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그야말로 월급쟁이들의 꿈이다. 1등에 당첨만 되면 당장 이놈의 직장 때려치겠다. 더이상 참지도 눈치보지도 않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겠다. 그런데 과연 로또 1등에 당첨된다고 종부세를 낼 수 있을까?
3억을 초과하는 불로소득에 대해 매겨지는 세금이 33% 정도다. 지난주 로또 1등 당첨금이 21억 조금 넘는 정도이니 단순계산으로 세금 떼고 14억 조금 넘게 실제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만 그러냐면 지난 20주 동안 로또 1등 당첨금의 평균이 대략 20억 정도다. 20억 보다 조금 많은 경우도 있고 그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15억 넘는 아파트를 사지 못해서 고민인 것이 서민이라면 로또 1등 당첨되어봐야 서민탈출은 불가능한 것이다.
서울의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15억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종부세의 대상이 되는 9억 짜리 아파트조차 사실은 매우 드물다. 아니 사실 2억 정도 하는 아파트조차 진짜 서민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 경우가 더 많다. 지금 최저임금도 너무 많다는데 결혼하고 애까지 낳아 기르며 무슨 수로 돈을 모아 2억짜리 허름한 아파트라도 장만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종부세 대상인 9억이나 심지어 이번 대출규제의 대상이 되는 15억은 어지간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금액인 것이다. 연봉 1억이 넘는 의사의 수입을 기준을로도 15억 짜리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수 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그 9억이 넘고 15억이 넘는 아파트 때문에 온통 난리다. 대출을 막았으니 서민 실수요자가 이들 아파트를 살 길이 막히고 말았다.
실제 그렇게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출규제만 없었어도 자기도 역시 강남에 아파트 한 채 노려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대출을 최대 70%까지 끼고 사도 5억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한데, 더구나 10억이 넘는 대출금의 이자만도 매 해 종부세 이상이다.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면 매달 10억이 넘는 대출금의 이자를 꼬박꼬박 갚고도 생활까지 가능한 것일까? 그러면 과연 언론이 걱정하는 서민 가운데 그 정도 벌이가 되는 경우란 몇이나 되는가 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30대와 50대가 당장 대출 끼고 15억짜리 아파트를 사지 못해 억울해 하고 있는가.
오히려 서민들 입장에서 걱정이라면 그나마 자기가 살 수 있는 정도의 아파트마저 천정부지로 그 값이 오르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그래도 부모로부터 지원도 받고 여기저기 돈도 끌어오고 하면 대략 4억에서 6억 정도 되는 아파트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아파트마저 어느새 8억이 넘고 9억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이래서야 내 집 마련은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9억이 넘고 15억이 넘는 아파트들의 소유주를 걱정하는 기사를 언론은 쏟아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서민이고 무엇을 위한 걱정인 것일까?
많은 언론들이 주장한다. 대출을 막으면 현금부자들만 좋을 것이라고. 어차피 현금이 많으면 대출 상관없이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에서 아파트들을 싹쓸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종부세가 있는 것이다. 현금 많다고 무작정 아파트를 사들이다가는 종부세를 두들겨 맞는다. 내년에는 다시 보유세를 올리려 한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적지 않은 종부세까지 내가며 아파트를 사서 가지고 있을 만큼 수익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 15억짜리 아파트 4채면 60억이다.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60억이라는 돈을 아파트에 묻어두고 있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은 그 아파트를 누군가 더 비싼 값에 사 주어야 세금을 내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현금부자들이 그런 아파트들을 더 비싼 값에 사주어 계속해서 값을 올려 줄 것인가? 현금부자들끼리 서로 사고팔며 하는 것으로 얼마나 지금처럼 아파트 값의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조선일보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기사를 냈다. 정부의 정책 때문에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경우가 늘며 오히려 아파트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돈 있는 사람들이 전처럼 이것저것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가장 가치있는 한 채만 소유하게 되면서 그런 고가 아파트들의 가격만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부동산 부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그만 못한 다른 아파트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원래 여러 채 소유하고 있던 것을 가장 가치있는 하나만 남기고 모두 처분해 버렸다. 매물이 늘면 공급이 늘고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진다. 어차피 부자들 사는 고가 아파트야 알아서 살라고 내버려 두더라도 진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의 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원래 정부의 정책이 의도하던 바가 아닌가.
결국은 수요가 있어야 가격도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요라는 것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익실현을 노린 투자수요도 엄연히 존재한다. 미리 더 많은 아파트를 확보한 상태에서 시장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려 실수요자들에게 그 비용까지 모두 전가하며 차익을 실현한다.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까지 받아가며 더 공격적으로 더 많은 아파트를 독점함으로써 실수요자들이 더 비싼 값에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 그럼에도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기에 투자수요자들 역시 시세보다 더 비싼 값에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로부터 아파트를 사 주어야 할 실수요자들에게 더이상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아파트를 자기들이 독점하고 있어도 자기들이 올린 만큼 사 줄 수 있는 실수요자의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 그래도 투자수요는 여전히 실수요자들을 대신해서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을까?
어차피 대부분 실수요자들은 대출 없이 15억 넘는 아파트를 살 여력도 안되고, 9억이 넘는 아파트를 종부세까지 내가며 보유하고 있을 만큼도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차익실현을 위해 부동산을 매점한 투자수요자들이 아파트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더이상 그들이 원하는 가격에 아파트를 사들일 능력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이들 고가 아파트는 그럴 능력이 되는 고소득의 이른바 현금부자들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다. 수요가 그렇게 한정되어 있는데 과연 이들 고가 아파트들은 언제까지 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더이상 추가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그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면 어디까지 가격이 떨어져야 실수요자들은 다시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지금 언론의 걱정은 어디의 누구를 위한 걱정인 것인가.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소용없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공급을 늘려봐야 갭투기니 뭐니 대출 받아서 수 십 수 백 채 씩 아파트를 과점하려는 투자수요자들로 인해 여전히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그리고 차익을 위해 투자한 만큼 아파트 가격을 올려받고자 하는 그들의 의도가 오히려 공급을 통제하여 시장의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 안된다면 그러면 수요를 줄이면 된다. 실수요자를 건드릴 수 없으니 투자수요를 줄이면 된다. 부동산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자본재가 아니라 실제 거주 목적으로 사야 하는 생활재다. 그래서 일정 가격 이하의 무주택자나 혹은 이사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거의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 투자수요는 억제하고 실거주수요는 보장해준다.
아무튼 웃기는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어봐야 어림도 없는 금액일 것이다. 그나마 종부세까지는 어떻게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언론에서 걱정하는 만큼 내기 위해서는 당첨금을 모두 아파트 사는데 써야만 한다. 그게 바로 서민의 단위다. 요즘 기자들 가운데 있는 집 자식들이 많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돈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지금 내 소유 아파트로 종부세 내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올라야 한다. 그래도 내 집 있다고 어디 가서 어깨 펴고 다닌다. 서울이라고 모두 9억 이상 15억 이상인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디의 누구를 보고 기사를 쓰는 것인가.
돈 있는 놈들은 자기들끼리 살라 그래라. 현금 많아서 15억 20억 하는 아파트 자기들끼리 살려 한다면 그러라 말하고 싶다. 대신 세금도 많이 내고, 더구나 괜히 서민들 사는 아파트까지 눈독들여 장난질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의미하는 바다. 그냥 형편 되는대로 너무 무리하지 않게 실거주목적으로만 아파트를 사라. 하지만 언론사 기자들과 진짜 서민들과는 돈의 단위부터가 달라서. 그래서 언론의 기사를 보면 차라리 어이없기조차 하다.
몇 억 하는 아파트보다 하루 5천 원의 지출에 더 신경쓰이는 것이 대부분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한 달 카드값 몇 만 원에 주름이 더 깊어진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돈이 우스워진다.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