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왕조라 말할 때 전제란 곧 특정한 개인이 권력을 독점하고 여론이나 법률과 상관없이 독단으로 행하는 정치를 가리킨다. 한 마디로 세습된 군주가 오로지 자신의 권위만으로 신하들이 뭐라 하든, 법조문에 뭐라 적혀있든, 관습이나 전통과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제도를 일컬어 전제왕정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의 경우에도 경국대전이라는 법전이 있었고 조정에서 대신들이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도 하고 있었지만 왕이 그러고자 마음먹으면 현실적으로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순신의 전라좌수사 임명이었다. 일개 현감을 몇 단계나 건너뛰어 바로 한 방면의 수군을 지휘하는 절도사로 임명하는 것이라 대신들의 반대가 극심했었지만 결국 선조가 그러자고 밀어붙이니 실제 그렇게 이루어지고 말았었다. 그게 왕정이다.
물론 왕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도 명목상 인민회의에서 선출된 주석이 공식적으로 국가의 수반의 자리에 오른다. 과거 소련에서는 서기장이라 불렸었고 지금도 푸틴은 공식적으로는 선거에 의해 러시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 역시 총통이라 불리웠었다. 하긴 우리에게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긴 하다.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와 전두환까지 헌법이란 것은 권력자가 필요로 하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그냥 명분상의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니. 권력자의 의지가 중요하지 헌법의 조문따위 무가치하고 무력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 반대편에 모든 세속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상위의 규범으로서 헌법을 전제하여 그 범위 안에서 모든 권력이 쓰이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입헌주의라 부르는 것이다. 같은 왕조라도 국왕조차 최상위 법전인 헌법의 조문을 넘어서서 권력을 사용하지 못할 때 그것을 입헌왕조라고 하여 구분하여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상위 법전인 헌법은 특정한 개인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닌 그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함의에 의해 결정된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바로 그같은 입헌주의 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그 헌법의 조문에 따라 사실을 판단하여 판결하는 헌법재판소는 입헌주의 체제 아래에서, 즉 헌정이라고 하는 정체성 아래에서 최고권위를 가지는 의결이라는 것이다. 헌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렇게 판단해야 한다. 괜히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여러 다양한 경로로 임명하도록 헌법에 규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헌법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헌법에 대해 판단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강제해 놓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는 대한민국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이념들 가운데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울러야 하는 것이고, 삼권분립 아래에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취지에 맞게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가 자신의 몫을 가지고 구성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헌법재판관의 이념이나 성향을 따져묻는 자체가 헌법재판관의 임명과 관련한 헌법의 정신을 심각하게 오독하는, 아니 부정하고 폄훼하는 반헌법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렇다면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에 있어 대통령의 권위는 바로 이 헌법에 우선하는가?
실제 대통령도 아니다. 대통령이 탄핵되어 잠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대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혹시라도 누군가 헌법을 어기고 헌법을 넘어서서 행동하는 경우를 경계하기 위해서 헌법에 규정해 놓은 헌법에 대해 판단하는 주체로써 정의되어 있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겠다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가 대행하고 있는 대통령부터가 헌법을 무시하고 친위쿠데타를 시도했다가 구속되어 기소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 탄핵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그 정부가 속한 여당은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아예 무시한 채 짓밟으려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대한민국은 헌정국가인가. 입헌주의 국가인가. 대한민국에서 헌법이 가지는 의미란 무엇인가. 대통령이란, 그 대행이란 단지 선출된 전제군주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심지어 그런 놈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최소 3학이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화강점기 상태라고. 원래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았던 놈들이 잠시 민주화의 강점을 벗어나기 위해 한창 독립운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자면 지금 윤석열을 지지하고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최상목을 지지하는 놈들은 단지 민주주의 대한민국에 정복당한 전제주의 대한민국의 피정복백성들인 것이다. 특히 반PC를 주장하는 2찍들의 논리대로라면 마땅히 차별하고 억압해서 다수를 따르도록 강제해야 할 대상들인 셈이다. 그놈들에게 과연 대한민국이란, 민주주의란, 헌법이란 어떤 의미인가. 하긴 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까지 일으킨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을 우상화하는 놈들이 또 그런 놈들일 테니. 그런 놈들이 자유를 주장할 수 있다는 현실의 모순이 우스울 뿐.
괜히 윤석열의 내란시도 이후 6공화국체제가 종말을 맞았다 떠드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헌법을 부정하고, 헌법을 무시하고, 헌법에 반하여 행동함에도 스스로 너무 당당하고 그런 행동들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너무 많다. 지식인이라는 것들까지 그러고 있다. 진보를 자처하던 놈들까지도 거기에 한 몫 끼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정과 민주주의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있었는가. 새삼 확인한다. 대한민국 안에는 두 개의 정체가 존재한다. 그래서 더 강하게 억압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입헌주의 국가이며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반역은 원래 구족을 멸하게 되어 있다. 번국이 3족이다. 거름으로도 못쓸 쓰레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