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중대론에서 알 수 있듯 자칭 진보들은 민주당을 비판해야 한다는 어떤 강박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혹시라도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으면 친민주당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건 절대 자칭 진보로서 용납 못할 일이다. 반면 보수정당에 대해서는 그 정도 강박은 없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비판한다. 그런데 못해도 원래 보수정당은 그런 정당이니까 비판할 거리도 안된다. 그러므로 민주당만 비판하면 된다.
그것은 의식으로도 이어진다. 보수정당은 이 정도만 하면 잘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보수정당이니 그럴 수 있다. 민주당은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이어야 하고 못하는 것은 더 못하는 것으로 비판해야만 한다. 진짜 잘하는 것이면 어차피 잘하는 것이니 칭찬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뭐가 남는가? 민주당은 반드시 비판하지 않으면 안되는 죄와 악의 온상으로, 보수정당은 그래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당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더 나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렇게 비판할 거리가 넘쳐나는데 박근혜는 최순실과 세월호 말고 딱히 비판할 거리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박근혜에게서 최순실과 세월호를 제거하려 저 발악들인 것이다. 왜 자칭 진보가 공무원 피살사건을 물고는 전쟁까지 불사했어야 한다 발벗고 나서겠는가. 공무원 피살사건을 세월호와 결부지으려는 보수진영의 의도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정의연은 박근혜의 위안부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희생양이었고, 조국 전장관과 추미애 장관, 그리고 울산시장선거를 통해서 최순실마저 지우려 시도했었다. 그래서 결론이 나온 것이다. 진중권은 한 발 늦었다. 물론 비슷한 취지의 말은 벌써 작년부터 떠들고 있었다. 이명박근혜가 차라리 문재인보다 낫다. 차라리 문재인 정부를 거꾸러뜨리고 다시 이명박근혜를 불러들이는 게 낫다.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고 정권이 교체된다고 정의당이 새로운 정권의 주인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정의당 자신도 감히 가지지 못한다. 진보진영이 과연 정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 묻는다면 진중권이나 서민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그러면 저들이 저토록 필사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위해, 문재인 정부의 몰락을 위해 민주당 비판을 목적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민주당 2중대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비판하겠다는 것을 당의 정치적 목표로 삼는다. 말이 되는가?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비판하는 거지 그래서 대한민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지 민주당 비판을 당의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그런 예가 전에도 있었다. KBS 파업이 끝나고 당시 지도부에서 그리 선언한 바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서 파업의 정당성을 입증해 보이겠다. 그래서 KBS가 지금 저 모양인 것이다. 댓읽기에 나와서 입바른 소리 잘도 하던 정연욱이 현정부 공격하겠다고 한동훈 감싸고 도느라 자기가 오보를 내고 사과를 하는 쇼를 한 것을 보라. 얘도 KBS 정상화를 위한다며 앞장서던 KBS 내부인 중 하나였었다. 그리고 사과하는 쇼를 한 뒤 KBS 9뉴스는 한동훈을 계속 수사하는 것을 비판하는 보도를 낸 뒤 이후 더이상 검언유착 의혹은 입에도 올리지 않는 중이다. 김경록PB의 인터뷰를 조작하는 것부터 그래야지만 자신들의 정당성이 입증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무너지고 정권 바뀌면 그렇기 때문에 당시도 '인정'이란 표현을 썼던 것이었다. 누구에게 인정받겠다는 것인가? 정의당이 그리 '민주당 2중대'라는 말에 질색하며 민주당 비판을 당의 강령처럼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권 바뀌더라도 오히려 자기들은 더 나을 수 있다. 즉 그동안 정권에 빌붙어 KBS를 망치던 놈들 대신 자기들이 KBS의 주류가 되어 정권의 성공을 돕겠다. 말은 다르다.
아무튼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당당하게 보수정부 아래에서 진보놀음하던 그 시절이 너무 좋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다. 자격있는 보수가 정권을 잡고, 자격있는 진보가 그를 비판한다. 정의당 보기에도 민주당은 어중이떠중이 모임인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자칭 진보 언론까지 나서서 과거 민주화세대를 부정하고 나서게 된 것이었다. 민주화세대까지 부정하면 남은 것은 스펙 뿐인데 그거라면 아무래도 보수정당이 우위가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보수정당으로부터 인정받는 자신들이야 말로 민주당보다 우위가 아니겠는가.
처음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저들에게 진보란 기득권으로부터 인정받는 진보인 것이다. 기득권으로부터 허락받아 떠드는 진보인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안철수에 기대를 걸었던 것인데 문재인이 정권을 잡았으니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그들이 해 온 과정었고 그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절대 민주당 2중대 소리는 듣지 않겠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차라리 문재인보다 낫다. 그 한 마디 하려고 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다.
유시민을 비웃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유시민이 정치인으로 실패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사람을 너무 좋게만 본다. 진보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하지만 유시민 자신도 알지 않은가. 진보라는 이념보다 학벌이라는, 무엇보다 스스로 엘리트라는 자의식이 저들의 정체성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범진보는 없다. 범여권도 없다. 민주당과 자칭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만 있을 뿐이다. 정의당이 그렇듯 투쟁과 타도의 대상일 뿐이다. 처음부터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