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그동안 정대협에 이용당했다는 논리의 전개는 이렇다. 일단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는 이름 그대로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가. 그런데 어째서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가 위안부 문제에까지 관여하는가. 사실상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서 정신대 피해자들을 돕자는 것이 아닌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앞세워 모금한 돈으로 정신대 피해자들을 돕고, 나아가 정신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끼워넣는 바람에 더 어렵게 꼬이기만 했다. 그래서 30년 동안 속아왔다 말한 것이었다.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였었다.

 

바로 여기서 이 모든 논란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정대협, 아니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돈을 쓰지 않았다는 것도 정대협 피해자들에게까지 돈을 나누어 주었다는 뜻이며, 윤미향 전이사장을 배신자라 일컬은 것 역시 자신들을 앞세워 모금하고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돈을 베풀었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정신대는 정신대로, 위안부는 위안부로, 그러므로 불순한 다른 의도를 배제한 오롯이 위안부만을 위한 활동으로 돌아갔을 때 일본 정부로부터도 더 쉽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고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앞길을 정대협이, 지금은 정의연이 막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이용수 할머니의 인식과 주장이 올바른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는가.

 

하다못해 연합뉴스나 머니투데이같은 나부랭이 언론들도 그 부분 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지 팩트체크라는 걸 해 주고 있었다. 원래 90년대 초반까지 정신대가 위안부를 대신해 쓰이고 있었다. 20년대 초까지도 정신대와 위안부를 혼동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 정대협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90년대, 당시 정신대라 하면 거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라 해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아닌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던 단체인데 당시는 위안부보다는 정신대라는 표현이 더 흔히 익숙하게 쓰이고 있었기에 그렇게 이름짓게 되었던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 만큼은 터무니없는 오해다. 정대협은 정신대 피해자들만을 위한 단체도 아니고, 더욱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나설 자격이 없는 단체도 아니다.

 

그래도 온라인 매체 가운데서도 저런 식으로 팩트체크도 해주고 하는 경우가 있었고 하니 내심 조금은 기대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동안 정대협과 연대해 온 세월이 있는데 한겨레나 경향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며 바로잡아주는 기사를 내주지 않을까. 미안하다.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진다. 그런 언론들이 아님을 알았으면서도. 1면 기사만 놓고 보면 조중동이나 한경이나 차이가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30년 동안 이용당했다는 말만 인용했지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그 주장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판단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정대협은 3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온 쓰레기 단체다. 바로 그제 한겨레는 위안부 인권운동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컨텐츠를 유튜브채널에 올리고 있었다. 30년 동안 정대협에 피해자들이 이용당했다면서? 정대협의 활동은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는데? 그래서 지난 30년 동안의 활동을 모두 부정당했는데 무슨 위안부 인권운동인가? 위안부 피해자들만을 위한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과연 보편적인 인권운동이 될 수 있는가?

 

지금 한겨레와 경향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는 것 같다. 문재인을 치자. 민주당을 때려잡자. 그를 위해서는 보수언론과 한 배를 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맥락이 그 맥락이 아니더만. 이용수 할머니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판단이 전혀 다른 맥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대협이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단체였는가? 아니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라면 정신대 피해자들을 지원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분리하면 일본은 얼씨구나 바로 사죄하고 배상부터 하려 할 것인가? 그러니까 정대협이 위안부문제의 해결을 훼방놓고 그저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온 파렴치한 무리들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처럼 분리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에 대한 대안조차 불분명하다. 교육은 세계 곳곳에 소녀상도 세우고, 기념관이나 기념비도 세우면서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내 시민단체와의 연대로 일본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 역시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었을 터다. 일본 정부와 사이가 좋아지면 위안부 문제도 알아서 해결되는 것인가. 그래서 정대협만 사라지만 위안부 문제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처럼 그렇게 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정의연이 싫으니까. 정의연보다는 민주당으로부터 공천받은 윤미향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뻔히 팩트체크가 가능한 부분들까지 모른 체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하는 계획조차도 없다. 그냥 문재인과 민주당에게만 엿먹이자.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이없는 부분은 김복동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라기보다 스스로 주도하여 활동한 이들마저 정대협에 속아 이용당한 객체로 만들려는 부분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 자신의 의지도 아니었고 진심에서 우러난 주장도 아니었다. 정의연에 속아 이용당하며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것이었다. 그리 주장하고 싶은 것일 게다. 이용당했다는 말만 대서특필하고 있는 보수언론은. 그리고 자칭 진보들은. 누가 누구를 모욕하고 비하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김복동 할머니의 활동마저 지우고 나면 그 자리에 뭐가 남는다는 것인가. 그래서 한경인 것이다. 조중동이 되지 못한 벌레들. 한겨레와 경향이 진보면 조중동은 중도보수다. 아침부터 열받는다. 역겹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