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황교안이라고 하는 개인의 실상이 드러난다면 오히려 더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진짜 한국인이다.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그래서 황교안의 유형을 범생이로 규정하기도 한다. 딱 주위에서 시킨대로 기대한 대로 행동한다. 절대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주위도 그래 줄 것을 기대한다.

 

1야당 대표라는 것이다. 차기 대선후보로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대선이 치러진다면 문재인 대통령 다음은 자신이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도움 없이 정부와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이미 자신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격이다. 아니 그보다 더 높다. 

 

그냥 말과 행동에서 그런 것이 그대로 묻어난다. 용인이라고 한다.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자기가 용인할 수 있다고.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1야당이고 차기유력대선후보인, 그리고 정부와 여당을 곤란케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인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예우해달라. 다른 계산 같은 것 없다. 그냥 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대선후보인 자신에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예우일 테니까. 그래서 용납할 수 없다. 어딜 감히.

 

원래 대부분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이 그렇다. 노력이든 운이든 무엇이든 일단 자기가 일정한 자리에 오르면 그만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더욱 그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고, 정치인이 되고, 사업가가 되고, 그리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부모들도 그렇게 가르친다.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할 수 있다. 판검사, 사장 되고 나면 하고 싶은대로 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노력해서 얻은 지금의 지위에 걸맞게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려야겠다. 갑질을 대단한 재벌회장들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갑질이 때로 더 심하다.

 

어찌보면 참 단순한 사람이다. 말과 행동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말이 점잖아 보이는 것은 그런 분위기였으니까. 어느 정치인보다 더 저급한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것도 그래도 좋은 상황인 것 같으니까. 아니 사람들이 그런 것을 바라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1야당의 대표가 되었고 유력대선후보가 되었다. 모두가 자신을 떠받들어주고 있다. 다만 주제를 모른다. 아니 현실을 굳이 알 필요가 없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주위에서 시키는대로 바른 삶을 살면서. 그가 보기에 자신이 믿어온 삶을 부정하는 문재인과 여당은 그래서 악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래봐야 여야 5개 정당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1야당이라고 다른 야당 무시하고 자유한국당만 특별대접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다. 그런 건 3김 시절 제왕적 총재 아래서나 가능했던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국회의원 개인도, 정당의 대표도, 각 정당들도 국회에서 1/n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1야당이고 중요한 국정파트너라 여겨지니 제안을 했는데 그마저 오만하게 거절한다. 여기서 더 양보한다는 것은 아예 대통령으로서의 체면과 권위마저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정작 그 사실을 황교안과 그 지지자들만 모른다.

 

물론 그럼에도 황교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런 사람들이 한국사회에는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우병우나 양승태가 그런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자유한국당에도 많다. 그렇게 출세하고 그렇게 얻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마음껏 남용하며 그것을 권리라 여기던 이들이. 한국인의 표준처럼.

 

지지자들이 잘 본 것이다. 바른 사람이다. 너무 바르고 성실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쩌면 황교안이야 말로 한국사회의 표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부모들이 그토록 자식들에 공부하라 다그치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더 높은 신분과 지위를 위해서. 그 보람을 느끼려 한다. 오히려 쉽다. 정말 모범적이다.

+ Recent posts