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혹은 2080의 법칙, 달리 잉여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개미 사회를 자세히 관찰했더니 20%의 개미가 대부분의 일을 하고 나머지 80%는 놀고 있더라. 20%를 따로 떼어 놓아도, 다시 80%를 따로 떼어 놓아도 그 비율은 변함이 없었다. 한 집단에서 대부분 성과를 주도하는 것은 항상 소수의 그룹들이다. 실제 사람 사회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모든 개인이 선량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며 희생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공동체란 그런 점에서 그런 나머지를 부양하기 위한 구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놀고 있다고 아주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사냥할 때는 잉여라도 농사지을 때는 더 유능할 수 있고, 평화시에는 잉여라도 전쟁이 일어나면 더 많은 활약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혹시라도 다른 이유로 결원이 생기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역시 그 나머지들인 것이다. 그래서 농사지을 줄 모르는 놈들도 먹여살리고, 사냥에 도움이 안되는 놈들의 몫까지 챙겨주며, 싸움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놈들까지 앞장서서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 역시 분노를 금치 못했었다.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마스크도 쓰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춤추고 노느라 감염되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퍼뜨리는가. 2차 감염자 가운데는 누나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혹은 친구도 있었다. 더구나 아예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허위로 명부를 작성하고 그나마 연락처를 알아내어 연락을 하더라도 아예 무시하는 경우마저 상당하다. 사실상 공동체를 위한 당국의 방역을 훼방놓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간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도 일본군의 길잡이 역할을 하던 조선인들이 있었으며, 구한말에도 또한 일본군과 목숨걸고 싸우던 의병들을 밀고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이들이 있었다. 흉년이 들면 오히려 식량을 매점매석해서 폭리를 취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고, 재해를 맞아 모두가 피해 있는 사이 텅 빈 거리를 약탈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도 나타나는 것이다. 모두가 땀흘려 일하는데 혼자서 술에 취해 뻗어 있고, 모두가 목숨 걸고 싸우는데 피난지 거리에서 거들먹거리며 협박이나 일삼고, 모두가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데 그 와중에 곁눈질이나 하는 인간들도 있다. 그러면 그런 인간들은 모두 버리고 가야 하는 것인가. 해방되었다고 친일파는 모두 죽이거나 내쫓고 봐야 하는 것인가.
노래를 못해도 가수다. 그림을 못그려도 화가다. 공을 못 던져도 투수다. 아무리 일본이 좋아도 한국인은 한국인이고,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고 한국인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놈들까지 모두 한국인이라는 국적으로, 혹은 민족으로 끌어안고 함께 가는 것이 바로 공동체란 것이다. 가장 혐오스럽고 경멸스런 쓰레기 자식들조차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 욕나오지만 어쩔 수 없는 당위란 것이다. 질본조차도 방역을 위해 열심히 협력하는 사람들만이 아닌 자기와는 상관없다며 제멋대로 병을 퍼뜨리는 인간들까지 모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지키고자 존재하는 기구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변수들까지 모두 고려해서 일정 이하의 확진자만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꾸준히 유지된다면 그 자체로 성공인 것이라고 전부터 말해왔던 것이었다. 아무리 정부가 방역을 위해 노력해도 모든 개인을 감시하며 그 행동 하나하나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시민들이 방역을 위해 정부의 지시와 통제에 충실히 따르더라도 다만 한 두 명이라도 그를 거부하면 바로 거기서부터 변수가 생기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최악의 경우들까지 고려해서 더 신중하게 삼가며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열심히 마스크도 쓰고, 외출도 자주하고, 손도 자주 씻어야 한다. 혹시라도 자신이나 주위에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당국에 협조한다. 어차피 어디서든 튀어나올 놈들이었으니 지금이라도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면서 주위에서도 조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협력한다.
의료진들이 안타까운 것이다. 질본이며 그동안 방역을 위해 노력해 온 관계기관 종사자들이 안타까운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많은 것들을 스스로 희생하고 양보하며 인내해 온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한 것이다. 그 흔한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방역을 위해 열심히 협력해 왔는데 자제를 모르는 몇몇 놈들 때문에 다시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마저도 공동체로써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공동체라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것들마저 모두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사람이 더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더 철저하게 더 집요하게 통제와 관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더 확산되지 않도록. 더 겉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물론 그에 대한 모든 대비는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 - 질병관리청에서 다 사전에 마련해 놓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저 하등의 쓸모가 없는 잉여들 몫까지 지금부터 더 열심히 노력하며 돕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이란 게 있다면 저들 잉여들 역시 자발적으로 나서서 당국의 방역을 위해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힘빠지는 상황이란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약속도 거의 잡지 않고, 어쩌다 나갈 일이 있어도 항상 마스크를 올려쓰고 다니느라 뺨이 다 따끔거릴 정도다. 그런데 결국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고 말았다. 원래 그런 놈들임을 인정하면서. 그런 놈들까지 포함해 모두가 공동체임을 이해하면서. 억울해도 조금 더 노력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해 놓은 것들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화만 난다. 일단 욕부터 힘껏 내뱉고. 다시 힘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