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가에 따라 그 위상이 하늘과 땅 차이로 뒤바뀌는 부서일 것이다.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보수정부 아래에서는 당연히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반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민주정부 아래에서는 다른 어느 부서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인사를 할 때도 보수정부에서는 자리나 하나 챙겨주려는 수준 이상은 넘지 않는 반면, 민주정부에서는 끝발 좀 있는 인사로 장관을 임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통일부의 업무라는 것이 민주정부가 집권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할 경우 거의 반드시 색깔론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민주정부가 집권하면 김대중 대통령 이래 민주당의 강령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대북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테니 통일부 장관이란 자리에 있으면 그 성과까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북한에 조금이라도 유화적인 행동이나 태도를 보일 경우 아직 대한민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진영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임명되던 당시도 그랬었다. 아니 그래서 김연철 장관이 지명되었을 때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나서서 그 이념을 검증하겠다며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었다. 원래 그런 신념과 지향을 가지고 있어도 위축될 수밖에 없도록. 덕분에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마저 욕하던 그 강단과 다르게 김연철 장관이 취임하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한 일이란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었다.

 

경고는 이미 작년부터 나오고 있었다. 통일부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통일부 장관이 총대를 매고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든, 아니면 북한으로 가서 북한의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하든 아무거라도 행동에 나섰어야 했는데 정작 장관이 있는지도 모르게 아무것도 않고 있었다. 이번 대북전단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주무부처로써 직접 나서서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역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도록 손놓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당연한 것이 만에 하나 대북전단 살포를 통일부의 이름으로 저지하고 나섰을 경우 돌아올 이념공격이 아무래도 김연철 장관 개인이나 통일부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칫 이념공격에 휘말리지 않도록 몸을 사리는 사이 통일부는 자기 할 일을 못하고, 정작 통일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그동안 겨우 이루어 놓은 남북관계마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서 윤석열과 버금갈 정도의 최악의 패착이라 할 만한 부분일 것이다. 처음부터 자격도 실력도 안되는 인물을 장관에 앉힌 탓에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고야 말았다.

 

그렇다면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 벌써부터 이인영이라는 이름이 차기 통일부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이인영도 아주 야심이 없지는 않다. 그동안에도 당대표선거에도 출마하고 원내대표도 역임하는 등 어느새 당내의 젊은 중진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원내대표로써 중요한 패스트트랙정국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총선에서도 큰 승리를 이끄는 등 지지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당한 성과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이루어냈던 터였다. 그렇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 할 때 지금 이인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차기 대권을 노려 볼 수 있는 인물은 거의 행정부의 요직을 거쳐가고 있었다. 국무총리든, 각 부처의 장관이든,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당연히 통일부 장관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야심이 클수록 지금 통일부장관은 참여정부에서의 그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자리다. 바로 이 통일부 장관 때문에 김근태와 노무현의 사이가 틀어졌고, 정동영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발판이 마련되었었다.

 

그래서인 것이다. 말했듯 통일부장관이란 그를 통해 얻게 될 성과 만큼이나 정치적인 부담도 큰 자리란 것이다. 자칫 보수진영의 공격에 휘말리거나 의식할 경우 김연철 장관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시간만 때우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공격 정도는 아랑곳않을 수 있는 강단이나 그래야 하는 동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보수진영의 공격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 공격을 무릅쓰고 무어라도 성과를 내는 것이야 말로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더불어 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바람막이가 되면서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하고 필요할 때는 채찍질하며 등떠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야심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야심도 크고, 신념도 강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지금 적절한 인물이 누가 있겠는가.

 

이인영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이다. 김연철같은 나부랭이로는 안된다. 그저 입으로만 떠드는 나부랭이들로는 지금 상황을 대처할 수 없다. 보다 고도로 정치적으로도 내구성을 갖춘 인물이어야만 한다. 사실 이인영이 아니어도 상관없기는 하다. 그만한 정치적 역량을 갖춘 인물이 지금 민주당에는 아예 차고 넘친다. 다만 현역 국회의원이고, 여당의 원내대표를 역임했으며, 또한 차차기를 노려 볼 만한 위치에서는 또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다. 물론 이낙연도 움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부에서 특사를 보낸다면 아마도 이낙연 의원이 아닐까. 행정부 차원에서가 아닌 여당이 청와대와 협력하며 현재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내세울만한 자신만의 업적과 성과가 부족한 이낙연 의원의 입장에서도 매우 소중한 기회일 수 있다.

 

김연철이 병신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입으로 쉽게 떠드는 놈들일수록 정작 자리에 앉혀 놓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까 그리 입으로는 사납고 세기만 한 것이다. 현실을 모르니까. 요즘 입으로 온갖 배설을 해대는 얼간이들이 차고 넘치는 모양이다만. 아직 기회가 다 사라진 것도 아닌데 자칫 인사를 잘못했다가는 그마저 날려버릴 지 모른다. 다음 인사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더욱 민주당 안에서 야심있는 인물을 골라야 하는 이유인 것이고. 미래통합당도, 조중동도, 한경도 무시하고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고 그러면서도 과감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인영도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인물은 많다. 민주당 30년 집권은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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