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조국 일가족 재판에 대해 유튜브 등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너무 생각들이 순진하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법원이 증거와 증언만으로 재판을 했다고. 더구나 조국 일가족 재판처럼 정치적인 재판이라면 당연히 정치적인 고려가 증거나 증언보다 앞서 고려될 수밖에 없다. 검찰만큼이나 정치적인 집단이 바로 법원이고 양승태 만큼이나 정치적인 인사가 지금 대법원장인 김명수다. 원래 그런 놈이었는지, 아니면 자리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그런 점에서 조국 전장관 일가족 - 정확히 정경심 교수의 재판을 좌우할 결정적인 요소는 법정에서의 증언이 아닌 어쩌면 전혀 상관없을 한명숙 전총리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한 논란들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당연하다. 검찰이 아무리 증거와 증언을 조작해가며 무리하게 기소해도 법원이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유죄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정작 돈을 준 당사자가 주지 않았다고 증언을 번복한 상황에서 아예 증인의 출석조차 없이 2심과 3심 재판부는 검찰조서만을 증거로 인정해서 1심을 뒤집고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원래 법원의 계산은 이랬을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기소를 모두 인정해서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도 청와대와 여당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될 테고, 반대로 기소를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사법농단을 수사한다며 서슬이 퍼렇던 검찰과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청와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나 법관탄핵 등 사법부 개혁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나 한 편으로 검찰에 너무 힘을 실어주면 앞으로 법원이 피곤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적당히 청와대와 검찰 모두의 체면을 살리는 수준에서 일부 유죄, 일부 무죄, 그리고 아마도 집행유예조차 없이 그동안 구속기간으로 형을 마치는 정도에서 판결을 내리려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특명을 받고 재판부를 구성한 만큼 혹시라도 2심 이후에서 판결이 번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한명숙 뇌물수수 조작의혹이 터졌네.

 

검찰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법부도 공범이라는 의심을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다. 무려 180석이다. 열린민주당 포함하면 모든 법안을 민주당 마음대로 - 설사 몇 명 정도 선거법 위반으로 날아가더라도 전혀 문제없이 한동안은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이번 총선을 통해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거대여당의 과거 총리까지 지냈고 당대표까지 되었었던 유력정치인을 법원이 정치적인 판결로 죄인으로 만든 전력이 드러나게 되었다. 법원은 과연 이미 정권을 잡고 있는 청와대와 압도적인 거대여당의 적인가, 아니면 아군인가? 법원은 청와대와 여당에 있어 개혁의 대상인가? 아니면 개혁의 동반자인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검찰이 얼마나 어이없이 허무하게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가를 보았다. 지금에 와서 그런 검찰의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와 여당의 온정을 바랄 것인가?

 

김명수도 계산이 꼬인 것이다. 김명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사법부 개혁에 소극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의회의 권력이 상당부분 보수정당에게도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찰 하는 꼬라지 보니 사법부 개혁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그 난리를 펴도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전혀 흔들림이 없고, 이제와서 조국 전장관 일가족에 유죄판결을 내린다 해도 앞으로 최소 4년은, 더구나 차기 대권은 민주당이 가져갈 가능상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언제까지 청와대와 여당과 등돌리고 지낼 수는 없는 것이다. 차기 대권이 유력한 이낙연 당선인의 경우 조국 전장관에 대해 그다지 미련은 없어 보이지만 이쯤에서 조국 전장관을 풀어주면 혹시 그동안의 서운함을 풀 수 있지는 않을까. 

 

특히 정치적인 사건일수록 증거와 증언보다는 사법부의 정치적인 이해가 가장 우선했던 것이 그동안 법원의 판결이었다는 것이다. 증거와 증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판결 이후 사법부에게 돌아올 정치적 후과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재판정에서 증인이 무어라 증언하든 판결은 다른 곳에서 결정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과 문재인 둘 중 누구를 사법부는 더 어렵게 더 무섭게 여기고 있는가. 그래서 한겨레가 갑자기 대뜸 느닷없이 윤석열에게 사과까지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봐야 정치적인 판단은 정치판사들이 더 잘한다. 지금 대세가 누구이고 주류가 누구인가.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정경심 교수의 무죄는 거의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봐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일부 유죄가 나온다면 진짜 죄가 있거나 아니면 그럼에도 정부의 사법부 개혁에 대해 한 번 저항해 보겠다는 선언이거나. 김명수가 그럴 정도로 대가 센 인물로는 보이지 않으니 주위의 누군가가 그리 밀어붙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사법부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정부가 남긴 소중한 깨달음이다. 검찰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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