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칭 진보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은 방송인 박지희씨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단지 방송에서 자신들과 다른 자기 생각을 - 그것도 법을 어기지도 일반의 상식과 통념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닌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같은 여성인 계약직 방송인이 실직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다. 여성이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다.

 

박지희씨 뿐만 아니다. 진혜원 검사에 대해서도 검찰 상층부를 움직여 징계하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해서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강요하며 그녀가 겪은 성범죄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 했었다. 유시민 이사장이 하필 알릴레오 시즌3의 첫주제로 '자유론'을 들고 나온 이유인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은 생각 그 자체로 자유롭게 내버려두라. 강제하고 강요하고 그를 검증한 뒤 심판하려 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정의당이 굳이 국민의힘에 노동존중이란 찬사를 바친 이유였다. 그리고 그 찬사를 바치기 위해 류호정은 굳이 대통령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예상했었다. 국민의힘과 이미 사전교감을 가지고 저딴 짓을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류호정은 조선일보 행사에 쪼르르 달려가 자신의 충성심을 인증해 보이고 있었다. 저들에게 노동이란 어떤 가치인가. 과연 노동이 무언지 알기는 하는 것인가.

 

내가 자칭 진보의 노동관에 대해 비웃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말했다시피 나는 노동자다. 그것도 육체노동자다. 그런데 그런 나를 가르치려 한다. 노동이 뭐고, 노동의 현실은 어떻고, 씨발 내가 늬들보다 더 잘 안다. 임대인의 삶 또한 내가 너희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 편으로 이해한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개미'를 보면 개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잔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배신감을 느껴 개미를 증오하게 된 인물이 나온다. 노동은 망상이다. 노동자란 이상의 존재다. 그래서 현실의 노동자를 견뎌하지 못한다. 너희가 어딜 감히. 민주당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이해와 상관없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너희들이 진정으로 위해야 하는 국민이란 것이다.

 

같은 노동자라도 여성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여성이라도 자신들의 여성주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고, 그래서 그 여성주의를 위해서 여성존중과 노동존중의 보수와도 기꺼이 손잡을 수 있다. 역시 말했잖은가. 미투란 박근혜 탄핵으로 체면을 구긴 여성주의자들의 반격의 수단이었다고. 여성주의란 다시금 자칭 진보와 자칭 보수가 연대하기 위한 고리였다. 여성이라는 명분이 있기에 자칭 진보는 기꺼이 반여성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노동존중이란 헌사를 보낼 수 있었다. 그것이 현재의 자칭진보다. 노동이란 단지 여성을 위한 수단이다.

 

노동존중의 국민의힘과 여성존중의 조선일보,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2중대는 치욕스러워도 국민의힘 2분대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공공임대주택도, 탈원전도 자신들이 주장해 온 많은 것들을 그를 위해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 박근혜의 유산인 것이다. 문재인이 대통령될 줄 알았다면 탄핵도 시도하지 않았다. 후회가 읽힌다. 피가 흐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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