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이었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폭주하는 검찰을 견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이었을 터였다. 그래서 영장신청과 발부를 검찰과 법원에 각각 나눠 놓았던 것이었다. 검찰이 마음대로 압수수색하고 구속하려 해도 법원이 알아서 잘 판단해서 적절히 제지하라. 그런데 어떤가?
검찰이 아무나 붙잡고 혐의를 씌워 압수수색하려 해도 영장발부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구속상태에서 방어권을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를 하려 해도 그마저 신중하게 제지했다면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그 행사는 자연스럽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언론에서도 그런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그리고 재판과정까지 정확하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보도한다면 검찰이 행정부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다고 문제가 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는 법무부나 정부에 더 큰 책임이 돌려지면서 차후 새로운 정부를 선출할 때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마디로 뻘짓했다가 정권 날아갈 수 있으니 정부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작년 조국 사태나 올 초 청와대 수사에서도 확인했지만 이놈의 영장발부가 거의 누르면 나오는 자동발부 수준이란 것이다. 그것도 특정 정파를 제외한 나머지를 대상으로 할 때만 그렇다. 아무나 검찰이 하고 싶으면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구속도 시킬 수 있으며, 그렇게 검찰이 조서를 받아 놓으면 법정에서 증거처럼 쓰이게 된다. 그러니 검찰이 멋대로 수사하고 기소하면 오히려 사법부가 그를 옆에서 돕는 구조인 것이다. 사법부가 검찰과 한 몸처럼 움직이니 자칫 행정부에서 검찰을 임의로 움직이려 하면 사법부까지 덩달아 함께 움직이는 골때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검찰이 독립하지 않으면 사법부 독립도 없다. 검찰은 사법부가 아닌데 검찰독립이 마치 사법부 독립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사법부는 검찰의 따까리다.
이번 윤석열 징계논란을 통해 더욱 확실해졌다. 판사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판사들 뒷조사하는 정도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있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당연히 그래도 되는 일인 것이다. 판사들 스스로가 전혀 그에 대해 문제삼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토록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던 대법원장조차 그에 대해 단 한 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법원은 검찰의 시녀다. 사법부는 검찰의 하인이다. 노예다. 가축이다. 버러지다. 스스로 그렇게 선언한 마당이니 검찰이 더욱 행정부에 속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검찰이 행정부에 속하는 순간 사법부는 행정부의 버러지가 된다. 그래서 법원이 그토록 윤석열 편을 들고 나서는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 위에 서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대등해진다. 어딜 감히 대법원장이 검찰총장님과 맞먹으려 드는가.
언론은 그냥 검찰의 입장만을 검찰의 편에서 받아쓰고, 판사는 검찰이 하자는대로 영장 다 내주고 재판에서도 검찰의 기소대로 조서만 인용해서 판결을 내린다. 언론 위에, 법원 위에 검찰이 있다. 그래서 검찰이 사법부인 것이다. 사법부가 검찰의 노예라서. 그래서 검찰은 행정부의 지휘통제를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검찰이 행정부에 속하면 사법부도 행정부에 속한다. 결국은 뭐다? 언론과 사법부가 검찰과 한 몸이 된 탓에 검찰독립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원래 행정부에 속한 검찰도 견제하라고 있는 것이 사법부인데 검찰의 손발이 되고 개가 되고 버러지게 되어 한 몸으로 움직이니 검찰이 행정부로부터 분리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뭐다? 사법부와 언론의 개혁 없이 검찰의 개혁도 없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사법연수원 제도가 사라지면서 더이상 같은 사법연수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검사와 판사가 동질감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째서 자칭 보수들이 사법고시의 존치를 주장해 왔는지 이제 와서 조금 이해가 된다. 사법고시가 유지되고 사법연수원이 여전히 운영되어야 검찰과 사법부의 카르텔은 계속될 수 있다. 어차피 각자가 변호사로 알아서 먹고 살다가 판사로 검사로 갈린 상황이라면 그렇게까지 결탁하지는 못한다.
한 마디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중요한 것은 사법부가 검찰로부터 독립하지도 중립을 지키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인 것이다. 언론조차 검찰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기에 검찰은 더욱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사법부와 언론만 제 역할을 해도 검찰은 그냥 행정부에 속한 채 있어도 된다. 딱 개같은 결론이다. 버러지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