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가까운 PC방 한 번 가보자. 예전 PC방 알바라면 거의 남자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장사 잘 되는 곳은 어지간하면 젊은 여자알바를 쓰고 있다. 그래야 손님들이 좋아하니까. 바로 옆 PC방은 젊고 예쁜 여자알바인데 여기 PC방은 찌질이 못난 2번남이다. 손님이라면 어느 PC방에 가겠는가.

 

어느 대기업 건물에서 경비할 때의 일이다. 본사 쪽에서 어느날 요청을 해왔단다. 젊은 여자들 위주로 보안원을 뽑아달라. 여직원들 입장에서야 같은 여자가 검색하는 게 편할 테고, 남직원들 입장에서도 젊은 여성이면 그래도 거부감이 덜할 터다. 남자 보안원들은 여직원이 미니스커트라도 입고 있으면 검색도 않고 그냥 보내야 했었다. 어느 여직원이 노조에 성적 수치심 느낀다고 건의하는 바람에. 

 

산업구조가 고도화 선진화될수록 당연히 서비스업 일자리는 늘어나게 된다. 거꾸로 생산직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쉽다. 그런데 정작 젊은 남성들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일자리란 거의 대부분 생산직 일자리란 것이다. 왜? 싸고 다루기 쉬우니까. PC방 알바를 처음 젊은 남성 위주로 고용해서 썼던 이유이기도 했다. 예전 PC방 분위기 생각해 보라. 아 더럽고 냄새나고 시끄럽고 이상한 인간들 바글거리고, 진짜 별 해괴한 놈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더구나 그 대부분이 젊거나 나이든 남성들이었다. 그런데 여성에게 카운터를 맡긴다? 그것도 젊은 여성에게? 

 

바로 이것이 젊은 남성들이 중년 이상 이전세대 남성들에게 이상한 우월감을 느끼면서 정작 또래의 여성들에게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적대감을 가지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기업들이 젊은 남성들을 더 원한다. 구인광고를 보면 거의 대부분 젊은 남성들을 위주로 찾고 있다. 당연하다. 말한 것처럼 젊으니까 싸고, 남자니까 함부로 굴려도 되겠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 막 시켜도 크게 문제는 안 되겠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젊은 남성들도 함부로 막 대하지 못하고 고용하는 비용도 그리 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들의 자리마저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 것이다. 주유소나 편의점 들르다 보면 중년 이상의 남성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것이다. 차라리 이들이 같은 값이면 믿고 맡기기에 더 나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런데 한 편으로 젊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특히 덜 힘들고 덜 위험하고 덜 더러워 보이는 서비스업 일자리는 거의 여성들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기름밥 먹어가며 시멘트가루 마셔가며 힘든 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데, 아니 그 전에 뭔가 해 보려 해도 왜 이리 젊은 여성들만 찾는 곳이 많은 것인가. 같은 젊음이라면 여성의 젊음 쪽이 더 가치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 그 가치는 당연히 젊음의 소진과 함께 급락하지만 그 전까지는 젊음이라는 한 가지만 가지고 경쟁했을 때 젊은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얼마이고, 공기업에 입사한 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얼마이고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런덴 대부분 2번남들에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림에 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그들이 경쟁하고 있는 PC방이고 편의점이고 카페고 패스트푸드점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자리들에서 남성들은 자신들이 여성들에게 심각하게 밀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기껏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란 더 힘들고 더 더럽고 더 위험한 일자리들 뿐이다. 부당하다. 불공정하다.

 

그래서 2번남들보다 1번녀들이 더 사회적으로 깨이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해 있는 것이기도 하다. 1번녀들은 이미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들을 몸으로 겪으며 헤쳐나가고 있다. 그에 비해 2번남들은 정작 불만만 많았지 아직 딱히 뭐라도 해 본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면서 정작 공무원을 줄일 것을 약속한 후보에 표를 주는 것이 그런 한 예일 것이다. 공무원 줄인다니까 이전에 공무원 늘인 것을 욕하는 지능은 현실을 겪어 보지 못한 무지와 편협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차이가 국민의힘에게서 버림받고도 김정숙 여사 욕하면서 위안을 얻는 2번남과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바꾸고 개혁을 이끌어내려는 1번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 테고.

 

이재명의 말이 한 편으로는 맞다. 유시민의 분석도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과연 젊었을 때의 그같은 구조가 항구적으로 이어지는가면 아니라는 것을 일단 30대 넘어가고 사회와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나면 대부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30대 넘어가면 페미니즘에 분노하더라도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은 그래서다. 말하지 않았는가. 여성은 지나치게 젊음의 가치가 고평가되어 그 젊음을 상실하는 순간 노동시장에서의 가치는 급락한다. 반면 남성은 충분히 경력만 쌓으면 젊음이 노동시장에서의 가치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긴 그래서 2번남들이 정규직 해고자유화에 표를 준 것이지만. 나이 먹어서도 여전히 경쟁자로 남아 있는 이전 세대들을 다른 수단으로 배제하기 위해서. 30대 이후에서 과연 여성들이 여전히 남성들에 비해 노동시장에서 우위에 있는가. 4050은 알고 2번남은 알기에 아직 멀었다.

 

인수위에서 여성단체 만나서 참 훌륭한 소리 늘어놨더만. 20대 남성들에게 일자리가 없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에게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젊은 남성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여성일지라도 나이 든 여성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젊은 남성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대기업 말고 20대 남성들 스스로가 싫다. 내가 그동안 해 온 일들만 해도 사람 못 구해 허덕이는 곳이 한둘이 아닌데 그 놈들은 그런 곳은 절대 가려 하지 않고 일자리 없다고 지랄만 해댄다. 그 결과가 바로 반페미니즘이라는 현상이다. 저 일자리가 바로 내 일자리여야 하는데.

 

의외로 헤집어 보면 그 구조란 무척 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젊은 남성들은 젊은 여성들을 혐오하고 증오하는가. 한 세대 이전의 같은 남성들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는가. 그들의 노동시장에서의 가치가 아직 그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평가되는 곳을 스스로 거부하는 결과가 무의미한 증오와 적개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뭐다? 2번남은 병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업률 높다는데 여전히 생산직은 사람이 없어 공장이 안 돌아갈 지경이다. 외국인이라도 없으면 바로 문닫을 공장이 전국에 수두룩빽빽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자기들이 싫다.

 

내가 오래전부터 2번남들 병신취급해 온 또 하나 이유다. 예전에는 현실을 가르쳐주고 설득도 시도해보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짜증나고 귀찮다. 일단 저 새끼들은 들어먹을 대가리 자체가 안 되어 있다. 그런 놈들에게 딱 맞는 정치인이기는 하다. 2번남이 2번남인 이유, 병신이 병신인 이유다. 참 아름답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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