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입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올곧고 선명한 그저 말하기 좋고 듣기도 좋은 말들이 아닌 직접 오물속을 뒹굴며 피투성이가 되어 몸으로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조용히 아무 문제없이 세상 시끄럽지 않게 욕 안 들어먹으면서 이룰 수 있는 개혁의 방법이 뭐가 있는데? 입으로 떠드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전장을 뒹굴고 있다.

 

어째서 듣기 좋은 말은 잘하는 정의당이 아닌 그조차도 못하는 민주당인 것인가. 이번 정부 인사를 보면서 더욱 깨달았다. 평소 선명한 척 개혁적인 척 입바른 소리 잘만 떠들던 인간들이 정작 자리에 앉혀 놓으면 하는 일 없이 그저 저들의 수족노릇이나 하기 일쑤란 것이다. 평소 개혁적인 척 진보적인 척 할 때는 그리 잘도 떠들며 훈수도 잘 놓더니만 정작 책임을 지워주니 한다는 짓이 그냥 멍때리며 보고만 있는 것이다. 뭔 차이인가. 행동할 줄 아는가, 아닌가.

 

물론 민주당이 전부터 이래왔던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도 입으로만 떠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친노가 소수이던 시절부터 민주당의 주류였던 것이다. 정치란 선지며 희생이다. 한 발 앞서 대중을 이끌며 한 편으로 대중을 위해 희생할 줄 안다. 자칭 진보 가운데 누가 그러고 있는데? 언론이 죄다 난리치니 그새 겁먹고 말 한 마디 하기도 주저하고 있다.

 

진보와 개혁을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도 검찰개혁을 위해 이 와중에 한 마디를 거드는가. 아니면 분위기가 이러하니 그냥 눈치나 보며 하나마나 한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가. 그래서 자칭인 것이다. 개혁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되는 잉여들이다. 문재인 정부라 다행이다. 저 새끼들은 뒈져도 어디 쓸 데가 없다. 버러지 새끼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지금 이 싸움의 핵심은 윤석열을 징계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공수처를 출범하느냐 못하느냐다. 그것을 막으려 윤석열도 그동안 발악해 온 것이고, 그를 위해서 윤석열이 꼼짝 못하도록 옭죄어 온 것이다. 그래서 과연 공수처가 올해 안에 출범하느냐? 못하느냐? 이낙연이 대선 나갈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차기 유력대선주자라지만 과연 이낙연에게 내세울만한 실적이란 것이 뭐가 있기는 한가 말이다. 당대표로서 그동안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보여주었었는가. 그래서 공수처인 것이다. 공수처를 올해 안에 어찌되었든 출범시키면 실력을 보이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이낙연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출렁일 수 있다.

 

아무튼 그래서 이낙연에게 대통령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가정에서 공수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공수처가 일단 출범하고 나면 윤석열은 그것을 끝내 막지 못한 검찰총장으로 남고 마는 것이다. 그것 하나 막자고 지금껏 버텨 온 것인데 그마저 막지 못했다면 윤석열에게 무엇이 남게 되는가. 윤석열을 따라 온 검사들에게는.

 

바로 그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조직을 홀로 버티며 눌러 온 인물이 추미애란 것이다. 그를 위해서 그동안 많은 상처를 입기도 했었고. 내가 추미애 지지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후보경선에 추미애 나오면 바로 한 표 찍는다. 공수처 출범의 최대 공신이다. 아니 검찰개혁의 최대 수훈자다. 다른 사람이 없다. 끝이 보인다.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합법인가 불법인가의 여부는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재판이라는 과정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합법이고, 내가 보기에 위법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감찰위가 법원도 아니고, 감찰위원이 재판관도 아니다. 심지어 구성원 가운데 현직판사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소속 이수정과 현직 지검장이 참석한 회의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미 그들 스스로가 이해당사자인데.

 

그동안 법무부가 얼마나 검찰에 의해 장악되어 농락당해 왔는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법무부 감찰위마저 저런 놈들로 채워져 있었으니 검찰이 법무부를 우습게 여길 밖에. 감찰위의 의결이 무슨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언론이다. 하긴 지금 윤석열이 믿을 건 언론 뿐일 테니까. 과연 윤석열의 특활비는 죄다 어디로 갔을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나저나 역시 판사놈들은 배알이 없다. 그보다는 역시 검찰과 동류였다. 기왕에 괜찮다는 것 전국민이 재판받을 때 써먹게 판사들 신상자료 모아서 공유나 했으면 좋겠다. 판사를 사찰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판사 뒷조사를 해도 사찰이 아니다. 물론 검찰이니까 괜찮다는 거겠지. 김명수가 침묵하는 이유다. 작년 조국 전장관 임명에 그리 발광하던 게 김명수였다. 이런 놈들이 판사다.

원래 민주주의란 성가신 것이다. 그래서 게으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정치란 성군에 의한 전제정치다. 정의롭고 청렴하고 강직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전제군주가 펼치는 독재정치인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폭군이나 암군, 혼군이 아닌 명군, 성군의 정치인 것이다. 그런 존재가 있으면 민주주의도 필요없다. 태국을 보라. 그나마 이미지로나마 성군이었던 선대국왕이 떠나고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자 민주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 않은가. 어찌되었거나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하니 중국에서는 민주화의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째서 윤석열이었는가. 지금 홍세화 나부랭이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홍세화 뿐인가. 지금 자칭 진보들 보면 윤석열 지키기이에 오히려 국민의힘보다 더 적극적일 정도다. 윤석열 하나 바라고 김경율도, 권경애도, 진중권도, 서민도 보수로 배를 갈아탔다. 한겨레도 경향도 정의당도 반문재인의 대열에 함께 하고 있다. 원래 반문재인이었지만 더 노골적이어도 되겠다. 저들에게 윤석열이란 박근혜와 이명박과 삼성을 수사한 정의롭고 강직한 참검찰의 상징 그 자체란 것이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적폐들을 싹 갈아엎을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을 지켜야 한다.

 

작년까지 윤석열의 이미지가 그랬었다. 최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뉴스타파가 괜히 윤석열 공격하는 기사를 올렸다가 된통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어딜 감이 윤석열을. 즉 당시 윤석열의 이미지란 언젠가는 검찰총장이 되어야 할 올바른 검찰의 이상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되지 않았으면 여전히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여겨지면서 여전히 여러 수사를 진두지휘했을 것이다. 만일 다른 사람이 검찰총장으로 있는 가운데 그런 윤석열이 총선을 앞두고 작년 조국사태 같은 것을 터뜨렸을 경우를 가정해 보라. 과연 어떻겠는가?

 

윤석열의 사람됨을 보았을 때 당시 검찰총장에 자기가 임명되지 않았으면 그것을 두고도 앙심을 품고 그런 짓거리를 얼마든지 저지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검찰총장이 아니기에 책임은 회피하면서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참검찰로써 민주당과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까지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자칭 진보의 어리석음이 남의 일이 아니었을 지 모른다는 뜻이다. 반면 작년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동시에 조국 전장관이 함께 임명되면서 윤석열의 행동이 빨라졌고 책임까지 직접 지워지게 되었다. 처음 윤석열을 믿었던 많은 민주진영 지지자들까지 윤석열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윤석열과 협력하는 저들 세력의 정체까지 낱낱이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다지 날뛰어봐야 영향도 그때만 못하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 윤석열을 추천한 인사 가운데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검찰총장을 해야 할 사람이다. 차라리 이번에 검찰총장을 거치게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국민적인 인기도 높은 사람을 좌천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여전히 상당한 권한을 가진 자리에 앉힌 상태에서 차기 검찰총장으로서 영향력까지 남겨주면 오히려 더 곤란해질 수 있다. 다만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막나가겠는가. 설마 그래도 총선 직전까지는 참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는가. 덕분에 180석이라는 유례없는 대승을 거둘 수 있기는 했지만.

 

자칭 진보를 보라는 것이다. 정의당, 한겨레, 경향, 홍세화, 진중권, 김경률, 권경애, 참여연대 등등등등... 그나마 정의연이 당한 것을 보았기에 시민단체 가운데 섣부르게 나서는 곳이 적어졌다. 정의연 사태가 남긴 그나마 몇 안 되는 긍정적인 영향이다. 그런데 당시 상당수 민주진영 지지자들까지 그들과 비슷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김어준이 그때 얼마나 날뛰며 윤석열을 지지했었게. 그러나 이제 민주진영 지지자들은 윤석열의 실체를 알고, 자칭 진보들은 그 사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그 차이다. 현실을 인정하는가 망상속에서 여전히 고집하며 살아가는가.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었다. 대부분 민주진영 인사들이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윤석열을 거론하며 온갖 찬양을 늘어놓고 있던 시절이란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조국을 농락하며 총선을 노려 한 방 크게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터뜨린다.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석열이어서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문무일이었다면 총선 직전에 터뜨렸다. 그랬으면 추미애가 나설 여지조차 없었다. 총선에 출마해야 하는데 무슨 법무부장관인가. 더구나 얼마 안 있으면 바로 대선인데. 윤석열이라 다행이다. 자칭 진보라 다행이다. 뒤늦은 생각이다.

정의당의 포지션은 어찌되었거나 한국 제도권정치에서 가장 왼쪽에 있다 할 수 있다. 가장 오른쪽에 국민의힘이 있으면 그 사이에 있는 것이 민주당이다. 그런데 워낙 정의당의 지분이 작고 민주당의 존재가 크다 보니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왼쪽에 있다고 진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정작 이념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진보라기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정의당을 지지하는 사람보다 많은 이유다. 그러면 정의당이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민주당을 가짜 진보라고 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보수라며 보다 오른쪽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자유롭게 대중이 원하는 보수적인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을 때 정의당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언제 오르고 떨어졌었는가를 가만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이 보수를 추구하면 실망한 진보지지자들이 정의당으로 흘러오고, 반대로 민주당이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혹은 보수정당에 대한 반보수의 기치를 들면 정의당의 지지율이 빠져나갔다. 그러면 지금처럼 가짜 진보 민주당을 혼내주겠다고 정작 보수정당 국민의힘과 손잡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의 진보지지자들이 정의당으로 갈까? 아니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진보의 진짜 적인 가짜 보수와 손잡은 것은 정작 정의당인데?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부분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정의당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보다는 진보라고 하는 정체성 자체에 대한 아주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진보란 게 뭔데? 저 새끼들이 주장하는 진보라는 게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데? 그래서 항상 자칭 진보라 하는 것이고. 아무튼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도 또 무난한 공천을 하는 것을 보고 뿔딱이 나서 뛰쳐나간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의당이 아닌 열린민주당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거기서 손해 본 표가 꽤 되었을 걸?

 

바보들이란 것이다. 자기들 설 자리를 스스로 만들려 하기보다 항상 거대정당에 기대서 얻으려 하기 일쑤다. 그러면 온전히 얻어야 하는데 그런 주제에 욕심만 많아서 항상 되도 않는 뒤통수나 노리기 일쑤란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이 안되는 것이다. 자기들끼리도 통합이 안되서 맨날 서로 내쫓고 내쫓기고 지랄발광들인데. 과연 국민의힘과 손잡고 진보를 바로 세울 수 있을지. 한겨레와 경향도 응원한다. 조중동과 손잡고 정론을 펼쳐보라. 팟팅!

확실히 노동자들과 함께 직접 산업현장을 구르며 노조를 만들고 싸웠던 세대들도 저쪽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노동자들이 현실에서 자기권리를 주장하다가 어떤 식으로 핍박받고 고통받으며 심지어 일가친척까지도 수렁으로 내몰리는지 그 구조를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다. 노동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법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더 큰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노조를 만든다고 직장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했다. 그래서 고발했더니 아예 검찰이 수사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없는 사건이다. 아예 수사를 하지 않으면 혐의고 뭐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 되는 것이다. 대신 노조활동과 상관없는 이유로 사소한 범법행위가 있었으면 바로 체포해서 상관없는 별건까지 다 뒤진 뒤 일가족이나 친지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국 전장관 가족이 당한 그 수법이 그 순간 갑자기 불현들 홀현히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란 것이다. 노조 만든다고 잡아가서는 혐의가 마땅치 않으니 없는 죄가 나올 때까지 온갖 별건으로 잡아두고, 그런 다음 지인까지 죄다 불러 진짜 한 사람을 죽일 놈으로 만든다. 사람이 버텨낼 수 없다.

 

산업재해를 당했음에도 인정도 보상도 받지 못해 여직껏 투쟁중인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검찰이 정의롭고 법원이 정의로운데, 아니 검사며 판사며 뭘 어쩌든 노동자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데 어째서 법은 항상 노동자를 외면하고 사용자의 편만 드는 것일까? 노동자에게는 그토록 잔인하고 가혹하기만 한 법이 사용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기만 하다. 물론 자칭 진보들은 주장할 것이다.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 뭘 어떻게 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민생인 이유인 것이다. 법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농락당하고 오히려 억압받고 학대당하는 더 많은 돈없고 힘없는 노동자, 농민, 무산자서민들을 위해서. 비싼 돈 주고 전관변호사도 쓸 수 없는 그들이, 높으신 영감님들과 혼맥으로 이어질 기대도 가질 수 없는 그들이 법으로부터 정당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역시 자칭 진보들은 대답할 것이다. 정부만 잘하면 된다. 검찰과 법원은 그대로 내버려둬도 상관없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작년 패스트트랙 법안통과 당시 선거법개정을 이유로 정의당이 시간을 끌었던 것은 선거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검찰이 청와대를 터는 동안 검찰개혁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윤석열의 계산대로만 되었다면 검찰개혁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청와대의 심각한 부정과 비위가 발견되면서 검찰개혁의 명분은 사라지고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이야기부터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연장에서 지난 3월 심상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직접 언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어도 탄핵은 막을 수 없다. 그럴 확실한 계획이 이미 추진 중에 있다.

 

참여연대도 원래 부르주아 집단이라 진짜 서민의 삶 같은 건 모른다. 진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삶을 알지 못하기에 검찰개혁따위 민생과 아무 상관없다는 개소리를 당당히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주장해 온 자칭진보들의 민낯이다. 내가 일로, 설사병으로 몸도 고단하고 정신도 피로한 사이 아주 개소리들을 신박하게 잘도 늘어놓으셨더만. 물론 대신 써준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한겨레 경향은 말도 하기 싫다. 자칭도 인제 뗄 때가 됐다. 더럽다.

그러고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사법부가 독립되어 있었던 것은 김대중 노무현 10년과 문재인 정부 현재 3년 남짓 말고는 없었다. 대부분 기간 동안 사법부는 철저히 행정부에 종속되어 있었다. 권력자의 의지가 검찰을 통해 재판부로 전달되면 그대로 주문으로 읊어주는 역할이나 하던 것이 바로 사법부였던 것이다. 그런 사법부에게 행정부 외청이 판사들을 사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겠는가.

 

민주화운동을 했으면 판사가 못됐고, 판사가 되었으면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민주화에 개미 손톱만큼도 기여한 바 없으며 오로지 민주화의 과실을 받아먹기만 한 주제들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을 가져다 준 민주화세력을 자기들도 기득권이라고 빨갱이라 욕하는 것이 바로 판사란 무리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검찰과 닮았다. 민주화의 과실은 있는대로 누리면서 정작 민주화진영을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것. 그런 놈들을 그토록 빨아대는 자칭진보란 생각할수록 이해불가의 괴물들이다.

 

아무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이유도 그런 점에서 명확한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그걸 직접 입밖에 꺼내 말했다가는 돌아올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다. 검찰은 얼마든지 판사를 사찰할 수 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검찰이 그런 것은 사찰이라 할 수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검찰은 그럴 자격이 되는 존재다. 차라리 그때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굳이 머리굴려 생각해 판결할 필요 없이 정권이 원하는대로 글만 써주면 되던 그 시절이 그들에게는 더 낫지 않았겠는가.

 

이것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토록 강조하던 사법부 독립인가. 아니 김명수 대법원장만이겠는가. 오히려 검찰의 사찰이 아무 문제없다고 대신 항변해주는 당사자마저 있을 정도이니. 원래부터 그런 무리들이 판사가 되는 것인지도. 그러길래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들에게 법복부터 입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송이가 자기들끼리만 갇혀 지내면 머리만 커진 어린애가 되고 만다. 양승태가 그런 부류. 답이 없다. 윤석열로 인해 참 많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확실히 요즘 정의당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걱정한 것 취소다. 굳이 류호정이 대선후보로 나설 필요도 없다. 그냥 홍준표든 오세훈이든 김종인이든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면 된다.

 

그냥 국민의힘의 전위부대가 되어 있다. 윤석열 직무배제되었을 때 정의당의 가장 먼저 한 말이 대통령더러 입장을 밝히란 것이었다. 입장밝혀서 뭘 어쩌자고? 검찰문제 가지고 다시 한 번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드잡이질하라고? 윤석열의 급을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대통령의 격을 그만큼 낮추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뒤이어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요구를 한다. 우연도 반복되면 필연이다.

 

국민의힘이 직접 나서기 뭣한 주제에 대해 뭐든 대신 나서서 주장해준다. 이를테면 광화문 집회 허용문제라든가, 가덕도 신공항문제라던가, 이번 윤석열 직무배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나섰으면 의도가 훤히 보였을 텐데 그래도 진보정당이 대신 앞장서 주니 모양새가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 와중에 또 한겨레가 나서서 양정철이 윤석열을 추천했다고 판을 깔아주는 것을 보니 의도가 읽힌다. 양정철이 비선실세고, 결국 비선실세의 농간에 문재인이 인사를 개판으로 했다는 의미 아닌가.

 

즉 이후 윤석열의 문제들이 실제로 드러나게 되었을 경우 그것을 대통령의 인사실패 및 비선실세로까지 이어가서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어째 한겨레가 최근 윤석열을 비판하는 척 하며 밑밥을 깔더라. 그런데 그런 데 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양정철이 비선실세고, 알고 보니 김어준과 주진우도 연루되어 있고, 이거 완전 박근혜 시즌2네? 벌써 여기에 넘어가 부화뇌동하는 지지자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냥 입 좀 쳐 닫으시던가.

 

하여튼 그 뿌리가 어디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었다. 민주당 2중대는 싫어도 보수당 전위부대는 좋다. 정의당 움직이는 방향에 국민의힘이 있다. 그리고 다수 자칭 진보 지식인들이 그에 동참한다. 웃긴다.

두 사람이 만나서 협상을 하는데 한 사람이 품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심지어 협상하는 도중 칼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기까지 한다.

 

"위협하려는 건 아니고 일상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거야. 해치려는 건 아니니까 마음놓으라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어제도 말했지만 사찰이 사찰인 이유는 그것이 위력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원치 않는 행위를 강요당하거나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이 되기에 직접적인 협박 없이도 굴복하게 된다. 말로 직접 해야만 협박이 아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듣고 따르면 협박이 된다.

 

판사 프로필 정리라는 언론의 아이돌도 있는 모양인데, 그렇더라도 판사 프로필을 왜 검사들이 정리하는가. 검찰은 그러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검찰은 사법부가 아니다. 행정부다. 사법부와 별개의 기관이다. 따라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협력관계에 있지 않다. 더구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까지 가지고 있다.

 

사찰이라는 개념마저 오염시키려 한다. 이러다가 진짜 서로 아무나 막 뒷조사해서 정리해 놔도 프로필정리라며 넘어가는 시절이 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정의당과 자칭진보들이 바라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프로필 자체를 검사 개인도 아닌 검찰 조직차원에서 작성하고 관리한 자체가 문제란 것이다. 심지어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 내밀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었더만. 말을 오염시키는 놈들이 제일 더러운 놈들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지겹도록 떠들었으면서. 어쩌면 판사들에게 이번 검찰의 사찰이란 크게 문제가 안 될 지 모르겠다. 그럴만한 자격을 가진 주체니까.

 

자격이란 힘이다. 권력이다. 재산이고 권위다.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으면 그래도 된다. 어째서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나경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는가. 박덕흠은 어느새 기억마저 희미해져 버렸다. 그에 반해 민주진영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어째서 그런 일들이 가능한 것인가. 그만한 자격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이다.

 

양승태의 사법농단도 검찰이 수사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격있는 집단이니까. 마찬가지로 판사들을 사찰했어도 검찰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격있는 집단이니까. 그러므로 판사들도 그렇게 하면 된다. 자기들도 자격이 있으니까. 결론은? 우리는 그래도 되는 신분들이다. 그게 바로 한국 보수의 실체다. 참고로 진보는 그런 보수를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놈들을 뜻한다.

 

김명수가 침묵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고 판사사찰이 아무 문제없다 말하기에는 사법부 독립 어쩌고 떠든 면이 서지 않고, 그렇다고 문제있다 이야기하기에는 검찰과 척지는 게 싫은 것이다. 그동안 자기들끼리 잘 지내왔는데. 그래도 되는 자기들 아닌가.

 

몇몇 이름을 내걸고 반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까지 문드러져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아님 말고. 그런데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건 무엇때문일까? 누구 때문이지? 내 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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