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섭공이 공자에게 자랑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정직한 사람이 있어서 아비가 양을 훔친 것을 알고 바로 관청에 고발하더라. 그러자 공자가 반박했다. 우리나라에도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아비가 아들 한 일을 감추고 아들이 아비 한 일을 숨겨주더라. 우리나라 법에서도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도주시켜준 사람을 처벌하는데 가족과 친족은 예외로 두고 있다. 인륜보다 중한 게 천륜이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가족이라면 편들어 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작년 박원순 시장이 세상을 떠나고 여성주의자들이 했던 짓거리를 기억한다. 평소 박원순 시장을 잘 알았고 그래서 그의 인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성추행당했다는 여성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거나 유보하려는 이들에 대해 대뜸 2차가해라는 말부터 꺼내들었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아예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으려는 것조차 2차가해라는 정체도 알 수 없는 논리를 앞세워 바로 직전까지 친구이고 동지였을 이들에게 침을 뱉고 비난을 퍼부으라 강요하고 있었다. 심지어 가족이 고인을 보내는 앞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떠나는 이를 추모하는 이들에게조차 추모하지 말 것을 강제하려 했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기로서니 가족을 잃은 슬픔조차 드러내지 말 것을 대놓고 강제하는 것은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일이었다. 하긴 원래 여성주의는 군사독재에 빌붙어 기생하던 것들일 터다.

 

내가 수 십 년 신뢰해 왔던 손석희를 하루아침에 벌레새끼 취급하기 시작한 이유다. 정경심 교수가 자연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하려는 것조차 대놓고 비난하고 있었다. 민주당 관련 인사들은 시민으로서 권리도 주장하거나 행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여성주의자라는 것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단지 박원순 시장의 지인이고 친구고 동료고 동지고 가족이었다는 이유로 죽은 이에 대한 친분과 연민과 슬픔을 드러내는 자체를 부정한다. 무엇보다 시민으로서 자신의 가족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법적인 수단으로 구제받고자 하는 것마저 금기시하는 중이다. 여성은 시민보다 상위다. 여성이란 인간보다 우위에 존재한다. 그런 대가리속인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말했듯 대부분 여성주의자들은 있는 집 자식들이다. 혹은 그런 여자들과 어울리며 자기도 그런 줄 아는 것들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 사람이 존재한다. 자기들 위에 존재하는 자기들에게 함부로 해도 좋은 사람과 자기들 아래 존재하는 자기들이 함부로 대해도 좋은 사람. 이를테면 김학의가 전자에 속한다면 김학의의 피해자들은 후자에 속한다. 여성주의자들이, 정의당이나 한겨레가 단 한 번이라도 피해자들을 위해서 2차가해라는 프레임을 사용하거나 한 적이 있던가. 그게 바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태도에도 드러난다. 국민의힘이 되도 않는 이유로 고소고발을 남발할 때 정의당이 단 한 번이라도 논평을 내놓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것이다. 설사 박원순이 성추행 정도가 아닌 도저히 용서못할 추악한 성범죄를 저질렀어도 가족이 가족으로써 무고함을 믿고 소송을 거는 것까지 막아서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물며 지금껏 나온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저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한 것일 뿐 박원순 자신이나 주변의 반박을 고려하여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일방의 주장만으로 유죄결론을 내린다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아무튼 하는 짓거리 보니 장혜영이 왜 민주화세대와의 단절을 선언했는가를 알 것 같다. 권인숙이 조만간 전두환 찾아가서 용서를 구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인간이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사라지고 인간의 마음이 사라진다면 그 자리에 남는 것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성인지감수성이다. 남성을 이해하거나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권력에 기대 일방적으로 자기들 논리만 강요하려 한다. 벌레들인 것이다. 인간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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