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당 사장이 있다. 어느날 매출을 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1억 하던 매출이 9900만원으로 줄었다. 큰일이다!"


그리고는 인건비 줄이겠다고 종업원을 해고하고, 손님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시작하고, 그러면서 원가를 낮추려 재료공급처까지 바꾼다. 과연 100만원 매출하락에도 바로 조치를 취한 이 식당은 다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장사라는 것을 아예 처음 해보는 것이 아니면 저런 식으로 장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는 것이다. 매출이라는 것은 때로 더 나오기도 하고 덜 나오기도 한다. 계절도 타고, 경기도 타고, 그보다 그냥 우연에 의해서도 매출이 늘었다가 줄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가는 길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진짜 심각한 상황만 아니면 한 달 매출만 보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몇 달을 두고 꾸준히 추세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장사한지도 오래되어 안정기에 접어든 곳이면 더 그렇다. 그런데 고작 한 달 매출 100만원에 저 난리를 피워서 뭐가 되겠는가.


하여튼 대부분 언론들이 심지어 IMF까지 언급하며 최악이라는 단어를 아예 일상으로 써대길래 진짜 경제가 그렇게 나빠진 것인가 싶었었다. 40대 고용률이 심각하다길래 보았더니 고작 2%도 아니고 0.2% 줄었을 뿐이었다. 30대 고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75.4%에서 74.9%로 0.5% 줄었고 40대 역시 78.5%에서 78.3%로 0.2% 줄었다. 믿겨지는가? 30대와 40대의 고용률이 모두 75%에 근접했거나 훌쩍 넘고 있는데 심각한 고용상황이라 말하고 있다. 전에도 썼지만 고용률이란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 전체 생산가능인구 가운데서 취업한 사람들을 비율로 나타내는 것이다. 전업주부 등 사실상 구직활동 자체를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한 수치인데 고작 여기서 0.2% 떨어졌다고 위기라 말한다. 그러면 전체 고용률이 0.2% 오른 것은 한국 경제가 살아났다는 증거일까? 15~29세에서 0.7%고용률이 는 것은 청년실업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의미이겠는가 말이다.


흥미가 생겨서 그동안의 여러 경제지표들을 찾아보았었다. 하긴 그나마 잘나간다는 중국도 항상 성장률이 상승곡선을 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최근 중국의 성장률은 완만한 하강세를 그리고 있다. 여전히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처럼 10%가 넘는 성장률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잘 나간다는데 그래봐야 우리나라보다 0.2% 높을 뿐이다. 일정 이상의 수준에 이르면 한 나라의 경제가 이전처럼 극적인 성장을 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부분 그같은 성장률들은 주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 해는 조금 성장률이 높고 어느 해는 성장률이 조금 떨어진다. 경기가 좋고 나쁘고는 어느 한 해의 수치가 아닌 따라서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난 추이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 어느 해 갑자기 0.몇 퍼센트 성장률이 떨어졌다고 위기랍시고 호들갑떠는 경우란 오히려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가 안좋은 상황에 2.7%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 그렇게 위기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


한 마디로 나라 경제를 망쳐먹으려는 짓거리들인 것이다. 경제지표라는 것이 긴 시간을 두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것인데 매번 수치 얼마에 심각해져서는 당장 대책을 내놓으라 다그친다. 한 나라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길게는 수 십 년, 아니 그 앞까지 내다보고 세워져야 하는데 바로 올해, 바로 이 달, 바로 오늘의 지표만을 가지고 성패를 따지며 그 수정을 요구한다. 딱 맨 처음 예로 든 식당의 사장과 같은 경영을 정부를 상대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그렇게 대단한 전문가이기라도 하면 또 모르겠는데 기껏해야 기자나부랭이들이다. 심지어 경제지 기자 가운데는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기자들도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무슨 깡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제지 기자란 것들이 장사라도 하게 되면 바로 얼마 안 가 쫄딱 망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고작 조그마한 가게 하나조차 그런 식으로 경영하지 않을 텐데 하물며 더 복잡하고 더 거대한 한 나라의 경제를 그따위로 판단하다니.


더 웃기는 것은 그들이 항상 비교하는 지표가 그나마 최근 가장 나았었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2017년의 것들이라는 것이다. 이전의 지표들과는 비교하지 않는다. 이전 정부에서 고용률이든 성장률이든, 더구나 그 세부적인 내용 또한 어떻게 달랐었는지 비교하지 않는다. KBS든 MBC든 똑같다. JTBC도 여기서는 예외없다. 한겨레와 경향은 다를까. 긍정적으로 보려 한다. 정부를 비판하는데 맛들렸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에 재미를 들렸다. 그래서 아무거라도 꼬투리만 있으면 정부를 비판하려 한다. 하나를 열로, 열을 백으로, 그래서 0.2%의 지표로도 최악의 위기가 되어야 하고 심각한 상황이 되어야 한다. IMF까지 소환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망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모두 망해야 한다. 망하고 철회되어야 한다. 다시 이명박근혜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한겨레와 경향이 진보적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JTBC조차 경제기사에 있어서는 철저히 보수적이다.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조중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KBS, MBC는 전부터 그랬었다. 그냥 사장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보수언론이 요구한대로 다시 이명박근혜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철저히 이명박근혜시절의 지표들은 뒤로 감춘다. 마치 이전의 정부에서는 최소한 경제에 있어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이번 정부 들어서만 경제에 크게 문제가 생긴 것처럼.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로 다시 자유한국당에 정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과연 이들 언론들 가운데 반박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이 몇이나 될까.


진짜 0.2% 차이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고용이 위기를 겪는다. 아예 IMF가 소환된다. 대한민국 경제는 망했다. 대한민국 고용도 망했다. 누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경제까지 망치고 있는가. 손석희가 그나마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힌다는 자체가 어이없는 것이다. 이 나라 언론인이라는 것들의 수준이다. 하다못해 김어준이 언론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개새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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