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지겹도록 떠들었으면서. 어쩌면 판사들에게 이번 검찰의 사찰이란 크게 문제가 안 될 지 모르겠다. 그럴만한 자격을 가진 주체니까.

 

자격이란 힘이다. 권력이다. 재산이고 권위다.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으면 그래도 된다. 어째서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나경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는가. 박덕흠은 어느새 기억마저 희미해져 버렸다. 그에 반해 민주진영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어째서 그런 일들이 가능한 것인가. 그만한 자격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이다.

 

양승태의 사법농단도 검찰이 수사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격있는 집단이니까. 마찬가지로 판사들을 사찰했어도 검찰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격있는 집단이니까. 그러므로 판사들도 그렇게 하면 된다. 자기들도 자격이 있으니까. 결론은? 우리는 그래도 되는 신분들이다. 그게 바로 한국 보수의 실체다. 참고로 진보는 그런 보수를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놈들을 뜻한다.

 

김명수가 침묵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고 판사사찰이 아무 문제없다 말하기에는 사법부 독립 어쩌고 떠든 면이 서지 않고, 그렇다고 문제있다 이야기하기에는 검찰과 척지는 게 싫은 것이다. 그동안 자기들끼리 잘 지내왔는데. 그래도 되는 자기들 아닌가.

 

몇몇 이름을 내걸고 반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까지 문드러져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아님 말고. 그런데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건 무엇때문일까? 누구 때문이지? 내 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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