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낙연이 돌아다니면서 이명박근혜 사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나는 그리 나쁘게 보지 않는다. 물꼬를 터 준 것이다. 지지층을 위해서라도 특히 박근혜 사면을 주장하고 싶어도 차마 일반 국민들의 감정이 아직 좋지 못하기에 진심으로 대선을 노리는 놈들은 감히 대놓고 입밖에 꺼내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집권여당의 대표가 먼저 사면을 주장하고 나섰으니 이제는 자기들도 따라 이야기하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이다. 그렇게 야권의 후보들이 박근혜 사면을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경우 그것을 여당은 어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이낙연이 온몸을 던져 박근혜 사면은 자기 것이라 선언하고 다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누가 전대통령들의 사면을 주장하든 원조는 자신이고 진짜도 자신이다. 자기 이외에는 그저 대세에 편승한 따라하기밖에 없다. 물론 그 대가는 그동안 이낙연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기고 지지해 온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주지지층의 이탈일 것이다. 설마 모르겠는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주지지층이 이명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고 사면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질 것인지. 몰랐어도 겪어 봤으니 알 것이다. 이대로 밀고 갔다가는 대선이고 뭐고 당대표자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왜?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이것 말고는 없다 봐야 할 것이다. 대선도 당대표도 스스로 내던질 정도의 어떤 동기와 목적이 없이는 이런 미친 짓을 정상적인 지능과 지성을 가진 사람이 쉽게 저지를 수 없다.

 

한 편으로 이낙연의 이명박근혜 사면에 대한 몽니로 인해 더 곤란해진 사람이 있다. 그 이명박근혜를 누가 수사해서 감옥에 보냈더라? 지금도 이명박근혜 감옥에 보낸 것으로 심지어 자칭 진보언론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 있다. 이명박근혜처럼 문재인도 감옥에 보내기를 바라며, 아니 그의 친구인 노무현처럼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자칭 진보들이 오롯이 그를 대통령감으로 여기며 달려들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근혜처럼 문재인도. 보수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당했으니 너희도 한 번 당해봐야 한다. 더 지독하게 당해봐야 한다. 그들의 목적도 같다. 문재인도 이명박근혜를 넘어 노무현처럼 만들어주자. 그런데 복수 말고 다른 가능성이 생겼다. 문재인에 대한 복수인가? 아니면 박근혜의 조기사면인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박근혜 잡아 넣은 놈이 바로 윤석열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악랄하게 배신자의 모습을 연기해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놈들이 이딴 소리를 입에 달고 살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개소리들인 것이다. 특히 박근혜를 동정하는 노인들의 경우 세상경험도 많기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저렇게 남의 생각을 안다면서 그를 팔아 자기를 정당화하는 놈들은 대개 사기꾼이거나 배신자들이다. 그러니까 더 믿을 수 있다. 지금 이낙연은 이명박근혜에 대한 사면을 넘어 문재인에 대한 배신까지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이 아니더라도 문재인을 죽일 수 있을 지 모른다. 박근혜를 잡아넣은 윤석열은 박근혜를 풀어주지 못하지만 이낙연이라면 문재인도 죽이고 박근혜도 풀어줄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낙연이 진짜 대선을 위해 이명박근혜의 조기사면을 들고 나왔다면 이재명이 아닌 윤석열을 보고 이 이슈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명박근혜 사면은 이재명과 지지층을 다투고 있는 현정부와 민주당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주지지층에서는 심각한 이반을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이재명 좋은 일만 시켜주고 말 것이다. 이낙연도 바보가 아닌데 그런 정도 계산도 못할까? 그래서 지능의 문제라 하지 않았는가. 지능에 문제가 없다면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개연성도 아주 없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윤석열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를 빼앗아 오면 국민의힘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윤석열마저 사라지고 그 지지층이 이낙연 자신에게로 옮겨 오면 국민의힘에는 어떤 희망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욱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확실하게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과연 그런 리스크를 이낙연 자신이 감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도 선의선의 하기에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봤다. 그런데 원래 논리라는 게 뭔가 절묘하고 잘 끼워 맞춘 것 같을수록 구라가 거의라는 것이다. 잘 쌓은 탑은 놀랍거나 신기하지 않다. 그냥 당연하다. 이리저리 꼬고 비틀고 상상력을 더해야만 겨우 가능한 논리란 그냥 딱 거기까지가 전부인 것이다. 당연한 게 당연한 거다. 내가 살면서 깨달은 한 가지 진리다. 그래서 진짜 단순하게 드러난 현상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낙연의 진심은 무엇인가? 이제 곧 여론조사 해보면 나오겠지. 여전히 민주당 지지층은 이낙연을 차기 대선후보로 여기고 있는가. 판단은 다르지 않다. 상상만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가 정동영에게 어째서 대통령인데 그렇게까지 하느냐 묻는다면 의외로 쿨하게 대답할지 모른다.

 

"내가 그 사람에게 그러지 못할 건 또 뭔데?"

 

물론 나이도 노무현이 많고, 정계입문도 한참 더 빠르다. 그러나 노무현이 백수로 지내는 동안 정동영은 벌써 재선의 국회의원이었고, 김대중에 의해 영입된 이래 소장파의 기수로서 민주당 안에 자기세력까지 상당히 구축한 상태였었다. 사실상 노무현이 민주당 당내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되기는 했지만 김근태와 정동영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당선은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아예 문재인 싫다고 태업해버린 놈들 때문에 간발의 차로 낙선해야 했던 2012년을 떠올려 보라. 김경수가 드루킹 병신인 거 몰라서 만나고 밥먹고 문자한 게 아니란 것이다.

 

결국 열린우리당도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하는데 정동영이 자기가 정치개혁 해보겠다고 뛰쳐나와 만든 것이었다. 당시 김근태가 가세하면서 겨우 당을 만들 정도의 진용이 갖춰졌었기에 김근태가 나중에 대통령더러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경선에서도 지지해주고, 대선에서도 지원해주고, 열린우리당 만드는데 한 몫 해 주었고, 그런데 차라리 노무현이 자기에게 빚이 있으면 있었지 자기가 노무현에게 꿇릴 것은 대통령과 장관이라는 위치 말고는 없었던 것이었다. 정동영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당 만들고, 자기 실력으로 자기 사람들로 공천해서 자기 세력 만들었고, 그래서 자기 당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노무현이 대통령 당선된 거 말고 한 게 뭔데? 당시 유시민이 뭣 좀 해보려 발악하다가 당했던 굴욕과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기까지 이낙연이 한 일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얼마 이전에 있기는 한가 묻고 싶다. 지금 당대표로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떨까? 이낙연이 창당해서 당대표인 것일까? 지금의 당명과 지금의 구조와 지금의 당헌당규들을 이낙연이 다 만들었는가? 공천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지지층에 의해 대부분 경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빚을 졌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빚을 졌지 당내 국회의원들이 이낙연에게 빚을 진 것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낙연 자신조차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으로 별 어려움없이 수월하게 국회의원도 되고 당대표에까지 당선된 바 있었다. 그동안 유력대선주자로 손꼽힌 이유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불러 올려 국무총리를 맡긴 덕분이었다.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진 것인가.

 

그러니까 어이없다는 것이다. 난 또 당내 국회의원들이라도 - 아니 최소한 최고위원이라도 완전히 장악해서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의 생각이 곧 당의 생각이 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까지 다 마쳐 놨는지 알았다. 그래서 걱정했었다.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엉뚱한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하는가. 정동영처럼 더불어민주당에 확고한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선은 몰라도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 은혜를 입힌 것도 아니고, 아직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더 낮은 상태에서 이재명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까지 있는 당대표가 정작 당원과 지지자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을 소속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당대표도 공천이라도 앞두고 있어야 무서운 것이고, 줄을 서도 대통령이 될 것 같으니 줄을 서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오는 것이 대통령의 의중도 그렇다더라. 대통령 팔아 면피하는 상황이다.

 

주제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이만 많은 주위의 늙다리들 조심하라 한 것이다.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른다. 자기들이 몸담고 있던 때의 민주당이 아니다.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니고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당시의 당원과 지지자들과 또 다르다. 무엇보다 이낙연은 정동영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낙연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은 이유이기도 했다. 이낙연은 오로지 대통령의 후광으로 차기 대선까지 노려보게 되었으니 감히 대통령을 거스르는 짓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파멸이라는 것을 아니까. 이재명은 처음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지지기반을 다지며 지금까지 왔지만 이낙연은 아니었다. 대통령 없으면 신기루처럼 꺼져버릴 지 모르는 존재가 자신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자기정치란 가능한가. 그것도 민주당 안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정동영이 당시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래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도 차라리 정동영 눈치를 보면 봤지 대통령의 눈치따위 보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통령의 사람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아마 유시민 한 사람 정도였을 것이다. 그때의 정동영과 지금의 이낙연을 비교해 본다. 그런데도 정동영은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하고 누릴 것 다 누린 주제에 자기와 상관없다는 양 외면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공격하는 모습에 배신자의 낙인이 찍히고 말았던 것이다. 이명박이 개새끼인 걸 알면서도 차마 의리없는 배신자새끼를 지지할 수는 없다고 외면한 지지층으로 인해 역대 가장 굴욕적인 표차이로 지고 말았다. 몰락의 시작이었다. 정동영 정도의 깜도 안되는 이낙연이 대통령과 지지자들까지 등지고 시도하려는 자기정치가 과연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바로 보이고 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즉 이낙연이 의도한대로 레임덕이 시작되면 이낙연 자신이 먼저 끝장나고 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상관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과도 상관없이 자기정치를 하려는 순간 이미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허무하기도 할 것이다. 정작 지금까지 이룬 것 가운데 자기 실력으로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기 것인 줄 알았는데 정작 자기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쩌겠는가.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인데. 그런데도 발버둥쳐봐야 결국 손해는 자기가 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만 인정하면 된다. 지금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거대여당의 당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은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정도가 아닌 그로 인한 마이너스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뭘로 문재인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인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작 이명박근혜의 사면건의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과 적폐청산이 아니면 자기정치가 되겠지. 당대표가 그 정도 망신을 당했으면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지능의 문제다. 더 실망시키면 곤란하다.

웃기는 게 이낙연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없었다 주장하고, 정대철과 김종인은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 몰아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전직 총리로써 이낙연으로서는 청와대의 부담을 줄이고 싶은 것이고, 정대철과 김종인은 대통령까지 싸잡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지 않은가? 문재인 지지자라는 놈들이 정대철, 김종인과 같은 소리를 떠들고 있다. 이낙연의 발언이 문재인의 의중이다.

 

민주당 지지자인 척 하는 작전세력이야 질리도록 보아 왔을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인 척 하면서 역공작 꾸미는 놈들은 반대편까지 포함해서 지난 대선경선 전부터도 지겹도록 보아 왔었다. 저놈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중도층에서 얼마나 이명박근혜라는 두 전직대통령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가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앞장서서 사면을 건의하기에는 부담이 되니 문재인 대통령에게 덤테기를 씌우고 싶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근혜를 사면시키려 한다. 이명박근혜의 사면에 반대하는 중도층의 반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덮어 씌우고 자기들은 마음놓고 그를 핑계로 사면을 주장하려 한다.

 

똥파리들이 진짜 문재인 지지자일 것이란 생각은 - 그런데 하는 짓거리 보면 예전 서프라이즈에서 노무현을 뼈에 새겼다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며 완장질하던 놈들과 아주 닮아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노무현을 지지해도 가짜고, 누구는 노무현을 지지하는데 진짜고, 그런 주제에 노무현을 대놓고 엿먹이던 정동영을 위해서 유시민을 욕하고 선거운동에까지 앞장선다. 알바라고 몰아가고 싶은데 과거 경험이 있어서. 그놈들인가? 아니면 세월도 흘렀으니 그놈들 자식들이 그러고 있는 것인가? 병신도 유전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심각한 고민까지 하게 된다.

 

아무튼 웃기는 것이다. 김종인이나 정대철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가려 떠드는 주장을 자칭 문재인 지지자라는 것들이 열심히 퍼뜨리는 중이란 것이다. 문재인이 이명박근혜를 사면하려 한다. 이미 결정도 다 끝났고 이낙연이 그 악역을 맡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명박근혜 사면에 반대하는 놈들은 지지자도 아니고 일찌감치 지지를 접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신기하기도 하다. 서프라이즈가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발전이 없다.

그러면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낙연이 완전히 끝났느냐? 그런데 원래 인간이란 병신같은 것이다. 나도 병신같고 너도 병신같고 귀한 시간 쪼개 여기 와서 내 욕지꺼리 듣고 있는 당신도 병신같고, 사람이 살다 보면 한 번 쯤 병신짓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병신짓으로 따지면 이재명은 지금 접시물에 코박고 다음 생을 기약해야 옳다.

 

이후가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서에도 아주 지겹도록 나오는 말인 것이다. 공으로 과를 덮는다. 공을 세우면 잘못은 잊혀진다. 과거에 어떤 쌍놈에 개새끼였든 지금 훌륭하게 잘 살면 개과천선이 되는 것이다. 살인강도강간을 일상으로 저지르던 망나니였는데 마지막에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으면 그 사실 하나만 남게 되는 것이다. 원래 개새끼였는데 마지막에는 그래도 사람분으로 뒈지셨다. 이명박근혜 사면도 가만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여기는 사람들이 적자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었는데 감옥에서 불행하게 최후를 맞는 상황 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이까지 하나같이 적지 않다. 그러니까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러니까 조금 성급했지만 언젠가 그리 될 일이었다. 그러면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이제부터 뭘 어떻게 잘 할 것인가.

 

다른 것 없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확실하게 마무리지으면 이낙연의 지지율은 다시 올라간다. 사면을 추진하던 모습 그대로 과감하게 결단력있게 행동력을 보여주며 개혁을 앞장서서 주도하면 역시 이낙연이구나 지지자들은 설득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 좋아서 이재명이라 말하겠는가. 문재인의 뒤를 이을 대통령으로서 이낙연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이재명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이낙연과 이재명은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 그만큼 이재명이 그동안 까먹은 것이 제법 된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180석 여당의 대표로써 민주당에 주어진 시대적 과업인 개혁입법들을 능동적으로 주도하여 이루어 나간다. 실제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간다.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그런데도 이낙연에게 설득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고 나서 내가 임기 중에 국민통합을 위해 이명박근혜를 사면하겠다 하면 그러라고 그냥 고개 끄덕이고 말 것이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 권한으로 그러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는가.

 

기회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낙연이 그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란 인간도 그렇다.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확정하기까지 무지하게 욕도 많이 했었다. 나라고 문재인 하는 일이 다 마음에 들었겠는가. 의심하고 불신하고 그래서 쌍욕까지 하다가 그럼에도 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인정하고 지지로 돌아서게 되었다. 잘하면 누구라도 지지한다. 잘만 하면 이재명이라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하는 꼬라지 마뜩지 않아 하다가도 이낙연 하는 꼬라지 보니 더 믿음이 가지 않아 차라리 이재명이 낫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최선이 안된다면 차악이라도 되어야 한다. 전제는 역시 이낙연이 그런 지지자들의 마음을 아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어야 한다며 더욱 과감한 지원정책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자영업자들은 돌아오게 될 것이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위해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들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오히려 이낙연 자신이 나서서 윤석열에 경고하고 자제시키려 하면 추미애에게로 향하던 마음들도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그냥 여전히 이모저모 따져보면 괜찮은 인물인데 이명박근혜 사면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이 정도 인물이라면 이명박근혜 사면 정도는 자기 재량으로 결정해도 괜찮겠다. 그게 그릇인 것이다. 한 나라의 리더가 되려는 그릇이라면 그 정도 크고 넓은 품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낙연이 진정 대통령이 될 만한 큰 인물인가 아닌가는 이후의 행보에서 결정될 것이다. 자기가 작심하고 내놓은 발언이 거부당했다고 삐져서 지 멋대로 엇나가는가. 그럼에도 자신이 주장한 선의와 진정성 그대로 더욱 열심히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를 행동으로 보여주려 할 것인가. 후자라면 지지한다. 이명박근혜 사면 네 마음대로 하라. 그래도 상관없는 거물이 되면 된다. 과연 이낙연이 그럴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를 바랄 뿐이지만.

 

완벽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도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전하기를 바랐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애저녁에 접고 비판자로 돌아섰을 것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할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차고 넘치는데다 우수리까지 조금 남는 정도의 인물이다. 이낙연 자신이 입증해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은 과연 어느 정도의 인물인가. 어떤 크기의 인물인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그냥 조금 이재명보다 불리하게 시작한다 여기면 된다. 민주당의 당대표다. 174석 민주당이 3석의 열린민주당과 기타 당밖의 우호의석들과 함께 당대표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내가 이낙연이면 그렇게 할 것이다. 윤석열에게 배워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아직 시작이다.

사실 자기 전까지 걱정했었다. 물류센터 일이라는 게 대부분 밤에 하는 일이라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야 하기에 진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좆같은 결론이 나오면 그때는 어째야 하나 고민이 많았었다. 민주당 지지 포기할까? 그러면 대안은? 씨발 이럴 때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설마 그 정도 준비는 마치고 발언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평의원들은 몰라도 몇 명 안 되는 최고위원 정도는 최소 과반 이상 동의를 받아낸 상태에서 요식으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여는 것이다. 최고위원 가운데는 이낙연이 꽂은 사람도 있고, 이낙연에 벌써 줄 선 사람도 있을 테고, 원래 성향이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자고 일어나 보니 최고위원들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그냥 나가리 됐네? 혼자만 병신된 거다.

 

승부수라는 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겨야 한다는 당위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던지는 것이다. 이미 이겨놓은 상태에서 결과만 확인하거나, 설사 지더라도 자신이 정당함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 때 승부수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즉 어떻게든 자기에게 확실하게 이익이 있거나 명분이 있을 때 승부수는 승부수로써 역할을 한다.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결론이라도 유리하게 났으면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철회하더라도 면이 서게 된다. 그래도 최고위원들만큼은 자기 사람들로 설득을 마쳐 놓았구나. 당위 여부와 상관없이 그래도 리더로서 그 정도 능력은 갖추고 있다. 아마 진짜 평의원들까지 다 설득해서 당론으로 정했다면 이낙연 무서운 새끼라며 욕하면서도 다시 지지했을지도.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네? 아무 계산없이 막 지른 것이다.

 

물론 자신은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근혜의 사면이야 말로 국민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기가 이런 주장을 하면 국민들이 그 진심을 알아주고 지지해 줄 것이다. 부추긴 새끼 당장 한강다리에 목매달기 바란다. 도대체 누가 이명박근혜 사면을 그리 반길 거라고. 그냥 헛발질인 것이다. 자기가 얼마나 낡은 인물인가 스스로 입증하고 만 것이다. 다만 그 낡음에 매료되어 지지했던 것이기에 나로서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 이해하며 결심한 것이고. 그래도 설마 최고위원들에 대해서조차 사전에 정지작업조차 하지 않고 간담회부터 열었다니. 진짜 지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이로 인해 대선은 물론 민주당 당내에서도 당대표로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당원들이 불신한다. 평당원과 지지자들이 이낙연 대표를 불신하게 되었다. 바로 최고위원과 당내 평의원들에 의해 그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권력이란 기본적으로 그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일 텐데. 저 새끼 하는 꼬라지 보니 우리가 나서서 찍어누르면 알아서 짜지겠다 싶으면 아무도 그 말에 권위를 부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대선후보로서 지지율까지 폭락하면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게 가장 큰 실망이다. 그래도 그런 정도 정치력은 있을 줄 알았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을 장악하고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수완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 그 정도가 아니면 함부로 승부수를 던져서는 안된다는 판단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과대평가다. 대권이 눈에 아른거리면 사람이 저렇게 망가지는 것인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사면건의 자체가 당내에 반발만 불러올 뿐 반대편에서도 그저 조롱과 무시의 대상으로 이낙연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발언이었다. 열린우리당 시절이면 모를까 지금 그런 게 진짜 먹힐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시대착오도 이만한 시대착오가 없다. 한숨만 나온다. 저런 게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다. 씨발.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서로를 죽이며 정쟁을 하는 와중에도 일정한 선은 지키고 있었다. 이를테면 왕족은 고문을 하지 않는다. 벌주면 벌주는 거고 고문하면 고문하는 거지 어디 감히 존귀한 왕족의 몸에 형틀을 갖다 대는가. 마찬가지로 일정한 위치에 이른 명사라면 육체적인 고통을 주기보다 최대한 명예를 지켜주는 정도에서 형벌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배는 그런 점에서 사대부들에게 훈장과 같았다. 직언을 하다가 간신들의 모함을 받고 유배를 살았다. 죽이더라도 시신은 보전할 수 있도록 사약을 내리거나 아니면 교형에 처했다. 조선후기에 가면 조선 전기 사화의 경우와 달리 연좌로 가문까지 적몰하는 경우는 피하려는 경우가 늘게 된다. 왜? 자신들은 같은 사대부니까.

 

조선만 그런가 하면 세계가 거의 비슷했다. 조선과 달리 유럽에서는 참수는 귀족들만 받을 수 있는 고귀한 형벌이었다. 한순간에 목이 잘려 숨이 끊어지는 것이기에 교살보다 훨씬 고통이 적고 깔끔하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요틴이 단두대를 발명한 것이었다. 혁명정신에 따라 귀족만이 아닌 모든 시민에게 참수형을 허락하자. 일본에서는 사무라이에게 마지막으로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자살을 명령하고 허락했다. 신센구미의 국장 곤도 이사미가 참수를 당한 것도 그가 무사출신이 아니었고 끝까지 무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조정군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전쟁이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되자 조정군에 끝까지 대항했던 막부군 인사 가운데 유력자들은 거의 복권되어 새로운 조정군에서 일하고 있었고, 심지어 아이즈번주였던 마츠다이라 다카모리는 텐노의 신임을 받아 태자의 후견역까지 맡을 뻔했었다.

 

신분에는 신분에 어울리는 형벌이 있다. 신분에는 신분에 어울리는 예우가 있다. 그런 예를 잘 지키는 자가 신분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춘 자다. 아무리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최종판결까지 받고 형을 모두 살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래도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들인데 지지자들을 생각해서도 일찌감치 풀려나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어딜 감히 선출직 나부랭이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검찰총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것도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를 징계하는가. 같은 사법고시 출신으로 검찰의 수장이 징계받는 꼴은 보지 못하겠다. 말했잖은가. 저들이 민주당을, 그 가운데서도 친노친문을 혐오하는 것은 신분에 대한 차별과 유사하다고.

 

자기들은 서울대 출신이다. 최소 내세울만한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이다. 그만큼 노력도 했고 실력도 있고 남들보다 나은 점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와 이 사회를 위한다면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 아니 외부의 부정하고 부당한 개입만 없으면 자기들이 이 나라와 이 사회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어째서 사대부인가. 어째서 사대부만의 관리를 하고 조정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러니까 사대부와 같이 유교적 소양을 입증해서 자격을 허락받아야 하는 것이 과거제의 목적인 것이다. 그래서 대학입시가 과거가 되고 사법과 행정, 외무 등 고시가 또다른 과거가 되는 것이다. 자신들은 이 나라를 지배하고 다스릴 자격이 있다. 자칭 진보가, 정치인과 언론인을 막론하고 명문대 출신의 사법엘리트들에게 관대한 것을 넘어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인 것이다. 자신들은 엘리트다. 정당한 실력과 자격이 있다. 자, 여기서 이낙연에 해당하는 것이 몇 개나 될까?

 

박수현이 고백했다. 이명박근혜는 반드시 사면되어야 한다. 이번 정권 안에서 반드시 사면되어야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기에. 정당하게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기에. 그런 대우를 다하는 것이야 말로 지배신분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낙연의 선의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사면해야 하고 내가 그 책임을 덜어주겠다.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이낙연 지지자 버러지 새끼들도 새기들이다. 이낙연 자신도 청와대와 상의한 적이 없다 말하고 있는데 굳이 문재인을 끌어들여 책임을 지우려 한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외쳐 보라. 문재인이 이명박근혜 사면하려는데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이 막아섰다. 저 새끼들 좀 심판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뜻대로 사면할 수 있게 도와달라. 정신병원 끌려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어째서 저런 주장들이 나오는가. 오래되어서 그렇다. 이낙연이 처음 정치에 입문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었다. 김대중처럼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치를 하면 국민들은 그저 그를 따르며 표만 던져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같은 민주당 대통령이라도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대우가 다른 것이다. 문재인에 대한 대우도 다르다. 이낙연도 그를 의식한 듯하다. 이미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치를 해 왔고, 박정희와 비교될 정도로 거물로써 민주화진영을 이끌어 왔기에 김대중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부여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될 때도 대부분 보수지지자들조차 한 번 쯤 할 때가 되었다며 인정했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노무현이나 문재인은 저 먼 시골에서 변호사질이나 하던 생뚱맞은 인간들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과연 자격이 있는가 봤더니 영 자신들과 논리도 문법도 다르다. 그야말로 보리문둥이인 것이다. 

 

어쩌면 예견된 것인지 모른다. 태도보수라는 말부터 이낙연 자신이 기존의 기득권의 문법에 익숙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남들의 위에 서는 이로써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런데 그런 것들이 드러나는 말과 행동을 넘어서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음 대통령이 되려는 이로써 이전 대통령들을 어떻게 예우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전 대통령들에 대한 예우를 결정할 때가 되었다.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 유시민이 60이 넘으면 머리가 썩는다 했던 것인가. 시대는 바뀌었는데 여전히 예전의 상식을 고집하려 한다. 자신은 선의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상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아무튼 논란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진심이다. 단지 계산에 의해 나온 발언이면 발언이 있고 바로 오늘과 같은 정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 사면이 필요하다 여겼었는데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이 그러하니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 그랬다면 원래 오래된 사람이라 그런가보다 넘어갔을 텐데 너무 진심을 보여주고 말았다. 다 이어진다. 사법부가 윤석열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나, 전광훈을 풀어주었던 것이나, 검찰이 나경원과 박덕흠을 봐주는 것이나, 그런 것을 정의당이 오히려 지지하고 나서는 것이나, 조선과 한겨레가 언론이랍시고 입을 맞추는 현실이나. 그래서 그런 무리들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써 저들의 문법으로 이야기하려는 놈들이 나오기도 하는 것일 테고.

 

물론 나 역시 전직대통령들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고 감옥에서 뒈지는 상황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또다른 원한을 만들어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정치적 결단을 해야만 한다. 다만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절차는 거쳐야 하는 것이다.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았고 최소한이나마 충실히 형을 살았다. 사과도 하고 반성도 했다. 아니면 그렇더라도 전직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국민적인 동정심이 크게 일어나게 되었다. 아마 다음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이 아닐까. 그것 또한 이낙연의 목적일 것이다. 지금은 물러나지만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자기가 두 전 대통령을 사면시키겠다. 자신을 지지해달라. 민주당 빨갱이 새끼가.

 

이낙연에게서 느껴왔던 안정감의 정체인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시대 평범한 백성들이 여느 무지렁이들과는 말도 행동도 전혀 다르게 하는 양반님네들에게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말도 함부로하지 않고 행동도 엄격하고 단정하고. 사극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양반들이 막나갔으면 일찌감치 조선의 사대부지배는 끝장났다. 백성들이 기꺼이 우러를 수 있는 단정하고 예의바른 엄격함을 지킬 수 있어야 사대부 사회에서 사대부로 인정받으며 살 수 있었다. 그래도 정치인으로서 이만하면 품격도 있고 태도 나지 않는가. 사면은 그렇다 치고 이후 개혁입법 과정을 다시 지켜보려 한다. 개혁입법만 잘되면 원래 그런 인간이었으니 잊어 줄 수도 있다. 완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원하는 것이니까.

 

원래 쌍욕 박으려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글을 쓰는 동안 이낙연이란 인간을 이해해 버렸다. 말했듯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이면 그리 마뜩지는 않지만 정치적으로 두 대통령의 사면을 이야기해봐도 좋겠다는 동의 정도는 해 줄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임기 안에 굳이 대통령을 압박해가며 이루려 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 선을 넘지 않았을 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중요한 건 지금 당대표로써 임박한 개혁법안들에 대한 태도고 행동들일 것이다. 정치인이 자기 욕심을 위해 경쟁자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려 하는 것이야 원래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으로서 어울리는 인물인가, 아닌가. 지켜본다. 아직 기회는 있다. 그마저 걷어차지 않기를. 마지막 기회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상황이 진짜 좆같다는 게, 저쪽 지지자들 주장과 달리 원칙주의자인 대통령 입장에서 이명박근혜라는 두 파렴치범죄자들의 사면이란 말도 안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이다. 어느 정도 형을 살고 난 다음이라면 몰라도 아직 형이 확정도 되기 전인데 풀어주기부터 한다. 그놈들은 어떤 문재인을 지지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지한 문재인은 그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는 문재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소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대로 사면은 없다 밝혀 버리면 바로 집권여당의 당대표이자 차기 유력대선주자의 제안을 묵살해 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대선후보라도 고만고만하게 많으면 모르겠다. 이낙연 아니면 이재명일 정도로 두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팽팽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낙연이 사면을 건의했는데 거부한다? 자칫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경선에 개입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이재명이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입장표멸을 거부한 것이었다. 청와대의 결론이 자기와 같을 것이 뻔한데 괜히 한 마디 거들었다가 쓸데없는 분란만 만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굴러들어온 떡은 그냥 입 딱 벌리고 받아 쳐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낙연이 정세균처럼 대통령을 이용해 자기정치를 하는 정도로 이재명처럼 대통령에 판단에 맡기겠다는 최소한의 자세라도 보이고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당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각계인사를 만나서 설득도 하겠다지 않은가. 대통령에게 건의를 했지만 들어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정도가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을 당연히 이낙연도 안다. 당정관계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이때 집권여당의 대표가 하는 건의다. 이제 곧 대선을 치르게 될 텐데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공개적으로 하는 건의인 것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사면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사면할 수밖에 없게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당과 각계의 여론을 모아 왔는데 집권여당의 대표인 자신을 무시하고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이끌 자신을 포기할 것인가.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이 강요한 상황에 굴복해서 사면을 결정하게 되면 이낙연은 대충 세 가지 이익을 얻게 된다. 첫째는 말 그대로 대통령을 굴복시키고 당정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이후 차기 대권을 앞둔 정국을 자기 뜻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일 것이고, 둘째는 앞서 말한대로 사면을 반대하는 이재명과 사면을 건의한 자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하는 상황을 만들어 그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이 자신을 중심으로 결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더해서 보수진영의 호감을 얻어서 최대 더 많은 표를 얻거나 최소 낙선하더라도 후환이 없도록 한다. 단, 이 모든 과정들은 민주당이 완전히 이낙연에게 장악되어서 이낙연의 뜻대로 이명박근혜 사면을 당론으로 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게 먼저 선행되어야 각계 인사를 만나 설득해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 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민주당 정치인들과 당원, 그리고 지지자들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직접 당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주의자인데다 자칫 그로 인한 후과가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 안에서 민주당 정치인들과 당원과 지지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서 청와대로 가져오라. 사면건의든, 사면건의 철회든 그런 다음에 민주당의 뜻에 따라 청와대에서도 결정하겠다. 당연하게 민주당 동지들이라면 이낙연의 저 말도 안되는 제안을 어떻게든 철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낙연을 믿기도 했을 것이다. 잠시 판단을 잘못해서 그런 말을 했더라도 바로 잘못을 바로잡고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고 이제 남은 건 당원동지들이 잘 판단해서 상황을 수습하는 것 뿐이다. 다행이라면 지금 민주당의 수적 주류는 이낙연식 낡은 정치가 그저 이상하기만 한 초재선들이라는 것.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서 입당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그래서 똥파리새끼들이 더 좆같은 이유인 것이다. 아니 그 새끼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이명박근혜를 사면하기로 이낙연과 말을 맞췄다고 전제하고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이명박근혜를 사면하기로 하고 이낙연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의 건의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을 사면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라고 지금 등떠미는 상황 아닌가 말이다. 이낙연이 그렇게 좋으면 더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뜯어말리기라도 하던가. 오히려 나서서 부추기며 비판하는 이들을 공격하는데만 여념이 없으니 뭐하는 새끼들인지. 하긴 나보고 노무현을 뼈에 새기라던 새끼가 정작 정동영 캠프에 가서 선거운동하는 모습도 보았으니 새로울 것은 없다. 나더러 쁘띠라던 새끼가 한나라당 시의원으로 출마한 선배 따라 선거운동도 하더라. 

 

민주당에서 어떻게 입장을 당차원에서 내느냐에 따라 결정이 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낙연이 저리 미쳐 날뛰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마음만 돌리면 대통령을 누르고 자기가 대통령에 직행하는 가도에 오를 수 있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한 줌도 안되는 똥파리 새끼들은 이제 그만 거름통과 함께 묻어 버렸으면. 상황이 그렇게 위중한 것이다. 청와대가 한 마디 입장도 밝힐 수 없을 만큼. 저 병신새끼들만 모른다. 알면서 모른 척 하거나. 병신들.

내가 이재명을 못미더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너무 계산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해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 신념이나 가치보다 유불리와 손익만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닌가. 한 마디로 진심이 안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권도라 하는 것이다. 이재명에게 정치는 기술이다.

이낙연을 믿었던 이유는 특유의 답답할 정도로 신중한 행보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제는 그조차 나름의 정치적 계산의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지만. 이낙연 지지자들도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이명박근혜 사면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계산과 계산이, 기술과 기술이 부딪히면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더 계산도 기술도 능숙한 사람을 선택하면 된다.

이재명은 자기정치를 위해 정부정책을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정작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인상을 주면서 민주당 지지층에는 홍남기로 대표되는 기재부 경제관료들에 대한 질타로 느끼게 했었다.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음으써 부담을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한다. 반면 이낙연은 어떤가?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압박하려 당론으로 정하고 각계 인사들과 만나 설득하겠다 선언한 상태다. 벌써 언론은 지금 상황을 사면 정국이라 부르며 대통령의 반응만 기다리는 중이다. 대통령이 받는 정치적 부담 만큼 후과도 그대로 이낙연에게 돌아간다. 과연 정치인으로서 기술적으로 성숙한 판단이었는가.

그래서 더욱 이번 이낙연의 사면 발언에 대한 이재명의 반응이 주목받는 것이다. 선물을 받아들이는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준다는데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 모두가 안다. 이재명이 이명박근혜 사면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진심이든 어쨌든 그동안 해 온 말들이 있으니 이번에도 나올 말은 뻔하다. 그런데도 자제한다. 자기가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칫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을 압박하거나 여당의 두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이낙연의 월권으로 인해 빛을 발한다. 딱 이낙연에 실망한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을 살 만한 발언이다.

배운 것이다. 그보다는 역시 영민하게 계산해낸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낙연에게 집중된 대통령 지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모른다. 더구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내 원내인사들의 호감도 적립해 놓을 수 있다. 누가 더 대통령을 위하고 배려하는가. 예의를 갖추어 행동하는가. 지금은 신중하고 주의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 이낙연이 성급하고 과격해지니 딱 그 반대로 간다. 이낙연이 이재명 의식하다가 헛발질하니 침착하게 받아먹는 것이 연륜까지 느껴진다.

유시민의 말이 옳다. 진정성이라는 게 사실 현실에서 큰 의미기 없는 것이다. 드러나는 것은 행동이고 결과다. 더구나 둘 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면 결국 나타난 결과를 통해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누가 더 기술적으로 무난하게 거슬리지 않게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내놓았는가. 이재명 적립 20점이다. 원래 마이너스라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래도 정치인으로서 성장했다는 것은 알겠다. 이낙연에게 기대한 모습이었는데.

오늘 최고위원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까지 끌고 들어간다. 진짜 당론으로 사면이 결정되면 민주당은 끝이다. 다시는 적폐청산을 입밖에 내놓을 수 없다. 물론 어떤 놈들은 적폐청산이 윤석열을 위한 것이라 굳게 믿고 있을 테지만. 박살나봐야 다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겪어봐야 진짜 가치를 안다. 빌어먹을 일이다.

이것도 순전히 이낙연 그 새끼와 그 새끼 지지자 버러지들이 주장하는 진정성이라는 것을 최대한 인정해서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또 이야기한다. 가치부전假痴不癲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다. 살다 보면 진짜 진리라 여길 정도로 인간과 인간사회의 본성을 파헤치는 귀절이니.

 

차라리 바보흉내를 낼 지언정 미친 짓은 하지 마라. 미친 놈 흉내를 내지 말라는 게 아니다. 미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냥 미치기보다 바보흉내를 내라는 것이다. 미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를테면 왕조시대에 민주주의사상을 설파한다. 가톨릭 교회가 지배하고 있던 중세 유럽에서 무신론을 주장한다. 혹은 꾸란이 절대적인 가치인 이슬람국가에서 마호메트의 삶과 사상을 사실을 근거로 비판한다. 어떻게 되겠는가?

 

군사독재에 맞서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인 것이다. 아무리 북한이라고 김씨왕조에 대해 비판하면 당연히 가혹한 형벌이 돌아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동조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말인 즉 옳다. 주장이 아주 틀리지 않았다. 다만 나서서 함께 행동하기에는 당장 눈앞의 총칼이 무섭기만 하다. 안기부와 공안경찰이 두렵기만 한 것이다. 그러니까 옳은 일 하는 건 맞는데 내 가족인 너만은 하지 마라. 나랑 가까운 너만은 그런 데 끼지 마라.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 제대로 세뇌된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자식이고 부모라도 빨갱이고 반동이라면 앞장서서 신고하고 직접 죽창을 들어 찔러 단죄하려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에도 많았었다. 하물며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정의로 진리로 믿고 있는 사회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미신이 잘못되었다. 무당을 불러 굿하는 것이 괜히 백성들의 재산만 축내고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무당들이 백성들의 믿음을 미끼로 인신매매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백성들이 무당을 너무 믿은 나머지 굿을 금지했더니 반발만 심해지고 심지어 반란까지 일어나려 한다. 어찌해야 하는가. 물론 아예 그냥 따르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실제 위력까지 행사해서 강제로 바꾸는 경우가 역사에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이 경우도 그만한 힘을 가졌을 정도로 권력이 더 다수를 대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무당을 긍정하고 굿을 긍정하면서 그런 가운데 백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중요한 사실들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것은 진정 어리석은 바보같은 짓이지만 그래도 무당을 아예 부정하는 불신자여서는 백성과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다.

 

별똥별이 진중에 떨어지면 전쟁에 진다. 미신이다. 하지만 병사들이 믿고 있다. 그러니 윽박질러 믿지 말라고 하기보다 별똥별이 진중에 떨어지면 전쟁에 지지만 그 별똥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면 전쟁에서 이기게 된다. 김유신의 일화다. 어떻게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가 묻는다면 바보라는 소리도 아깝다 하겠지만 그래도 별똥별이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다는 미친놈이 되는 것보다 병사들과 소통하는데 더 유리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소통. 그러니까 전제왕조의 문제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주창하려면 전제왕조에 익숙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당장 세습왕조는 잘못되었다며 주장해봐야 누가 귀기울여 듣기나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제왕조에 익숙한 사람들의 문법으로 바꿔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들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전제왕조는 바보같은 것이지만 상대가 그에 더 익숙하기에 그 수준에 맞춰 어휘와 표현을 바꿔 간다. 

 

바보짓이란 한 마디로 미신이다. 관성화된 믿음이다. 신이 존재한다. 당연히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신분이란 혈연에 의해 세습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여지던 한 단위의 일상이며 상식이다. 그런데 너무 똑똑해서 그런 것들이 너무 바보같다고 일찌감치 깨닫고서 사람들을 일깨우려 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신을 믿는 사람에게 신은 없다고, 왕이 혼자 나라를 다스려서는 안되고, 신분이 혈통에 의해 나뉘어서는 안된다고 설파한다. 뒈진다. 권력자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에 일반의 평범한 사람들에 돌맞아 뒈질 수 있다. 저 새끼는 미친 새끼다. 그런 짓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뒈진다. 그러니까 바보짓인 걸 알더라도 차라리 같이 바보짓을 해야지 미친 놈이 되어서는 안된다. 회사에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면 거기에 따라야지 괜히 혼자 잘났다고 나서봐야 혼자 미친 놈 되어 뒈지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때 뒈지는 건 사람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네가 미친 놈이라 뒈지는 것이다.

 

전쟁 중이다. 한참 치열하게 적과 싸우고 있는 와중이다. 아주 천재적인 지휘관 하나가 있었다. 거의 한신과 백기, 나폴레옹과 한니발을 한 쌈에 싸먹을 정도로 놀라운 직관과 지략을 가진 인물이다. 전쟁이 아주 치열하고 팽팽한데 여기서 내가 수만 하나 내면 바로 전황을 크게 바꿀 수 있겠다. 그래서 적을 속이겠다고 포로로 잡힌 적의 주요지휘관들을 풀어주고, 아군의 주요 진지까지 함락하도록 병력까지 뒤로 물린다. 적이 방심하고 어느 지점까지 진격해 들어왔을 때 역으로 공격해 들어가면 오히려 적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아군의 누구에게도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겠는가? 전쟁 도중 이적행위를 한 반역자가 되어 목이 잘리고 마는 것이다. 자리에서 내쫓기는 그런 게 아닌 실제로 자신은 물론 일가족까지 목이 잘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그리 말했다던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여론이 높으니까 폭탄은 저쪽에 던졌는데 터지긴 이쪽에서 터지더라고. 노무현 자신의 지지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이해했어야 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 먼저 이해하고 있었어야 했다. 과연 그들에게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와 여당이 타도의 대상이어야 할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려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그런데도 그런 제안을 굳이 노무현 자신의 생각까지 헤아려가며 이해하고 지지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그래서 동정하지 않는다. 자신은 선의로 그랬어도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행동을 직접 자신이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한다? 물론 원망보다는 자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조조차도 자신의 실책에 비하면 사치스런 것이었다. 분명 잘못한 것이다. 지지자들이 바보같아도 그 바보에 맞춰가는 것이 정치지 혼자서 미친 놈처럼 앞장서서 덤비다 제풀에 나자빠지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이낙연이 선의로 이명박근혜의 사면건의를 말했다고 지지자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어째서 이낙연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정부와 여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을 질책한다. 심지어 특정 정치인의 지지자가 아니냐며 공격적인 태도까지 취한다. 그래서 묻는다. 현정부와 여당의 다수 지지자들에게 이명박근혜란 어떤 의미일까? 이명박근혜의 사면이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그런 말이 현 정부와 여당에서 나온다는 것이 더욱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써 여겨지게 될까? 심지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여당의 당대표 입에서 그 말이 나온 것이다. 그동안 블로그 봐 온 사람은 알겠지만 나 역시 당장은 지지율에 부침이 있어도 결국 경선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이낙연일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말한 바 있었다. 그런 이낙연의 입에서 아무 사전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과정 없이 이명박근혜의 사면이라는 말이 새해벽두부터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형태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면 이것을 지지자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낙연 당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알아서 헤아려서 따라야 하는 것인가? 미친 짓 한 놈에게 쌍욕을 쳐박아야 하는 것인가?

 

설사 선의로 한 발언이었다 하더라도 당원과 지지자들의 상식과 믿음에 반하는 미친 짓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명박근혜 사면에 반대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각이 바보같다 여겼어도 같은 동지로 여겼다면 마냥 그렇게 무시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보라. 이제는 아예 당원이고 지지자고 아랑곳없이 평의원조차 배제하고 최고위원들만 모아서 회의를 통해 설득하겠다 나서고 있지 않은가. 저 새끼들은 상종할 필요도 없는 무지렁이 벌레들이니 우리들끼리 알아서 상의해서 판단하겠다. 그래서 뒈지는 것이다. 미친 놈이니까.

 

그러면 과연 이명박근혜 사면에 반대하는 것이 그렇게 무시당할 정도로 바보같기만 한 생각인가.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도 굳이 그런 걸 입밖에 내서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중도층은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보다 더 이명박과 특히 박근혜를 혐오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조롱한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니 저런 꼼수를 쓴다고. 그런데도 좋아라 국민의힘이 반응을 보인다며 감격해 한다. 병신도 이런 병신들이 없다. 진짜 내가 성인군자의 마음으로 미친 짓 하기 싫어서 바보가 되어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는 중인 것이다. 왜 이낙연이 미친 놈이고 그런 놈을 지지하는 놈들이 미친 놈들인지. 그래서 그런 미친 짓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윤석열은 이명박근혜 잡아쳐넣고, 민주당은 그것을 풀아주자고.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최대한 선의로 이해해도 이낙연은 미친 놈이란 뜻이다. 정작 동지여야 할 당원과 지지자들을 바보로 여기고 미친 짓 벌였으면 미친 놈이 맞다. 쓰다 보니 아귀가 맞아떨어지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소극적이던 그동안의 태도와 이명박근혜 사면건의가 누구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윤석열인가? 이 새끼 진짜 사법부까지 참전하겠다니 바로 쫄아서 항복을 선언해 버린 것인가? 나 대통령 안할 테니 제발 살려달라. 외국 가라니까?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다. 

 

내가 커뮤니티에서 정치글쓰기 못하는 이유다. 아마 유튜브도 안 될 것이다. 주제도 안되지만 이렇게 조변석개다. 어제까지 이낙연 대통령이라다가 오늘 갑자기 이낙연 미친새끼 욕한다. 그러니 누가 좋아하겠나? 어제까지 친구동지였다가 오늘 원수가 되어 서로 죽이고 못산다. 하여튼 개새끼다. 이낙연 이 새끼는. 욕도 아깝다. 지지자는 버러지. 씨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뭔 일만 있으면 탈당하는 당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하여튼 당에서 뭔가 안좋은 일만 있었다 하면 먼저 당적부터 내던지고 봤었다. 내가 그러고 후회하는 사람이다. 씨발 이럴 줄 알았다면 아무리 좆같아도 당적 악착같이 유지하고 있는 건데.

 

대충 계산은 이랬을 것이다. 이낙연 자신이 이명박근혜 사면발언을 하면 민주당 당원 가운데 다수가 당적을 버리고 탈당할 것이다. 이명박근혜 사면에 반대할 당원들은 탈당하고, 이명박근혜 - 특히 박근혜 사면을 바라는 외부세력은 적극적으로 이낙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당 경선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탈당할 당원은 버리는 카드고 그러면 박근혜 지지세력을 등에 업으면 문제없이 경선에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이재명에게 적극지지층에서도 밀리기 시작한 결과 겨우 생각한 카드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이낙연의 뿌리가 동교동에 있기 때문이다. 동교동을 비롯한 민주당 구당권파의 공통점이었다. 정치는 자기들같은 경륜있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다. 더구나 서울대 같은 좋은 대학에 법조인이거나 기업인이거나 최소 언론인 정도는 되는 스펙에, 그런 정도가 되어야 대중의 위에서 대중을 이끌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이명박근혜 사면하겠다면서 당원도 지지자도 아닌, 심지어 당내 일반 평의원들도 아닌 최고위원들만 소집해서 설득하고 각계 원로들을 만나겠다 떠드는 것을 보라. 당원이 당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저들에게는 감히 있을 수 없는 불온이고 반역이다. 그런 당원과 지지자의 눈치를 보는 정치야 말로 정치인이 해서는 안되는 행동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나는 오래전에 탈당했지만 지금 오히려 입당하려는 지지자들이 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씨발 나도 할 수만 있으면 다시 복당하고 싶은데 탈당한지 얼마 안되어 그게 안되니 답답할 뿐. 생각이 바뀐 것이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당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비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낙연의 오판이다. 이제 이 많은 당원들을 어쩌고 경선을 치르려는 것인가.

 

나는 못하지만 더 많은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입당해서 권리당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1년이라는 기한이 지나면 나 역시 다시 입당해서 당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보여 줄 생각이다. 다시 탈당은 없다. 개새끼들인 건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개새끼들이었다. 안철수가 다 데려간 것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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