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추심꾼들도 나올 구멍이 있을 때 더 지랄맞아진다. 물론 나올 곳이 없을 때도 지랄맞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어차피 어떻게 해도 나올 곳이 없다면 더 다그쳐봐야 힘만 빠지고 괜한 그릇만 깨고 마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저 자기라는 무섭고 귀찮은 추심꾼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 어떻게든 돈 나올 구멍을 만들도록 몰사세우는 것이 당장은 최선이다. 돈도 못 벌도록 괴롭혀봐야 괜히 받을 돈도 못받고 만다.

말 그대로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아직 미국이라는 걸림돌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고 국회 역시 압도적인 다수 의석으려 장악하고 있다. 일정한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언론 또한 두려울 것이 없으니 정부 입장에서 북한과 관련해서 마음껏 소신을 펼쳐도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이라면 북한이 조금 더 강하게 요구해도 한국 정부가 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정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얻을 것을 얻어내는 모습에서 북한 내부에서의 권위 또한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김여정인 것이다. 한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권위를 높이고 한국 정부로부터 받아낼 것을 받아내면 2인자로서 성과도 과시하게 된다. 물론 항상 그렇듯 마지막에 결정하는 것은 국가원수인 김정은일 것이다.

즉 김여정이 무어라 떠들든 김정은의 한 마디로 바로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김정은은 입다물고 있고 김여정만이 나서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여정이라면 김정은의 친동생으로 복심일 수 있지만 김정은 자신의 본심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여기서 한국 정부가 만족할만한 답을 못 준다면 김여정의 말이 김정은 자신의 생각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아쉬운 쪽은 어디의 누구인가?

물론 더 아쉬운 것은 북한의 김정은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의 교류나 지원도 여의치 않고 여전한 미국의 제재로 그렇지 않아도 바닥인 경제가 아예 바닥을 뚫고 들어간다. 오랜 빚을 꺼내 어떻게든 갚으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빌려줬지만 자기 사정이 급해지니 악덕 추심꾼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더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앞으로 이룰 것도 많은 한국 쪽이 더 간절히 평화를 바라야 한다. 어차피 자기들은 망할 것이지만 그것이 절대 한국에 이익일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말 그대로 벼랑끝 전술이다. 죽느냐? 사느냐? 얻느냐? 죽느냐? 그래서 말처럼 북한과 다시 이전의 군사적 대치관계로 돌아갔을 때 한국 정부에도 이익일 것인가. 한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인가. 다행인 것은 이미 북한과 약속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양보도 굴복도 아닌 단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아마 김정은이 나타나 직접 상황을 정리하는 것도 그런 확신이 섰을 때일 것이다.

핵심은 미국이다. 미국과의 관계만 최우선으로 여기는 관료사회다. 177석의 의석이, 그리고 약속된 차기 대권이 가 단단한 구조를 깨고 현재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은 그러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을 테지만. 정부를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북한은 채권이라 생각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그것은 소중한 기회이며 권리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서. 오로지 그 한 가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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