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조금 당황했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찰과 언론에 의해 영혼까지 갈갈이 찢기고 살아도 살아있는 상태가 아닌 지경으로까지 내몰렸을 것이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이미 하나의 인격으로서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태였었다. 그런데 그렇게 검찰과 손잡고 몰이사냥하다시피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언론 가운데 제대로 진심어린 사과를 했던 곳은 아예 없다시피 했었다. 한겨레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이것저것 열심히 책임회피하려 변명을 늘어놓기는 했었는데 진심어린 사과도 반성도 없이 이후로도 여전히 당시의 행동들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무려 그 한겨레가 현직 검찰총장에게 아주 거창하게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발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정작 오보를 냈던 하어영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었다. 자신은 물론 주변의 어느 누구도 소환조사를 받거나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었다. 한겨레에서 자체조사한다지만 행정안전부와 국세청에서 조사하겠다 하는데도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었다. 정의연에서 외부회계감사를 받겠다 선언했음에도 감사에 필요한 장부까지 모두 가져다가 자기들이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한겨레를 압수수색할 필요도 없이 하어영 하나 불러다가 묻고 필요한 증거들을 임의제출이든 가택수색이든 해서 확보하면 그만인 것이다. 결혼했으면 부인이나, 부모와 형제는 물론 보도와 관련해서 상의했던 주변 지인들까지 죄다 불러서 물었으면 한겨레가 자체조사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 굳이 기다릴 이유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어째서 하필 이 시점인가 하는 것이다. 하어영의 오보가 나온 것이 작년 10월 즈음이었었다. KBS가 김경록PB의 인터뷰를 왜곡해 보도한 건도 벌써 몇 달 전에 시청자위원회에 의해 결론이 난 바 있었다. 심지어 3월 말 MBC를 통해 보도되었던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 역시 어찌되었든 채널A의 자체조사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공개적으로 방송을 통해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사안이 중대하고 복잡하다고 하어영 개인의 오보가 이렇게까지 길게 시간을 끌어야 만 하는 사안인가. 다들 잊고 있었다. 그동안 워막 많은 일들이 있었던 터라 아마 윤석열 자신도 사과보도를 보고 뭔 일인가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하필 이 시점에 그렇게 어렵게 긴 시간을 들여 조사한 내용을 밝히고 거창하게 지면도 몇 개나 할애해서 사과기사를 냈어야 했던 것일까.

 

간단하다. 첫째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이 상당히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첫째 이유가 다름아닌 가족과 측근, 검찰 자체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들 때문이란 것이다. 그동안은 그래봐야 뉴스타파와 MBC 정도나 윤석열과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고 있었기에 언론이 합심해서 묻어버리면 되는 정도였었다. TBS 하나 더해지기는 하지만 김어준 정도는 언론 사이에서도 상당히 우습게 여겨지는 인물이었기에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무려 공영방송인 KBS가 한만호씨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한 팔 거들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를 굴린 것이다. 공영방송이라면 친정부라는 이미지가 있으니 과거 역시 친정부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한겨레가 윤석열을 저격하는 오보를 낸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 보도들의 정당성을 희석시킨다. 즉 뉴스타파와 MBC, 심지어 KBS의 검찰비판보도들에 대해 윤석열과 검찰을 노린 어용언론들의 의도된 보도라고 몰아가고 싶은 것이다. 과거 자신들도 그랬으니 KBS도 그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현재 대선주자가 사라진 미래통합당에서 윤석열을 대안으로 여기는 상황과도 이어진다.

 

즉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으면 지금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부정하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라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사람들이 알게 된 순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정부 언론에 의해 정치적인 음해를 당하는 것으로 몰아가면 오히려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정부가 검증하고 인사까지 한 인물이란 것이다. 이미 검증과정에서 모두 확인되었을 텐데 사소한 흠은 있어도 그렇게까지 몰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조국 전장관을 수사하고 이제 윤미향 당선인까지 수사하려 하니 정부와 여당에서 친정부 언론들을 동원해서 부당하게 자신을 몰아가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바로 검찰총장 사퇴하고 불의한 정권의 희생양으로서 당당히 미래통합당에 입당해서 차기 대선도 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실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서울대 네트워크에서 그렇게 서울대 출신의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서울대를 나온 대통령이 아닌 오롯이 서울대라는 정체성을 앞세울 수 있는 대통령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과 조국은 탈락한 것이다. 어떻게 서울대 출신이 경희대 밑에서 일할 수 있는가. 유시민도 그래서 탈락했다. 유시민은 경희대도 아닌 고출 출신 대통령 아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서울대 네트워크가 상당히 강하게 존재하는 곳이 바로 자칭 진보언론이라는 것이다. 놀랐었다. 그래도 진보라면 학벌따위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데 서울대 출신끼리 서로 물고빨고 하느라 이념이고 성향이고 아예 구분조차 없어 보였다. 서울대니까 옳다. 서울대니까 정의롭고 정당하다.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야.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꽤 큰 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원래 사람이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할 때는 그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다. 첫째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윤석열과 검찰에 대한 비판보도들에 대한 물타기, 둘째는 그에 더해 그런 비판보도들이 터무니없는 오보이며 친정부 언론에 의한 정치적인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의심의 독을 풀고, 마지막으로 심지어 역대 대통령들조차 굴복시키지 못했던 한겨레를 굴복시킨 힘이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무려 한겨레가 지면을 몇 개나 동원해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윤석열은 정당성과 힘을 가진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렇게까지는 안한다. 이해찬이든 이낙연이든 설마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니까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기에 한다.

 

한명숙 전총리의 뇌물사건 당시도 한겨레 기자 하나가 검사에게 사필귀정이라며 소리쳤었다 한다. 그렇게까지 한겨레는 검찰과 한 몸인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윤석열이 진짜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나면 역사상 처음으로 한겨레가 친정부 언론으로 불리는 순간을 보게 될 것이다. 언론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신들의 신뢰성마저 내던지고 윤석열을 구하려 한다. 다른 언론들의 보도로부터. 더욱 거세지는 여당의 공격으로부터. 무엇보다 윤석열과 검찰들이 과거 저질러 온 죄업들로부터. 하긴 그 모든 과정들에 한겨레는 공범으로 함께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한겨레 똥닦개의 윤석열 일병 구하기였던 셈이다. 평소 똥이라도 핥게 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들의 영혼의 주인인 윤석열과 검찰을 구하기 위해 직접 자신들을 내던진 것이다. 하어영 때도 그렇고 한겨레의 윤석열과 검찰에 대한 충정을 보면 그야말로 눈물겹다. 한겨레가 이 정도인데 그보다 더 노골적인 경향은 어느 정도일까. 그러니까 정의당의 태도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칭 진보의 민낯을 보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지금 한겨레가 진심으로 막고 싶은 것은 언론개혁보다는 검찰개혁이 아닐까. 검찰개혁만 막는다면 언론에 대한 어떤 법안이 만들어지든 검찰이 알아서 다 해결해 줄 것이다. 검찰이 곧 정의다. 진중권이 새삼스런 인물은 아니란 것이다. 생각할수록 웃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