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릴수록 행동이 일차원적이 된다. 물론 아주 나이를 먹어도 비슷하게 돌아간다. 동물과 같다.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고, 마음에 안들면 화나고, 맺힌 것이 있는 것 같으면 바로 복수하고, 괜히 자기가 불리하다 싶으면 울며 도망치고 숨는다. 북한은 그런 아이와 같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유아적인 체제를 가진 국가일 것이다. 아직도 최고지도자의 존엄이 그리도 국가적인 위상과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

 

작년 김정은이 그렇게 신년사를 통해서 큰소리를 쳐 놓았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트럼프에 망신당하고, 정작 많은 약속을 주고받았던 남한 정부는 미국 눈치 본다고 아무것도 않고 있고, 날이 갈수록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어느것도 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그동안은 아예 판을 깰 수 없으니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괜히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기회라고 아예 엎어버릴 놈들이 북한 내부는 물론 미국과 한국 안에 차고 넘치는 것을 안다. 여러 경로로 불만은 전달하되 그러나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도록. 그래서 더욱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였을 것이다. 어째서 북한이 남한 정부에 이렇게 비굴하게 저자세를 보여야 하는가.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여당인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 문재인 정부 혼자서도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되자 본전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최고권력자로서 구겨진 김정은 자신의 체면을 다시 일으켜세울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에 약세를 보인 것도 아쉬운 것이 있어 움츠렀던 것도 아니다. 여전히 자신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상당히 과격한 행동도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렇다고 김정은 자신이 직접 나섰다가는 돌이키지 못할 수 있으니 같은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앞세운다.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 내가 이렇게 곤란했었다. 그러니 한국 정부도 한 번 당해보라.

 

그만큼 많이 몰렸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데도 그동안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서 많이 참아주고 있었다. 그동안 기다린 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더 열심히 더 많은 것들을 자신들과 약속한 대로 이행해야만 한다. 그냥 건물 하나다. 북한식 사고로는 그렇다. 그깟 건물 하나 쯤이야 얼마든지 다시 지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사전에 한국 정부에도 통보가 되었을지 모른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자신들도 대내외적으로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으니 여기까지만 한 번 마음껏 심술을 보려 보겠다. 박지원이 타이밍 잘 잡았다. 특사는 지금 상황을 풀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 판에서 새롭게 모든 것을 시작해 보자.

 

어쩌면 이낙연에게 보다 일찍 기회가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변함없이 일관되게 지금의 정책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필요하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다. 거의 다음 대통령을 약속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정동영이 북한으로 가서 김정일과 만난 바 있었다. 특사로 간 이낙연의 손에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의 결실이 들려 돌아온다면 그냥 다음 대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입장에서도 문재인 정부 이후 5년의 시간을 약속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미국의 승인과 상관없이란 메시지가 그래서 중요하다. 미국의 사정과 상관없이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북한과의 약속을 이행해 나갈 것이다.

 

정상국가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역사속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던 수많은 단명왕조들을 떠올려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아직 국가로서 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인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던 불완전한 체제들이 북한의 그것과 많이 닮았을 것이다. 변덕스럽고 유치한데 집권자의 체면 때문에 자존심만 더럽게 강하다. 근대국가조차 못된다는 소리다. 전근대의 왕조국가만도 못한 체제인 것이다. 꼴같잖은 게 뭔가 대단한 척 허세나 부린다. 웃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