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부패는 개인의 비리나 범죄가 아닌 그것을 고발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의 구조에 있다. 은하영웅전설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어느 사회에나 범죄는 있다. 권력이 있으면 부정도 비리도 반드시 존재한다. 그럼에도 어떤 사회에서는 그를 충분히 고발하고 처벌도 할 수 있지만 어떤 사회에서는 그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독재정권이 더 청렴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나 전두환이 김대중, 노무현보다 더 도덕적으로 청렴했다 주장할 수 있는 이유다. 당시는 언론도 수사기관도 정작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감히 취재하거나 수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가만 뉴스로 나오는 걸 보니 LH공사의 신도시관련 부정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듯하다. 아예 구조화되어 퇴역군인과 지자체 공무원까지 끝없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면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수사기관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드러난 단편적인 증거만으로도 여기까지 사실을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어째서 이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이번 정권에서도 검찰과 관련한 비리나 범죄는 언론이 철저히 은폐하거나 물타기하고 있었다. 민주당과 관련한 라임과 옵티머스의 의혹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도 실제 확인 된 검찰과 야당의 범죄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한겨레의 태도를 보라. 김학의의 범죄보다 그를 출국금지시킨 것이 더 큰 악이다. 한 마디로 야당 원내대표의 성추행은 아무리 당사자가 성추행이라 주장해도 성추행이 아니다. 이해되는가?

 

여성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근혜에 대해서는 심지어 자칭 진보언론들조차 그 부정을 보도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렇게 너무나 쉽게 드러나는 사실들마저 취재하는 것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여성 대통령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혹시라도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다가 자칫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최순실이 아니었고 안철수가 없었다면 과연 언론들이 박근혜 정부를 그리 털었었을까? 반기문도 있고 안철수도 있고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이니 박근혜 아닌 최순실을 털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기대와 달리 문재인이 정권을 잡으니 그동안 하지 않던 취재력을 동원해서 뻔히 알고 있던 사실들을 중요하게 보도하려 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20년 집권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다시 같아진다. 언론은 국민의힘의 범죄나 비리에 대해서는 밝힐 생각이 전혀 없다. 이명박근혜 당시도 그랬었다. 현정부를 대하는 100분의 1만 보도에 힘을 썼어도 이명박근혜가 그따위로 국정을 농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때만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한다. 이런 비리와 범죄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된다. 아예 그런 사실들이 있지도 않은 양 묻혀 있던 과거 정부들과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언론보도가 없으니 깨끗하다? 그래서 한겨레도 이명박근혜가 더 낫다고 하더라. 취재 안해도 되니까. 

 

결론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후의 처리일 것이다. 제대로 까발리고 처벌까지 끝내면 반전의 기회가 생기게 될 지 모른다. 하긴 막연하게 알고 있어도 구체적인 증거 없이 조사하고 처벌하기가 행정부의 수뇌 입장에서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회가 되었을 때 몰아친다. 과연 어디까지 현정부와 여당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도덕성 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국민이 모르는 것 같아도 안다. 과연 어제오늘의 일이었을 것인가. 중요한 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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