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가운데서도 아주 오른 쪽에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조선일보를 무시한다. 조선일보라는 말을 듣는 그 순간 벌써 인상이 찌푸려진다. 조선일보는 언론도 아니다. 조선일보 기레기들은 기레기란 말조차 아깝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아니다. 아마 기자협회에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기자들이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에 조선일보가 2등으로 꼽혔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한겨레 젊은 기자들이 조선일보 따라가야 한다고 들고 일어나서 한참 선배인 편집국장을 날려버렸다.

 

정권 초반부터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냉정하고 과감한 견제와 비판이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가장 잘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가. 사실여부는 상관없다. 진실인가의 여부도 상관없다. 정부를 가장 앞장서서 공격하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언론인가. 차라리 존경스럽기조차 하다.

 

이번 KBS '시사직격'과 관련한 이슈는 바로 이같은 언론인과 시민 사이에 서로 다른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헤프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KBS 기자들이 보기에는 조선일보는 멀쩡하다 못해 훌륭한 언론이다. 산케이 역시 지금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으니 역시 훌륭한 언론인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 소속이라는 기자마저 감히 산케이 기자나 조선일보 기자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한 것이었다. 정부를 공격하는데 반박하면 정부를 편드는 어용언론인으로 찍힐 지 모른다. 참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개인의 신념과도 상관없이 무조건 정부를 비판하는데 편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KBS의 편집 역시 그같은 입장에 충실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단이 벌어진 것이었다. 무려 조선일보 기자가 정부를 비판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산케이의 선배기자가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었으니까. 어용이 아니라면 그 모든 비판을 고스란히 방송으로 내보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차라리 나라가 망해서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더라도 어용언론인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 이번 조국 정국에서 보여준 언론의 태도들과 관계가 있다. 어용 소리를 듣기 싫어서 조선일보의 보도를 따라가야 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회사내 선배들마저 들이받아 내몰아야 한다. 절박함이다. 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정부가 마음에 들든 아니든, 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지향과 맞든 맞지 않든, 그래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일 때도 한겨레는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서 비판해야만 했었다. 정부와 대통령에 공격적인 언론이야 말로 훌륭한 언론이다.

 

아마 지금도 제작진은 무엇때문에 욕먹고 있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냥 문빠들이 지랄하는 것이다. 현정부의 지지자들이 난리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옳았다. 자신들은 틀리지 않았다. 일본의 주장도 정면으로 대면해야 한다는 진행자의 해명은 그런 판단과 맥을 같이 한다. 너희들이야 말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반대하고 비판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듣기만 하면 너희들도 우리들과 판단을 같이 할 것이다. 그 판단이란 산케이와 조선일보의 판단이다. 아마 다른 언론사도 다르지 않다. 다만 장사하기에 KBS를 까는 쪽이 더 유리한 듯 보이니 KBS를 비판하는 기사를 낼 뿐. 정작 조선일보 기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누구도 주목해서 비판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언론의 현실일 것이다. KBS가 유시민 이사장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앞장서서 도와준 곳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들인 것이다. 하나의 카르텔이다. 자신들은 언론 가운데서도 주류이고 이 사회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엘리트다. 그런 동류의식이 조선일보와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한 시민의 의식과 부딪히고 말았다. 그냥 욕먹으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지 반성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언론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두고 돌아가는 것을 보니 더욱 명확해진다. 같은 언론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자라는 것이고. 그래서 토론이란 것을 하면서도 서로 선배라는 개인의 관계를 호칭으로 부른다. 답이 없는 이유다. 언론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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