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당선자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6%로 올리겠다고 하니 2번남들 신났다. 개혁이란다. 뒷세대들에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옳은 방향의 정책이란다. 확실히 이 새끼들 사회생활 제대로 해 본 적 없다. 대부분 방바닥 백수겠지?

 

아마 지금 최저임금 받으며 법정 근로시간동안 일하면 주 40시간 기준으로 한 달에 190만원 조금 넘게 받을 것이다. 191만 얼마였던가? 지금의 보험료율 9%를 적용하면 172천 얼마가 나온다. 사용자와 반씩 나누어 내니 내가 내야 하는 돈은 81천 원 정도. 그런데 16%로 보험료율이 올라가면 당장 내야 하는 보험료가 306천 얼마인데 사용자와 반씩 나누면 153천 얼마가 된다. 씨발 72천원이 내 월급에서 원천징수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건드리기도 전에 국민연금만으로 이미 내 실수령액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더구나 이마저도 계속해서 사용자와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계산이다. 아마 재작년 썼었을 것이다. 어째서 빌딩과 아파트 등에서 경비원을 구하면서 60세라는 나이제한을 두는가. 60세 이하가 아니라 60세 이상만 고용하는 것이다. 4대 보험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60세까지 내야 하는 국민연금 때문이다. 월급 200만원 기준으로 9%의 보험료율로도 18만원의 보험료 가운데 사용자가 9만원을 납입해야 하는데 이게 싫은 것이다. 그래서 한 푼이라도 나가는 돈을 아끼려 아예 국민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60세 이상만을 고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험료율이 16%로 오르면 월급 200만원을 기준으로 사용자 또한 32만원의 보험료 가운데 16만원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사람당 한 달에 7만원 이상 오르게 되는 것이다. 나라경제를 위해서 최저임금도 낮춰야 한다는 이들이 과연 이런 상황을 두고보고 있을 것인가?

 

그냥 놔둬도 어차피 200만원 월급이면 실제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4대보험 모두 합해서 30만원 이상 더 나갈 테니 그만큼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최저임금을 낮추면 되지 않는가? 최저임금 낮춰서 국민연금 인상분을 대체하려면 결국 노동자가 혼자서 그 인상분을 모두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월급을 7만원 낮추면 노동자 부담금 인상분 7만원을 더해서 14만원의 수입감소가 생겨나는 것이다. 참 좋겠다. 진짜 애국자들이다. 14만원이나 적게 받는데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감수하겠단다.

 

그나마 월급 200만원이면 이런 정도로 끝난다. 300만원이면 보험료 총액이 48만원에 본인 부담금 상승분은 10만 5천원, 최저임금 인하 등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려 할 때 21만원의 부담을 모두 혼자 떠안아야 한다. 야, 이런 씨발이 다 있나? 그래도 좋다는 그 정신머리가 그래서 신기할 정도다. 진짜 궁금해서 실험해 보고 싶다. 군복무기간을 24개월로 늘리고 여가부 해체하면 2번남들은 윤석열을 지지할까? 비토할까?

 

아무튼 이 뉴스 때문에 내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다. 당장 나만도 더 내야 하는 보험금이 10만원이 넘는데 여기에 사용자 부담액 인상분까지 떠안으면 진짜 망하란 소리다. 개새끼들. 저런 버러지 새끼들 때문에. 쌍욕만 나온다.

기억을 돌이켜보자. 2004년 총선에서 깨졌을 때, 2017년 대선에서 박살났을 때, 2018년 지방선거에서 초토화됐을 때, 2020년 총선에서 멸망 직전까지 갔을 때 당시 보수정당의 태도가 어떠했었는가? 2004년 탄핵역풍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상황에서도 오히려 한나라당은 뻔뻔했었다. 2020년 100석 남짓으로 쪼그라든 상태에서도 국민의힘은 더욱 오만할 정도로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주류인 것이다.

 

선거에 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그냥 한 번 졌을 뿐이다. 대통령 한 번 내주고, 의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내주었을 뿐이고, 그래도 여전히 자신들이 이 나라 이 사회의 주류인 것이다. 그런 자신감이 그들에 대한 주위의 두려움과 경계와 동조를 부른다. 이 정도 된다면 여전히 지지하며 기대해 봐도 좋지 않겠는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괜히 함부로 건드렸다가 뒤탈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런 결과 정의당과 한겨레, 홍세화, 강준만, 김규항 등 다수 자칭 진보들마저 그들에 포섭되기에 이르렀다. 그저 만만한 민주당 까면서 진보인 연 하는 것이 자기 만수무강에도 좋은 것일 테니.

 

솔직히 예상외였다. 지금쯤 민주당 아주 박살났는 줄 알았다. 이낙연계가 아주 당을 뒤집어 엎고, 그래서 죽이네 살리네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 여겼었다. 그동안 그래 왔으니까. 그동안 한 번도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으니까. 선거에만 졌다 하면 아예 당이 망하기라도 하는 양 지레 주눅들고 겁먹어서는 오만 발광을 다한다. 그게 또 민주당이 얕잡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대선에서 졌는데 동요하는 모습은 거의 없고 대장동 특검을 통해 아예 대놓고 당선자와 힘겨루기부터 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아슬아슬하게 졌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불리한 선거였었다. 무려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의 피로감에, 더구나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그리고 행정부는 그들을 위한 어떠한 적극적인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미크론은 무서울 정도로 확산되어 가고 있고, 그런데 당장 자영업자들부터 더이상 버티는데 한계에 이르렀다. 시민들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언론이 적으로 돌아섰고, 청와대마저 도와주지 않는데 오로지 이재명 자신의 개인기와 시민의 단합으로 이 정도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그런데도 졌다고 지레 주저앉아 버리면 그렇게 보인 지지자들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아직 민주당에는 172석이라는 의석이 있다는 사실을, 국회에서 얼마든지 윤석열을 발목잡고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아무리 공약대로 미친 짓을 하려 해도 민주당이 그 앞을 막아설 수 있다. 선거 막바지에 터진 윤석열 자신의 치부에 더해, 그를 국회의 힘으로 수사한다고 하는 사실의 확인을 통해 민주당의 존재를 더욱 대한민국 사회에 각인시켜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이 미덥지 못하면 민주당을 믿어보라. 그 결과가 선거에서 졌는데 오히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인 것이다.

 

이명박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은 압도적으로 당선되었고, 국회에서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당했다지만 완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아예 와해되다시피 했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선 이후 절대적이라 할 정도로 높은데 과연 어떤 미친 인간이 그런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제대로 수사할 의지를 보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이번에는 표차이가 고작 20만 표 내외에, 정작 당선되고 나서도 민주당은 여전히 172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과 함께 4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어떻게 액션을 보이느냐에 따라 특검으로 임명된 인사의 수사에 대한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히려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로서 인수위부터 주도권을 가지고 정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의회에서의 힘을 앞세워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같은 기싸움의 결과 민주당이 의도대로 이후 상황이 흘러간다면 이재명이라는 민주당의 소중한 구심점을 지켜낼 여건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검이란 그를 위한 수단이자 결과일 뿐 목적도 동기도 원인도 아닌 것이다.

 

누가 중심에 있는 것인지 그래서 조금 놀라고 있는 중이다. 비대위도 별 말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더만. 아마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이제까지 다른 상대당 대통령 당선자들과 달리 윤석열은 진짜 위험한 인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발 우호의석 더 끌어들여서 검수완박 하자. 사실 그거 하나면 윤석열은 국민의힘 안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검찰이 수사권을 잃으면 윤석열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같다. 거기까지 계산할 인간이...

 

특검으로는 민주당 진영 내에서 좀 또라이 같은, 제 몸에 똥이든 구정물이든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인사로 선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이상 착한 짓은 사양이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실망한 - 정확히 문재인 대통령을 잘못 파악한 나 자신에 대해 실망한 부분일 것이다. 사람이 착하기만 해서는 악과 싸울 수 없다. 저들이 명백한 악이라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민주당 안에... 음... 유시민이 이런 때 아쉽다. 내가 들어가 볼까?

아주 오래전 2천년대 초반 내가 게임업계에 있을 때다. 당시 게임회사에서는 어설픈 경력자보다 차라리 해당 전공을 가진 신입직원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저작 업계에서 실무에 종사하고 있던 이들은 그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는데 매우 불리했기 때문이었다. 직장인의 재교육과 그를 위한 여가시간의 확충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아마 전에도 주 52시간과 관련해서 몇 번 썼었을 것이다.

 

유시민이 말한 맥락과도 통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정보 속에서 과거 세대들이 습득한 경험이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겪고 느끼며 배우는 이들에게 그저 과거의 기억들만을 반추하는 기성세대의 경험이란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그래서 김태원의 기타실력이 이제와서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당시는 거의 독학이라 그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데서나 배워도 그런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시작할 수 있다. 90년대 어느 pd가 했던 말이다. 과거에는 무용수든 뭐든 자기들이 무대를 꾸며야 볼 만했었는데 이제는 알아서 자기들끼리 세워만 놔도 볼만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김창완도 말했었다. 요즘 애들 뭐 이리 잘하는가고.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기존의 것보다 더 나은 더 새로운 가치들을 앞세울 수 있어야 한다. 자본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나만 해도 앞으로 10년 더 일하면 그냥 정년퇴직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그 이상도 일할 수 있을 테지만 과연 내 건강이 그때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비하면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30년 이상도 더 일할 수 있다. 10년 동안 축적할 노동소득과 30년 동안 축적할 노동소득을 비교해 보라. 더구나 그 노동소득 자체가 일정 이상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도 오른다. 당연하다. 화폐의 절대량이 늘어난다. 노동의 가치도 그만큼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그럴 경우 과거에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며 살아야 할 노인들이다. 20년 전 1억이면 큰 돈이었는데 과연 지금도 그러한가 하는 것이다. 30년 전이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그런데 물가가 그 이상 올라 버리면 애써 겨우 모아 놓은 재산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짜장면 2만 그릇 먹을 돈으로 이제는 겨우 만 그릇 밖에 먹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청년세대를 위해 나은 선택은 무엇인가?

 

내가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임금을 이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 주장하던 20대 남성들 - 이른바 2번남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던 이유였다. 당장 옆나라 일본이 그렇다. 90년대 일본에서 대졸 초봉으로 2백만원 받는다 했을 때 듣고 있던 주위의 모두가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엔화로 20만 멘 정도 받는 것이 고작이라 한다. 경제가 성장하니 물가도 올라야 하는데,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구매력이 따라주지 않아 상품의 가격을 올릴 수 없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블랙기업이란 것이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려니 노동자를 쥐어짜야 한다. 누구이겠는가? 가격을 억제해서 이익을 보는 것은 연금과 자산소득으로 사는 노인들일 것이고, 그를 위해 임금과 노동을 착취당하는 것은 젊은 노동자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더 낮은 임금만 받으며 취직만 할 수 있으면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자신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의심하는 것이다. 어째서 언론은 느닷없이 가상화폐를 띄우고 있었던 것일까? 굳이 일할 필요 없다. 어렵게 취직해서 월급 받으며 일할 당위가 사라진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된다. 가상화폐 사서 오르기만 기다리면 된다. 부동산 역시 다르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값이 오르는데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하나 사 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일 년에도 몇 억 씩 오른다면 차라리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해서 버는 노동소득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곽상도에게 분노하지 않은 이유이고 오히려 김건희를 추종한 이유다. 주가를 조장했어도 잘만 올라탈 수 있으면 자신도 일확천금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구도 노동의 가치에 대해, 즉 임금소득에 대해 전혀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의당도 한겨레도 최저임금과 근로시간과 관련한, 그 밖에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윤석열의 공약에 단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노동자에게 기대할 것은 노동소득이 아닌 그같은 투기소득이다. 회사에도 있다. 매일같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만 살피며 최저임금따위 우습다고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최근 일본의 라이트노벨을 보면서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냥 어지간하면 거의가 블랙기업이다. 블랙기업에서 죽어라 고생하다가 도피처로 이세계를 찾는 내용들인 것이다.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시간을 노동자를 쥐어짬으로써 원가를 아낀다. 그렇게 아낀 원가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를 위한 값싼 상품을 제공한다. 그래서 물가를 올릴 수 없고 그래서 임금도 올릴 수 없다. 차라리 기존의 숙련된 노동력이 정년을 맞아 물러난 자리에는 그래서 더 열악한 조건의 청년들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한국의 자랑스런 공정과 정의를 사랑하는 20대 남성들은 여가부만 폐지하면 월 150만원 받으며 주 120시간도 아무렇지 않게 일하겠지만. 그러고 짤려도 자기가 경쟁력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어째서 디플레이션 사회가 위험한가. 무엇보다 디플레이션 사회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떤 계층을 위한 것인가. 하지만 젊은 세대 스스로 인플레이션을 거부했다. 물가의 상승을 거부하려 임금의 상승을 부정했다. 그저 고만고만하게 받으며 아무렇게나 일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일단 여성들부터 내쫓고. 외국인들부터 몰아내고. 그래서 과연 젊은 그들은 늙은 꼰대들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여유롭다. 그게 증거다. 일본이 경고가 되어준다. 저놈들만 모른다.

이준석이 옳았다. 여성표는 모아봐야 선거에 이길 정도가 되지 못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그래서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는, 즉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의 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최저임금이니 근로시간이니, 혹은 성별할당제니 하는 자신들에게 직접 피부로 다가올 정책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가운데 우선순위는 있어도 결국은 자신을 위해 무엇이 이익이 되는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아니다. 특히 윤석열에게 표를 몰아준 가정주부들이야 남편 월급이 적으면 남편 능력이나 탓하지 최저임금이네 근로시간이네 따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취직도 않을 것인데 성별할당제 역시 그들과 상관없는 이야기다.

 

어쩌면 2030남성들의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구조화될 수 있겠다 여기는 이유다. 여성표는 결집하지 않는다. 결집하더라도 자신들을 위협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여성을 차별하며 그로써 남성들이 느끼는 불만을 해소할 통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이 아예 사회활동을 포기하면 그만큼 구직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으니 실업률도 줄어들게 된다. 여성을 차별하고 처지를 더 열악하게 만드는 것이 선거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마치 에도시대 부라쿠민을 만들어 수탈당하던 농민의 불만을 돌리던 것처럼 여성과 외국인, 성소수자들을 희생양삼아 그들에게 더 열악한 현실을 잊게 하지 않겠는가.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건 지금 보이는 모습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여성운동가들이 가만 있겠는가? 가만 있지 않는가? 여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던 정의당, 한겨레, 그밖에 기타등등 단체나 개인들 중에서 이준석의 명백한 여성혐오성 분열주의 정치에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이가 누가 있던가? 몇 명이나 있기는 하던가? 자기 자리만 챙겨주면 그깟 노동자 무산자 여성들따위 어떻게 되는 상관없는 게 이른바 엘리트 여성주의자들이란 것이다. 바로 여성들이 국민의힘의 혐오정치를 방관한 결과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래서 유능한 활동가가 필요한 것이다. 영민한 이론가가 필요하다. 어떻게 지금 상황을 타개해 나갈 것인가. 남인순이니 진선미니 하는 것들이야 어차피 지금 여성주의 앞세워 국민의힘 가고 싶어 안달일 것들일 테고. 민주당에게도 숙제다. 여성을 버려야 하는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가? 새삼 확인했다. 여성의 표심을 잡으려 해봐야 선거에서는 이기지 못한다.

 

지금의 구도가 정착되는 것을 과연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자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민주당이 다수의석으로 국민의힘을 압도하며 입법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놓아야 한다. 역시나 다시 나오는 이낙연 씹새끼. 이낙연이 당대표로 있을 때 한 일보다 송영길이 한 일이 몇 배 많다. 썩을 개새끼. 역시 난 민주당이 싫다.

 

여성의 한계를 보여주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의 편에 서는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여성의 전부인가. 과연 그런 고민이라도 할 것인가.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다.

몇 년 전 방영한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에서 어린 이방원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은 악조차 보듬는 것이고 적은 그 악을 응징하는 것이다. 요 며칠 곰곰히 생각했다. 나의 문재인 지지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는가.

 

착한 사람이 있다. 너무나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살인범도 죽이지 못한다. 폭행범 강간범도 내쫓지 못한다. 도둑놈 사기꾼도 그대로 모두 벌주지 않고 예전처럼 그대로 살게 한다. 그러면 그는 착한 사람일까? 개인은 착한 사람일지 모르겠다. 그들로부터 비난을 듣지 않을 테니. 욕도 안 먹고 어쩌면 칭찬도 들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의 행동은 그가 속한 사회를 악에 노출시킬 뿐이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확실히 깨달았다. 악을 미워하지 않고 악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려 하지 않는 선함은 결국 악에게 먹힐 뿐이란 사실을. 협치라고? 탕평이라고? 그래서 민주적 절차를 지키겠답시고 명백한 악들을 방치한 결과가 무엇이던가?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 악을 배제하기 위해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었는가? 돌이켜보면 없었다.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무언가 과감하게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좋게좋게, 그러니까 이전 정부에서 권력과 결탁해서 이 사회를 좀먹던 이들이 여전히 힘을 가진 채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다시 이전으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검찰개혁 하겠다던 인간이 대놓고 검찰개혁 부정하는 후보가 나왔는데 청와대에서 손놓고, 당연히 해야 할 방역과 피해자 구제조차 남 일 구경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악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악을 두려워하고, 악에게 욕을 들을까 두려워하는 놈들은 결국 그 악을 지키는 울타리나 되어 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임명한 인사들이라는 게 대부분 그러했다. 하긴 대통령부터 그런 스타일이다. 대통령이 선택한 인사라고 달라질 리 없다. 그 결과가 이번 선거인 것이고.

 

생각이 있다면 민주당은 남아있는 압도적인 의회권력으로라도 그러한 구도를 끊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윤석열을 지지한 똥파리 새끼들이겠지.

 

아마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낙연이 아닌 이재명을 선택했던 것일 게다. 신사로는 안된다. 정중하고 예의바른 선한 사람으로는 이제는 안되겠다. 앞으로 지지자들이 유념해야 할 바다. 김경수도 결국 문재인과다. 누가 있을까? 차라리 김용민을 밀어볼까? 그의 행보에 흥미가 생기고 있다.

 

결국은 검수완박인데... 똥파리 새끼들이야 윤석열 똥이나 파먹는 새끼들이니 그놈들 설치면 또 꼬라지 재미있겠다. 내 멘탈은 소중하다. 씨발. 욕 없이 글이 써지지 않는다.

문득 기억이 났다. 아주 오래전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그를 대단히 멸시하며 부르던 지인이 있었다. 대충 짐작했을 테지만 유학까지 했었다던 자칭 진보였다. 나에게 한겨레 편집부에서 노무현 죽었을 때 환호성이 들리더라는 말을 해 준 것도 그 사람이었다. 아무리 대통령에 상고가 가당키나 한가. 그래도 들어서 알만한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이들에게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2007년 당시 그래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정권을 되찾겠다. 그래서 저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돌려주겠다. 당시 보수의 결심이었다고 한다. 비슷하지 않은가. 서로에게 용납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춘 이가 출마해서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래서 노무현 당시 자칭 진보까지 나서서 노무현을 죽이려 그리 이를 악물었던 것이었다. 그 이유야 오래전 썼던 바 있을 테고. 자기들처럼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서 운동한 것도 아니고, 80년대 대학생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니 늬들따위 인정 못하겠다. 나아가 이제 와서는 운동권은 인정 못하겠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역시 그래도 용납 안되는 놈들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지킨다면서 민주당 당원으로 윤석열을 지지한 놈들이 그 하나고, 노동자를 위한다면서 명백히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공약에도 비판 한 마디 없던 자칭 진보가 그 하나다. 이 새끼들 선거에서 졌다고 또 나서서 승자인 양 점령군인 양 혹은 대단히 민주당을 걱정했었던 양 떠드는 것을 가만 참고 보고 있기 힘들다. 또 얼마나 영양가없는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을까. 윤석열이 뭐 한다는 소식도 듣기 싫은데 그 새끼들 개소리 지껄이는 것 듣고 있기가 더 힘들다. 아, 하나 더 있구나. 입만 열면 정의니 공정이니 떠들다가 윤석열의 명백한 범죄들에는 입닫고 있던 2번남 새끼들. 하긴 그놈들 레파토리가 있다. 자칭 진보 떠드는 소리와 똑같다. 국민의힘은 정의로운 척 도덕적인 척 하지 않았으니 그래도 상관없다. 병신들인가?

 

하여튼 골때리는 새끼들이다. 똥파리나 자칭 진보나 선거에서는 윤석열을 지지하고는 정작 결과에 대해서는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꼬라지가 가관이 아닐 터다. 늬들이 투표해서 이긴 거고, 그러므로 윤석열이 뭔 짓을 하든 그 모든 책임은 늬들에게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이 새끼들 또 노동권 어쩌고 하면서 파업만 해 봐라. 장애인 단체나 성소수자 단체도 이제 관심 밖이다. 개인은 몰라도 그들 단체들은 절대 용서 못한다. 아직은 여기까지. 화가 가시지 않는다.

아마 다들 기억하고 있을 테지만 몇 년 전부터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면 사용자 대표는 한결같이 최저임금의 삭감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정부측 대표가 그나마 중재해서 그동안 사용자측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었다. 민주노총이야 항상 마음에 안든다고 박차고 나가기 일쑤였고.

 

올 여름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렸을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민주노총이야 늘 하던대로 자기들 주장 안 받아들여지면 바로 뛰쳐나올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기에 따라서 민주노총도 없는데 굳이 강하게 반대하며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대표는 최저임금의 삭감을 주장하고, 그런데 정부측 대표가 이에 동의한다. 어떻게 될까?

 

최저임금이 그렇게 쉽게 삭감될 수 있겠는가? 너무 간단하다. 그리고 아마도 분명 민주노총은 그것을 가지고 총파업이네 뭐네 지랄하고 나서겠지. 원래 걔들 수단이니까. 정의당도 나서서 비판할 것이다. 어떻게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가. 당연히 대선기간 내내 윤석열의 그 공약에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은 묻을 것이다.

 

52시간 근로제는 사실 입법사항도 아니었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지나지 않는다. 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인데 추가근로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국회가 아닌 정부를 상대로 시비를 걸었던 것이었다. 민주당이 아닌 - 하긴 그러니까 과반도 아닌 민주당 정부에서 52시간 근로제는 정착될 수 있었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고 장관이 그를 공식화하면 주 52시간 근로제는 주 120시간 근로제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고란한 건 정규직 해고문제인데...

 

이 역시 그동안 고용노동부에서 정규직 해고에 대해 사용자 편에서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해 온 모습에서 이후의 방향도 유추할 수 있다. 그냥 고용노동부에서 입닦고 손씻고 눈만 돌리면 어차피 법원도 검찰과 한 편인데 노동자가 하소연할 곳따위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언론이 잘한다고 난리를 칠 텐데 언론만 믿는 유권자들이야 자기 월급 깎이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도 늦어지고 하루아침에 목이 날아가도 국가를 위해서 알아서 잘 희생해 줄 것이고.

 

그게 바로 대통령이란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는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설마 그렇게 쉽게 월급을 깎고 일하는 시간을 늘리겠는가? 월급 올리고 일하는 시간 줄였다고 언론을 따라 욕하던 게 바로 당신들이다. 특히 정의당과 한겨레 같은 자칭 진보들. 이 새끼들 설치는 꼴 보기 싫어서도 뉴스는 이제 더이상 안 본다. 주 40시간이 아니니 주 52시간에 반대하고,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니 최저임금 인상에도 반대하고, 완전한 정규직이 아니기에 무기직전환도 반대한다. 탈원전도 반대하고, 김학의수사도 반대하고, 그런데 자칭 진보라.

 

다시 말하지만 어차피 같이 월급 줄어들면 나는 아쉬울 것이 없다. 임금이 낮아지면 물가도 낮아진다. 물가가 낮아지면 기대소득이 낮은 사람들에 더 유리하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소득도 늘어날 사람들에게는 물가인상은 당연하게 치러야 할 대가에 지나지 않는다. 물가인상분보다 소득인상분이 높으면 되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해당사항 자체가 없고, 정규직 해고? 괜히 게기다 찍히는 멍청한 짓만 않으면 어지간해서 당할 일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내 일이 아니므로 지켜본다. 내가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막걸리 사러 나가서 한 번 씩 얼굴 보는 게 전부인 알바따위 얼마 받고 몇 시간 일하고 그래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상관할 게 무언가. 길가에서 마주치는 노친네들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면 이렇게 편하다. 차라리 국민의힘을 지지했어야 했는데. 항상 후회하는 부분이다. 

그러고보면 민주당의 170석 의석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뭔가 하는 것 같지 않은데 너무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견제심리로, 또 어떤 이들은 이 정도 거대한 야당이 국회에서 버티고 있으니 대통령이라고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하는 낙관으로 너무 쉽게 선택하게 되었을 것이다. 윤석열은 아니라 여기는 사람들조차 그래도 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아니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인 민주당에 또 대통령까지 맡기는 건 미덥지 못하다.

 

그래서 순간 떠올렸다. 아직 남아있는 민주당의 한 수를. 안철수처럼 윤석열에게 굽히고 타협할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에는 윤석열이 장악한 검찰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요긴한 한 가지 수단이 남아 있다. 바로 검수완박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당했는데 과연 윤석열의 명령을 받는다고 검찰이란 조직이 그것도 170석 여당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뭐가 있겠는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구조 속에서는 이전과 같은 일관된 공작을 펼치기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거기에 법원이라는 관문까지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그럴만한 의지와 사고와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보나마나 지금쯤 이낙연을 따르는 찌그레기들이 비대위니 뭐니 하며 당권 장악하려 지랄하고 있을 것이다. 그 꼬라지 보기 싫어서도 더욱 요즘 뉴스를 보지 않고 있다. 생각이라는 게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아니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여 윤석열의 힘을 꺾어 놓아야 할 테지만 그럴 주제들이라면 벌써 오래전에 검수완박은 완료되었다. 그나마 기대할 부분이라면 정치인으로서의 생존본능이 이번만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일까.

 

아직 국회에서 민주당은 절대다수당이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의석까지 포함하면 검수완박까지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터다. 윤석열이 검찰을 배경으로 두는 한 그들에게 자기정치의 기회란 영영 오지 않는 것이다. 자기정치란 모든 이들의 목표다. 권력의지란 결국 자신의 의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력이라 하는 것일 텐데. 검수완박의 법안은 다 완성되었고 발의하고 통과만 시키면 되는 정도라 들ㄹ었다.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 마지노선이다. 이게 되면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고, 그나마 이조차 무산된다면 민주당 내부에 반대편 인사를 검찰의 손을 빌어 치려는 사쿠라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놈들은 검찰에 약점을 잡힌 채 영영 끌려다니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검찰공화국의 완성인가 저지인가는 바로 윤석열이 본격적으로 검찰이라는 수단을 동원하기까지 검수완박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린 것이다. 되면 나도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그것으로 끝이다. 과연 가능할까? 다행히 나는 윤석열이든 그 부인이든 대놓고 욕한 적은 없는 터라. 아무튼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부디.

경덕제는 사실 육겸을 그리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살리고 싶어했었다. 청렴하고 유능한, 오로지 황제와 사직만 생각하는 충신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다시 황제로 올려준 공신들을 위해서라도 경덕제는 그를 죄인으로 만들어 참혹하게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공신들이 바라는 바였고 그들을 위한 포상이기도 했으므로.

 

그게 바로 승자의 공식인 것이다. 패자의 것들로 전리품을 나누고, 자신들이 공을 세우고 상을 받는 만큼 죄를 짓고 벌을 받는 이들을 반대편에 세워 두어야 한다. 역사상 많은 정변들이 참혹한 살육극으로 끝나고 마는 이유였다. 그래서 수양대군은 동생인 안평대군의 어린 딸마저 공신에게 노비로 내주었고, 인조도 늙은 정인홍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몇 번이나 당명을 바꾸는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악마화를 떠올려보라.

 

국민의힘만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들추어 악마화하는데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하필 그 진보와 보수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앞장서서 혁혁한 공까지 세우고 있었다. 탄핵을 입에 담았던 심상정에게 퇴임 이후 문재인을 향해 가져야 할 바람이나 목표란 무엇이 있을 것인가? 나경원은? 일등공신인 장제원은? 무엇보다 최측근인 한동훈이라면?

 

문재인을 죽여야 그동안 자신들이 해 온 작업들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 정당성까지 증명되고 마는 것이다. 온갖 모욕속에 참혹하게 죽어가도록 만들어야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들이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과연 윤석열은 문재인을 계속 살려둘 수 있을 것인가. 심지어 이명박도 처음부터 노무현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상황을 가속시킨 주변의 상황들이 당시의 비극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무튼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선택일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좋다. 악을 증오하지 못하는 선함은 악에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다. 선이 악을 응징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에게 잡아먹혀 그 힘만 키워주고 만다. 악을 미워하는 것이야 말로 정의다. 그래도 이번에는 깨닫지 않았을까? 민주당에 진짜 필요한 것은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는 유능한 수완가라는 것을? 그저 선하고 점잖은 신사가 아니라 말이다.

 

왜 하필 민주당에만? 그래서 대통령까지 된 이가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이었다. 이낙연이 후보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더 끔찍하다. 이재명은 어차피 정치보복으로 정치가 아닌 물리적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니. 민주당에 그럴만한 인재가 남아있긴 할까? 아니 민주당이 남아 있긴 할 것인가?

 

더욱 내가 더이상 글쓰기를 않으려는 이유인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이제라도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놓지 않는 이상 민주당에 미래는 없다. 그리고 내가 꿈꾸던 미래도 영원히 멀어지는 것이다. 그 과정들을 굳이 지켜보고 싶지 않다. 싸울 기력도 용기도 잃어버렸다.  그런데 상관없는 누가 죽든 살든 또 무슨 상관일 것인가. 허무하다는 이유다.

아마 대부분 2번남들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이었다. 한 가장이 밥줄이 끊기고 가정까지 풍비박산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그때는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단지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 몇 줄 적었다는 이유로.

 

2번남 가운데 그나마 판단이 서는 놈들은 그리 말하고는 한다. 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자기들이 일어나서 내쫓으면 되는 것이다. 저에도 말했지만 2007년에도 그런 헛된 망상을 떠들어대던 얼간이들이 있었다. 국민이 반대하는데 이명박이 감히 대운하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바로 보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의 선제타격과 사드배치 공약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지지자들과 그를 지켜만 보는 경찰들을?

 

2016년 겨울 수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박원순이 광장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모여서 시위를 할 수 있도록 철저히 배려하고 심지어 지켜주기까지 했었다. 그런 박원순을 저들은 어찌 대우했던가? 그러면 지금 오세훈은 그들을 위해 광장을 열고 그들의 의지를 지켜주려 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그런 억압과 강제를 뚫고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그들에게는 있을 것인가.

 

알기 때문에 안하겠다는 것이다. 오래전에는 그다지 지킬 것도 없었고 따라서 아쉬울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일자리를 지켜야 하고,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고양이의 곁도 지켜주어야 한다. 어째서 내가 다쳐야 한단 말인가? 내가 고통받고 불이익당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실 나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지만 있고, 아파트도 내 명의에, 아직 혼자라 부양가족도 없다. 최저임금이 줄면 어차피 모두의 임금이 낮아지는 것이고, 52시간 근로제가 폐지되어도 어차피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은 예외업종에 속한다. 정규직 해고 자유로워지면 한 번 잘라보라 말해보고 싶다. 지금도 일하겠다는 사람 없어서 매일 사람 구하고 난리인데.

 

무엇보다 전에도 말했듯 그래봐야 앞으로 10년이란 것이다. 그 뒤로는 어차피 일하라 해도 안하고 그저 벌어놓은 돈 까먹으며 연금 나올 날만 기다리며 살 것이다. 연금 나오면 그때부터는 어찌어찌 아끼며 살아가게 되겠지. 차라리 더 좋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처럼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 벌어놓은 자산으로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지금부터라도 돈을 모아야 하지만 노인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에 훨씬 나은 상황이 된다. 최저임금 올려서 나라 망한다고 난리치던 것들도 결국은 20대 남성들이 아니었던가.

 

노동자를 위해서 윤석열의 선거운동을 하던 정의당의 모습도 보았다. 자칭 진보들의 민낯도 보았다. 그래서 윤석열이 약속한대로 반노동정책을 펼치면 그때는 어찌하려는 것일까? 하긴 상관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우는 투사의 모습으로써 대중들에 자신의 존재를 더욱 크게 각인시킬 수 있을 테니. 민주노총이 민주정부에 더 적대적인 이유인 것이다. 보수정부와 싸울 때는 정의의 투사가 되지만 민주정부와 싸울 때는 그냥 이익집단이 되고 만다. 탄압당하고 그래서 감옥에 가고 죽어나갈수록 잔신들의 가치는 높아진다.

 

과연 그런 투쟁에 내가 끼어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내가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부터 살아야 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또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 나이에도 많은 것들을 감수하며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그럴 의미가 있는 것인가? 현자타임인 것이다. 정확히 본전생각이다.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크게 이익이 되었는가.

 

같은 직장에 있는 형님의 말씀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어차피 같이 월급 낮아지는데 크게 상관할 것이 있겠는가. 국민이 선택했다면 그를 감당하는 것도 국민의 몫인 것이다. 그래서 정작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려 해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저들의 선택에 의해 모두 감옥에 가 있을 것이다. 언론조차 감히 비판하려 하지 않는 권력을 자기들 손으로 만들어주고 자기들 힘으로 끌어내리겠다? 망상도 적당해야 웃어 줄 수 있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다. 내가 블로그를 폭파시키려 하는 것은. 의미를 잃었다. 사실 그렇게 간절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한 푼 도움도 안되는 정의감이었던 것이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익들을 위해서. 그러거나 말거나. 웬만해야 나도 납득하고 힘을 내려 자신을 속여 보기도 한다. 차라리 박근혜가 그리워지는 이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