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들에 대해 검열과 규제를 시도한 주체는 대개 보수적인 개신교 교회와 역시나 보수적인 학부모단체들이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들은 이른바 말하는 PC의 가장 큰 적대자들이기도 하다. 당장 아이들이 보는 게임이나 만화에 동성애가 소재로 등장한다면 누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겠는가.

 

그래서 웃긴다는 것이다. 게임을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보수적인 도덕적 가치에 기반한 검열과 그와 반대되는 다양성과 공존을 위한 새로운 가치로서의 PC에 대한 추구를 같은 것으로 놓고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전통적으로 검열과 규제에 앞장서 왔던 그들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니까 트럼프로 대표되는 미국 공화당의 반PC들이 추구하는 것이 완전한 표현의 자유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설마 미국 남부의 근본주의 교회들이?

 

유럽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의뢰로 상당히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것 같으면서도 무척이나 보수적인 동네가 또 이쪽이다. 일본만화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피가 튀고 팔다리가 잘리는 장면들 같은 건 이들 나라로 가면 죄다 검열되어서 나온다. 일본만화에서 그냥 눈요기로 집어넣는 속옷이나 신체부위에 대한 노출 역시 미국 가면 바로 가위질되어 나온다. 그리고 당연하게 그들이 반대하는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내용들에는 이른바 PC라 불리는 것들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성소수자 같은 것들. 어째서 이런 웃기지도 않는 일들이 가능해졌는가?

 

일단 반PC라는 자체가 최근 들어 이슈가 되었을 뿐 과거에는 전혀 그에 대한 어떤 인식도 판단도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말한대로 동성애가 게임에 등장하면 그게 게임에 어울리는가만 봤지 PC라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형제인데 어째서 아시아인과 흑인과 히스패닉이 함께 있는가. 입양이겠지. 그러니까 어려서 바이오가족이니 뭐니 애니메이션 볼 때도 그럴 수 있겠거니 그냥 납득하고 넘어갔었다. 대신 그때 이슈가 뭐였느냐면 보수적인 단체들의 기존의 가치에 기댄 검열과 규제를 위한 시도들이었다. 아니 좀 그냥 자유롭게 놔주라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의 당선을 계기로 반PC가 중요하게 대두되자 이전의 검열들까지 죄다 싸잡는 것이다. 아니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검열들에 대해서조차 싸잡으려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니 검열과 규제를 시도하는 모든 주체는 PC주의자들이다.

 

그러면 과연 2000년대 초반 한국사회에서 한창 뜨거웠었던 성매매금지법을 주도한 것은 과연 PC로 대변되는 진보주의자들이었을 것인가, 아니면 보수적인 개신교세력들이었겠는가. 성적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존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내가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 내가 내 몸을 수단삼아 몸을 팔든 포르노를 찍든 내가 알아서 나를 위해서 쓰겠다. 그래서 유럽 나라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인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아마 지금도 성매매가 불법일 것이다. 여성의 순결하고 고결한 성을 대가를 전제한 매매라는 행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누구의 가치일 것인가. 그런데 규제했으니 그게 다 여성주의자들에 의한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도 진보주의자 가운데 성매매와 포르노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이들도 도덕적인 이유로 성매매와 포르노에 반대한다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가해지는 외부의 강요와 강제,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범죄들로 인한 것이었다.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사창가에서 동유럽에서 인신매매로 팔려온 여성들이 강제로 몸을 팔고 있는 현실 같은 것들이 원인이 된다. 결과가 같다고 이유와 동기까지 같지는 않다.

 

그래서 과연 PC가 검열을 시도하는가. 아직까지 이른바 PC주의자들이 이미 나온 결과물에 대해 검열을 시도한 정황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또 웃긴 것이다. 나오는 게임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두고 PC가 있나 없나를 살피고 그를 응징하려 눈에 불을 켜는 것은 어디의 누구인가. 단지 자신들의 상품인 컨텐츠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같은 자신들의 사상이나 신념을 적용하려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그런 것이 잘못되었느냐면 아주 오래전부터 문화컨텐츠에는 제작자의 신념과 사상과 가치와 추구가 당연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또 찾아내고 평가하는 것이 대중문화를 비평하는 재미이기도 했다. 그런 것을 아예 그러지 말라 그러는 것은 과연 검열에 반대하는 자유와 일치하는 행동일 것인가. 그리고 그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새로운 검열과 통제일까, 아니면 자유로운 표현들일까.

 

그러고보니 타진요 사태 당시 내가 했던 말들이 있다. 나중에 방송에서 누군가 비슷하게 표현하고 있긴 하더라. 대중이 권력이 되면서 과거 권력기관들이 하던 짓들을 반복한다. 혹시라도 지금 여기에 PC가 조금이라도 묻어있지는 않은가. 제작자의 머릿속에 PC가 아주 조금이라도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감히 개발자 가운데 자신의 컨텐츠에 그 같은 자신의 사상을 결과물에 투영하려 시도하는 놈들이 없지는 않은가. 이런 걸 과거 누가 했느냐면 앞서 말한 개신교 교회와 학부모 단체와 혹은 국가기관에서 이런 짓거리들을 해 왔었다. 이런 것이 바로 검열이고 규제고 통제다. 아예 PC가 없는 세상. PC가 발붙일 수 없는 사회. PC를 아예 가져서도 드러내서도 안 되는 현실. 그것이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인가.

 

그냥 재미가 없으니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그것이 정확하다. 게임에 PC를 넣든 말든 만드는 놈들 자유다. 그래서 그 결과가 내가 보기에 굳이 돈을 지불할 정도가 아니면 그냥 망하는 게 옳은 것이다. 언제부터 게임하면서 그런 정치적인 신념 같은 걸 따졌다고. 무슨 이제는 영화까지도 좌파영화네 뭐네. 역시나 정치적인 이유와 목적에 의한 것이라 보는 것이 옳겠다. 그래서 결국 그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란 무엇일 것인가. 무엇을 위해 저들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그리고 덧붙이자면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진보라 불리우는 민주당도 유럽으로 가면 어지간한 보수정당보다 더 보수적이다. 가장 진보적이라는 정의당조차도 유럽으로 가면 기껏해야 중도좌파 정도다. 유럽 어느 진보정당이 원전에 찬성하고 수명다한 원전의 가동중단에 정치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핏대를 세우겠는가. 직권을 이용해서 향응을 받느라 여성들을 성폭행한 공직자를 출국금지시켰다고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이 정도면 그냥 극우 아닌가? 아무튼 마찬가지로 똑같이 반PC를 주장한다 믿겠지만 미국의 다수 대중들은 한국의 어지간한 PC들보다 더 PC적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이슈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느냐 마느냐고 이마저도 찬성여론이 더 높은 상황이란 것이다. 그나마 트럼프가 PC에 반대한다는 것도 미성년자의 성전환에 대해 정부보조를 금지하고 그와 관련한 교육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이외의 다른 성소수자는 더이상 논란 거리도 아니다. 거기에 대고 무슨 판타지세계에 성소수자인가. 뭐 이런 병신새끼들이... 그리고 과연 저같은 반PC의 근거가 개인의 자유이겠는가? 아니면 특정한 도덕적 기준에 의한 규제이고 통제이겠는가.

 

역시나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 해도 좋게 보기가 힘든 것이 이른바 반PC라는 것일 게다. PC주의가 강요한다는데 그냥 안 사고 안 쓰면 그만인 그저 흔하게 널려 있는 여러 상품들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것을 일일이 들추고 찾아내서 응징하려는 시도가 바로 강제이고 억압인 것이다. 심지어 그 계기부터가 트럼프의 대통령당선이었다. 권력을 등에 업었다 여기는 오만은 아닌가. 트럼프가 이겼으니 자기들이 이겼다며 반PC는 틀렸다 주장할 수 있는 무모함처럼. 하는 짓거리가 진짜 내가 제일 싫어하던 놈들을 닮았다. 때만 되면 게임이며 만화책이며 죄다 거둬다 불태우고 파묻던 것들. 단지 지금 그 명분이 반PC로 바뀌어 있을 뿐. 역시나 나는 자유를 억압하는 놈들이 제일 싫다. 목소리 젊은 사내새끼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저 새끼들이 싫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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