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수출을 많이 해서 무역흑자가 늘고 외화가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물가도 따라 오르게 된다. 당연한 것이 외화도 화폐다.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는 거의 금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대부분 나라들이 과거 더 많은 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지금도 더 많은 달러를 벌어들이려 지금도 그토록 발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기업이나 은행에 외화가 쌓이면 그 돈들은 다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그러니까 기업과 은행이 돈을 벌어서 그 돈을 다 어디에 쓰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익이 났으니 주주들에게 배당도 할 테고,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투자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과 은행이 돈을 쓰는 만큼 정부도 더 많은 돈을 시중에 풀어야 할 것이다. 외화를 그대로 국내시장에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시장에 돈이 늘어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당연히 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물가가 오르는 만큼 따라서 노동자의 급여도 오르게 된다. 늘어난 인건비는 곧 원가의 상승과 가격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이상 전처럼 값싸게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팔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지속적인 무역흑자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늘게 되면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가 국제시장에서 절상된다. 같은 원화의 가치가 국제시장에서 더 높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같은 100만원이 국제외환시장에서 천달러도 안하던 것이 어느 순간 천 달러를 훌쩍 넘어가게 된다. 특정 제품의 원가가 원래 국내에서 100만원이었다면 국제시장에서 천 달러 이하로 팔리던 것이 천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팔려야 겨우 이익이 남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들이 거쳐 온 과정들이다. 그렇게 경제가 성장한 만큼 해당 국가의 높아진 위상은 오히려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대부분 선진국들은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해 파는 한 편으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 더 인건비가 싼 생산지를 찾아나서게 되었다.
그래서 문제다. 사람 욕심이라는 게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더 많이 벌고 싶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무역흑자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어도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무역으로 벌어들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 상승을 막고 화폐가치가 오르지 않도록 억누르려 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겠는가. 전성기 일본이 끊임없이 해외로 돈을 뿌려대던 것이나 지금 중국이 일대일로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게 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쌓여만 가는 이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돈을 써야만 한다. 그러니까 국내시장과는 상관없는 해외에다 자꾸 돈을 뿌려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국내시장에 돈이 도는 것을 억제하고 외화의 잔고를 소진한다. 그런 한 편으로 그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기반을 만든다.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정작 중국 내부를 보면 내수의 규모가 생각만큼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 그 거대한 중국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경쟁하고 있는 중국기업들마저 벌써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더구나 그렇게 중국기업들로 하여금 중국 내부에서 물가상승을 억제하며 다른 외국의 제품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급하던 보조금이 이제는 정부를 압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덕분에 아예 중국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철수하는 외국기업들 만큼이나 중국기업들마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여전히 중국정부의 돈으로 철저히 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된 덕분에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중국 내부에서의 생산은? 생산을 통해 이루어지게 될 고용은? 고용없이 소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또 의미없는 건설투자에 내몰리는 것이다. 물가상승을 억제한다고 시장이 아예 죽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 의미없이 건설과 설비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그 돈을 써야 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는 강력한 재정적 압박이 가해진다. 바로 그 지점을 트럼프가 노린 것이다. 오바마가 망설이느라 미국의 공격이 늦어진 것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거의 공세종말점에 가깝다. 여기서 돈줄만 조금 조여줘도 중국에는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의 압력은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에 중대한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중국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어째서 그토록 잘나가던 일본이 지금처럼 끝없이 추락하게 되었는가. 거의 제로성장이다.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까지 기록한 적이 있었다. 여전히 일본의 제조업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기술적 우위를 무기로 상당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내수가 성장하지 않는다. 즉 수출을 통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활력을 잃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2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었다. 아베 정권이 출범하기 전보다 오히려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줄어들고 있다. 아예 이제는 저축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3, 40대가 2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경기를 살리겠다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는데 정작 그 돈이 노동자들에게까지 돌아가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인건비를 억제하겠다고 임금상승을 막은 결과가 내수의 침체로 이어지고, 더구나 여기에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돈까지 찍어낸 결과 물가만 올랐다. 그 물가마저 더이상 노동자의 소득이 오르지 않으니 다시 내려가고 있다. 과연 수출이라도 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고서 일본의 내수시장만 바라고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이 있을까.
즉 1억에 이르는 4만 달러에 가까운 고소득을 누리는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는 이점은 이미 일본경제에 있어 옛이야기가 되고 만 것이다. 어차피 저 4만 달러라는 것도 개인의 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경제가 생산한 가치의 총량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으며 소비도 늘지 않고 내수를 상대로 하는 기업들 역시 그로 인해 더 낮은 가격이 제품을 공급하려 노동자의 임금을 더 낮추지 않으면 안된다. 악순환이다. 오히려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희망조차 없이 천천히 서로의 목을 조이며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무리 돈을 써도 안된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로 돈을 찍어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은 그냥 답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정부에서 시장이 돌아가는대로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까지 따라 오르는 상황을 방치했다면 지금처럼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었을까는 회의적이다. 무역으로 이익을 얻는 만큼 노동자의 소득도 오르고 내수가 커졌다면 반대급부로 국제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가격경쟁력은 일찌감치 잃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위적으로 억누른 결과 불안요인이 더 커지고 말았다. 그마저도 이제 거의 한계에 이르러 더이상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 중국내 생산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다른 더 싼 곳을 찾아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이 전처럼 이루어지지 못할 때 소비마저 정체된 중국시장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경쟁하며 이익을 얻을 것인가. 그런 기업들을 지원해주던 중국정부의 재정적인 압박 역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남의 이야기인가. 사실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래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내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성장해 왔을 터였다. 그래도 당장 아무거라도 만들면 팔 수 있는 시장이 있었기에 아무렇게라도 새롭게 기업을 세우고 도전하며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 경제에는 그나마 수출이라도 할 수 있는 대기업들만 남게 되었다. 국내시장에서 성공하여 세계시장으로 뛰어드는 정석적인 이야기는 매우 드물게 들려올 뿐이었다. 규제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만큼 오르는 물가에 비례해 노동자의 소득은 따라 오르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아파트 사려고만 가계부채가 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가 부족해서 늘어난 비중이 상당하다.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일단 내수부터 살려야 한다. 당장 수출을 못하더라도 그래도 작지 않은 시장인 국내에서 경쟁은 해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출이라도 할 수 있는 대기업만 남은 상황이 우리에게도 반복될 것이다. 아니 벌써 그러고 있다. 대기업을 위해서 심지어 골목 구멍가게들마저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참 맞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상당히 부당하기는 하다. 최저임금으로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더 높은 임금과 처우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요구는 공권력을 이용해서 탄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도 올라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따라서 소비도 늘어나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경제다. 일본과 중국을 통해 배운다. 우리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벌써부터 한계를 맞이한 그들의 경제를 통해서. 여전히 중국의 성장률은 높지만 그들의 경제수준에 비해 결코 높다고만 할 수 없다. 끊임없이 더 높은 성장을 보여야만 유지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뀐 지 오래다.
노동자의 임금만 낮추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노동자의 임금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경제도 성장하고 경기도 살아나고 모두가 잘 살게 되는가. 당장 단골인 내 월급을 줄여야 자기가 살겠다는 식당주인도 있었다. 수출만이 경제인가. 생산만이 경제인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실이다. 아직 한국사회는 신화 속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