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이명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한겨레와 경향은 보수정부와 여당에게 참 많은 것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보수여당이 다수당이 되었을 때도 그 독주를 막기 위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선거에 패배한 민주당의 무능을 비웃으며 보수여당이 잘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까. 그래도 국민의 선택으로 다수당이 되었는데 그를 부정하고 무작정 막아서기만 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이번 총선이 끝나고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긴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한겨레와 경향 같은 자칭 진보들은 거의 한결같았었다. 차라리 아무런 기대도 없이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살아있는 권력이니 적극적으로 저지해야만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인상도 반대했었다. 근로시간단축도 반대했었다. 김용균법에 대해서도 오히려 반대하는 자유한국당보다 입법하려는 정부와 민주당부터 공격했었다. 즉 뭐냐면 그래도 보수야당은 자신들과 공존도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한 주체라면 민주당은 그조차도 못되는 그냥 적이라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한겨레와 경향의 논조를 보면 그래서 거의 일관되다. 압도적인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 그동안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의석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후퇴하고 포기해야만 했던 많은 개혁법안들을 더욱 선명하게 관철시키라 요구하기보다 어떻게든 민주당이 아예 아무것도 못하도록 보수야당에 힘을 실어주는데 열심인 모습이다. 물론 그렇게 미래통합당이 막아서 민주당이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는 가장 앞장서서 진보의 입장에서 비판하려 할 것이다.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고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여당이라고.

 

마치 숙제를 주는 것 같다. 미래통합당에 충분히 힘을 실어주어 민주당이 아무것도 못하도록 막되 그러나 민주당은 그마저 뚫고서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 자기들은 검찰과 손잡고 검찰개혁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겠지만 그러나 자신들이 주장하는 선명한 검찰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너희들은 실패하는 것이다. 그냥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욕이나 먹으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겨레와 경향 같은 자칭 진보들이 민주당의 동지인가? 그런 한겨레와 경향과 입장을 같이 하는 자칭 진보들이 민주당과 그래도 같은 길을 가는 동지라 할 수 있는가?

 

깨달을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자칭 진보들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는 지지자가 있다면. 어제까지 연대하던 정의연마저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버리는 것이 바로 저들 자칭 진보들이란 것이다. 30년 시민운동을 하고 겨우 통장에 3억 있는 것 가지고 당사자가 해명해야 한다며 공격에 나서는 것이 바로 자칭 진보들의 연대이며 의리란 것이다. 민주당만 빼고. 하긴 한겨레 김완 기자것은 방송에 나오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모든 의혹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더만. 하는 소리 들어보면 민주당과 관계된 모든 것은 그야말로 악의 온상이다. 그런 민주당을 막아서는 미래통합당에는 구국의 사명조차 지워져 있는 듯하다.

 

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아도 결국 자칭 진보들이 바라는 것은 민주당에 의한 개혁이 아닌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에 의한 개혁이고 진보여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라는 이름과 닿는 순간 이미 더럽혀지는 것이고 악이 되는 것이다. 21대 국회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을 지켜보는 자칭 진보들의 일관된 태도다. 민주당만 빼고. 민주당만 막을 수 있으면. 아무런 기대도 요구도 바람도 없이. 참 재미있는 것들이다. 벌레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