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칭 진보와 과거 민주당 당권파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역시 대한민국의 주인은 수구기득권이라 확고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도 개혁도 민주주의도 시민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도 모두 수구기득권의 허락 아래서만 가능하다.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도 아니고, 협상을 통해 얻어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감히 수구기득권과 싸우려 하는 친노친문을 눈엣 가시처럼 싫어한다. 그건 본능과도 같다. 평소 주장하던 정책이라도 친노친문이기에 반대하고, 친노친문일색인 민주당이기에 더욱 비판을 넘어 비난하고 저주한다. 민주당만 빼고란 그런 그들의 진심이기도 한 것이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의심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 넘게 떨어지며 55%가 되었다. 여기서 더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문재인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만 만든다면 그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박병석은 원래 안철수를 쫓아서 국민의당으로 갔어야 할 인간이란 것이다.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다선이기까지 해서 여야에 두루두루 인맥이 있다 보니 국회의장까지 되었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에 특별한 의리같은 건 없는 부류들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망해야만 자기들에게 기회가 돌아온다 생각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망하고 구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의 잔당들을 흡수하며 다시 일어난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망하면 옛동료들과 다시 뭉칠 수 있지 않겠는가.

 

하필 지지율 하락 기사와 박병석 개지랄 기사를 동시에 보는 바람에. 원래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들이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한다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성향은 민주당과 맞는데 오히려 보수정당보다 민주당을 더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다시금 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차피 미래통합당이 법사위를 요구하며 아예 국회를 거부하고 있는데 더이상 협상할 여지가 있기나 한 것인가. 법사위를 미래통합당에 넘기는 것 말고 박병석의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안철수는 이런 놈 안 데려가고 뭘 한 건지. 빌어먹을 것이다.

민주당이 보수정당에 비해 무능하다는 이미지를 낙인처럼 가지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싸울 땐 싸워야 하고, 버틸 땐 버텨야 하고, 타협할 땐 타협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싸울 줄도 모르고, 버티는 것도 못하고, 더구나 타협은 양보와 동의어다. 유시민이 그랬던가? 태산만한 힘을 가지고 겨자씨처럼 굴고 있다. 딱 그대로. 민주당 자신이 가진 힘을 최대한 끌어내서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레 약하다 겁먹고서는 싸우지도 버티지도 타협도 못하고 매번 물러서기만 한다. 그 중심에는 누가 있었다. 박병석같은 사쿠라들이다.

 

지금 명분은 민주당에 있다. 법대로 국회를 열려는데 반대하며 거부하고 있는 것이 미래통합당인 것이다. 민주당은 법을 지키려는 것이고 미래통합당은 그 법을 지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통합당 국회에 들어오게 하겠다고 법사위를 미래통합당에 내주겠는가? 그럴 거면 그냥 당적을 미래통합당으로 옮기는 것이 낫겠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그랬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려 하든, 여당이 무엇을 국민들에 약속했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저 야당과 언론 보기에 좋은 정치만 하려 한다. 한나라당과 언론이 보기에 사람 좋은 정치를 하려 한다. 박병석이 저 인간도 안철수 따라 국민의당 갔어야 하는 거였는데.

 

자꾸 민주당에 있는 명분을 야금야금 빼서 미래통합당에 넘겨주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이 바로 본회의 열어서 뭐라도 성과를 내면 그것으로 민주당이 명분을 독차지하는 것인데 그것을 필사적으로 온몸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계좌추적이라도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주변인 가운데 누군가 고소고발을 당했거나. 아니면 신념이다. 평생을 보수정당의 프락치로 살아온 자존심 같은 것일 게다. 민주당도 민주당이긴 하다. 어떻게 이런 인간을 국회의장으로 추대했던 것인지. 열린우리당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하다. 씨발 욕나온다.

통일부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가에 따라 그 위상이 하늘과 땅 차이로 뒤바뀌는 부서일 것이다.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보수정부 아래에서는 당연히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반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민주정부 아래에서는 다른 어느 부서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인사를 할 때도 보수정부에서는 자리나 하나 챙겨주려는 수준 이상은 넘지 않는 반면, 민주정부에서는 끝발 좀 있는 인사로 장관을 임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통일부의 업무라는 것이 민주정부가 집권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할 경우 거의 반드시 색깔론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민주정부가 집권하면 김대중 대통령 이래 민주당의 강령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대북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테니 통일부 장관이란 자리에 있으면 그 성과까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북한에 조금이라도 유화적인 행동이나 태도를 보일 경우 아직 대한민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진영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임명되던 당시도 그랬었다. 아니 그래서 김연철 장관이 지명되었을 때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나서서 그 이념을 검증하겠다며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었다. 원래 그런 신념과 지향을 가지고 있어도 위축될 수밖에 없도록. 덕분에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마저 욕하던 그 강단과 다르게 김연철 장관이 취임하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한 일이란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었다.

 

경고는 이미 작년부터 나오고 있었다. 통일부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통일부 장관이 총대를 매고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든, 아니면 북한으로 가서 북한의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하든 아무거라도 행동에 나섰어야 했는데 정작 장관이 있는지도 모르게 아무것도 않고 있었다. 이번 대북전단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주무부처로써 직접 나서서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역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도록 손놓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당연한 것이 만에 하나 대북전단 살포를 통일부의 이름으로 저지하고 나섰을 경우 돌아올 이념공격이 아무래도 김연철 장관 개인이나 통일부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칫 이념공격에 휘말리지 않도록 몸을 사리는 사이 통일부는 자기 할 일을 못하고, 정작 통일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그동안 겨우 이루어 놓은 남북관계마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서 윤석열과 버금갈 정도의 최악의 패착이라 할 만한 부분일 것이다. 처음부터 자격도 실력도 안되는 인물을 장관에 앉힌 탓에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 벌써부터 이인영이라는 이름이 차기 통일부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이인영도 아주 야심이 없지는 않다. 그동안에도 당대표선거에도 출마하고 원내대표도 역임하는 등 어느새 당내의 젊은 중진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원내대표로써 중요한 패스트트랙정국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총선에서도 큰 승리를 이끄는 등 지지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당한 성과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이루어냈던 터였다. 그렇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 할 때 지금 이인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차기 대권을 노려 볼 수 있는 인물은 거의 행정부의 요직을 거쳐가고 있었다. 국무총리든, 각 부처의 장관이든,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당연히 통일부 장관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야심이 클수록 지금 통일부장관은 참여정부에서의 그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자리다. 바로 이 통일부 장관 때문에 김근태와 노무현의 사이가 틀어졌고, 정동영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발판이 마련되었었다.

 

그래서인 것이다. 말했듯 통일부장관이란 그를 통해 얻게 될 성과 만큼이나 정치적인 부담도 큰 자리란 것이다. 자칫 보수진영의 공격에 휘말리거나 의식할 경우 김연철 장관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시간만 때우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공격 정도는 아랑곳않을 수 있는 강단이나 그래야 하는 동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보수진영의 공격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 공격을 무릅쓰고 무어라도 성과를 내는 것이야 말로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더불어 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바람막이가 되면서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하고 필요할 때는 채찍질하며 등떠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야심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야심도 크고, 신념도 강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지금 적절한 인물이 누가 있겠는가.

 

이인영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이다. 김연철같은 나부랭이로는 안된다. 그저 입으로만 떠드는 나부랭이들로는 지금 상황을 대처할 수 없다. 보다 고도로 정치적으로도 내구성을 갖춘 인물이어야만 한다. 사실 이인영이 아니어도 상관없기는 하다. 그만한 정치적 역량을 갖춘 인물이 지금 민주당에는 아예 차고 넘친다. 다만 현역 국회의원이고, 여당의 원내대표를 역임했으며, 또한 차차기를 노려 볼 만한 위치에서는 또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다. 물론 이낙연도 움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부에서 특사를 보낸다면 아마도 이낙연 의원이 아닐까. 행정부 차원에서가 아닌 여당이 청와대와 협력하며 현재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내세울만한 자신만의 업적과 성과가 부족한 이낙연 의원의 입장에서도 매우 소중한 기회일 수 있다.

 

김연철이 병신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입으로 쉽게 떠드는 놈들일수록 정작 자리에 앉혀 놓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까 그리 입으로는 사납고 세기만 한 것이다. 현실을 모르니까. 요즘 입으로 온갖 배설을 해대는 얼간이들이 차고 넘치는 모양이다만. 아직 기회가 다 사라진 것도 아닌데 자칫 인사를 잘못했다가는 그마저 날려버릴 지 모른다. 다음 인사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더욱 민주당 안에서 야심있는 인물을 골라야 하는 이유인 것이고. 미래통합당도, 조중동도, 한경도 무시하고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고 그러면서도 과감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인영도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인물은 많다. 민주당 30년 집권은 꿈이 아니다.

그러고보면 보수정치인이나 보수지지자들이 언론에 대해 무어라 말하든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보수정치인이 특정 언론사의 취재를 막는다고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보수지지자들이 특정 언론사를 찾아가 시위하거나 비난한다고 파시즘이라 비판하는 경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민주당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예외다. 심지어 명백한 범죄행위인 협박취재에 대해 수사하려는 것마저 언론탄압이라고 자칭 진보언론들마저 나서서 비판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하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한겨레가 보인 히스테릭한 반응 역시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한겨레를 신뢰하고 구독해 온 독자들이었을 텐데도 경력도 오래된 베테랑 기자가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었다.

 

"덤벼라, 문빠들아!"

 

그 기자만이 아니었다. 최근 김용민tv에 출연해서 자기들은 아닌 척 입바른 소리를 떠들어대는 미디어오늘의 기자도 역시 참전했다가 도매급으로 욕먹고 있었다. 심지어 기사를 통해서 정작 욕을 들었던 지지자들의 분노와 반발을 '댓글폭탄'으로 매도하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경향일보도 끼어들었는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심정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저 문빠 폭도새끼들. 저 깡패새끼들. 물론 나도 가끔 대놓고 블로그를 통해서 문빠들을 그렇게 욕하기는 한다. 다만 차이라면 나는 그냥 같은 시민의 입장이고, 저놈들은 언론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진중권이 왜 저리 미쳐 날뛰는 것인가. 자칭 지식인이라는 것들은 어째서 문재인 정부나 그 지지자들에 대해 저토록 적대적인 것인가.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것을 보면서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어째서 저토록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것인가. 마치 지식인이면 민주당의 편에서 어떤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이라도 있는 듯한 모습이다. 우연히 누군가 링크를 건 한겨레의 어느 칼럼에서 진중권의 행동을 '파시즘'에 대한 경계와 견제라며 애써 선의로 포장해주는 내용을 보면서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썼던 내용이기도 하다. 의심이 확신이 되었다. 저 무도한 무지렁이들이 감히 자신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자칭 진보들과 어울리며 느낀 것 가운데 하나다. 이놈들은 진짜 자기 학벌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대학을 나와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배우고 알고 있는가에 대한 자부심이 그야말로 성층권을 넘어 우주를 노닐고 있다. 자신들만이 진실을 알고 올바른 판단도 내릴 수 있다. 대중이란 그런 자신들이 이끌어야 하는 대상이지 대중이 자신들을 넘보려 해서는 안된다. 진중권이 무시당하는 이유였다. 무식하다고. 일단 서울대이기는 한데 있는지도 모르는 미학과 출신에, 사실 글빨은 화려한데 논거는 상당히 빈약한 편이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무지렁이 대중이라면 자신들을 우러르지는 못하더라도 두려워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가만 보니 오히려 자신들을 비웃고 무시하기 일쑤란 것이다. 과연 기분이 어떨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겨레, 경향 기자들의 자랑은 명문대 출신이 보수언론보다 많다는 것 하나더라. 실제 명문대 출신들이 많기는 하다. 물론 그래봐야 대부분 월급도 더 많은 조중동 지원했다가 실력이 미치지 못해 떨어진 것들이기는 하다. 그래서 기자로서 경력을 쌓아서 다시 경력직으로 도전해 보려고 그나마 언론사인 자칭 진보언론에 몸담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실패자에 낙오자인 자신들에 대한 보상으로써 과도하게 비대해진 자의식을 가지기 쉽다는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다. 상처가 많고 열등감이 깊을수록 지나치게 자신을 포장하고 과시하려는 경향을 가지기 쉽다고. 그래도 사회정의와 진보적 가치를 위해서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자신들인데 어찌 저따위 무지렁이 대중따위가 자신들을 모욕하고 조롱할 수 있는 것인가.

 

한겨레와 경향이 이른바 친노에 대해 가지던 뿌리깊은 적대감의 정체이기도 했었다. 감히 노무현이 언론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었다. 언론의 말을 듣지도 않고, 오히려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여겼었다. 노무현과 함께 그 지지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공격을 가하던 당시의 기억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지식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언론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역시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이놈들을 이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노무현 자신도 민주화운동에서 철저히 비주류였거니와 이후 대통령이 되고 지지자들과 함께 보여준 행동들은 위협을 넘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언론은 항상 정의롭고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했었다. 그런데 노무현이나 그 지지자들은 아니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기는 했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얼마나 언론을 두려워하며 예우까지 해 주었었는가.

 

진중권이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한국사회를 퇴행시키고 있다 말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한겨레 기자가 스스로 자백한 바 있었다. 차라리 이명박근혜 시절보다 지금이 자신들에게는 더 어렵다. 대중이 검증하려 한다. 대중이 언론의 보도를 믿지 않고 일일이 검증하며 언론인들에 진실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예전에는 그냥 쓰기만 하면 기사가 되었는데 이제는 대중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검열까지 해야만 한다. 화가 나는 것이다. 자기가 그러려고 힘들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어려운 시험을 치러가며 언론인이 된 것이 아니었다. 진중권 역시 자신 정도면 더 대중들로부터 예우받아야 하는데 고작 최성해가 만들어준 대학교수 자리가 전부였었다. 그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상대로 아무말이나 쏟아내면 진지하게 다루어주는 보수언론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한국사회가 자신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정확히 저 무도한 문빠들이 감히 자신들을 전혀 인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있다. 저놈들이 악이다. 저놈들을 몰아내야 한다. 유독 거의 모든 언론들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만이 아닌 그 지지자들까지 적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공중파라고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 민주당 진영과 미래통합당 진영에 대한 판간의 기준 역시 다르다. 복수다. 너희들이 주장하는 그 공정함과 정의로움에 한 번 당해보라. 오로지 민주당 인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공정함과 정의인 것이다.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나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퇴행이다. 그러면 어째서 문빠들은 그들 지식인, 언론인들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조롱만 퍼붓게 된 것일까? 언론 스스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보도했으면 그것이 사실이고 정의여야 한다. 무지렁이 대중들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모욕하고 조롱할 수 있는 정의당처럼. 엘리트라는 것일까? 과거 조선의 사대부들을 떠올리면 비슷할 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념은 다르더라도 같은 엘리트인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더 대화가 통하겠다.

 

그래서 파시즘인 것이다. 무지한 대중이 떼로 몰려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것이니. 아마 전제왕조시절 백성들이 몰려다니며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려는 것을 보는 지배층의 태도가 저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이라 불렀다. 저들의 입장에서 지금은 '문빠들의 난'이 일어나는 와중인 것이다. 진압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다? 그 수괴인 문재인의 목을 베는 것이다. 구한말 조선조정이 동학의 교주였던 최재우와 최시형을 처형했던 것처럼. 한겨레나 경향이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실패에 올인한 상황이다. 그 최선두에 진중권이 있는 것이고. 그들의 목적은 같다. 동기도 같다. 자칭 진보들의 허튼 엘리트의식이 문재인을 중심으로 모인 대중의 의식과 충돌하는 것이 이유인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 한겨레나 경향, 혹은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은 숭고한 성전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의 과거 군사독재와 싸우던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던 당시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전은 그 자체로 정의로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모든 행위들은 성전이라는 이름 아래 정의롭게 된다. 다만 그렇더라도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라는 것이 소수자를 끌어들이는 진중권의 행동에 대한 사소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기와 목적은 같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저들이 폭도이고 악인 것이다. 조중동과 다르지 않다. 저들의 진심이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잠잠해진 정의연 논란 가운데 단 한 사람 이름이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이가 있었다. 사실은 그 사람이야 말로 지금 윤미향으로 대표되는 정의연의, 아니 정대협의 시작과 끝을 정의하고 이끌어 온 주인공일 것이다. 바로 김복동 할머니다. 윤미향은 그 김복동 할머니를 가까이서 모신 덕에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된 인물이었다.

 

수요집회도, 위안부운동을 세계보편의 인권운동으로 발전시키자는 구상도, 그를 통해 일본 정부의 사실인정과 사죄, 배상을 이끌어내자는 생각도 역시 모두 김복동 할머니로부터 비롯되었었다. 그리고 정대협 활동가들은 그런 김복동 할머니의 구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이나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윤미향이라는 이름을 들을 일도 거의 없이 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위안부 운동을 이끌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와서 김복동이라는 이름안 간 곳 없이 윤미향이란 이름만 남았을까?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홍성일이나 임자운 같은 가짜 지식인들의 민낯이 바로 이런 곳에서 바로 낱낱이 드러난다. 이용수 할머니가 주위의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고 사실관계를 잘못 오해해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김어준의 의혹제기에 대해 그들은 주장했었다. 만일 김어준의 주장이 사실이면 이용수 할머니의 주체성이 훼손되는 것이므로 자칫 위안부운동의 정당성마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용수 할머니의 모든 주장은 오롯이 이용수 할머니 본인의 경험과 판단에 의한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어째서 김복동 할머니의 그동안 활동에 대해 정의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며 이용당한 것이라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는 한 마디도 않는 것인가.

 

그동안 정대협의 활동에 대해 모르지 않을 한겨레나 경향 등 자칭 진보언론이나, 정의당 같은 자칭 진보정당, 그리고 방송에 나와 떠들어대는 자칭 지식인들이 지껄이는 소리들 보면 거의 한결같다.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김복동 할머니는 아예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대신 윤미향이 제단에 올려졌다. 그리고 이용수 할머니의 이름으로 철저히 재단되어진다. 김복동 할머니가 추구하고 이루어낸 모든 위안부 운동의 성과들이 윤미향에게 덧씌워지며 윤미향과 함께 부정되고 그 자리를 이용수라는 이름이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대충 이용수 할머니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는 이를 통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동안도 이용수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 사이에 갈등이 있었으며, 다만 김복동 할머니의 존재가 너무 컸기에 감히 그 앞에 나설 수 없었을 뿐이었다. 김복동 할머니도 떠났으니 위안부운동도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후 위안부운동을 정의하고 주도하는 것은 누구일 것인가. 윤미향이 비례대표까지 되는 것을 보며 어느새 주위에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직 생존해 있는 이용수 할머니를 앞세워서 윤미향과 정의연을 지우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그동안 자칭 진보언론들이 굳이 조중동의 프레임을 쫓아 김복동이란 이름을 지운 채 윤미향과 정의연을 공격하는데 앞장 서 온 것이 이해가 된다. 위안부운동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면서 김복동이 아닌 윤미향을 대상으로 위안부운동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며 요구하고 있었다. 윤미향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김복동 할머니와 윤미향은 한 몸이었다. 윤미향은 절대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를 거스를 수 없다. 그러니까 단죄되어야 한다. 윤미향과 정대협이 부정되고 그 자리에 새롭게 시작된 위안부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자칭 진보들 자신들이 된다. 그리고 냄새를 맡은 자칭 지식인들도 거기에 합류한다. 이용수 할머니가 요구했는데 어째서 윤미향이 감히 들으려 하지 않는가. 김복동 할머니의 이름을 지우고 나면 윤미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김복동 할머니가 그동안 정대협에 이용당했다고 말했을 때, 더구나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면서도 오히려 모르는 척 옮겨쓰기만 하는 언론들을 보면서, 더구나 오로지 이용수 할머니만 의심도 검증도 해서는 안된다면서 김복동 할머니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무리들의 모순적인 주장에서 무심코 느끼고 있던 위화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를 우연히 보고 나서 한 가지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진짜 더러운 놈들이 어떤 놈들인가를. 그래서 저들은 김복동이라는 이름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감추려 들었던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정대협의 활동은 활동가들이 아닌 피해자들 자신이 시작하고 주도했던 것이었다. 그 중심에서 한결같이 운동을 이끌었던 것이 김복동 할머니였고, 그 후광으로 윤미향은 오히려 정대협 대표가 되고 비례대표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지금 윤미향의 자리는 김복동 할머니의 것이어야 했었다. 그래서 이해한다. 어째서 윤미향은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를 거스르란 것인가.

 

이용수 할머니는 주체적인 존재지만 김복동 할머니는 단지 정대협에 이용당한 타율적인 존재일 뿐이다. 저들이 만든 프레임이다. 이용수 할머니 자신의 의지인가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의도가 그렇게 김복동 할머니의 존재를 철저하게 지우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누가 쓰레기일까? 자신들이 더 잘 알 듯. 더러운 것은 인간이란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어릴수록 행동이 일차원적이 된다. 물론 아주 나이를 먹어도 비슷하게 돌아간다. 동물과 같다.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고, 마음에 안들면 화나고, 맺힌 것이 있는 것 같으면 바로 복수하고, 괜히 자기가 불리하다 싶으면 울며 도망치고 숨는다. 북한은 그런 아이와 같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유아적인 체제를 가진 국가일 것이다. 아직도 최고지도자의 존엄이 그리도 국가적인 위상과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

 

작년 김정은이 그렇게 신년사를 통해서 큰소리를 쳐 놓았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트럼프에 망신당하고, 정작 많은 약속을 주고받았던 남한 정부는 미국 눈치 본다고 아무것도 않고 있고, 날이 갈수록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어느것도 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그동안은 아예 판을 깰 수 없으니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괜히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기회라고 아예 엎어버릴 놈들이 북한 내부는 물론 미국과 한국 안에 차고 넘치는 것을 안다. 여러 경로로 불만은 전달하되 그러나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도록. 그래서 더욱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였을 것이다. 어째서 북한이 남한 정부에 이렇게 비굴하게 저자세를 보여야 하는가.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여당인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 문재인 정부 혼자서도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되자 본전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최고권력자로서 구겨진 김정은 자신의 체면을 다시 일으켜세울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에 약세를 보인 것도 아쉬운 것이 있어 움츠렀던 것도 아니다. 여전히 자신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상당히 과격한 행동도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렇다고 김정은 자신이 직접 나섰다가는 돌이키지 못할 수 있으니 같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앞세운다.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 내가 이렇게 곤란했었다. 그러니 한국 정부도 한 번 당해보라.

 

그만큼 많이 몰렸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데도 그동안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서 많이 참아주고 있었다. 그동안 기다린 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더 열심히 더 많은 것들을 자신들과 약속한 대로 이행해야만 한다. 그냥 건물 하나다. 북한식 사고로는 그렇다. 그깟 건물 하나 쯤이야 얼마든지 다시 지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사전에 한국 정부에도 통보가 되었을지 모른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자신들도 대내외적으로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으니 여기까지만 한 번 마음껏 심술을 보려 보겠다. 박지원이 타이밍 잘 잡았다. 특사는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 판에서 새롭게 모든 것을 시작해 보자.

 

어쩌면 이낙연에게 보다 일찍 기회가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변함없이 일관되게 지금의 정책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하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다. 거의 다음 대통령을 약속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정동영이 북한으로 가서 김정일과 만난 바 있었다. 특사로 간 이낙연의 손에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의 결실이 들려 돌아온다면 그냥 다음 대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입장에서도 문재인 정부 이후 5년의 시간을 약속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미국의 승인과 상관없이란 메시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미국의 사정과 상관없이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북한과의 약속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정상국가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역사속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던 수많은 단명왕조들을 떠올려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아직 국가로서 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인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던 불완전한 체제들이 북한의 그것과 많이 닮았을 것이다. 변덕스럽고 유치한데 집권자의 체면 때문에 자존심만 더럽게 강하다. 근대국가조차 못된다는 소리다. 전근대의 왕조국가만도 못한 체제인 것이다. 꼴같잖은 게 뭔가 대단한 척 허세나 부린다. 웃긴다.

원래 추심꾼들도 나올 구멍이 있을 때 더 지랄맞아진다. 물론 나올 곳이 없을 때도 지랄맞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어차피 어떻게 해도 나올 곳이 없다면 더 다그쳐봐야 힘만 빠지고 괜한 그릇만 깨고 마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자기라는 무섭고 귀찮은 추심꾼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 어떻게든 돈 나올 구멍을 만들도록 몰사세우는 것이 당장은 최선이다. 돈도 못 벌도록 괴롭혀봐야 괜히 받을 돈도 못받고 만다.

말 그대로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아직 미국이라는 걸림돌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고 국회 역시 압도적인 다수 의석으려 장악하고 있다. 일정한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언론 또한 두려울 것이 없으니 정부 입장에서 북한과 관련해서 마음껏 소신을 펼쳐도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이라면 북한이 조금 더 강하게 요구해도 한국 정부가 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얻을 것을 얻어내는 모습에서 북한 내부에서의 권위 또한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김여정인 것이다. 한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권위를 높이고 한국 정부로부터 받아낼 것을 받아내면 2인자로서 성과도 과시하게 된다. 물론 항상 그렇듯 마지막에 결정하는 것은 국가원수인 김정은일 것이다.

즉 김여정이 무어라 떠들든 김정은의 한 마디로 바로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김정은은 입다물고 있고 김여정만이 나서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여정이라면 김정은의 친동생으로 복심일 수 있지만 김정은 자신의 본심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여기서 한국 정부가 만족할만한 답을 못 준다면 김여정의 말이 김정은 자신의 생각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아쉬운 쪽은 어디의 누구인가?

물론 더 아쉬운 것은 북한의 김정은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의 교류나 지원도 여의치 않고 여전한 미국의 제재로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경제가 아예 바닥을 뚫고 들어간다. 오랜 빚을 꺼내 어떻게든 갚으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빌려줬지만 자기 사정이 급해지니 악덕 추심꾼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더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앞으로 이룰 것도 많은 한국 쪽이 더 간절히 평화를 바라야 한다. 어차피 자기들은 망할 것이지만 그것이 절대 한국에 이익일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말 그대로 벼랑끝 전술이다. 죽느냐? 사느냐? 얻느냐? 죽느냐? 그래서 말처럼 북한과 다시 이전의 군사적 대치관계로 돌아갔을 때 한국 정부에도 이익일 것인가. 한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인가. 다행인 것은 이미 북한과 약속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양보도 굴복도 아닌 단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아마 김정은이 나타나 직접 상황을 정리하는 것도 그런 확신이 섰을 때일 것이다.

핵심은 미국이다. 미국과의 관계만 최우선으로 여기는 관료사회다. 177석의 의석이, 그리고 약속된 차기 대권이 가 단단한 구조를 깨고 현재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은 그러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을 테지만. 정부를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북한은 채권이라 생각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그것은 소중한 기회이며 권리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서. 오로지 그 한 가지 뿐이다.

비판이라는 것은 첫째 사실을 근거해야 하고, 둘째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그 사이에 판단이란 것이 이루어진다.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아무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냥 듣기 싫으라고 떠드는 것을 흔히 비난이라거나 모욕이라거나 욕설이라 일컫는다. 하등 아무 의미도 없이 상대를 상처입히자고 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진중권과 한겨레, 경향 등 자칭 진보들이 닮아 있는 점이 바로 이런 부분들일 것이다. 원래 진중권은 사실관계 같은 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었었다. 그동안 진중권이 하고 써 온 말과 글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논리만 있다. 다만 그래도 방향이란 것이 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방향을 위해 나머지를 끼워맞추려 한다. 문제는 과연 지금의 진중권에게도 그런 방향이라는 것이 남아있는가.

 

무엇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가? 도대체 무엇을 이루고자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인가? 민주당만 빼고라 외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없다. 그냥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권력의 여당인 민주당을 비판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둔다. 딱 한겨레, 경향이지 않은가? 취재도 않는다. 아니 취재한 사실이 있음에도 비판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없는 척 모르는 척 무시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게 단지 대통령이고 청와대고 여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단 비판인지 뭔지 모르는 기사부터 쓰고 본다.

 

언론의 사명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지식인의 사명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자기만족이다. 그래서 자위라 부른다. 딸딸이질이다. 과연 사실인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그저 누군가 떠들면 필요하니까 그것을 사실로 전제하고 판단한 뒤 논리를 전개한다. 왜 무엇을 위해 어떤 결과를 바라고 그러는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조차 없다. 정부를 비판했다. 대통령을 비판했다. 여당을 비판했다. 그런 목적에만 맞다면 근거는 아무것이든 상관없다.

 

대통령이 연설문을 쓰는 걸 직접 옆에서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대통령의 연설문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전혀 아무런 지식도 이해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한겨레 경향이 더 나쁘다는 것은 정의연의 여러 사정들에 대해 몰라서 보수언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위안부운동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 지 또한 전혀 생각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들의 목적과 지향과 상관없이, 과연 그것이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인가의 여부조차 고려치 않고 일단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고 출신단체이니 비판부터 하고 본다. 비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정권만 비판하면 된다. 정부와 여당만 비판하면 된다. 대통령만 비판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들의 정당성은 입증되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이념적으로 정 반대인 보수진영의 이해에 충실한 결과를 낳는다 할지라도. 적의 적은 적이지 않은가. 조중동도 미래통합당도 그래서 저들에게는 아군이고 동지인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동면이라도 한 모양이다.

 

진중권이란 인간에 대해 아예 관심을 끊었다 보니 또 어디서 뭔 소리를 지껄였는가도 이제서야 겨우 건너건너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아예 부고조차 듣고 싶지 않은 인간인데. 그런데 또 보고 있으려니 이게 꼭 한겨레 경향 하는 꼬라지들 아닌가. 자칭진보가 어디 가지는 않는다. 딱 저 놈들 수준이다. 

그러고보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그동안 가장 앞장서서 저지해 온 것이 한겨레와 경향이었을 것이다. 반대는 모든 언론들이 다 반대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입법하려 한 주체가 민주당 쪽 인사들이었다는 점에서 그래도 아직 같은 편이라 여겼던 한겨레와 경향의 반대는 꽤나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사회 기득권들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민감한 기사들을 주로 써왔던 이들 언론들이었기에 자칫 징벌적 손해배상이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자신들의 입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겨레와 경향이 총대를 매고 앞장서서 막는 사이 지금껏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마음껏 가짜뉴스를 만들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한겨레와 경향이 그렇게 될 것을 몰랐었느냐? 이번 정의연 논란을 통해 보지 않았는가. 위안부운동의 취지 자체를 훼손해서는 안되지만 다른 언론들이 정의연을 공격하니 자신들 역시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정의연을 공격해야만 한다. 뻔히 아는 사실들마저 오로지 조중동이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팩트체크를 하기보다 의혹을 그대로 전달하며 정의연에 해명의 책임을 떠넘긴다. '진보'언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칭 진보'언론'이었던 것이다. 알면서도 언론사 전부를 위해서 민주당의 입법을 막는 첨병으로 스스로 이용당해 준 것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국회에서 입법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이유인 것이다. 바로 얼마전까지 한겨레 경향이라면 그래도 이 사회를 지배하는 수구기득권과 맞서며 진보와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 여기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조중동을 중심으로 보수언론이 대부분인 언론시장에서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몇 안 되는 언론이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한겨레와 경향에 더 불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입법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이명박근혜를 거치면서,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겨레와 경향은 절대 민주당과 같은 길을 가는 동지가 아니다.

 

그냥 적이었다. 최저임금인상을 주장하다가도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하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반대한다. 근로시간단축을 주장하다가도 민주당 정부가 하려니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서 반대하며 나선다. 조중동이 어떤 주장을 펴면 바로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마저 보인다. 아예 민주당이야 말로 모든 악의 온상이라도 되는 양 '민주당만 빼고' 같은 칼럼까지 기재하며 오로지 민주당만 공격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180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게 된 민주당에 어떤 진보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법안들에 반대하며 다수당이 되면 아예 폐기할 것을 천명했던 미래통합당의 편에서 그들에게 양보하라며 보수언론과 함께 압력까지 가하고 있다. 단 한 번이라도 한겨레와 경향이 민주당의 정책들에 대해 굳이 편까지 들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평가라도 내렸던 적이 있었는가. 그런데 굳이 민주당 입장에서 한겨레와 경향을 배려해야 할 이유가 더이상 남아 있을 것인가.

 

이제는 더이상 한겨레와 경향이 자신들이 더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며 읍소해봐야 들어주는 사람조차 거의 없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언론이라고 정치인들이 들어주려 해도 지지자들이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동안 해 온 일들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같은 편이라고 위장하는 성의는 보였던 것과 달리 아예 대놓고 민주당과 민주당 정부를 적대해 온 시간들이 이제 비로소 자신들을 향해 돌아가게 된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도대체 누가 지금에 와서까지 한겨레와 경향을 같은 편이라 여긴단 말인가.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이 다른 점이 과연 무엇인가. 그런 게 있기는 한가?

 

효용가치가 다 한 것이다. 그동안 진보언론이라고 민주당을 등뒤에서 공격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었다. 그래서 이명박근혜도, 조중동도, 검찰마저도 그동안 한겨레와 경향을 소중하게 여기며 예우해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너무 오래 너무 자주 써 먹었다. 조금 쉬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이명박근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민주당을 공격하는 용도로만 계속해서 써먹느라 너무 정체를 노출하고 말았다. 이제는 한겨레 경향을 앞장세워도 그냥 조중동의 하수인 하나, 혹은 검찰의 하수인 하나 이상으로는 거의 여기지 않는다. 이명박근혜가 그리워서 또 저 지랄들이구나.

 

한겨레와 경향부터 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돈 없는 언론부터 망하게 해서 언론의 수를 줄여야 한다. 쓸데없는 언론이 너무 많다. 어차피 수만 많을 뿐 배설하는 기사는 거의 거기서 거기다. 한겨레와 경향의 기사가 조중동과 그래서 얼마나 차이가 있다고.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경향이 곤란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입법해야 하는 이유가 되어 준다. 망해야 한다. 하나라도 더 많은 언론들이. 언론의 자유는 쓸데없다. 그동안 언론이 몸소 행동으로 전한 깨달음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그런 점에서도 더욱 도입되어야 한다. 시대의 과제다.

바로 얼마전까지 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며 정권과 유착했다고 비판을 쏟아내던 언론이었다. 검찰 역시 바로 그 사법농단의 당사자들을 기소해서 재판까지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말한다. 한명숙 전총리의 뇌물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났으니 더이상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이해한다. 한겨레 강희철 기자님이 스스로 자백하셨다. 이명박근혜 때가 자신들은 더 좋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더 힘들어졌다. 그래도 차마 자신들이 저격해서 날린 박근혜는 편들 수 없고 그래서 이명박 정부 당시의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긍정을 통해 현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과 사법부에 대해서는 전혀 흠잡을 것이 없다. 검찰수사와 판결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삼을 것이 없다. 역시 윤석열도 밝힌 바였다. 이명박 정부가 쿨했었다.

 

당시 2심 판사가 이재용을 풀어준 정형식 판사였다는 것이다. 대법원 대법관 가운데 바로 양승태가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런 상황에 검찰이 판결을 유도하기 위해 증언과 증거까지 조작해서 제시했다면 판결 역시 검찰이 의도한대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그렇게 확정판결까지 내렸으니까. 검찰이 수사한 결과가 그렇다니까. 심지어 검찰의 해명이 뉴스타파나 MBC, KBS의 보도보다 더 설득력있다. 하긴 한겨레 기자들의 최종목표는 가방셔틀이었지. 윤석열의 셔틀이 되느냐 방씨의 셔틀이 되느냐 이재용의 셔틀이 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한명숙 전총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을 그대로 받아서 일방적으로 보도하던 그 시점이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렇게 떠나고 반성한다고 온갖 생쇼를 한 그 직후라는 점이 더 재미있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더 인정할 수 없겠지. 당시 반성한다던 그 모습까지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나는 것이니까.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민주당과 척을 지지 말아야 나중에 뒤에서 더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다. 

 

그냥 웃기는 것이다. 저런 한겨레가 자칭 진보언론이라. 그래서 자칭이기는 하다. 위안부 문제에 그리 관심이 많은 것 같더니 정작 정의연과 관련해서 기사쓰는 것 보면 아예 평소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았었던 듯하다. 더이상 코스프레는 통하지 않는다. 속는 사람이 있을까? 망하는 것이 세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이다.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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