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그동안 정대협에 이용당했다는 논리의 전개는 이렇다. 일단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는 이름 그대로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가. 그런데 어째서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가 위안부 문제에까지 관여하는가. 사실상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서 정신대 피해자들을 돕자는 것이 아닌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 모금한 돈으로 정신대 피해자들을 돕고, 나아가 정신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끼워넣는 바람에 더 어렵게 꼬이기만 했다. 그래서 30년 동안 속아왔다 말한 것이었다.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였었다.

 

바로 여기서 이 모든 논란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정대협, 아니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돈을 쓰지 않았다는 것도 정대협 피해자들에게까지 돈을 나누어 주었다는 뜻이며, 윤미향 전이사장을 배신자라 일컬은 것 역시 자신들을 앞세워 모금하고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돈을 베풀었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정신대는 정신대로, 위안부는 위안부로, 그러므로 불순한 다른 의도를 배제한 오롯이 위안부만을 위한 활동으로 돌아갔을 때 일본 정부로부터도 더 쉽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고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앞길을 정대협이, 지금은 정의연이 막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이용수 할머니의 인식과 주장이 올바른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는가.

 

하다못해 연합뉴스나 머니투데이같은 나부랭이 언론들도 그 부분 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지 팩트체크라는 걸 해 주고 있었다. 원래 90년대 초반까지 정신대가 위안부를 대신해 쓰이고 있었다. 20년대 초까지도 정신대와 위안부를 혼동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 정대협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90년대, 당시 정신대라 하면 거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 해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아닌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던 단체인데 당시는 위안부보다는 정신대라는 표현이 더 흔히 익숙하게 쓰이고 있었기에 그렇게 이름짓게 되었던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 만큼은 터무니없는 오해다. 정대협은 정신대 피해자들만을 위한 단체도 아니고, 더욱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나설 자격이 없는 단체도 아니다.

 

그래도 온라인 매체 가운데서도 저런 식으로 팩트체크도 해주고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하니 내심 조금은 기대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동안 정대협과 연대해 온 세월이 있는데 한겨레나 경향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며 바로잡아주는 기사를 내주지 않을까. 미안하다.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진다. 그런 언론들이 아님을 알았으면서도. 1면 기사만 놓고 보면 조중동이나 한경이나 차이가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30년 동안 이용당했다는 말만 인용했지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그 주장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판단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정대협은 3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온 쓰레기 단체다. 바로 그제 한겨레는 위안부 인권운동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컨텐츠를 유튜브채널에 올리고 있었다. 30년 동안 정대협에 피해자들이 이용당했다면서? 정대협의 활동은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는데? 그래서 지난 30년 동안의 활동을 모두 부정당했는데 무슨 위안부 인권운동인가? 위안부 피해자들만을 위한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과연 보편적인 인권운동이 될 수 있는가?

 

지금 한겨레와 경향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는 것 같다. 문재인을 치자. 민주당을 때려잡자. 그를 위해서는 보수언론과 한 배를 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맥락이 그 맥락이 아니더만. 이용수 할머니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판단이 전혀 다른 맥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대협이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였는가? 아니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라면 정신대 피해자들을 지원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분리하면 일본은 얼씨구나 바로 사죄하고 배상부터 하려 할 것인가? 그러니까 정대협이 위안부문제의 해결을 훼방놓고 그저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온 파렴치한 무리들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처럼 분리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에 대한 대안조차 불분명하다. 교육은 세계 곳곳에 소녀상도 세우고, 기념관이나 기념비도 세우면서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내 시민단체와의 연대로 일본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 역시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었을 터다. 일본 정부와 사이가 좋아지면 위안부 문제도 알아서 해결되는 것인가. 그래서 정대협만 사라지만 위안부 문제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처럼 그렇게 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정의연이 싫으니까. 정의연보다는 민주당으로부터 공천받은 윤미향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뻔히 팩트체크가 가능한 부분들까지 모른 체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하는 계획조차도 없다. 그냥 문재인과 민주당에게만 엿먹이자.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이없는 부분은 김복동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라기보다 스스로 주도하여 활동한 이들마저 정대협에 속아 이용당한 객체로 만들려는 부분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 자신의 의지도 아니었고 진심에서 우러난 주장도 아니었다. 정의연에 속아 이용당하며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것이었다. 그리 주장하고 싶은 것일 게다. 이용당했다는 말만 대서특필하고 있는 보수언론은. 그리고 자칭 진보들은. 누가 누구를 모욕하고 비하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김복동 할머니의 활동마저 지우고 나면 그 자리에 뭐가 남는다는 것인가. 그래서 한경인 것이다. 조중동이 되지 못한 벌레들. 한겨레와 경향이 진보면 조중동은 중도보수다. 아침부터 열받는다. 역겹다.

정의연은 정대협 - 즉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하며 만들어진 단체다. 그리고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지난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온 정대협일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가 아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되었는가? 그냥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가 알려지고 공론화되던 무렵 정작 위안부와 정신대의 구분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으면 정신대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고초를 겪고 돌아왔으니 정신대다. 그러니까 위안부 피해자들도 정신대 피해자다. 그래서 아마 90년대 중반까지 위안부라는 말보다 정신대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게 들렸을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위안부가 되어 있었고, 그보다는 성노예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출발은 구분없이 정신대였었고, 그래서 정작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이면서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는 지금으로서는 생뚱맞은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원래 정대협은 정신대 - 즉 일본에 의해 강제로 노동을 징발당했던 근로정신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설립된 단체였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인데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장세운 것이었다. 정대협의 시작과 그동안의 활동들을 지켜 봐 온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 있는 주장이다. 정신대를 위안부와 같은 뜻으로 무려 21세기에 들어서도 무심코 사용하고는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게 원래 그런 뜻이었던가. 오죽하면 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른 뜻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떠들었다가 개무시당한 경험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그게 그 뜻이지 뭔 상관인가. 어찌되었거나 정신대도 강제로 끌려간 사람이니 크게 다르지도 않지 않은가.

 

그냥 대충 넘어가려다가 원래 타고난 성미가 그런 탓에 어쩔 수 없이 끄적이고 만다. 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가 위안부를 앞세워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시절 정신대란 위안부를 가리키는 것이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가운데 혹시라도 위안부로 오해받을까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들은 깡그리 무시한 채 이제와서 단어의 차이로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아직 숨어있던 정신대 피해자들이 세상으로 나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정신대 신고전화 역시 1991년부터 정대협에서 만들어 운영했던 것이었다. 역시나 이 전화를 통해 스스로 세상에 나서기를 바랐던 대상들 역시 위안부 피해자들이었다. 아마 이용수 할머니도 이 전화를 통해 정대협과 인연을 맺고 세상에 나와 활동을 시작했을 텐데. 참 세월이 무서운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속아넘어가겠다. 언론이야 알면서도 속겠지만. 

 

결론은 어찌되었거나 정신대도 예외고 다른 나라 피해자들도 별개고 그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만 활동해 달라. 정대협, 그리고 정의연의 존재로 인해 일본 정부가 보상도 사죄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그냥 사라져 달라. 정신대와 위안부를 분리한다고 일본 정부가 알겠습니다 사실을 인정하고 배상까지 하려 할 지는 모르겠지만. 위안부 운동은 인권운동이 아닌 피해자운동이다. 일본 정부의 승리다. 위안부협상에 왜 반대한 거지? 아무튼 이렇게 끝났다.

오늘 또 한겨레가 헛소리 늘어놨더라. 하긴 말한 당사자는 김종배였었다. 정의연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까지 싸잡아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다 끝난 이야기다. 언론이 정의연 활동을 위안부 지원으로 한정짓고 돈문제로 공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위안부 인권운동은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 여론의 흐름이 그렇다. 정부로부터 시민들로부터 그 많은 돈을 받아서 어째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거의 쓰지 않았는가. 기념비니 기념관이니 하는 것은 다 의미없다. 다른 나라의 전쟁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 및 지원활동도 다 쓸데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2015년 위안부 협상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조차 100억이나 받을 수 있었는데 지원도 따로 하지 않으면서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가 따져묻고 있다. 

 

위안부 운동은 피해자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며,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역시 그를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문희상안을 일본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더라는 말이 사실이면 그 정도만으로도 이용수 할머니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전혀 아무런 어려움도 없다. 그 밖에 나머지 활동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용수 할머니와 그동안 소외되었던 무궁화회 피해자들의 말을 빌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자들의 요구와 맞지 않는 다른 위안부 인권운동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그래서 바로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야말로 일본 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성범죄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표현이기에 일본 정부에서 가장 질색하던 부분이기도 했었다. 피해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오로지 재정적 지원 이외의 모든 활동을 부정한다.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서 시작되어 보수언론이 확산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한겨레든 경향이든 정의당이든 단 한 마디도 거들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돈문제로 정의연을 공격하면서 저들이 만든 프레임을 강화시켜 주었을 뿐이었다. 그러고서 뭐라? 위안부 인권운동의 취지와 정당성? 이제 그런 건 모두 돈 문제로 치환되었다니까.

 

조기에 차단했어야 하는 것이다. 위안부 운동이란 단순히 피해자들에게 돈을 얼마간 더 받게 하려는 운동이 아니다. 정의연의 활동이란 피해자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더 해주자는 것이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의연이나 피해자들이나 그동안 힘들게 활동해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런 말을 해주어야 했을 자칭 진보언론이나 지식인들은 피해자들의 편을 든다며 침묵하며 정의연 공격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러고서 이제 와서 수구세력의 프레임을 걱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되는가. 그나마 정의연 활동의 정당성을 방어해 온 것은 저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민주진영의 인사들이었다. 정의연이 얼마나 크게 잘못을 저질렀든 그동안의 활동의 공까지 부정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싫어서 그동안의 위안부 운동마저 훼손되는 것을 철저히 방관하거나 오히려 돕고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이용수 할머니의, 그리고 무궁화회 피해자들을 등에 업은 수구세력들이 오히려 더 정당성을 가지고 수요집회 중단을 압박해도 좋은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수요집회를 부정하고 2015년 위안부 협상은 물론 훨씬 이전의 아시아 여성기금으로 문제를 끝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더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정의연은 틀렸고 그런 수구세력의 주장들이 옳았다. 박근혜는 옳았고 정대협을 지지한 시민사회의 반대는 틀렸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다시 말하지만 현정부나 여당의 입장에서 이런 여론의 변화가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일본과의 외교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행정부와 집권여당의 입장이란 그저 자신의 양심을 쫓아 행동하면 되는 활동가 시절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야당일 때와도 다르다. 지금 여론의 흐름대로라면 문희상 안에서 조금 더 후퇴하더라도 금액만 맞으면 현정부의 치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경향과 한겨레, 정의당은 정의연을 끄집어내서 현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려 들 테지만.

 

아무튼 끝났다는 것이다. 프레임은 만들어졌고, 결국 그렇게 여론도 흘러가고 있다. 막연하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 있던 대부분 사람들이 단지 재정적인 지원만을 해결의 방향으로 확정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의 실패라기보다는 그동안 정의연과 연대해 온 시민들의 패배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지 이미 끝난 문제를 다시 붙잡고 떠드는 건 의미가 없다.

 

하여튼 한겨레 이 놈들의 유체이탈은 갈수록 조선일보의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는 것 같다. 돈 문제로 공격하고서 돈문제가 전부가 아니라니.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문제삼아 인권운동의 방향 전체를 부정하고 있는데 그것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인터뷰라니. 그냥 친해서 인터뷰라도 따서 내보낸 것이라 믿고 싶다. 웃기지도 않는다.

몇 해 전 KBS를 정상화하겠다고 파업을 주도한 인간이 바로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사회부장 성재호다.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재호가 파업이 끝나자마자 내뱉은 일성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서 파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었다. 촛불혁명의 결과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오히려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비판하며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당시 성재호의 다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조국 전장관과 일가족의 범죄를 예단하고 인터뷰까지 왜곡해서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자신들이 파업했던 이유였다.

 

덕분에 조국사태 당시 그나마 KBS에서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던 최경영이나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젊은 기자들조차 처음 크게 휘청이며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을 정도였다. 설마 그 성재호가. 그 김귀수가. 그 법조팀이. 그래서 최경영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패널 불러놓고 정경심 교수의 형량부터 물었었고 - 유죄를 확정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검언유착 의혹이 터진 그 순간에도 관행을 들먹이며 법조팀의 행동을 변명하기에 바빴었다. 그만큼 인망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주위의 신뢰 속에 KBS의 보도를 주도하고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성재호가 파업의 결과로 정상화되었다는 KBS에서 하고 있었던 일은 현정부의 실패를 위해 파업을 비판하던 언론들과 손과 입을 맞추고 인터뷰까지 왜곡해서 보도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런 성재호가 파업을 주도하고 파업이 끝나고 난 뒤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KBS의 보도를 주도해 왔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성재호와 입장을 같이하는 이들이 KBS의 주류로 남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KBS 상층부에는 이명박근혜에 충성하던 이들이 적잖이 남아있을 터였다. 그런데 아예 문재인 정부 공격을 파업의 명분으로 여기는 인간들이 새로운 주류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동안 KBS와 관련한 여러 논란들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 사태가 터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데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성재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인터뷰를 왜곡해서까지 조국 전장관을 유죄로 몰아가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실이 드러났다. 어땠겠는가.

 

그나마 KBS 안에서 입바른 소리 꽤나 하던 최경영이 그 사실이 알려지고 한동안 멘붕에 빠져 있었다.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자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패널들 불러놓고 정경심 교수의 형량부터 묻고 있었겠는가. 유무죄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유죄는 확정이고 죄질에 따른 형량은 얼마인가를 묻고 있었던 것이다. 법조팀과도 평소 친했던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역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조팀을 변호하기에 급급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KBS가 검찰과 결탁해서 의도적으로 오보를 낸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시선이 더없이 차갑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비판도 거세다. 결국 KBS 안에서도 입장은 갈리게 된다. 성재호처럼 어쨌든 지금 상황만 모면하자는 이들과 성재호의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하는 또다른 입장들이다. 물론 무슨 대단한 정의감이나 사명감 때문이 아닌 성재호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KBS에서 주류를 교체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욕심이 더 앞섰을 것이다.

 

여당이 무려 180석이나 차지한 총선의 결과는 성재호와 다른 이해를 갖는 내부의 세력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이쯤해서 괜히 성재호처럼 고집부리지 말고 정부와 여당과 타협하자.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의 억울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KBS 내부의 결정으로 인해 한만호씨의 인터뷰가 무려 9년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한겨레가 느닷없이 윤석열에게 사과부터 해야 했었다. 체면이고 뭐고 없이 오체투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떻게든 윤석열을 살려야 했었다. 검찰은 잘못이 없고 이 모든 것은 작년의 오보처럼 정부가 검찰을 무도하게 음해하고 모함하는 것이다. 그만큼 뉴스타파도 MBC도 아닌 KBS라는 사실이 저들 입장에서 치명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이건 위험하다. 그래서 누구의 공인가?

 

작년 유시민이 KBS의 인터뷰왜곡과 검언유착을 폭로하지 않았으면 절대 없었을 일이란 것이다. 아니었다면 KBS 내부에서 균열이 생길 리도 없었고, 여전히 기세등등한 법조팀을 누르고 검찰에 불리할 수 있는 인터뷰를 공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 철저히 거세게 KBS를 불신하고 비판하는 만큼 KBS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생기고 이런 믿기지 않는 일들도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KBS 내부의 분열이 윤미향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던 여론전에서 정부와 여당의 숨통을 틔워 주게 되었다. 검찰을 개혁한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묻는다. 아마 KBS에서도 해당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가 필사적인 이유가 다 있다.

 

작년부터 굴러 온 스노우볼인 것이다. KBS 내부에서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KBS의 주류는 방통위 심의에서 드러났듯 성재호 나부랭이들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틈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기대하지도 않은 이익도 얻을 수 있었다. 한명숙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이 없다. 정치적으로도 한 번도 지지한 적이 없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 자신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사안까지는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이 이슈가 정부와 여당을 위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김경록씨가 KBS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그리 치떨리도록 화가 나던데. 지켜본다. KBS가 뒤집히길 바라본다.

누군가의 진심을 알고자 한다면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를 봐야 한다. 사람은 때로 너무 쉽게 진심이 아닌 말을 내뱉고는 한다. 쉽게 하기 힘든 말일수록 더욱 자신을 속여가며 듣기 좋은 말로 진심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괜히 남의 말 믿고 선의로 대했다가 원망만 듣고 마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인 것이다. 들어주었으면 하는 진심은 따로 있는데 그저 하는 말만 들으려 하고 있으니 당연할 밖에.

정의연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던 당시부터 언론들은 물론 정의연에 부정적인 개인들이 한결같이 쏟아내던 말들이 있었다. 정의연이나 윤미향 당선인의 배임이나 횡령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뒷전이다. 그보다는 어째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돈을 지급하지 않았는가. 나아가 충분한 돈을 주겠다던 일본 정부의 제안을 끝까지 거절하고 있었는가. 이를테면 2015년 위안부 협상이나 그보다 전에 있었던 일본 정부의 사이토 안이라는 것들이 그것이었다. 보다 일찍 무라야마 시절 아시아 여성기금에 대한 입장도 비슷하다. 받겠다는 할머니들이 있었는데 어째서 정대협은 그것을 막아섰던 것인가.

정대협의 피해자 홀대론을 넘어선 소외론이 정대협의 과대표론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그러므로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 정대협의 입장은 피해자들의 요구와 주장을 모두 대변하지 못하며, 그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큰 해만 끼치고 말았다. 그러므로 정대협을, 이제는 정의연을 배제하고 진정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해결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저들이 주장하는 해결방안이란 무엇인가. 무라야마 담화이고, 사이토안이고, 2015년 위안부 협상이란 것이다. 사과는 대충, 중요한 건 돈을 받고 끝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언론들의 여론몰이를 이용수 할머니나 자칭진보들은 모르고 있는가. 내가 아는데 설마 모르기야 할까. 언론들이 무궁화회를 앞세워서 정의연을 공격하는 상황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로지 정의연만을 비판하며 윤미향을 배신자라 비난한다. 진짜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 너무 분명해지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궁화회 피해자들을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이용수 할머니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다. 피해자가 어떤 식으로 가해자와 합의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피해자 자신이 결정할 자기의 권리인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 여성기금을 받았을 때도, 일본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받겠다 했을 때도 누구도 한 마디 뭐라 하지 못했었다. 어차피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인데 도중에 지쳐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무어라 한다는 자체가 오히려 무엄하고 무도한 것이다. 그냥 단지 이용수 할머니의 입장이 바뀌었다. 말과 다르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내가 정의연을 해체헤야 한다 주장하는 이유인 것이고. 현정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하다면 어떻게든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데 정의연이 배제되면 오히려 현정부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더 넓어지게 된다. 어찌되었거나 모든 책임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현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러면 자칭 진보들은 어째서 알면서도 이토록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 반박조차 없이 정의연과 윤미향 공격에만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역시 자칭 진보들도 그동안 생각이 바뀐 것이다. 현정부와 여당이 정의연과 가까워지는 듯 여겨지니 정의연의 방식이 아닌 다른 해법을 찾겠다. 정의연을 아예 부정하고 자신들은 내놓을 수 없는 보수진영의 대안을 사실상 방관한다. 반드시 직접 칼로 찔러야지만 살해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칼로 찌르고 비틀어 헤집는 것을 보면서도 망만 보는 것 역시 살해의도가 있다 봐야 하는 것이다. 다만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그러고보면 정의연 하나 해체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와 위안부 협상에 있어 선택지가 넓어지고, 보수진영은 과거 정부들에서 과거사를 제대로 풀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며, 자칭 진보 역시 과거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피해자들이야 당연히 상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그런다고 박근혜와 이명박을 풀어주기에는 저지른 일이 너무 많으니 그건 또 예외. 물론 정의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보다야 이명박과 박근혜가 더 가깝게 여겨질 테니 생각이 다를 수 있겠다.

아무튼 재미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정부와 여당이 불리한 것 같이 보이면서도 또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치의 오묘한 점일 것이다. 친일이니 과거사니 하는 족쇄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은 보수나 진보나 마찬가지다. 특히 보수진영의 입장에서 한일 무역전쟁의 상황까지 더해지며 아무래도 과거사 문제가 꽤나 걸리고 있었을 터다. 정의연만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러기를 바란 언론의 공격인 것이고. 그럼에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기에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일 이용수 할머니가 어떤 입장을 보이는가에 따라서 민주당의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언론이 아니다. 피해자 당사자다. 잊어서는 안된다. 정치란 것이다.

가끔 조국 일가족 재판에 대해 유튜브 등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너무 생각들이 순진하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법원이 증거와 증언만으로 재판을 했다고. 더구나 조국 일가족 재판처럼 정치적인 재판이라면 당연히 정치적인 고려가 증거나 증언보다 앞서 고려될 수밖에 없다. 검찰만큼이나 정치적인 집단이 바로 법원이고 양승태 만큼이나 정치적인 인사가 지금 대법원장인 김명수다. 원래 그런 놈이었는지, 아니면 자리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그런 점에서 조국 전장관 일가족 - 정확히 정경심 교수의 재판을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는 법정에서의 증언이 아닌 어쩌면 전혀 상관없을 한명숙 전총리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한 논란들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당연하다. 검찰이 아무리 증거와 증언을 조작해가며 무리하게 기소해도 법원이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유죄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정작 돈을 준 당사자가 주지 않았다고 증언을 번복한 상황에서 아예 증인의 출석조차 없이 2심과 3심 재판부는 검찰조서만을 증거로 인정해서 1심을 뒤집고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원래 법원의 계산은 이랬을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기소를 모두 인정해서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도 청와대와 여당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될 테고, 반대로 기소를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사법농단을 수사한다며 서슬이 퍼렇던 검찰과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나 법관탄핵 등 사법부 개혁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나 한 편으로 검찰에 너무 힘을 실어주면 앞으로 법원이 피곤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적당히 청와대와 검찰 모두의 체면을 살리는 수준에서 일부 유죄, 일부 무죄, 그리고 아마도 집행유예조차 없이 그동안 구속기간으로 형을 마치는 정도에서 판결을 내리려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특명을 받고 재판부를 구성한 만큼 혹시라도 2심 이후에서 판결이 번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한명숙 뇌물수수 조작의혹이 터졌네.

 

검찰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법부도 공범이라는 의심을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다. 무려 180석이다. 열린민주당 포함하면 모든 법안을 민주당 마음대로 - 설사 몇 명 정도 선거법 위반으로 날아가더라도 전혀 문제없이 한동안은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이번 총선을 통해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대여당의 과거 총리까지 지냈고 당대표까지 되었었던 유력정치인을 법원이 정치적인 판결로 죄인으로 만든 전력이 드러나게 되었다. 법원은 과연 이미 정권을 잡고 있는 청와대와 압도적인 거대여당의 적인가, 아니면 아군인가? 법원은 청와대와 여당에 있어 개혁의 대상인가? 아니면 개혁의 동반자인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검찰이 얼마나 어이없이 허무하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가를 보았다. 지금에 와서 그런 검찰의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와 여당의 온정을 바랄 것인가?

 

김명수도 계산이 꼬인 것이다. 김명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사법부 개혁에 소극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의회의 권력이 상당부분 보수정당에게도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찰 하는 꼬라지 보니 사법부 개혁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그 난리를 펴도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전혀 흔들림이 없고, 이제와서 조국 전장관 일가족에 유죄판결을 내린다 해도 앞으로 최소 4년은, 더구나 차기 대권은 민주당이 가져갈 가능상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언제까지 청와대와 여당과 등돌리고 지낼 수는 없는 것이다. 차기 대권이 유력한 이낙연 당선인의 경우 조국 전장관에 대해 그다지 미련은 없어 보이지만 이쯤에서 조국 전장관을 풀어주면 혹시 그동안의 서운함을 풀 수 있지는 않을까. 

 

특히 정치적인 사건일수록 증거와 증언보다는 사법부의 정치적인 이해가 가장 우선했던 것이 그동안 법원의 판결이었다는 것이다. 증거와 증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판결 이후 사법부에게 돌아올 정치적 후과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재판정에서 증인이 무어라 증언하든 판결은 다른 곳에서 결정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과 문재인 둘 중 누구를 사법부는 더 어렵게 더 무섭게 여기고 있는가. 그래서 한겨레가 갑자기 대뜸 느닷없이 윤석열에게 사과까지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봐야 정치적인 판단은 정치판사들이 더 잘한다. 지금 대세가 누구이고 주류가 누구인가.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정경심 교수의 무죄는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봐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일부 유죄가 나온다면 진짜 죄가 있거나 아니면 그럼에도 정부의 사법부 개혁에 대해 한 번 저항해 보겠다는 선언이거나. 김명수가 그럴 정도로 대가 센 인물로는 보이지 않으니 주위의 누군가가 그리 밀어붙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사법부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정부가 남긴 소중한 깨달음이다. 검찰과 다르지 않다.

사실 무궁화회 피해자들의 입장만을 생각하면 2015년 위안부협상까지도 필요가 없어진다. 무궁화회가 어떻게 정대협과 갈라서게 되었는가 돌이켜보면 답은 바로 나온다. 무라야마 담화 이후 총리의 사죄와 아시아 여성기금이 주는 위로금을 받을 것인가의 여부로 대립하며 지금까지 갈라서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몇 번 썼었다. 그렇다는 것은 다시 말해 정대협에서 무궁화회 피해자들의 주장을 들어주었어야 한다는 말은 위안부 문제를 벌써 20세기에 끝냈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더이상의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은 의미가 없다.

 

지금 언론들이 무궁화회를 앞세워서 정의연을 공격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스스로 조장하고 방치하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의 의도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해보았었던 것이었고. 위안부 문제는 이미 1990년대 무라야마 담화가 나온 순간 총리의 사과와 위로금을 받고 깔끔하게 끝낼 기회가 있었다. 그것을 막아선 것이 정대협이고, 그러므로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않는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입장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모욕까지 가해가며 거부할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실제 최근 무궁화회 할머니들을 앞세우며 정대협을 비판하는 언론과 상당수 네티즌들의 입장이다. 하물며 2015년의 협상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다 해결한 것을 정대협이 어깃장 놓으며 지금까지 끌어 온 것이다.

 

2015년 위안부협상은 피해자들의 의견을 십분 받아들인 것이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1990년대 무라야마 담화로 사실상 위안부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이미 끝난 문제를 계속 끌고 가며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정대협이고, 그 정대협의 대표에게 비례후보 공천까지 주었던 민주당 정부인 것이다. 진짜 언론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나머지는 곁가지다. 윤미향 개인의 의혹이나 정의연의 의혹은 정의연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훼손시키기 위한 빌미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정의연의 존립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지지가 약화된 틈을 노려 위안부문제 자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최선을 다했고, 따라서 이미 몇 번이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기회가 있었고, 그것을 정의연이 중간에서 훼방놓아 지금까지 끌어오고 말았다.

 

소녀상도 필요없다. 여러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념관이나 기림비, 세미나 등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결의안이 나오든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고, 그 돈으로 노후라도 편히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이름으로 성노예라는 명칭까지 쓰지 못하게 틀어막으려 한다. 일본 정부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반인륜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필사적으로 막으려 애쓰는 그것을 한국인 자신의 손으로 틀어막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조용히 일본정부의 선의를 받아들여 돈이나 받고 끝내는 것이 옳다. 내가 괜히 정의당과 한겨레, 경향 등에 대해 최대한 악의를 가지고 해석하려 애쓰는 게 아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보수진영의 정의연 공격에 힘을 보태는 의도는 달리 생각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결국 정의연과 윤미향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귀결하는 지점은 그래서 거의 일치된다. 더 일찍 충분한 돈을 받고 안락한 노후나 보낼 수 있도록 끝내는 것이 옳았다. 무궁화회 피해자들의 선택이 진정 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선이었던 것이다. 그를 반대하고 훼방놓은 정대협이나 그 입장을 받아들인 한국정부는 과거사는 외면한 채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만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가만 찬찬히 주장하는 바들을 들어보라는 것이다. 무궁화회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 맥락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어째서 정대협은 무궁화회와 갈라서게 되었는가. 무궁화회는 정대협을 지금까지 적대하며 비난하고 있는 것인가. 그 본질적인 이유들에 대해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용수 할머니나 그동안 정대협과 함께 하던 피해자 할머니들이 그리 선택했다면 그리 따라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뒤늦게라도 정대협이 잘못했다고 하면 잘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정대협의 모든 활동이 잘못된 것이었는가. 그나마라도 말해주는 언론과 개인들이 거의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제와서 이용수 할머니가 부정한다고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 온 세월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장 지금 논란에 있어 안타까운 부분일 것이다. 모든 언론이 하나다. 광고비는 일본에서 받는 모양이다. 돈이 역사고 민족이다.

솔직히 조금 당황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찰과 언론에 의해 영혼까지 갈갈이 찢기고 살아도 살아있는 상태가 아닌 지경으로까지 내몰렸을 것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이미 하나의 인격으로서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태였었다. 그런데 그렇게 검찰과 손잡고 몰이사냥하다시피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언론 가운데 제대로 진심어린 사과를 했던 곳은 아예 없다시피 했었다. 한겨레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이것저것 열심히 책임회피하려 변명을 늘어놓기는 했었는데 진심어린 사과도 반성도 없이 이후로도 여전히 당시의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무려 그 한겨레가 현직 검찰총장에게 아주 거창하게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발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정작 오보를 냈던 하어영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었다. 자신은 물론 주변의 어느 누구도 소환조사를 받거나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었다. 한겨레에서 자체조사한다지만 행정안전부와 국세청에서 조사하겠다 하는데도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었다. 정의연에서 외부회계감사를 받겠다 선언했음에도 감사에 필요한 장부까지 모두 가져다가 자기들이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한겨레를 압수수색할 필요도 없이 하어영 하나 불러다가 묻고 필요한 증거들을 임의제출이든 가택수색이든 해서 확보하면 그만인 것이다. 결혼했으면 부인이나, 부모와 형제는 물론 보도와 관련해서 상의했던 주변 지인들까지 죄다 불러서 물었으면 한겨레가 자체조사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 굳이 기다릴 이유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어째서 하필 이 시점인가 하는 것이다. 하어영의 오보가 나온 것이 작년 10월 즈음이었었다. KBS가 김경록PB의 인터뷰를 왜곡해 보도한 건도 벌써 몇 달 전에 시청자위원회에 의해 결론이 난 바 있었다. 심지어 3월 말 MBC를 통해 보도되었던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 역시 어찌되었든 채널A의 자체조사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공개적으로 방송을 통해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사안이 중대하고 복잡하다고 하어영 개인의 오보가 이렇게까지 길게 시간을 끌어야 만 하는 사안인가. 다들 잊고 있었다. 그동안 워막 많은 일들이 있었던 터라 아마 윤석열 자신도 사과보도를 보고 뭔 일인가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하필 이 시점에 그렇게 어렵게 긴 시간을 들여 조사한 내용을 밝히고 거창하게 지면도 몇 개나 할애해서 사과기사를 냈어야 했던 것일까.

 

간단하다. 첫째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당히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첫째 이유가 다름아닌 가족과 측근, 검찰 자체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들 때문이란 것이다. 그동안은 그래봐야 뉴스타파와 MBC 정도나 윤석열과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고 있었기에 언론이 합심해서 묻어버리면 되는 정도였었다. TBS 하나 더해지기는 하지만 김어준 정도는 언론 사이에서도 상당히 우습게 여겨지는 인물이었기에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무려 공영방송인 KBS가 한만호씨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한 팔 거들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를 굴린 것이다. 공영방송이라면 친정부라는 이미지가 있으니 과거 역시 친정부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한겨레가 윤석열을 저격하는 오보를 낸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 보도들의 정당성을 희석시킨다. 즉 뉴스타파와 MBC, 심지어 KBS의 검찰비판보도들에 대해 윤석열과 검찰을 노린 어용언론들의 의도된 보도라고 몰아가고 싶은 것이다. 과거 자신들도 그랬으니 KBS도 그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현재 대선주자가 사라진 미래통합당에서 윤석열을 대안으로 여기는 상황과도 이어진다.

 

즉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으면 지금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부정하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라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사람들이 알게 된 순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정부 언론에 의해 정치적인 음해를 당하는 것으로 몰아가면 오히려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정부가 검증하고 인사까지 한 인물이란 것이다. 이미 검증과정에서 모두 확인되었을 텐데 사소한 흠은 있어도 그렇게까지 몰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조국 전장관을 수사하고 이제 윤미향 당선인까지 수사하려 하니 정부와 여당에서 친정부 언론들을 동원해서 부당하게 자신을 몰아가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바로 검찰총장 사퇴하고 불의한 정권의 희생양으로서 당당히 미래통합당에 입당해서 차기 대선도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실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서울대 네트워크에서 그렇게 서울대 출신의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서울대를 나온 대통령이 아닌 오롯이 서울대라는 정체성을 앞세울 수 있는 대통령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과 조국은 탈락한 것이다. 어떻게 서울대 출신이 경희대 밑에서 일할 수 있는가. 유시민도 그래서 탈락했다. 유시민은 경희대도 아닌 고출 출신 대통령 아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서울대 네트워크가 상당히 강하게 존재하는 곳이 바로 자칭 진보언론이라는 것이다. 놀랐었다. 그래도 진보라면 학벌따위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데 서울대 출신끼리 서로 물고빨고 하느라 이념이고 성향이고 아예 구분조차 없어 보였다. 서울대니까 옳다. 서울대니까 정의롭고 정당하다.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야.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꽤 큰 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원래 사람이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할 때는 그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다. 첫째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윤석열과 검찰에 대한 비판보도들에 대한 물타기, 둘째는 그에 더해 그런 비판보도들이 터무니없는 오보이며 친정부 언론에 의한 정치적인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의심의 독을 풀고, 마지막으로 심지어 역대 대통령들조차 굴복시키지 못했던 한겨레를 굴복시킨 힘이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무려 한겨레가 지면을 몇 개나 동원해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윤석열은 정당성과 힘을 가진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렇게까지는 안한다. 이해찬이든 이낙연이든 설마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니까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기에 한다.

 

한명숙 전총리의 뇌물사건 당시도 한겨레 기자 하나가 검사에게 사필귀정이라며 소리쳤었다 한다. 그렇게까지 한겨레는 검찰과 한 몸인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윤석열이 진짜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나면 역사상 처음으로 한겨레가 친정부 언론으로 불리는 순간을 보게 될 것이다. 언론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신들의 신뢰성마저 내던지고 윤석열을 구하려 한다. 다른 언론들의 보도로부터. 더욱 거세지는 여당의 공격으로부터. 무엇보다 윤석열과 검찰들이 과거 저질러 온 죄업들로부터. 하긴 그 모든 과정들에 한겨레는 공범으로 함께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한겨레 똥닦개의 윤석열 일병 구하기였던 셈이다. 평소 똥이라도 핥게 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들의 영혼의 주인인 윤석열과 검찰을 구하기 위해 직접 자신들을 내던진 것이다. 하어영 때도 그렇고 한겨레의 윤석열과 검찰에 대한 충정을 보면 그야말로 눈물겹다. 한겨레가 이 정도인데 그보다 더 노골적인 경향은 어느 정도일까. 그러니까 정의당의 태도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칭 진보의 민낯을 보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지금 한겨레가 진심으로 막고 싶은 것은 언론개혁보다는 검찰개혁이 아닐까. 검찰개혁만 막는다면 언론에 대한 어떤 법안이 만들어지든 검찰이 알아서 다 해결해 줄 것이다. 검찰이 곧 정의다. 진중권이 새삼스런 인물은 아니란 것이다. 생각할수록 웃긴다.

이번 21대 총선을 치르면서 정의당이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사실 하나가 그동안 언론이 자신들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주 잠시 대충 정의당의 비례후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수많은 의혹과 추문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 그동안 정의당 비례후보들은 그런 정도 결점도 없이 완벽하기만 한 인물들이었는가. 정의당 내부나 혹은 관련된 인사들 가운데 캐고 털려 하면 조국 전장관 만큼도 나오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정의당과 관련해서 당사자나 주변, 혹은 배후 등에 대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어떤 것은 사실일 테고, 어떤 것들은 의도적으로 왜곡되었거나 아예 날조된 것들일 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근거도 있으니 당사자더러 해명하라 하면 꽤 재미있어질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나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한낱 가십거리로라도 언론의 지면에 오르지 않는 것일까. 민주당과 관련해서는 없는 사실도 조작해서 물어뜯으려는 보수언론들마저 정의당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기 이를 데 없다. 당연하다. 다 쓸 데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도 한창 시끄러운 정의연과 관련한 논란들이 대통령이나 민주당의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공격하는 주체들이 그럴 말을 할 주제가 아니라 여기는 이들이 현실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미래통합당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언제부터 조중동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그리 위했었다고. 당장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의혹을 앞세워 수요집회를 방해하려 나선 세력들조차 대부분 눈에 익고 귀에 익은 이들이다. 그래서 정의당이 필요한 것이다. 정의당이라면 미래통합당과 달리 친일논란에 대해서도 부정이나 비리에 대해서도 한결 자유로운 입장에 있다. 정의당마저 정의연을 공격하면 효과는 더 극대화될 수 있다.

 

참여정부시절부터 한결같은 패턴이었었다. 그동안 보수의 이념을 앞세워 민주정당을 공격해 왔던 보수정당이었지만 두 가지 만큼은 여러가지로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동안 드러난 부정과 비리만 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데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정책에 있어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호불호나 시시비비가 있을 수 있어도 보편적 정의란 또한 대중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이다. 제대로 언론이 다루어주기만 해도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인상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그 반대편에서 민주당이 보수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가지는 그것들을 가지고 민주당을 공격해서 그 명분을 상쇄시킬 다른 수단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민주당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위에 있고, 사회적 가치에 있어서도 더 선명한 입장을 가지는. 바로 역대 진보정당들이다.

 

민주당은 보수정당보다는 이념적으로 빨갱이고, 진보정당보다는 기득권에 가까운 어중간한 정당이다. 진보와 개혁을 위한다면 정의당을, 안정과 발전을 위한다면 보수정당을. 그래서 경향신문에서 대놓고 떠들었던 것이었다. 민주당만 빼고. 보수는 보수정당으로, 진보와 개혁은 진보정당으로. 그러다가 혹시라도 진보정당이 진짜 민주당을 대신하면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도덕적인 결벽함과 이념적인 순수성을 강조하도록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노회찬 의원이 불행한 선택을 하고야 만 것처럼 언론과 정치권의 아주 작은 공격에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자멸하도록. 당장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대하는 것을 보라. 그동안 아예 인간적인 교류가 없었던 것도 아닐 텐데 언론이 제기한 의혹조차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만일 자신의 일이라면?

 

물론 이번에 더욱 확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헛점이나 결점이 없어서 언론이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찾으려고도 들추려고도 하지 않으니 굳이 기사로까지 나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동안에는 설사 있어도 없는 일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진보정당들은 크게 논란이 될 만한 일도 별로 없이 순수하고 선명한 진보의 이미지를 지켜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민주당처럼 진보정당도 언론들이 털기 시작한다면 비례후보로 논란이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나마 한 줌도 안 되는 약소정당따위 하루아침에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정의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혹시라도 언론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의당은 언론이 자신들을 방치하는 본분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수정당과 반대편에서 민주당이 보수정당에 대해 가지는 우위를 가지고서 민주당이 가진 명분을 희석시키고 빌미를 만들라.

 

총선이 끝나고 자칭 진보인사라는 것들이 정의당을 찾아가 충고한 것도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총선이 끝나기도 전에 한겨레와 경향 역시 정의당에 같은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앞장서라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자신들이 판을 깔아주면 그동안 봐 준 대가로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총선에서 언론들이 유독 정의당을 못살게 군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법 한 번 바꿔보겠다고 정의당이 감히 검찰개혁에 한 발 담그고 있었다. 언론과 검찰이 조국을 죽이려고 그리 어렵게 일을 꾸며 놨는데 정의당이 그것을 거부하기까지 했었다. 반성문을 써야 했다. 더이상 언론의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조국 전장관의 일은 정의당이 잘못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언론이 듣기 좋게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까지 입에 담는다. 언론과, 언론과 손잡은 검찰의 충실한 개가 될 것을 선언한 것이다. 그것만이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실 지금 정의당의 태도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진보정당을 지켜 봐 온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삼스런 모습이 아니란 것이다. 그때도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가치를 위해 열린우리당이 아닌 수구정당인 한나라당과 연대하고 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는 그 순간까지 저주하며 참여정부의 실패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미래통합당이 노무현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나 정의당이 노무현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오늘 경향신문 1면에도 노무현이 있었다.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죽었다 떠들어대는 놈들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때 필요하면 그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다 앞세운다. 언론을 등에 업고 보수정당과 손잡고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과 싸우며 자신들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겠다. 보라. 그 결과 언론이 더이상 정의당을 비판하지 않게 되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 날을 세우며 정의당을 비판하던 언론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정의당에 대한 관심을 끊어 버렸다. 굳이 정의당의 이용가치를 더이상 훼손하지 않기 위한 언론의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의당은 열심히 제 할 일이나 하라. 한겨레와 경향이 같은 언론으로써 정의연과 윤미향을 공격하기로 결정한 순간 그래서 정의당의 참전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론의 이쁨을 받지 않으면 정의당에 미래란 없다. 언론의 방치과 비호 속에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낯설지 않다. 너무 익숙해서 어제오늘 일인 것 같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하기 전 심상정과 주고받은 글들을 살펴 보라. 잠시 자기 주제를 잊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선거법이 바뀌면 원내교섭단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는 언론이 허락하지 않는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더라도 그것은 언론의 허락과 지원 아래서다.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서가 아니다.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열심히 해야 한다. 다시 버림받지 않으려면. 처절하기조차 하다.

원래 좋게 보면 연대이고 나쁘게 말하려면 유착이고 결탁인 것이다. 한때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보수정당과 맞서기 위해 연대했을 때도 보수진영에서는 그를 야합이라 비난한 바 있었다. 혹은 반대로 열린우리당을 견제하기 위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손잡았을 때는 그를 두고 연대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런 연대니 유착이니 결탁이니 야합이니 하는 것들이 그저 일방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관계인가.

 

왕이 신하를 부리려 해도 뭐라도 보상이 있어야 충성을 바치고 하는 것이다. 목숨마쳐 왕을 위해 충성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당연하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람이란 것이다. 그래서 이괄의 난도 일어났던 것이었다. 역적이 되는 위험까지 감수해가며 왕위에 올리고자 했던 인조였지만 논공행상에서 소외되자 바로 다른 마음을 먹고 군을 동원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역사상 그런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고려말 어째서 그 많은 사대부와 무장들이 이성계 밑으로 모여든 것이며, 다시 이성계에 충성을 다하며 조선을 건국하고 관직까지 받은 이들이 이방원과 함께 이성계를 상대로 칼을 뽑아들었었는가. 2차 왕자의 난조차 원래는 1차 왕자의 난에서 공을 세웠음에도 충분한 포상을 받지 못했다 여긴 박포가 이방원의 형인 이방간을 부추기며 일어난 것이었다.

 

영지를 받을 때는 충성스런 신하였다가 일단 영지가 자기 소유로 있고 왕이 그것을 어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면 왕마저 우습게 여기는 지방의 군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중세 유럽 봉건제의 시작이었었다. 왕이 더이상 자신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들에게 징벌도 내릴 수 없음을 알게 되면 더이상 왕이라고 충성을 바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로 영주들의 영지를 몰수해서 자기에게 주기를 바라고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수도의 왕당파라는 것도 생겨나게 된다. 왕을 위해 충성하는 것이 아닌 왕이 영주들을 꺾고 그들의 영지를 몰수할 수 있게 되면 돌아올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보수정권이 민주정부에 비해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사유화하여 전리품으로 나눠줄 수 있었던 보수정권이었기에 심지어 자신들에 비판적이던 진보언론들에게까지 상당한 보상을 안겨주며 필요할 때 이용하는 수완도 발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칭 진보언론들의 지원 아래 노무현도 죽이고 한명숙도 은퇴시켰던 것 아니던가 말이다. 자칫 보수정권의 재창출에 장애가 될 문재인도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모든 언론의 지원 아래 몰아세울 수 있었었다.

 

그런 점에서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다. 과연 검찰과 언론의 관계라는 게 그렇게 일방적이기만 할 것인가. 그러고보면 법조출입기자들의 민원도 검찰들이 제법 받아들여주고는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검찰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써먹는 만큼 그에 따른 보상 역시 때때로 알아챌 만큼 베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때로 당근도 쥐어주고 해야 언론은 더욱 충성을 다해 검찰의 눈이 되고 입이 되고 손발이 되어 위험마저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시민의 비난과 조롱에도 검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언론들의 모습은 그동안 검찰이 언론을 위해 베풀었던 보상들의 결과인 셈이다. 과연 행정안전부와 국세청에서 정의연에 대해서 정밀조사를 하겠다 선언한 마당에 굳이 검찰이 정의연을 두 차례나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해야 했던 이유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인사도 앞두고 있는데 굳이 180석 거대여당을 자극할 수 있는 수사에 직접 나서는 것이 검찰 입장에서 좋기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정의연과 검찰이 조국 전장관처럼 상당한 이해로 얽혀 있는 사이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와 경향이 그동안 서로 깊이 연대해 온 역사마저 외면한 채 보수언론의 정의연 공격에 동참하게 된 이유였었다. 정의당이야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언론의 보호를 받아왔는가 깨닫게 되었을 테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민주당을 진보의 관점에서도 비판하기 위한 거점으로서 그동안 진보정당들을 오히려 보호하며 키워주기까지 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감히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언론과 한 몸이 된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민주당과 손잡기까지 했으니 그 보복이 돌아오게 된 것이다. 거의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언론의 공격에 패닉에 빠진 결과 나온 발언이 딱 언론이 듣기 좋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이었고, 조국 전장관을 공격하지 않은 데 대한 사과였었다. 언론에 반성문을 쓴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언론을 거스르지 않고 언론과 입장을 같이 하겠다. 즉 정의당의 정의연에 대한 논평은 그동안의 정의연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냥 언론을 따라가겠다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MBC까지 언론은 하나가 되어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공격하게 된 것인가.

 

바로 신문협회의 성명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협박인 것이다. 언론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할 때 항상 거의 단골처럼 이용하던 것이 바로 인사청문회였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가 임명한 인사를 언론의 의혹보도를 통해 여론을 움직여서 낙마시킴으로써 정부의 인사를 좌절시킬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든 여당이든 자신들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열린민주당에서 떠드는 언론개혁 같은 것에 눈돌리지 말로 자신들을 위해 이런 것들을 양보하고 배려해 달라. 모르긴 몰라도 지금 당장 민주당이 윤미향 당선인을 사퇴시키고 신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발표하면 정의연에 대한 공격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것이다. 그래서 윤미향 사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언론의 힘으로 윤미향을 비례대표에서 사퇴시키고야 말겠다.

 

문제는 과연 민주당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민주당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똑같이 언론의 협박을 인지한 상태에서 과연 언론의 힘을 인정하고 양보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지금 내부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언론을 상당히 의식하며 그 힘을 빌어 왔던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언론의 편에서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싶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입장에서는 부당한 인질극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며 언론과의 일전을 감수하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다. 내가 판단하기에도 바로 윤미향을 사퇴시키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아가 일본과의 관계도 신경써야 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훨씬 유리할 텐데 어째서 이해찬 대표는 그에 대한 이견마저 허용치 않는 것인가. 기싸움인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언론개혁은 물건너간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몰아붙이면 언론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이 언론개혁은 곧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이 곧 언론개혁이다. 지난 조국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이다. 언론의 힘은 검찰에서 나오고, 검찰의 힘 역시 언론에게서 나온다. 둘은 한 몸이다. 오죽하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난 채널A의 검언유착에 대해 MBC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과거 한명숙 전총리를 검찰이 조작해서 몰아간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역시 한 몸이었기에 MBC를 제외하고 겨우 KBS정도나 중요하게 보도한 정도다. KBS와 검찰의 검언유착을 가리기 위해 한겨레는 심지어 하어영이라는 기자를 희생시켜가며 의도해서 오보를 내고 그에 대해 이번에 사과까지 했었다. 한겨레가 대통령이든 누구든 그렇게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지금껏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대통령은 개무시하고 차라리 죽으라 윽박질러도 검찰총장에게는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서야 사과하게 된 것도 그 모든 것이 검찰을 위한 희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이 엄정히 수사하라 지시했는데 과연 하어영이 소환조사를 한 번이라도 받았었는가. 그런 관계인데 과연 언론과 검찰 입장에서 서로가 개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겠는가. 차라리 이번 정기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그런 자신들을 위해 기사를 써 줄 언론을 위해 뭐라도 해주는 것이 검찰 자신을 위한 것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조국 전장관의 경우는 검찰의 이해를 위해 언론이 나섰던 것이었고, 이번 정의연의 경우는 언론의 이해를 위해 검찰이 나선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언론은 더이상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여기서 끝까지 밀어붙여 윤미향을 사퇴시키고 정의연까지 해체시켜야 언론의 힘을 여전히 세상에 과시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언론의 도움을 받아 검찰 역시 개혁에 끝까지 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자치부와 국세청에서 조사한다고 하는데도 신천지 때와는 달리 검찰이 직접 압수색까지 나서게 된 것이었다.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다. 정의연과 윤미향에 대한 의혹들은 사실이다. 기소하고 처벌까지 받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자신들의 이처럼 여전히 강대한 힘 앞에 끝까지 버티려 할 것인가. 조국 전장관을 양보한 것처럼 윤미향도 정의연도 양보하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도 양보하라.

 

민주당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설사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더라도 여기서 밀리게 되면 앞으로 더이상 언론과 검찰에 대한 개혁을 힘있게 밀고나가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주도권을 잃고 수세에 놓이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버티면서 언론과 검찰의 힘이 빠지기를, 그들을 향한 개혁의 시간이 돌아오기만 기다려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5월 25일로 잡힌 이유일 것이다. 바로 5월 31일이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 포함 180석의 우호의석으로 국회를 주도하게 될 바로 그 시한이다. 6월 1일부터는 민주당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때는 누구도 민주당을 막아설 수 없다. 다급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나서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김어준이나 김용민이나 저토록 필사적으로 정의연의 편에서 윤미향을 지키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용수 할머니의 입장이나 판단과 상관없이, 피해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의연과 윤미향을 지켜야 한다. 정의연과 윤미향이 반드시 필요해서가 아니라 언론이 검찰과 함께 그곳을 약한 고리라 여기고 집중해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약한 고리라고 절대 민주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그리 만만한 대상일 수 없다. 언론이 검찰과 모든 힘을 기울여 공격해도 그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런 판단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정의연 논란에도 여전히 굳건한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일 것이다. 너희들은 앞으로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KBS에서 한만호씨 인터뷰를 보도한 것도 그런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말하자면 6월 1일 21대 국회 시작을 시한으로 한 막판 힘겨루기라 해야 할 것이다. 언론과 검찰을 개혁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그를 저지하고자 하는 마지막 발버둥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해찬도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당내의 이견을 잠재우고 언론과 직접 맞서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앞으로 대선에 나서야 할 이낙연과는 처지가 다른 것이다.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이해찬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싸움이다. 이대로 이겨서 앞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다시 물러날 것인가.

 

피해자들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정의연은 해체하고 윤미향 당선인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인터뷰 이후 한결같이 그리 주장해 왔었다. 하지만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그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5월 31일 20대 국회의 회기가 끝날 때까지는 버텨 주어야 한다. 오로지 정치적인 판단인 것이다. 유불리로 계산한다. 싸움은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판단과 평가는 그 나중의 일이다. 지금이 그런 때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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