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이 사찰인 이유는 위력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부당하게 인신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그것을 사찰이라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사찰은 반드시 권력을 동반한다. 권력 없이 아무리 다른 사람의 정보를 모아봐야 사찰도 뭣도 아니다. 

 

더구나 사찰이라고 반드시 남들이 모르는 사생활의 비밀스런 부분들을 헤집고 다니는 게 아니다. 사찰이라면 대부분 은밀하게 이루어질텐데 그 정도 정보를 알아내려면 결국 그 동안 어디선가 사실이 새어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의 통제와 지배 아래 있는 범위에서 공개되었지만 유용하다 생각되는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대부분 사찰은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그런 정도 정보로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이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찰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찰을 하는 것은 그것을 이용할 의도와 그럴 수 있는 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없는 죄도 만들어 재판에 넘길 수 있고 있는 죄도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다수 판사들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있던 검찰이었기에 그들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판사들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냥 간단히 보면 된다. 언론들이 지금 검찰을 무서워하는가? 대통령을 무서워하는가? 윤석열을 더 어렵게 여기는가? 민주당을 더 어렵게 여기는가? 그 자존심만 있던 한겨레조차 검찰총장의 위세 앞에 아예 오체투지하며 살려달라 애걸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 검찰이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논란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변호사가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판사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다. 검사 개인이 그러는 것도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검찰총장의 지시 아래 검찰조직이 나서서 판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심지어 반부패수사부에 넘기기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차직하면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액션이 아니겠는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변호사가 판사를 찾아가 개인적으로 협박을 하겠는가. 검사 개인이 판사를 찾아가 위협을 하겠는가. 다만 배후에 살아있는 권력 검찰총장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를 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판사가 스스로 자기들은 버러지고 검찰의 하수인이라 여기고 있을 경우 이번의 판사 사찰건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여기게 될 수 있다. 아니 검찰이 하는 일이면 모두 옳다고 검찰의 다른 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사찰을 정당하다고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양승태나 김명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판사들이라고 제정신 박힌 경우가 매우 드무니까. 과연 판사들은 이번 일을 검찰과의 관계에서 수세에 몰려 있던 자신들의 상활을 역전시킬 계기로 생각할 것인지. 판사들 자신이 괜찮다고 하면 그처럼 골때려지는 상황도 없을 테니까.

 

하다하다 변호사 로펌에서 판사들 세평 수집하는 것까지 갖다대며 윤석열의 판사사찰을 옹호하는 논리로 쓰고 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검찰인사를 위해서 경찰에서 인사대상자의 세평을 수집한 것을 두고 위법한 사찰이라며 기소까지 한 상태다. 하여튼 웃기는 짜장들이다. 며칠째 설사로 힘도 없는데 웃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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