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좋게 보면 연대이고 나쁘게 말하려면 유착이고 결탁인 것이다. 한때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보수정당과 맞서기 위해 연대했을 때도 보수진영에서는 그를 야합이라 비난한 바 있었다. 혹은 반대로 열린우리당을 견제하기 위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손잡았을 때는 그를 두고 연대라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런 연대니 유착이니 결탁이니 야합이니 하는 것들이 그저 일방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관계인가.

 

왕이 신하를 부리려 해도 뭐라도 보상이 있어야 충성을 바치고 하는 것이다. 목숨마쳐 왕을 위해 충성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당연하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사람이란 것이다. 그래서 이괄의 난도 일어났던 것이었다. 역적이 되는 위험까지 감수해가며 왕위에 올리고자 했던 인조였지만 논공행상에서 소외되자 바로 다른 마음을 먹고 군을 동원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역사상 그런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고려말 어째서 그 많은 사대부와 무장들이 이성계 밑으로 모여든 것이며, 다시 이성계에 충성을 다하며 조선을 건국하고 관직까지 받은 이들이 이방원과 함께 이성계를 상대로 칼을 뽑아들었었는가. 2차 왕자의 난조차 원래는 1차 왕자의 난에서 공을 세웠음에도 충분한 포상을 받지 못했다 여긴 박포가 이방원의 형인 이방간을 부추기며 일어난 것이었다.

 

영지를 받을 때는 충성스런 신하였다가 일단 영지가 자기 소유로 있고 왕이 그것을 어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면 왕마저 우습게 여기는 지방의 군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중세 유럽 봉건제의 시작이었었다. 왕이 더이상 자신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들에게 징벌도 내릴 수 없음을 알게 되면 더이상 왕이라고 충성을 바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로 영주들의 영지를 몰수해서 자기에게 주기를 바라고 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수도의 왕당파라는 것도 생겨나게 된다. 왕을 위해 충성하는 것이 아닌 왕이 영주들을 꺾고 그들의 영지를 몰수할 수 있게 되면 돌아올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보수정권이 민주정부에 비해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사유화하여 전리품으로 나눠줄 수 있었던 보수정권이었기에 심지어 자신들에 비판적이던 진보언론들에게까지 상당한 보상을 안겨주며 필요할 때 이용하는 수완도 발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칭 진보언론들의 지원 아래 노무현도 죽이고 한명숙도 은퇴시켰던 것 아니던가 말이다. 자칫 보수정권의 재창출에 장애가 될 문재인도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모든 언론의 지원 아래 몰아세울 수 있었었다.

 

그런 점에서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다. 과연 검찰과 언론의 관계라는 게 그렇게 일방적이기만 할 것인가. 그러고보면 법조출입기자들의 민원도 검찰들이 제법 받아들여주고는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검찰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써먹는 만큼 그에 따른 보상 역시 때때로 알아챌 만큼 베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때로 당근도 쥐어주고 해야 언론은 더욱 충성을 다해 검찰의 눈이 되고 입이 되고 손발이 되어 위험마저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시민의 비난과 조롱에도 검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언론들의 모습은 그동안 검찰이 언론을 위해 베풀었던 보상들의 결과인 셈이다. 과연 행정안전부와 국세청에서 정의연에 대해서 정밀조사를 하겠다 선언한 마당에 굳이 검찰이 정의연을 두 차례나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해야 했던 이유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인사도 앞두고 있는데 굳이 180석 거대여당을 자극할 수 있는 수사에 직접 나서는 것이 검찰 입장에서 좋기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정의연과 검찰이 조국 전장관처럼 상당한 이해로 얽혀 있는 사이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와 경향이 그동안 서로 깊이 연대해 온 역사마저 외면한 채 보수언론의 정의연 공격에 동참하게 된 이유였었다. 정의당이야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언론의 보호를 받아왔는가 깨닫게 되었을 테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민주당을 진보의 관점에서도 비판하기 위한 거점으로서 그동안 진보정당들을 오히려 보호하며 키워주기까지 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감히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언론과 한 몸이 된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민주당과 손잡기까지 했으니 그 보복이 돌아오게 된 것이다. 거의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언론의 공격에 패닉에 빠진 결과 나온 발언이 딱 언론이 듣기 좋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이었고, 조국 전장관을 공격하지 않은 데 대한 사과였었다. 언론에 반성문을 쓴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언론을 거스르지 않고 언론과 입장을 같이 하겠다. 즉 정의당의 정의연에 대한 논평은 그동안의 정의연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냥 언론을 따라가겠다는 선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MBC까지 언론은 하나가 되어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공격하게 된 것인가.

 

바로 신문협회의 성명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협박인 것이다. 언론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할 때 항상 거의 단골처럼 이용하던 것이 바로 인사청문회였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가 임명한 인사를 언론의 의혹보도를 통해 여론을 움직여서 낙마시킴으로써 정부의 인사를 좌절시킬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든 여당이든 자신들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열린민주당에서 떠드는 언론개혁 같은 것에 눈돌리지 말로 자신들을 위해 이런 것들을 양보하고 배려해 달라. 모르긴 몰라도 지금 당장 민주당이 윤미향 당선인을 사퇴시키고 신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발표하면 정의연에 대한 공격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것이다. 그래서 윤미향 사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언론의 힘으로 윤미향을 비례대표에서 사퇴시키고야 말겠다.

 

문제는 과연 민주당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민주당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똑같이 언론의 협박을 인지한 상태에서 과연 언론의 힘을 인정하고 양보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지금 내부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언론을 상당히 의식하며 그 힘을 빌어 왔던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언론의 편에서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싶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입장에서는 부당한 인질극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며 언론과의 일전을 감수하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다. 내가 판단하기에도 바로 윤미향을 사퇴시키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아가 일본과의 관계도 신경써야 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훨씬 유리할 텐데 어째서 이해찬 대표는 그에 대한 이견마저 허용치 않는 것인가. 기싸움인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언론개혁은 물건너간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몰아붙이면 언론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바와 같이 언론개혁은 곧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이 곧 언론개혁이다. 지난 조국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이다. 언론의 힘은 검찰에서 나오고, 검찰의 힘 역시 언론에게서 나온다. 둘은 한 몸이다. 오죽하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난 채널A의 검언유착에 대해 MBC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과거 한명숙 전총리를 검찰이 조작해서 몰아간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역시 한 몸이었기에 MBC를 제외하고 겨우 KBS정도나 중요하게 보도한 정도다. KBS와 검찰의 검언유착을 가리기 위해 한겨레는 심지어 하어영이라는 기자를 희생시켜가며 의도해서 오보를 내고 그에 대해 이번에 사과까지 했었다. 한겨레가 대통령이든 누구든 그렇게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지금껏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대통령은 개무시하고 차라리 죽으라 윽박질러도 검찰총장에게는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서야 사과하게 된 것도 그 모든 것이 검찰을 위한 희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이 엄정히 수사하라 지시했는데 과연 하어영이 소환조사를 한 번이라도 받았었는가. 그런 관계인데 과연 언론과 검찰 입장에서 서로가 개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겠는가. 차라리 이번 정기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그런 자신들을 위해 기사를 써 줄 언론을 위해 뭐라도 해주는 것이 검찰 자신을 위한 것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조국 전장관의 경우는 검찰의 이해를 위해 언론이 나섰던 것이었고, 이번 정의연의 경우는 언론의 이해를 위해 검찰이 나선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언론은 더이상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여기서 끝까지 밀어붙여 윤미향을 사퇴시키고 정의연까지 해체시켜야 언론의 힘을 여전히 세상에 과시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언론의 도움을 받아 검찰 역시 개혁에 끝까지 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자치부와 국세청에서 조사한다고 하는데도 신천지 때와는 달리 검찰이 직접 압수색까지 나서게 된 것이었다.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다. 정의연과 윤미향에 대한 의혹들은 사실이다. 기소하고 처벌까지 받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자신들의 이처럼 여전히 강대한 힘 앞에 끝까지 버티려 할 것인가. 조국 전장관을 양보한 것처럼 윤미향도 정의연도 양보하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도 양보하라.

 

민주당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설사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더라도 여기서 밀리게 되면 앞으로 더이상 언론과 검찰에 대한 개혁을 힘있게 밀고나가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주도권을 잃고 수세에 놓이게 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버티면서 언론과 검찰의 힘이 빠지기를, 그들을 향한 개혁의 시간이 돌아오기만 기다려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5월 25일로 잡힌 이유일 것이다. 바로 5월 31일이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 포함 180석의 우호의석으로 국회를 주도하게 될 바로 그 시한이다. 6월 1일부터는 민주당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때는 누구도 민주당을 막아설 수 없다. 다급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이 나서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김어준이나 김용민이나 저토록 필사적으로 정의연의 편에서 윤미향을 지키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용수 할머니의 입장이나 판단과 상관없이, 피해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의연과 윤미향을 지켜야 한다. 정의연과 윤미향이 반드시 필요해서가 아니라 언론이 검찰과 함께 그곳을 약한 고리라 여기고 집중해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약한 고리라고 절대 민주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그리 만만한 대상일 수 없다. 언론이 검찰과 모든 힘을 기울여 공격해도 그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그런 판단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정의연 논란에도 여전히 굳건한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일 것이다. 너희들은 앞으로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KBS에서 한만호씨 인터뷰를 보도한 것도 그런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말하자면 6월 1일 21대 국회 시작을 시한으로 한 막판 힘겨루기라 해야 할 것이다. 언론과 검찰을 개혁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그를 저지하고자 하는 마지막 발버둥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해찬도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당내의 이견을 잠재우고 언론과 직접 맞서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앞으로 대선에 나서야 할 이낙연과는 처지가 다른 것이다.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이해찬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싸움이다. 이대로 이겨서 앞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다시 물러날 것인가.

 

피해자들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정의연은 해체하고 윤미향 당선인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인터뷰 이후 한결같이 그리 주장해 왔었다. 하지만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그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5월 31일 20대 국회의 회기가 끝날 때까지는 버텨 주어야 한다. 오로지 정치적인 판단인 것이다. 유불리로 계산한다. 싸움은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판단과 평가는 그 나중의 일이다. 지금이 그런 때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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