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의당을 국민의힘 2중대라 정의한 일각의 주장에 반대한 이유가 있었다. 원래 2중대라는 말은 실제 의미와 상관없이 선임중대인 1중대가 먼저 움직이면 뒤따라 그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예속부대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예속부대는 맞는데 그 역할은 사뭇 다르다. 이를테면 국민의힘은 자기들 입장이나 체면 때문에라도 차마 앞장서서 하지 못할 말을 정의당이 대신해서 먼저 해주는 경우가 실제로는 더 많다는 것이다. 앞정서서 주력부대의 곤란한 처지를 돌파해주는 부대를 그러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내가 정의당을 국민의힘 전위대라 부른 이유다.

 

며칠 전 심상정이 했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LH에서 언제부터 얼마나 부동산투기가 저질러져 왔건 이번 정부에서 드러난 것이니 이번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의힘이 이 발언을 했다면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던 이전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면피성 발언으로 비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심상정이 대신해서 말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의 모든 부동산투기는 이제 아무 문제도 안되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설사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의 인사들이 직접 관여되지 않는 부동산투기도 모두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언론이 박형준이나 오세훈 등의 부동산투기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이유인 것이다. 심지어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의당 내부에서 드러난 이들 야권 후보들의 부정과 비리, 범죄들에도 불구하고 조국만 걸고 넘어지는 중이다. 왜? 그래야 국민의힘에 유리하니까.

 

김병욱에게도, 주호영에게도, 심지어 김학의에게조차 제대로 분노하지 않던 자칭 진보들이 명확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 않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의 말만 받아서 민주당을 공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명백하게 박형준이나 오세훈 등이 그동안 저지른 부정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를 취재해서 알리고 비판하기보다 벌써 1년 가까이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어 작년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만 빼고'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 빼고 찍으면 어디의 누구를 찍어야 하는가? 정의당은 아예 재보궐선거에 후보도 내지 않았으니 국민의힘 말고는 대안이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대놓고 말은 않지만 박형준과 오세훈의 선거운동을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그를 위해 드러난 사실들은 묻고 지나간 일들을 끄집어내어 억지로 지금 민주당을 비판할 거리를 만든다.

 

그래서 심상정의 저 발언이 나온 것이다. 자칭 진보 전체에 가이드를 쳐 준 것이다.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가이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일어난 부동산투기는 박근혜가 탄핵당한 이상 더이상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없었던 일이 된다. 대신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겠다 했으니 그 모든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된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잘못만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정의당이 공식적으로 LH와 부동산투기에 대한 검찰수사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의 편향성을 정의당이 모르겠는가. 아니 검찰이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을지 모른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것이야 말로 중립이고 객관이다.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증오는 저들의 유전자 레벨에 각인된 본능과 같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분노할 필요가 없다. 비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박형준과 오세훈의 후보자격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무상급식에 반대해 시장자리를 내던지고, 국민을 사찰했던 당사자를 지지하는 자칭 진보라니. 그래도 되는 이유는 조국이 있기 때문이다. 조국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만도 못하다.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자칭 진보에는 더 나았다. 심지어 노동문제조차 이명박근혜 시절이 더 나았다는 것이 자칭 진보이고 자칭 노동계다. 그러니까 차라리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좋다. 그래서 노동존중의 정당이지 않은가.

 

아무튼 덕분에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안철수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나, 오세훈과 박형준의 추악한 진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자칭 진보의 수준도 드러나게 된다. 평소 입바른 소리나 떠들던 자칭 중도들의 실체도 드러난다. 어째서 그토록 정의롭던 그들은 박형준과 오세훈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일까? 그래도 되니까. 귀족이 사람을 죽이면 이유가 있는 것이고, 가난한 이가 흙탕물을 튀겼으면 그것으로 죽을 죄가 되는 것이다. 정의당도 아마 뒤져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꽤나 튀어 나올 텐데. 확인은 못했는데 들은 이야기들이 꽤 된다. 똥냄새 난다. 

사례1. 지방의회의에서 일어난 명백한 성희롱 발언에 대해 언론보도가 아예 없다시피 했었다. 기초단체의원이라 급이 낮다는 것일까? 그런데 부동산 이슈에서는 잘도 민주당 기초의원 배우자까지 기사화시키고 있었거든. 더구나 피해자가 같은 언론사 기자이기까지 한데. 물론 안다. 지방지 기자는 기자가 아니다. 그게 주류언론사 기자들의 인식이다.

 

사례2. 김병욱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역시 대부분 언론과 여성단체는 조용하기만 했다. 심지어 이수정 같은 이는 피해자더러 직접 나서라며 김병욱을 옹호하는 발언까지 했었다. 성폭행 주장은 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문제인 것인지 언론에도 여성주의자들에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례3.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인터넷언론사 기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기자의 고발로 알려지고 동영상까지 공개되었다. 심지어 고소까지 이루어졌다. 그런데 자칭 진보든 여성주의자든 이 사실에 대해 주호영을 직접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없는 일이다. 기사도 없고 논평도 없고. 그에 비하면 박원순은 어떤가? 증거가 있는가?

 

사례4. 김학의가 윤중천 별장에서 저지른 끔찍한 범죄들은 이미 사람들에 널리 알려진 터다. 그런데 정의당이나 한겨레 등 자칭 진보가 분노하는 지점은 김학의의 범죄보다 김학의를 출국금지시킨 정당성에 대한 것이었다. 김학의의 출국금지에 대해 문제삼고 수사하려는 검찰과 야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여성주의자들은 역시 침묵하고 있었다.

 

박원순이라서 문제인 것인가? 가해자가 박원순이고 민주당 당적의 시장이라서 유독 문제가 되었던 것인가? 모두가 박원순 시장 성추행 논란 이후 일어난 사건들이다. 자칭 진보 자칭 여성주의자 가운데 누가 이들 사안에 대해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가. 위선이라 문제라고? 그러면 나 연쇄강간범이오 외치고 강간하고 다니면 죄가 안된다는 것인가?

 

다른 성범죄들에 대해 눈감고 귀막고 입닫고 모른 채 지나간 놈들이 선거 때가 되니 다시 해묵은 박원순 시장의 건을 들고 이슈화시키려 지랄들이다. 박형준의 입시비리나 부동산투기는 잘못이 아닌데 조국만 문제다. 안철수의 혐오발언에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놈들이 있다. 누가 버러지인가? 똥 썩는 냄새보다 지독한 건 없다. 

타이밍이 아주 노골적이다. 그동안 변호사만 앞세우며 자기는 뒤에 숨어 있더니 하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겠다 나서고 있다. 무슨 의도이겠는가.

 

더 재미있는 것은 그 기자회견에 함께하겠다는 인간들의 면면이다. 여성주의자들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적극적인 활동을 해 온 이들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하필 이 시점에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은 여성 서울시장후보인 박영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일까?

 

2012년 당시 소수도 아닌 다수의 여성주의자들이 박근혜를 지지하며 내세운 논리 그대로라면 지금 여성주의자들은 남성후보인 오세훈이나 안철수가 아닌 여성후보인 박영선을 지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더구나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딸이란 사실에 크게 기대고 있었던 반면 박영선은 아버지가 누구고 남편이 누구인지조차 대부분 알지 못할 정도로 오로지 자신의 실력 하나로 지금의 위치에 이른 인물이란 것이다. 누구를 이용하고 누구의 뒤에 서는 것도 정치인으로서 능력인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이 아직 불안할 때는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문재인이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후로는 철저히 그의 최측근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보인 바 있다. 그런 행보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박영선의 능력 만큼은 인정한다. 그런데 그런 박영선이 아닌 오세훈과 안철수를 지지하기 위해 여성주의자들이 움직인다?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대로 실제 박원순 시장이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저질러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되었으니 어쩌고 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남성시장 아래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여성시장이라면 당연히 다르지 않겠는가. 안철수든 오세훈이든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박원순 시장과 비교해서 뭘 더 어떻게 확신을 가지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지지하는 것인가.

 

그래서 말하지 않았는가. 2012년 박근혜 지지부터 본질은 그러했다는 것이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여성기득권이라서다. 여성기득권으로서 여성이라는 정체성보다 기득권이란 이해에 더 충실한 것이었다. 그것이 한국 여성주의의 현실이다. 그러면 정의당은 어떨까? 여성주의를 주장하는 자칭 진보들은 어떠할까? 지금 자칭 진보 가운데 국민의힘과 관련한 부동산투기 의혹에 진심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이가 몇이나 되는가 한 번 따져 볼 일이다.

 

오세훈은 무상급식 막겠다고 시장직까지 던졌던 인물이다. 안철수는 아예 대놓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발언 혐오발언을 내뱉었고, 심지어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시점에 야당의 분위기가 좋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오세훈이든 안철수든 그런 놈들을 지지한다는 자체가 그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옵티머스를 묻고 일선검사들이 라임으로부터 향응 제공받은 사실까지 묻어버린 윤석열에 대한 자칭 진보의 추종을 보자. 자칭 진보의 절반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진보는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진보인 모양이다. 진보를 참칭하는 기생충 버러지새끼들만 있을 뿐이다. 여성주의도 없다. 여성기득권의 수호를 위한 기득권들의 연대가 있을 뿐. 

 

여러가지를 깨닫게 만든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더욱 모든 것들이 확실해지고 만다. 중대재해법 가지고 국민의힘에 노동존중의 정당이라던 자칭 진보의 현주소라고나 할까. 버러지는 버러지다. 똥냄새난다. 

솔직히 나도 낚였는데, 요즘 노트북 알아본다고 거의 대부분 시간을 관련사이트 뒤지는데 할애하느라 뉴스를 챙겨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얼마전에야 알았다. 언론이란 것들이 어떤 사기를 치고 있었는지.

 

절대적으로 개발을 제한하는 그린벨트 같은 보호지역은 전국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지방의 작은 마을들은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인구유출이 문제인 상황이기에 들어와 살려고 집짓는 것에 대해 그다지 제약이 심하지 않다. 그냥 신고만 하면 된다. 아예 아무 신고도 허가도 없이 무단으로 집을 짓고 하는 게 문제지 일정 용적율 이하에서는 허가도 잘 나온다. 귀농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어떻게 그런 곳에 집 짓고 살게?

 

늘 이런 식이다. 민주정부와 민주당에는 항상 '절대'가 붙는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민주정부와 민주당에는 항상 절대의 도덕적 순결함과 완벽함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를 기준으로 비판한다. 문제는 과연 다른 정당에도 비슷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가. 정의당에도 안 그런다. 정의당에도 그런 엄격한 기준 따위 적용하지 않는다. 하물며 수구정당이야.

 

오세훈이 부동산투기를 하고, 박형준이 엘시티에 아파트를 몇 채나 가지고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다. 홍준표나 안철수가 혐오발언을 해도 자칭 진보 자칭 인권단체들은 거의 비판조차 않는다. 걔들은 원래 그런 무리들이다. 그러니까 용인한다. 그러니까 인정한다. 그러니까 지켜본다. 민주당은 아니다. 무슨 뜻인가? 원래부터 그놈들 성향이 그쪽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수구정당은 그래도 되지만 민주정당은 그래서는 안된다. 수구정당은 타협도 인정도 가능하지만 민주정당은 절대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것이 허구의 것이라 할지라도.

 

윤미향 때도 원래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회계부정이라고 몰아가며 위안부운동을 더럽히려 했었다. 그냥 당시 법에 그렇게 회계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 자기들이 원칙과 법을 만들어 불법이니 범죄니 비리니 떠들어댄 것이었다. 절대농지가 아니고 거주목적일 경우 얼마든지 허가도 나오는 것을 마치 특혜고 부정인 양 몰아간 것처럼. 이번에도 자칭 진보가 한 몫 거들었겠지? 박형준과 오세훈에는 침묵하면서도.

 

설사 법이 그렇더라도 전직대통령이란 원래 공인이란 것이다. 대통령에서 물러나도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에 원래는 세금으로 부지구입까지 모두 지원하는 것이다. 이후로도 경호며 유지비며 세금에서 대부분 지원될 것이다. 하물며 서울 사저와의 비교라니. 땅 면적과 건설비용만을 직접 비교한다. 왜 사람들은 서울에서 그리 살려 하는 것일까? 대통령이 시골 내려가는게 문제가 된 세상이다.

 

적과 아군의 기준은 간단하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가. 내 입장만을 강요하는가. 설사 거짓으로 만든 입장에 지나지 않더라도. 만화에 많지 않은가. 상대가 싫어할만한 기준을 내세우고 그게 내 원칙이다. 그래서 적이다. 버러지들.

김학의도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으니 무고한 민간인이었다. 그래서 자칭 진보 자칭 여성주의자들마저 분노하는 것이다. 무고한 일반인의 인권을 침해하여 출국정보를 열람하고 강제 출국금지까지 시켰다. 

 

엘시티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수사해서 무혐의로 결론지은 사건이기에 전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진실이 무엇이든 검찰이 그리 선언한 이상 절대 언론도 정치권도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그래서 부산시장은 박형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칭 진보든 자칭 보수든.

 

오세훈을 보면 더욱 자칭 진보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부잣집 자제분과 가난한 집 아이들... 그런데 자칭 진보들 대가리속도 거의 비슷한 터라. 저들이 왜 검찰과 수구정치권에 약한데. 어째서 자칭 진보언론이 수구언론의 눈치를 보는데?

 

박형준 가족이 엘시티에 두 채를 자기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민주당에 의해 드러났다. 이 정도 되면 대서특필되어야 할 사안 아니던가. 그런데 언론은 저 시골구석 대통령 사저 부지 가지고 지금 지랄중이다. 내가 나이 먹고 지방 내려가 살고 싶어도 경산은 아니다. 괜히 부산인구가 자연감소중인 게 아니란 뜻이다. 하물며 경산이면 시골 중에 시골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한다고 자기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거기까지 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언론의 수준인 것이다. 하긴 자기들부터 부수 속여서 나랏돈 빼먹던 파렴치한 사기꾼 범죄자 새끼들이란 것이다. 한겨레 경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 새끼들은 솔직하게 부수를 신고했을까?

 

자칭 진보들 논리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수구는 원래 그런 놈들이니 상대할 가치가 없고, 그나마 말이 통하니 민주당을 비판한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노동존중의 정당인 거겠지. 오세훈과 박형준을 지지하고. 버러지새끼들.

아마 조선중후기가 배경일 고전소설 '장화홍련'에서 장화와 홍련 자매가 아버지의 후처인 의붓어머니와 동생 장쇠에게 살해당한 것은 다름아닌 자매의 친어머니가 남긴 적지 않은 재산이 원인이 되고 있었다. 장화와 홍련 자매의 친어머니는 돌아간 부모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었는데, 두 딸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나자 남편이 아닌 두 딸이 상속자가 되어 후처와 자식들과는 상관없는 재산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었다. 나중에 장화와 홍련이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자매의 자식들에게 물려지게 될 뿐 같은 아버지의 자식인데 장쇠의 몫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무렵이 하필 재산은 당연하게 아들에게 물려지는 것이란 인식이 자리잡아가던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중후기라면 '장화홍련전'의 공간적 배경은 조선에서도 변방이었던 함경도였었다. 조선사회의 변화가 가장 늦게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었다는 뜻이다. 이미 조선 중기에 이르면 조선에서도 장자상속이 정착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장화홍련전의 배경은 거의 조선 후기에 가깝다. 아마 17세기 아니면 18세기 쯤 될 것이다. 거의 후기다. 그러고보면 '흥부전' 역시 형 놀부와 부모로부터 공평하게 재산을 물려받았다가 부당한 강압과 강요에 그 재산을 모두 빼앗긴 동생 흥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었다. 원래는 당시까지 부모로부터 재산을 골고루 물려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결국에 장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며 차남 이하는 원래 자신들이 받을 몫을 빼앗기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 대중의 무의식을 다룬 소설이 아니겠는가. '장화홍련전' 역시 하필 사회적 변화를 가장 늦게 받아들였던 함경도를 배경으로 장자상속과 균분상속이라는 관습의 공존으로 인한 혼란과 비극을 다루고 있었다. 아내의 재산은 곧 남편의 재산이고, 아버지의 재산은 아들이 물려받는다. 어머니의 재산이라고 딸이 물려받아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 다만 '장화홍련전'의 판본이 전해지는 가운데 장자상속이 완전히 정착되어 버린 결과 그 살해의 동기는 이후 묻히고 말았다.

 

사실 인류역사를 보면 장자상속은 오히려 매우 늦게 나타난 제도였을 것이다. 심지어 프랑크 왕국의 경우는 세 아들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나라 자체가 쪼개지고 있었을 정도로, 굳이 나라까지 쪼개지 않더라도 영토를 나누어 영주로 임명함으로써 일정한 지위와 재산을 보장해주는 경우가 봉건사회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영국의 장미전쟁도 그래서 공작으로 임명받은 전왕과 전전왕의 형제들이 왕위를 노리고 서로 싸우며 시작된 것이었고, 프랑스 왕실 역시 왕과 피로 이어진 고위귀족들로 인해 항상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하긴 이게 원인이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유력 다이묘들이 자식들에게 신분과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으로 자기 영향력 아래 있는 가문에 양자로 보내 상속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모리씨의 아들이 깃카와가 되고 고바야카와가 되었던 이유였다. 이미 있는 가문의 영지를 나누면 힘도 약해지고 서로 상속받겠다고 싸우다 망하는 상황까지 벌어질지 모른다. 

 

유럽 중세의 초기만 하더라도 유력 영주들 가운데 자식들에게 고루 영지를 나누어주는 경우가 없지 않았었다. 정확히 한 명의 자식에게 - 특히 혼란이 없도록 장자에게 물려주는 제도가 의도적으로 정착되었다기보다 적자생존의 경쟁과정에서 아들들에게 고루 영지를 나누어주던 영주들이 몰락하며 도태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천 명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영지를 아들 셋에게 각각 330명씩 모을 만큼 나누게 되면 결국 각각의 아들들은 600명의 병력을 모을 수 있는 이웃한 약소영주보다도 약해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도 세대가 지나면서 또 더욱 그 자식들에게 나뉘어지게 되면 더 약해지고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문을 위해서라도 가문을 물려받을 장자 이외에는 없는 자식으로 취급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차남은 성직자가 되어 나름대로 가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삼남 이하는 장남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손발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조차도 대를 이어가면 의미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야 가문의 힘이 온전히 장남 한 사람에게 물려져 가문이 다른 가문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조선후기 양반사회를 정의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벌이다. 가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조선후기에 이르면 오히려 붕당의 의미는 약해진다. 어떤 당파인가보다 어떤 가문의 소속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원래 조선의 붕당이란 것은 퇴계나 남명, 화담 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학맥에서 이어지는 것이었을 텐데, 그래서 숙종대까지 붕당에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자손인가 하는 것보다 누구에게서 배웠는가 하는 것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전부터도 그런 경향이 보이긴 했지만 영정조대에 이르면 확실히 사대부들도 가문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 정확히 당시의 왕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일족 단위로 등용하여 쓰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래서 당시부터 양반사회는 붕당이 아닌 왕과의 친소, 물리적인 거리까지 포함한 벌열이나 향반이냐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영남의 유림들이 보리문둥이라며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면 과연 이처럼 가문의 힘을 더욱 강하게 키우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전처럼 출가외인인 딸에게까지 재산을 나누어야 할까? 아들도 하나에게만 물려주어야 할까?

 

우리 할아버지가 종가집에서 머슴 비슷하게 살았던 이유였었다. 종가와 갈라진 것은 그보다 몇 대 위였는데 재산도 무엇도 없이 그냥 성씨만 물려받아 인근에서 살다가 어려서 부모를 잃고는 들어가서 허드렛일이나 도우며 살았던 것이었다. 정확히 양반이 아니었다. 양반이려면 이전 3대 가운데 과거급제자가 있어야 했는데 부쳐먹을 땅도 없는 처지에 과거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럼에도 같은 문중이니 어려서 글공부는 하도록 해주고, 먹고 살 방편도 마련해 주었지만 딱 거기까지였었다. 할머니도 당시 종가에서 중신을 서주어 혼인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기 조상이 양반이었다고 자기도 양반이라 말하는 것은 당시 조선사회를 기준으로도 성립하지 않는 말이란 것이다. 오로지 장자만이 집안과 재산을 물려받고 신분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그냥 조상이 같고 성씨가 같은 다른 신분의 일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야 조정에서 벼슬 같은 건 꿈도 못꾸는 시골양반이라도 동네에서나마 신분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장남 이외에는 혹시라도 장남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한 예비 이외에 그냥 없어도 그만인 잉여에 지나지 않았었다. 귀족이든 양반이든 신분을 물려받지 못하고, 같은 조상을 두었을 뿐 세대가 지나면 그 신분마저 나뉘게 된다. 귀족에게 양반에게 귀족이 아니고 양반이 아닌 이들의 존재란 어떤 의미이겠는가. 그래서 심지어 아예 분란의 소지를 없애겠다고 차남 이하에서는 아예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도록 강요하는 경우마저 상당했었다. 괜히 차남을 성직자로 만드는 게 아니란 뜻이다. 불교나 가톨릭에서 성직자는 공식적으로 후계를 이을 자식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가문 안에서는 희망이 없으니 다른 곳에서 길을 찾아 보겠다고 온통 중세사회를 들쑤시고 다니던 골치덩이들이었을 것이다. 막말 일본에서 유명했던 신센구미에도 그래서 차남이나 삼남들이 그리 많았었다. 물론 당시는 거의가 독신이었었다. 지금의 출산률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가문은 의미가 없지만 내 자식이란 의미는 있다. 내 자식이 남들과 경쟁해서 번듯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런데 지금 사회구조 안에서 모든 자식을 그렇게 키우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부모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삶의 수준이란 것이 있을 텐데 모든 자식들이 그런 수준에 이르도록 기르고 가르치기란 불가능하다. 안정된 직장 없이. 최소한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래서 보면 정규직이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 결혼률이나 출산률이나 그다지 낮지만 않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매우 높다. 다만 그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이들이, 특히 젊은 세대가 이미 이 사회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세대들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도 남들과 경쟁하여 살아남을 만큼 키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포기한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고 의미없는 일이다.

 

그냥 낳아서 기르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 남들만큼 먹이고 입히고 무엇보다 가르쳐야 한다. 자기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이미 거의 없으니 상당한 재산과 지위와 신분까지 물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도 결혼하면 아파트 한 채는 해 주어야 한다. 물려줄 재산도 있어야 한다. 내세울만한 직업과 신분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답은 무엇인가? 둘 중 하나다. 모든 국민이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신분과 직업과 재산을 가지게 하던가, 아니면 경쟁에 목매지 않는 사회를 만들던가. 그냥 부모가 낳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한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부모에게서 받지 않아도 사회로부터, 혹은 자신이 쟁취해서 얼마든지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거의 혁명수준이다. 지금까지의 사회구조와 사람들의 의식까지 모두 근본부터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목숨 걸고 좋은 직장에 목을 매고 그래서 남들만 못하면 견디지 못하고. 자식을 이유로 피를 나눈 형제까지 서로 틀어져 다시 보지 않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다. 남들에 내세울만한 자식이니까. 그보다 못한 부끄러운 내 자식일 테니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지금은 출산률이 더 높은 이유이기도 할 테고. 일본보다 개인화가 덜 되었다. 아직은 타인을 의식하며 그에 구속되어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방법을 알면 내가 뭐라도 했겠지.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자신하건대 지금 자칭 진보 안에 나같은 진짜 무산자계급은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명박근혜 시절이 더 좋았다는 구더기 똥파먹는 소리가 나온다. 작년에 백수 되고 썼었을 텐데? 4년 전 일자리 구할 때는 이 일 해서 어찌 먹고 사느냐 했었는데 작년에는 뭘 해도 먹고 사는 건 문제가 없겠네 말이 나왔더라고.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불과 재작년까지 하루 13시간 14시간 근무는 기본이다시피 했었다. 오죽하면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한참 낮던 시절에 연장근무만으로 지금보다 최소 몇 십만 원 이상 급여를 더 받았을 정도였다. 심지어 지금은 당연하게 지급되는 수당들도 당시에는 부실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쉬는 시간도 최대한 보장되고, 근로시간도 일정 이상 강제하지 못하고, 그런데도 충분한 정도로 급여도 인상되었다. 박근혜 정권 말기의 노동악법과 비교해보라. 이명박근혜 시절이 지금보다 더 나았다? 더 싸우기도 좋았다?

 

한겨레 경향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다. 홍세화, 김규항 부류의 자칭 지식인들이 하는 이야기다. 노동존중의 정당은 국민의힘이라며 민주당 아래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후퇴했다는 것은 정의당의 입장이다. 왜냐? 저 새끼들은 노동자가 아니거든. 제 몸 힘들어가며 일해서 벌어먹고 사는 무지렁이들이 아니거든. 좋은 대학 나와서 입으로 손으로 듣기 좋은 소리나 떠들며 거저 벌어먹고 사는 놈들에게 현실의 일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는 내가 예전 겪었던 현장에서의 부당한 대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지금 그랬다가는 큰일난다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혐오하는 것이다. 무산자 계급을 위한다면서 정작 저들의 논리에는 나와 같은 무산자계급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으니. 민주당 정권이 싫으니 국민의힘으로 정권을 바꾸자? 다시 저들의 방식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자? 당시 진짜 사회적 약자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것이 바로 검찰이었다. 그 검찰의 권력을 위해 자신들까지 내던진다.

 

혹시 여기 방문하는 자칭 진보 지지자 있으면 묻고 싶다. 자칭 진보에 과연 노동자 농민 실업자 같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이 대상으로써 포함되어 있는가고. 그런데 어째서 저들은 이명박근혜를 더 그리워하는 것일까? 내가 실제 겪는 현실이 있는데. 자칭 진보는 똥이다. 그것도 설사 끝에 나오는 멀건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역겨울 뿐이다.

맞네. 원래 광고단가란 자체가 구독자수에 비례해 정해지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시청률 높은 방송에 끼워넣는 광고의 단가가 당연히 비쌀 것이고, 광고단가를 올리지 못하면 다른 시청률 낮은 방송에까지 광고를 얹어서 실제로 더 비싸게 주고 광고를 내보낼 것이다. 더구나 언론사에 대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그 역시 그 신문이 가진 가치와 영향력에 비례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실제 시장에서 소비되는 유료부수인 것이다.

 

정기구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생각나면 가판대에서 집어들어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포털사이트 기사와 차이라면 내 비용과 내 기회를 할애해서 그 신문을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업도 광고를 내보내려 하고, 그 가치만큼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광고비를 지불하는 주체 가운데는 정부도 포함된다. 그런데 그 발행부수를 신문사들이 속이고 있었다. 정부를 대상으로 사기를 쳐서 국민의 세금을 부당하게 편취하는 행위이지 않은가.

 

어째서 언론들이 하나같이 달려들어 KBS의 저널리즘 토크쇼J를 폐지시킨 것인지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었다. 신문사들이 발행하는 신문 절반 이상이 한 번 펴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계란판 만드는 공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반려동물 배설물 깔개로 킬로그램 단위로 팔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버려지는 신문들까지 포함해서 유료부수가 정해지고 광고단가와 정부의 지원금이 결정된다. LH 욕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것이다. 그동안 최소 수 백억의 돈이 그런 식으로 부당하게 언론사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보다 더 악질적인 경우가 있을까. 그런데 그런 사실들이 저널리즘 토크쇼J를 통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마음이 편했을까?

 

가장 더러운 버러지 새끼들이란 것이다. 그래도 LH는 저 혼자서 깨끗한 척 남을 죽이려 달려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그러니까 검찰과 유착하는 것일 게다. 평소 그리 입바른 소리 지껄이던 자칭 진보언론들마저 검찰의 범죄에 대해 입다무는 이유인 것이다. 똑같은 버러지 새끼들일 테니까. 정부 및 지자체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보조금 지급도 그동안 부당수령한 돈을 모두 환수한 뒤 다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망하는 놈들 나오겠다. 그러면 떠들겠지. 언론탄압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는 LH를 탄압하고 있는 것인가.

 

자칭 진보들 논리 그대로 돌려준다. 조중동이야 원래 그런 놈들이었으니 상관도 않는다. 평소 입바른 소리 지껄이던 자칭 진보이기에 더 엄격하게 비판하고 단죄해야 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그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저들 역시 죽음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망해라. 제발 좀 망해라. 이명박근혜가 더 좋았다는 자칭 진보들따위. 나같은 무산자는 그런 말을 도저히 이해조차 못한다. 쓰레기들.

대통령은 퇴임하고 나서도 사인이 아닌 공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 자신이 국가의 중대한 기밀이며, 정치적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국가수반을 한 번 역임했으면 퇴임한 이후에도 국가의 예산에서 경호와 예우 등을 지원하게 된다. 아니 자국 안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전직 국가수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격식을 갖추어 예우하게 된다. 그런 인물이 머물 공간이기에 법으로 여러 기준을 정해서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소유라기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물이 머물 공적인 시설로써 기준을 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원래 살던 곳이 어디인가는 거의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일대가 거의 농지이고 집도 벌레가 아무렇지 않게 기어다니는 한적한 곳이었다. 퇴임하고 전직대통령으로서 어디로 가서 남은 시간을 살아갈 것인가. 그래도 역시 살던 집이 가장 좋은 것이다. 가장 익숙한 곳이고 원래 취지에도 맞는다. 그래서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건물을 짓다 보니 그 부지 안에 농지도 포함되게 생겼다. 어찌할까? 법이고 뭐고 그냥 건물을 짓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농지를 수용할 수 없으니 마음에도 없는 다른 곳에서 여생을 보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전직 대통령이란 공적인 인물이고 전직대통령의 사저는 공적인 공간이라 서두에 말을 꺼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재산이 아니다. 설사 문재인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라의 돈으로 산 부지인데 그 집을 마음대로 사고 팔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마 기념관 같은 공적인 장소로 남겨두려 하지 않을까. 그래도 정히 불안하면 아예 법으로 만들어 확인해 놓는 방법도 있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는 절대 사적으로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하다. 지금도 어차피 매매나 임대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국가의 관리 아래 모든 예산과 인력이 운용될 것이다. 나랏돈으로 그 유지비가 들어가는 곳인데 그것을 사고판다? 그러면 매매도 대여도 불가능하면 그건 사유재산인가? 사유재산이 아니면 농지라 해서 문제가 될 이유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옳다. 자칭 진보까지 나서서 저러는 이유는 죽이겠다는 뜻이다. 그 살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느낀 것이다. 한 번 죽이겠다 마음을 먹었으면 이유 같은 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아 죽여야 할 의지를 자기들끼리 합의해서 논리로 근거로 만들어 둔다. 모함이라는 게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을 위한 분노라기보다 먼저 떠나보낸 친구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때문일 것이다. 다시 묻겠다. 전직대통령은 사인인가? 공인인가? 그 전직대통령이 머무는 사저는 사적인 공간인가? 공적인 공간인가? 몰라서 저러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자칭 진보의 절반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슨 의미이겠는가. 역겨운 것이다.

정치의 부패는 개인의 비리나 범죄가 아닌 그것을 고발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의 구조에 있다. 은하영웅전설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어느 사회에나 범죄는 있다. 권력이 있으면 부정도 비리도 반드시 존재한다. 그럼에도 어떤 사회에서는 그를 충분히 고발하고 처벌도 할 수 있지만 어떤 사회에서는 그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독재정권이 더 청렴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나 전두환이 김대중, 노무현보다 더 도덕적으로 청렴했다 주장할 수 있는 이유다. 당시는 언론도 수사기관도 정작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감히 취재하거나 수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가만 뉴스로 나오는 걸 보니 LH공사의 신도시관련 부정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듯하다. 아예 구조화되어 퇴역군인과 지자체 공무원까지 끝없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면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드러난 단편적인 증거만으로도 여기까지 사실을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어째서 이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이번 정권에서도 검찰과 관련한 비리나 범죄는 언론이 철저히 은폐하거나 물타기하고 있었다. 민주당과 관련한 라임과 옵티머스의 의혹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도 실제 확인 된 검찰과 야당의 범죄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한겨레의 태도를 보라. 김학의의 범죄보다 그를 출국금지시킨 것이 더 큰 악이다. 한 마디로 야당 원내대표의 성추행은 아무리 당사자가 성추행이라 주장해도 성추행이 아니다. 이해되는가?

 

여성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근혜에 대해서는 심지어 자칭 진보언론들조차 그 부정을 보도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렇게 너무나 쉽게 드러나는 사실들마저 취재하는 것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여성 대통령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혹시라도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다가 자칫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최순실이 아니었고 안철수가 없었다면 과연 언론들이 박근혜 정부를 그리 털었었을까? 반기문도 있고 안철수도 있고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이니 박근혜 아닌 최순실을 털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기대와 달리 문재인이 정권을 잡으니 그동안 하지 않던 취재력을 동원해서 뻔히 알고 있던 사실들을 중요하게 보도하려 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20년 집권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다시 같아진다. 언론은 국민의힘의 범죄나 비리에 대해서는 밝힐 생각이 전혀 없다. 이명박근혜 당시도 그랬었다. 현정부를 대하는 100분의 1만 보도에 힘을 썼어도 이명박근혜가 그따위로 국정을 농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때만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한다. 이런 비리와 범죄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된다. 아예 그런 사실들이 있지도 않은 양 묻혀 있던 과거 정부들과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언론보도가 없으니 깨끗하다? 그래서 한겨레도 이명박근혜가 더 낫다고 하더라. 취재 안해도 되니까. 

 

결론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후의 처리일 것이다. 제대로 까발리고 처벌까지 끝내면 반전의 기회가 생기게 될 지 모른다. 하긴 막연하게 알고 있어도 구체적인 증거 없이 조사하고 처벌하기가 행정부의 수뇌 입장에서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회가 되었을 때 몰아친다. 과연 어디까지 현정부와 여당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도덕성 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국민이 모르는 것 같아도 안다. 과연 어제오늘의 일이었을 것인가. 중요한 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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