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인 법무부의 외청으로 누가 봐도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 스스로 사법부라 떠들고 다닐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정해주어야 할 주체가 침묵하며 보고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진짜 사법부인, 아니 사법부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판사들이다. 판사들이 사법부는 오로지 법원 뿐이라고, 오로지 자신들만이 사법부에 속해 있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장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 같이 사법시험 합격해서 사법연수원 거쳐서 영감님 소리 들으며 나라에서 주는 봉급 받아 행세하는 처지인 것이다. 단지 성적순으로 누구는 판사가 되고 누구는 검사가 되었을 뿐.
판사가 다른 일반 국민들보다 우월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바르게 지키고 이끌 책임이 있는 엘리트로 자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말 그대로다. 공부 열심히 해서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하나인 것이다. 누구는 법원으로 가고 누구는 검찰로 같지만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판사가 특별하다면 검사 역시 특별한 것이다. 검사가 특별하다면 판사 역시 특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 검사에게 재갈을 물리고 심지어 모욕을 주려고 하고 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불과 며칠 전까지도 고작 표창장 하나 가지고 징역 4년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 정도는 정경심 재판부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기왕에 징역을 살리려면 사모펀드로 살려야지 표창장과 인턴증명서 가지고는 4년은 너무 심하다. 형량은 어쩌면 재판 직전 급조해서 끼워넣은 것인지 모른다. 어떻게든 중형을 선고해서 자신들이 받은 모욕을 되갚아주어야겠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검찰총장이다. 모든 검사들의 수장이다. 그 검찰총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서 정직이라는 사상초유의 징계를 실제 받도록 만들었다. 추미애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을 집행정지한 이유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사법시험 합격해서 영감님 소리 들으며 나라를 위해 헌신해 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일 텐데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는 것은 안 될 일인 것이다. 어째서 검찰이 판사들을 사찰한 사실을 알고서도 판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가. 아무리 그래도 같은 부류인 검사들을 곤란케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사적으로 경고나 하면 되는 것이지 고작 그런 일로 검찰총장을 곤란케 만들어서는 자기들도 면이 서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판사 사찰따위 판사 자신들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자.
그러고보니 몇 달 전 방영했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찰이 부장판사출신 전관 변호사를 예우해서 사망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는 장면이 있었다. 검찰을 움직이려는 전관이면 검찰 출신이어야지 어째서 판사출신인가? 밖에서 보기에나 판사고 검사인 것이다. 정확히 밖에서 보고 있기에 판사나 검사나 결국 한 무리인 것이다. 수사단계에서 막아야 하는데 판사 출신이라고 검사를 찾아가지 않을까? 판결이 잘 나와야 하는데 검사 출신이라고 판사를 찾아가지 않을까? 그래서 어느 한 쪽에서 출신이 다르다고 거절하면 과연 누가 손해이겠는가? 결국은 동업자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은 한 몸인 것이다. 사법연수원에서 시작해서 변호사로 끝난다. 그러니까 그들은 하나다. 검찰이 받는 모욕은 판사에 대한 모욕이기도 한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아예 대놓고 감정적이다.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볼 지 전혀 생각도 않는다. 표창장에 인턴증명서로 징역 4년이라니. 벌금에 추징금까지 5억 이상이다. 조국 일가에 대한 감정을 배제하면 이 판결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 모를 수 없는 것이다. 징역 4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형이고, 징역 4년을 선고받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중한 범죄여야 하는지를. 그래도 된다. 감히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을 망신줬다. 자신들과 동류인 현직 검찰총장에게 큰 모욕을 안겼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된다. 김명수가 말하던 사법독립인 것이다. 사법시험을 본 놈들끼리 마음대로 하겠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