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민주주의란 성가신 것이다. 그래서 게으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정치란 성군에 의한 전제정치다. 정의롭고 청렴하고 강직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전제군주가 펼치는 독재정치인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폭군이나 암군, 혼군이 아닌 명군, 성군의 정치인 것이다. 그런 존재가 있으면 민주주의도 필요없다. 태국을 보라. 그나마 이미지로나마 성군이었던 선대국왕이 떠나고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자 민주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 않은가. 어찌되었거나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하니 중국에서는 민주화의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째서 윤석열이었는가. 지금 홍세화 나부랭이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홍세화 뿐인가. 지금 자칭 진보들 보면 윤석열 지키기이에 오히려 국민의힘보다 더 적극적일 정도다. 윤석열 하나 바라고 김경율도, 권경애도, 진중권도, 서민도 보수로 배를 갈아탔다. 한겨레도 경향도 정의당도 반문재인의 대열에 함께 하고 있다. 원래 반문재인이었지만 더 노골적이어도 되겠다. 저들에게 윤석열이란 박근혜와 이명박과 삼성을 수사한 정의롭고 강직한 참검찰의 상징 그 자체란 것이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적폐들을 싹 갈아엎을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을 지켜야 한다.

 

작년까지 윤석열의 이미지가 그랬었다. 최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뉴스타파가 괜히 윤석열 공격하는 기사를 올렸다가 된통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어딜 감이 윤석열을. 즉 당시 윤석열의 이미지란 언젠가는 검찰총장이 되어야 할 올바른 검찰의 이상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되지 않았으면 여전히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여겨지면서 여전히 여러 수사를 진두지휘했을 것이다. 만일 다른 사람이 검찰총장으로 있는 가운데 그런 윤석열이 총선을 앞두고 작년 조국사태 같은 것을 터뜨렸을 경우를 가정해 보라. 과연 어떻겠는가?

 

윤석열의 사람됨을 보았을 때 당시 검찰총장에 자기가 임명되지 않았으면 그것을 두고도 앙심을 품고 그런 짓거리를 얼마든지 저지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검찰총장이 아니기에 책임은 회피하면서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참검찰로써 민주당과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까지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자칭 진보의 어리석음이 남의 일이 아니었을 지 모른다는 뜻이다. 반면 작년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동시에 조국 전장관이 함께 임명되면서 윤석열의 행동이 빨라졌고 책임까지 직접 지워지게 되었다. 처음 윤석열을 믿었던 많은 민주진영 지지자들까지 윤석열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윤석열과 협력하는 저들 세력의 정체까지 낱낱이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다지 날뛰어봐야 영향도 그때만 못하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 윤석열을 추천한 인사 가운데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검찰총장을 해야 할 사람이다. 차라리 이번에 검찰총장을 거치게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국민적인 인기도 높은 사람을 좌천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여전히 상당한 권한을 가진 자리에 앉힌 상태에서 차기 검찰총장으로서 영향력까지 남겨주면 오히려 더 곤란해질 수 있다. 다만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막나가겠는가. 설마 그래도 총선 직전까지는 참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는가. 덕분에 180석이라는 유례없는 대승을 거둘 수 있기는 했지만.

 

자칭 진보를 보라는 것이다. 정의당, 한겨레, 경향, 홍세화, 진중권, 김경률, 권경애, 참여연대 등등등등... 그나마 정의연이 당한 것을 보았기에 시민단체 가운데 섣부르게 나서는 곳이 적어졌다. 정의연 사태가 남긴 그나마 몇 안 되는 긍정적인 영향이다. 그런데 당시 상당수 민주진영 지지자들까지 그들과 비슷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김어준이 그때 얼마나 날뛰며 윤석열을 지지했었게. 그러나 이제 민주진영 지지자들은 윤석열의 실체를 알고, 자칭 진보들은 그 사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그 차이다. 현실을 인정하는가 망상속에서 여전히 고집하며 살아가는가.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었다. 대부분 민주진영 인사들이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윤석열을 거론하며 온갖 찬양을 늘어놓고 있던 시절이란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조국을 농락하며 총선을 노려 한 방 크게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터뜨린다.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석열이어서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문무일이었다면 총선 직전에 터뜨렸다. 그랬으면 추미애가 나설 여지조차 없었다. 총선에 출마해야 하는데 무슨 법무부장관인가. 더구나 얼마 안 있으면 바로 대선인데. 윤석열이라 다행이다. 자칭 진보라 다행이다. 뒤늦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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