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에서 넘버2는 누구일까? 국무총리? 국회의장? 아니면 여야당의 대표? 물론 이들 자리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이보다 더 차기 대선후보로써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바로 서울시장이다. 그 상징성 때문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 가장 거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더구나 대부분 국가기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탓에 영향력도 가장 크다. 그래서 국무회의에 서울시장도 함께 참석하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시민들의 집회가 평화시위로 끝나기도 하고 물대포로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정부와 맞서서 독자적인 행정으로 이슈를 주도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과연 희생이기만 할까?
원래 당대표 이전까지 송영길이란 이름은 인천시장도 과분한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다. 기껏 인천시장 시켜놨더니만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결국 내쫓기고 말았다. 그런데 서울시장이란다. 그것도 자기가 하겠다는 게 아니라 주위에서 요청해서 도전하는 것이다. 같은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도 여러번 대놓고 욕심을 내비쳤는데도 번번이 미끄러진 자리에 주위에서 등떠밀어 내보내는 것이다. 지금은 송영길 같은 인지도 있는 상징성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그만큼 민주당의 당대표였다는 전력과 지난 선거기간동안 보여준 그의 역량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물론 어려운 선거인 것은 안다. 원래 송영길이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던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선거에 출마해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유시민도 말했지만 정치인이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란 것이 있다. 노무현의 경우는 부산출마였고, 문재인의 경우는 당의 혁신이었다. 당의 혁신 이전 내게 있어 문재인이란 그냥 노무현의 후광으로 정치를 시작한 바람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 고난의 시기를 지나 왔기에 문재인을 중심으로 수많은 지지자들이 결집하여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송영길에게 그 승부처란 어디이겠는가.
정세균이 한 때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었던 것도 종로라는 격전지에서 오세훈을 철저히 박살내면서부터였었다. 그 전까지는 당대표까지 했었는데 그다지 인지도가 없었다. 서울에서 승부를 걸어 마침내 오세훈을 꺾고 당선된다면 다음은 몰라도 그 다음 대선에서 송영길은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 과연 작년 이맘때까지 송영길을 대선후보감으로 여겼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떠올린다면 송영길에게도 더없이 좋은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쯤 이인영이나 우상호는 배아파서 땅을 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우상호는 하고 싶어도 시켜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서울시장이란 자리다. 박영선도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눈앞에서 좌절하고 말았었다. 다시 도전하려 했더니 눈앞에서 송영길이란 인간이 이슈를 혼자 다 쳐묵쳐묵하고 있는 중이다. 기회를 잡지 못하면 이 이상은 없다.
아무튼 이번 대선기간 동안 보여준 모습 때문에 나 역시 송영길을 다시 보는 중이다. 오히려 나와 많이 맞는다고나 할까. 나도 소소한 소시민에 소인배라서. 다만 서울시민이 아니라는 것이. 지지하는 바다. 기대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