기꺼이 반여성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노동존중이란 헌사를 보낼 수 있었다. 그것이 현재의 자칭진보다. 노동이란 단지 여성을 위한 수단이다.

 

노동존중의 국민의힘과 여성존중의 조선일보,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2중대는 치욕스러워도 국민의힘 2분대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공공임대주택도, 탈원전도 자신들이 주장해 온 많은 것들을 그를 위해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 박근혜의 유산인 것이다. 문재인이 대통령될 줄 알았다면 탄핵도 시도하지 않았다. 후회가 읽힌다. 피가 흐르는 듯하다.

원래 진보진영의 주택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핵심이었었다.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다. 국가에서 책임지고 저렴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지어 공급함으로써 서민들의 주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부동산가격도 안정시켜야 한다. 주거 또한 복지며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과연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것이 반드시 아파트여야만 하는가. 아니 주택이라는 것이 내가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 아닌 이상 반드시 내 조건에 내 마음에 딱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혼자 사는 청년들이나, 혹은 그리 넓은 평수가 필요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조건 안에서 최대한 임대주택을 확보해서 공급한다. 만족할 만큼 넓고 좋지는 못해도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용이하게 출퇴근도 할 수 있는 도심 가까운 곳에 전세물량으로 공급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그 정도 조건에도 만족할 수 있는 수요가 빠져나가면 그 이상 조건의 주택들에 대한 경쟁도 용이해지게 된다. 그래서 도저히 하지 못할 정책이란 것인가.

 

자칭 진보언론과 정당과 지식인들의 이번 국토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그래서 흥미로운 것이다. 하긴 요즘 돈 없으면 진보도 하지 못한다. 돈 많아도 알아서 기술까지 배워가며 가난한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그냥 냉난방 잘 되는 사무실에서 서류나 뒤적거리며 때되면 피켓 들고 거리에서 소리나 지르는 정도다. 아파트가 아니라고? 넓지 않아고? 조건이 열악하다고? 그러면 그들이 생각하는 서민들이 지금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에 집을 구해 살고 있는지 알고나 떠들고 있는 것인가. 지금부터 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몇 년은 족히 걸릴 텐데 당장 정부가 재정과 행정력으로 내놓을 정책이 따로 무엇이 있을 것인가.

 

항상 비판은 쉽다. 그래서 인터넷을 보더라도 대부분 비판하는 글들이다.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것도 누군가를 비판하는 이슈인 것이다. 옹호는 힘들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사실을 알고 이해해야 그를 옹호하는 말도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래서 안 좋고, 저래서 안 좋고, 그런데 원래 이사가 그렇다. 이 집을 가 봤더니 이런 점이 안 좋고, 저 집을 가 봤더니 이런 점이 아쉽고, 그래서 이것저것 현실을 고려하여 타협한 뒤 그 안에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강제로 의무적으로 들어가 살라는 것도 아니고 그만한 조건에도 만족할 수 있으면 일단 정부가 보증할 테니 살아보라. 아파트가 좋은 점이 무언가. 공동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면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나도 내가 사는 집 소유주가 LH면 10년은 더 살아도 마음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뉴스를 보니 나름대로 고민해서 내놓은 합리적인 정책이더만 도대체 얼마나 좋은 집들에서 살고 있기에. 반지하월세방에서 살았다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보기에도 그 집들이 그리 못 살 만큼 형편없는 집들이었는가. 확실히 저놈들과 나는 섞일 수 없는 관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돼지새끼들이다. 누구 말마따나. 그래서 늬들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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