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진보진영의 주택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핵심이었었다.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다. 국가에서 책임지고 저렴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지어 공급함으로써 서민들의 주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부동산가격도 안정시켜야 한다. 주거 또한 복지며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과연 공공임대주택이라는 것이 반드시 아파트여야만 하는가. 아니 주택이라는 것이 내가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 아닌 이상 반드시 내 조건에 내 마음에 딱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혼자 사는 청년들이나, 혹은 그리 넓은 평수가 필요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조건 안에서 최대한 임대주택을 확보해서 공급한다. 만족할 만큼 넓고 좋지는 못해도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용이하게 출퇴근도 할 수 있는 도심 가까운 곳에 전세물량으로 공급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그 정도 조건에도 만족할 수 있는 수요가 빠져나가면 그 이상 조건의 주택들에 대한 경쟁도 용이해지게 된다. 그래서 도저히 하지 못할 정책이란 것인가.

 

자칭 진보언론과 정당과 지식인들의 이번 국토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그래서 흥미로운 것이다. 하긴 요즘 돈 없으면 진보도 하지 못한다. 돈 많아도 알아서 기술까지 배워가며 가난한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그냥 냉난방 잘 되는 사무실에서 서류나 뒤적거리며 때되면 피켓 들고 거리에서 소리나 지르는 정도다. 아파트가 아니라고? 넓지 않아고? 조건이 열악하다고? 그러면 그들이 생각하는 서민들이 지금 어떤 환경에서 어떤 조건에 집을 구해 살고 있는지 알고나 떠들고 있는 것인가. 지금부터 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몇 년은 족히 걸릴 텐데 당장 정부가 재정과 행정력으로 내놓을 정책이 따로 무엇이 있을 것인가.

 

항상 비판은 쉽다. 그래서 인터넷을 보더라도 대부분 비판하는 글들이다.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것도 누군가를 비판하는 이슈인 것이다. 옹호는 힘들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사실을 알고 이해해야 그를 옹호하는 말도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래서 안 좋고, 저래서 안 좋고, 그런데 원래 이사가 그렇다. 이 집을 가 봤더니 이런 점이 안 좋고, 저 집을 가 봤더니 이런 점이 아쉽고, 그래서 이것저것 현실을 고려하여 타협한 뒤 그 안에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강제로 의무적으로 들어가 살라는 것도 아니고 그만한 조건에도 만족할 수 있으면 일단 정부가 보증할 테니 살아보라. 아파트가 좋은 점이 무언가. 공동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면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나도 내가 사는 집 소유주가 LH면 10년은 더 살아도 마음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뉴스를 보니 나름대로 고민해서 내놓은 합리적인 정책이더만 도대체 얼마나 좋은 집들에서 살고 있기에. 반지하월세방에서 살았다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보기에도 그 집들이 그리 못 살 만큼 형편없는 집들이었는가. 확실히 저놈들과 나는 섞일 수 없는 관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돼지새끼들이다. 누구 말마따나. 그래서 늬들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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